야누스 -목적지는 히아드⑥-
- 진청룡전설
- 522
- 2
야누스는 빠르게 오크들을 향해 다가가며 검을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반응을 하지 못한 오크는 갑옷 째 잘려나갔다. 요동치는 검붉은 검기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검의 궤적을 따라 물줄기처럼 흘러나가며 자신에게 닿은 오크들을 베었다.
“크아악!”
한 오크의 비명소리를 신호로 야누스의 주위에 있던 오크들이 야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야누스가 살기를 실은 마력을 주위로 뿜어내자 오크들은 갑작스럽게 힘을 잃으며 쓰러졌고 일부는 입과 코와 귀에서 피를 뿜으며 죽어버렸다.
“크륵, 이상한 인간이다! 도망가자!”
어디선가 흘러나온 말에 오크들은 더욱 광분하며 야누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오크들은 검이 다가오는 것조차 보지 못한 채 신체가 조각나버렸다. 아무도 가까이 접근조차 못했는데 수십의 동료들이 시체로 변하자 대부분의 오크들이 상황판단을 마친 것인지 다들 주춤거리며 야누스로부터 멀어졌다. 야누스는 검을 잡지 않는 왼손에 시커먼 마력덩어리를 만들어 오크들에게 던졌다. 빠르게 날아간 마력덩어리는 한 오크에게 부딪치는 순간 조용히 터졌다. 빛도 소리도 불꽃도 없는 폭발이 방출한 마력은 가까이 있던 몇 마리의 오크들의 몸을 터뜨리고 주변에 있던 수십의 오크들의 몸을 찢거나 꿰뚫었다.
“크아악!”
“크륵! 도망쳐라!”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자 오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전부 한 방향으로 떼를 지어 달아났다. 야누스는 다쳐서 도망치지 못하고 시체들 사이에 쓰러져있는 오크들부터 죽인 후에 달아난 오크들을 쫒아갔다. 마력이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의 야누스는 상당히 빨랐고 오크들은 야누스에 비해 느렸기에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야누스는 도망치는 오크들에게 여러 개의 마력덩어리들을 던졌고 소리 없는 마력의 폭발에 순식간에 도망치는 오크들의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야누스는 얼마 남지 않은 오크들에게 따라붙어 검으로 베어버렸다.
“컥!”
“이걸로 끝인가.”
야누스가 마지막 남은 오크의 심장에 찔러 넣은 검을 뽑았다. 검을 뽑자 오크의 가슴에 난 구멍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야누스의 검은 로브를 적셨다. 그러나 피는 빗물에 금방 씻겨나갔다. 빗물에 젖은 로브와 검은 깨끗했다. 다만 로브와 안에 입은 옷이 물에 축 늘어져서 조금 무거웠다. 평소라면 이런 무게는 상관없으련만 마력의 사용으로 인해 지친 지금은 떨쳐버리고 싶었다.
[다 죽일 필요가 있었나? 귀찮은 일인데.]
“이번처럼 또 쫒아오지 않는다는 법이 없으니까.”
야누스는 짧게 대답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길이 엉망이었다. 바닥은 비로 인해 피가 흥건하게 번져있었고 베이고 터지고 찢어진 오크들의 시체와 파편이 쭉 이어져있었다. 거기다 폭발의 흔적으로 땅이 넓게 파인 곳도 눈에 띄었다. 짐이 실려 있는 지붕이 있는 마차가 멀리 보였다. 의외로 오크들이 멀리 도망가지 못한 것이다. 야누스는 주위에 살아있는 오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온 몸에 퍼져있던 마력을 다시 깊숙이 숨겼다.
“하아, 돌아버리겠네.”
손으로 이마를 짚어 빗물을 닦아내며 야누스가 한숨을 쉬었다. 머리가 뜨거웠다. 마력을 사용한 후에는 언제나 찾아오는 피로와 머리의 지끈거림. 피로도 피로지만 머리가 아픈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다지 큰 변화는 아직 없지만 마족으로 바뀌어가는 육체이니만큼 하루 정도 푹 쉬면 피로는 없어지지만 통증은 짧으면 3시간, 길게는 이틀 이상을 가기도 하는 상당히 귀찮은 문제였다.
[괜찮아?]
“아니.”
지금 마차로 돌아가면 비를 피할 수 있고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야누스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용병대와 상인들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오크들을 쫒아온, 용병대와 상인들이 간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몇 시간이나 걸었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야가 흐렸다. 비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시야가 흐린 것은 머리를 뒤흔드는 어지러움과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피로 때문이었다.
‘제길, 시야가 너무 흐려. 차라리 안 보이는 게 편하겠군. 지금 제대로 걷고 있는 건가?’
[야누스,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야누스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빗소리가 그다지 큰 것도 아니고 레블의 목소리가 작은 것도 아니었지만 어지러움 때문에 의식이 흐릿해서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탓이었다.
-야누스,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뭔데.”
메시지 마법으로 말을 전달하자 야누스가 힘없는 목소리로 반응했다. 말을 제대로 듣고 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대답. 한걸음 걷는 것도 흔들리는 흐릿한 시야로 막연하게나마 느낄 뿐.
-빗소리 때문에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 비가 오면 냄새도 확인할 수 없게 되니까.
“알았어.”
별로 관심 있는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너무 어지러워서 대답은 건성이었다. 야누스는 당장 쓰러져버리고 싶었지만 비도 오는데 흙투성이인 길바닥에서 기절하고 싶지는 않아서 애써 참으며 걸었다.
-뭔가가 이쪽으로 뛰어오는데?
“뭐지?”
-인간 하나.
레블의 말대로 사람 한 명이 야누스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시야가 흐릿해서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자 야누스도 사람의 형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악… 도와… 주세요… 하악….”
-도와달래.
“무슨 소리야?”
-같은 방향에서 뭔가가 더 뛰어온다. 도망치는 중인 것 같아.
“저기… 하악….”
뭔가가 더 뛰어오고 있었다. 크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야누스는 답답했다. 기절할 것 같은데 귀찮은 일이 생겨서 짜증도 났다.
“지금 다가오는 게 뭐지?”
-뭐?
“네?”
“저게 뭐냐고!”
-젠장! 어지럽기만 한 게 아니었어!?
“안 보이는 거예요?”
“저게 뭐냐니까!”
-트롤 여섯 마리!
“트롤이요!”
야누스는 들고 있던 크로스 스피어를 대충 방향을 잡아 던지고 검을 잡았다. 던져진 크로스 스피어는 회전하며 날아가 트롤의 팔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 야누스가 몇 시간 전에 오크들을 처리하고 숨겼던 마력을 다시 끌어내자 검에서 진한 검붉은 색의 검기가 두껍게 흘러나왔다.
“익스퍼트?”
야누스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무시하며 트롤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짙은 검기는 검의 궤적을 따라 길게 흘러나가 검이 닿지 않은 거리의 허공에 그림을 그리며 트롤의 육중한 몸을 절단했다. 오크들을 베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검기가 흘러나간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일부러 야누스가 검기를 길게 흘린 것이었다. 마력 소모가 많지만 시야가 흐려 제대로 노릴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왼쪽! 그대로 앞으로!
야누스는 메시지 마법으로 전해지는 레블의 말에 따라 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허공에서 그림을 그릴 때마다 트롤은 어김없이 잘려나갔다. 그러나 트롤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어느 트롤이 내지른 주먹이 야누스의 등을 세게 때렸고 그 바람에 로브가 트롤의 손에 붙어 찢겨나갔다.
-뒤!
야누스는 뒤로 몸을 돌리며 아래에 있던 검을 힘껏 위로 그었다. 검은 허공을 베었지만 길게 흘러나간 검기는 검의 궤적을 그대로 따랐고 물에 젖은 땅에 긴 선을 그으며 마지막 남은 트롤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었다.
-끝났어.
‘제기랄, 눈이 안 보이는 바람에 마력을 너무 많이 썼어.’
야누스는 끝났다는 말을 듣고 마력을 다시 숨겼고 밀려오는 지독한 통증에 검을 한 손에 꽉 쥔 채로 쓰러졌다.
-얌마! 여기서 기절하면 어떡해!
“기절했잖아, 어떻게 하지….”
쓰러진 야누스에게 그 사람이 다가왔다. 레블은 그 사람을 자세히 보았다. 인간이고 여자였다. 눈동자는 갈색이고 비에 젖어 금발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미인이라기보다는 조금 예쁘게 생긴 정도. 레블은 쓰러진 야누스의 얼굴로 시선을 던졌다. 감겨져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이 검고 오른쪽이 붉은 오드아이에 젖은 흙바닥에 흩어졌지만 부드러운 흑발. 비구름 때문에 어두웠지만 지금은 낮일 테니 남자의 몸일 텐데 야누스가 훨씬 미인이었다. 물론 남자일 때나 여자일 때나 얼굴은 같았지만.
레블은 다시 야누스의 목에 시선을 고정했다. 목에는 얇고 하늘거리는 진한 파란색 천이 목도리처럼 감겨있었다. 감겨있었지만 제대로 펼쳐진 것을 본 적은 별로 없었다. 폭이 넓고 길이도 야누스의 키보다 두 배는 길었다. 평소에는 야누스가 목에 감고 다녀서 로브에 가려져있는데 나뭇잎처럼 가볍다고 했다. 레블이 보기에도 얇고 하늘거리는 것이 아주 가벼울 것 같았다. 평소에도 반짝거렸고 달빛을 받으면 희미하게 파란빛을 냈다.
가끔씩 야누스는 저 천으로 춤을 추었다. 달빛 아래에서 한손에 저 천을 잡고 흔들며 춤을 추었는데 공중에 파란빛이 흐르는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문득 계약이 끝나면 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아쉬워졌다.
‘블루문.’
*요즘따라 이중연재를 하고픈 생각이 팍팍 솟구칩니다. 능력도 안 되면서 무슨...
**댓글은 필수! 추천은 선택!
“크아악!”
한 오크의 비명소리를 신호로 야누스의 주위에 있던 오크들이 야누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야누스가 살기를 실은 마력을 주위로 뿜어내자 오크들은 갑작스럽게 힘을 잃으며 쓰러졌고 일부는 입과 코와 귀에서 피를 뿜으며 죽어버렸다.
“크륵, 이상한 인간이다! 도망가자!”
어디선가 흘러나온 말에 오크들은 더욱 광분하며 야누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오크들은 검이 다가오는 것조차 보지 못한 채 신체가 조각나버렸다. 아무도 가까이 접근조차 못했는데 수십의 동료들이 시체로 변하자 대부분의 오크들이 상황판단을 마친 것인지 다들 주춤거리며 야누스로부터 멀어졌다. 야누스는 검을 잡지 않는 왼손에 시커먼 마력덩어리를 만들어 오크들에게 던졌다. 빠르게 날아간 마력덩어리는 한 오크에게 부딪치는 순간 조용히 터졌다. 빛도 소리도 불꽃도 없는 폭발이 방출한 마력은 가까이 있던 몇 마리의 오크들의 몸을 터뜨리고 주변에 있던 수십의 오크들의 몸을 찢거나 꿰뚫었다.
“크아악!”
“크륵! 도망쳐라!”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자 오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전부 한 방향으로 떼를 지어 달아났다. 야누스는 다쳐서 도망치지 못하고 시체들 사이에 쓰러져있는 오크들부터 죽인 후에 달아난 오크들을 쫒아갔다. 마력이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의 야누스는 상당히 빨랐고 오크들은 야누스에 비해 느렸기에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야누스는 도망치는 오크들에게 여러 개의 마력덩어리들을 던졌고 소리 없는 마력의 폭발에 순식간에 도망치는 오크들의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야누스는 얼마 남지 않은 오크들에게 따라붙어 검으로 베어버렸다.
“컥!”
“이걸로 끝인가.”
야누스가 마지막 남은 오크의 심장에 찔러 넣은 검을 뽑았다. 검을 뽑자 오크의 가슴에 난 구멍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와 야누스의 검은 로브를 적셨다. 그러나 피는 빗물에 금방 씻겨나갔다. 빗물에 젖은 로브와 검은 깨끗했다. 다만 로브와 안에 입은 옷이 물에 축 늘어져서 조금 무거웠다. 평소라면 이런 무게는 상관없으련만 마력의 사용으로 인해 지친 지금은 떨쳐버리고 싶었다.
[다 죽일 필요가 있었나? 귀찮은 일인데.]
“이번처럼 또 쫒아오지 않는다는 법이 없으니까.”
야누스는 짧게 대답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길이 엉망이었다. 바닥은 비로 인해 피가 흥건하게 번져있었고 베이고 터지고 찢어진 오크들의 시체와 파편이 쭉 이어져있었다. 거기다 폭발의 흔적으로 땅이 넓게 파인 곳도 눈에 띄었다. 짐이 실려 있는 지붕이 있는 마차가 멀리 보였다. 의외로 오크들이 멀리 도망가지 못한 것이다. 야누스는 주위에 살아있는 오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온 몸에 퍼져있던 마력을 다시 깊숙이 숨겼다.
“하아, 돌아버리겠네.”
손으로 이마를 짚어 빗물을 닦아내며 야누스가 한숨을 쉬었다. 머리가 뜨거웠다. 마력을 사용한 후에는 언제나 찾아오는 피로와 머리의 지끈거림. 피로도 피로지만 머리가 아픈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다지 큰 변화는 아직 없지만 마족으로 바뀌어가는 육체이니만큼 하루 정도 푹 쉬면 피로는 없어지지만 통증은 짧으면 3시간, 길게는 이틀 이상을 가기도 하는 상당히 귀찮은 문제였다.
[괜찮아?]
“아니.”
지금 마차로 돌아가면 비를 피할 수 있고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야누스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용병대와 상인들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오크들을 쫒아온, 용병대와 상인들이 간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몇 시간이나 걸었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야가 흐렸다. 비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시야가 흐린 것은 머리를 뒤흔드는 어지러움과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피로 때문이었다.
‘제길, 시야가 너무 흐려. 차라리 안 보이는 게 편하겠군. 지금 제대로 걷고 있는 건가?’
[야누스,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야누스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빗소리가 그다지 큰 것도 아니고 레블의 목소리가 작은 것도 아니었지만 어지러움 때문에 의식이 흐릿해서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탓이었다.
-야누스,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뭔데.”
메시지 마법으로 말을 전달하자 야누스가 힘없는 목소리로 반응했다. 말을 제대로 듣고 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대답. 한걸음 걷는 것도 흔들리는 흐릿한 시야로 막연하게나마 느낄 뿐.
-빗소리 때문에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 비가 오면 냄새도 확인할 수 없게 되니까.
“알았어.”
별로 관심 있는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너무 어지러워서 대답은 건성이었다. 야누스는 당장 쓰러져버리고 싶었지만 비도 오는데 흙투성이인 길바닥에서 기절하고 싶지는 않아서 애써 참으며 걸었다.
-뭔가가 이쪽으로 뛰어오는데?
“뭐지?”
-인간 하나.
레블의 말대로 사람 한 명이 야누스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시야가 흐릿해서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자 야누스도 사람의 형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악… 도와… 주세요… 하악….”
-도와달래.
“무슨 소리야?”
-같은 방향에서 뭔가가 더 뛰어온다. 도망치는 중인 것 같아.
“저기… 하악….”
뭔가가 더 뛰어오고 있었다. 크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야누스는 답답했다. 기절할 것 같은데 귀찮은 일이 생겨서 짜증도 났다.
“지금 다가오는 게 뭐지?”
-뭐?
“네?”
“저게 뭐냐고!”
-젠장! 어지럽기만 한 게 아니었어!?
“안 보이는 거예요?”
“저게 뭐냐니까!”
-트롤 여섯 마리!
“트롤이요!”
야누스는 들고 있던 크로스 스피어를 대충 방향을 잡아 던지고 검을 잡았다. 던져진 크로스 스피어는 회전하며 날아가 트롤의 팔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 야누스가 몇 시간 전에 오크들을 처리하고 숨겼던 마력을 다시 끌어내자 검에서 진한 검붉은 색의 검기가 두껍게 흘러나왔다.
“익스퍼트?”
야누스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무시하며 트롤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짙은 검기는 검의 궤적을 따라 길게 흘러나가 검이 닿지 않은 거리의 허공에 그림을 그리며 트롤의 육중한 몸을 절단했다. 오크들을 베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검기가 흘러나간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일부러 야누스가 검기를 길게 흘린 것이었다. 마력 소모가 많지만 시야가 흐려 제대로 노릴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왼쪽! 그대로 앞으로!
야누스는 메시지 마법으로 전해지는 레블의 말에 따라 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허공에서 그림을 그릴 때마다 트롤은 어김없이 잘려나갔다. 그러나 트롤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어느 트롤이 내지른 주먹이 야누스의 등을 세게 때렸고 그 바람에 로브가 트롤의 손에 붙어 찢겨나갔다.
-뒤!
야누스는 뒤로 몸을 돌리며 아래에 있던 검을 힘껏 위로 그었다. 검은 허공을 베었지만 길게 흘러나간 검기는 검의 궤적을 그대로 따랐고 물에 젖은 땅에 긴 선을 그으며 마지막 남은 트롤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었다.
-끝났어.
‘제기랄, 눈이 안 보이는 바람에 마력을 너무 많이 썼어.’
야누스는 끝났다는 말을 듣고 마력을 다시 숨겼고 밀려오는 지독한 통증에 검을 한 손에 꽉 쥔 채로 쓰러졌다.
-얌마! 여기서 기절하면 어떡해!
“기절했잖아, 어떻게 하지….”
쓰러진 야누스에게 그 사람이 다가왔다. 레블은 그 사람을 자세히 보았다. 인간이고 여자였다. 눈동자는 갈색이고 비에 젖어 금발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미인이라기보다는 조금 예쁘게 생긴 정도. 레블은 쓰러진 야누스의 얼굴로 시선을 던졌다. 감겨져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왼쪽이 검고 오른쪽이 붉은 오드아이에 젖은 흙바닥에 흩어졌지만 부드러운 흑발. 비구름 때문에 어두웠지만 지금은 낮일 테니 남자의 몸일 텐데 야누스가 훨씬 미인이었다. 물론 남자일 때나 여자일 때나 얼굴은 같았지만.
레블은 다시 야누스의 목에 시선을 고정했다. 목에는 얇고 하늘거리는 진한 파란색 천이 목도리처럼 감겨있었다. 감겨있었지만 제대로 펼쳐진 것을 본 적은 별로 없었다. 폭이 넓고 길이도 야누스의 키보다 두 배는 길었다. 평소에는 야누스가 목에 감고 다녀서 로브에 가려져있는데 나뭇잎처럼 가볍다고 했다. 레블이 보기에도 얇고 하늘거리는 것이 아주 가벼울 것 같았다. 평소에도 반짝거렸고 달빛을 받으면 희미하게 파란빛을 냈다.
가끔씩 야누스는 저 천으로 춤을 추었다. 달빛 아래에서 한손에 저 천을 잡고 흔들며 춤을 추었는데 공중에 파란빛이 흐르는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문득 계약이 끝나면 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아쉬워졌다.
‘블루문.’
*요즘따라 이중연재를 하고픈 생각이 팍팍 솟구칩니다. 능력도 안 되면서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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