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플로아 축제②-
- 진청룡전설
- 808
- 2
드레스를 입고 히아드 자작을 만나러 가기 위해 걷는 복도는 의외로 수수했다. 드레스가 불편했지만 시각적으로 짜증나는 일은 없었기에 야누스는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귀족이란 작자들이 옷이나 집에 붙여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장식을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귀족치고는 간소한 편인가? 정신상태가 썩어빠진 귀족은 아닌가보네.’
“영주님,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들여보내라.”
야누스는 하녀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갔다. 넓은 방, 가운데에는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게 준비된 큰 탁자와 의자들이 있었다. 복도나 야누스가 자고 있던 방과 달리 일부 장식에 벽지도 화려한 무늬가 있었다. 영주로 보이는 남자와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그 자식들로 보이는 딸 한 명과 아들 2명이 앉아있었다.
“아로나를 구해주어서 정말로 고맙네. 내가 이곳의 영주인 히아드 자작이네.”
야누스가 의자에 앉기 무섭게 영주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꺼냈다. 연이어 나머지 네 명의 인사가 이어졌다.
“네….”
야누스의 대답은 짧았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찮다면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겠나?”
‘귀족 특유의 반말은 다르지 않군. 본명을 가르쳐주기는 싫은데 대충 지어내서 말해야겠다.’
“사란이라고 합니다.”
사란. 야누스가 알고 있는 하얀 꽃의 이름이었다.
“사란! 좋은 이름이야. 그런데 눈이 참 특이하군. 아로나의 말로는 눈이 안 보이는 것 같다던데?”
“그때는 몸이 좋지 않아서 시야가 흐렸던 것뿐입니다. 지금은 잘 보입니다.”
“다행이군. 혹시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하게. 내 힘이 닿는 한 도와주지.”
“여행용 옷과 신발, 로브를 구해주실 수 있나요? 후드가 달린 로브로요.”
“여행 중이었군. 필요한 건 그것뿐인가?”
“네.”
“금방 구해주도록 하지. 나중에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알려주게.
“고맙습니다. 저는 그만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야누스는 고개를 약간 숙여서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왔다. 복도에는 하인이나 하녀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자신을 흘끗흘끗 쳐다보는 것은 약간 싫었기에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되돌아갔다.
-빨리 왔군.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간단한 인사만 하고 옷이랑 신발, 로브를 구해달라는 부탁만 하고 왔어.
-꼬리치는 놈은 없었나?
-없었어. 자작 아들이라는 두 명은 어린애였거든. 12세 정도?
-자작 본인은?
-옆에서 부인이 지켜보고 있는데 다른 여자한테 꼬리칠 용기가 있겠어?
-큭.
-그런데 나한테 왜 그렇게 신경 써?
-신경 쓰이니까. 그런데 축제는 언제지? 여기 온 목적은 그거잖아.
-아직 아닌가봐. 나가서 여관 잡을 때 물어봐야겠어. 그런데 말이야, 그 아로나라는 자작 딸이 내가 마력으로 쓰는 검기를 봤겠지?
-걱정할 필요 없어. 그것도 최면을 걸어뒀지. 눈을 꼭 감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 봤던 걸로 기억할거야.
-고마워. 고생했네.
-별거 아니야. 귀찮은 일을 미리 방지한 것뿐.
야누스는 조용히 방에서 기다렸다. 잠옷과 드레스는 누가 치웠는지 없었다. 목에 감아놓은 블루문을 만지작거렸다. 부드러운 감촉이 기분이 좋았다. 창문 밖을 쳐다보았으나 저택의 마당과 담이 보일 뿐 영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귀족이나 왕족과 깊이 관계되면 귀찮은 일이 생긴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껄이던 기억이 떠올랐다. 야누스에게도 그것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일이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여자로 알고 있기 때문인지 보내오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상관은 없었지만.
“들어오세요.”
들어온 것은 릴트 한 명이었다. 가지고 온 것은 부탁했던 것들이었다. 후드가 달린 검은색 로브, 검은 색의 여행용 윗옷과 바지, 그리고 맞춤인 것 같은 검은색 신발. 모조리 검은색이었다. 야누스는 릴트에게 잠시 문밖에서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에 옷을 갈아입었다. 옷과 신발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로브도 몸에 잘 맞았다. 수수한 옷이었지만 옷감은 아무리 봐도 싸구려는 아닌 것 같았다. 귀족이 싸구려를 취급하지는 않을 테니 당연한 것일지도.
야누스는 검과 크로스 스피어를 챙기고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릴트에게 드레스와 흰색 신발을 건네주고 영주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말을 한 후에 집을 나왔다. 영주가 미리 말해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인지 정문을 나설 때까지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밖에서 보니 꽤 큰 저택이었다. 어차피 다시 올 일은 없겠지만.
‘금방 나와서 다행이다. 오래 붙잡혀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야누스는 눈이 가려지도록 후드를 좀 더 깊게 눌러쓰고 눈에 띄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별로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야누스는 카운터에 있는 여관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일단 방은 구해야하니까.
“1인실 있나요?”
“며칠 동안 지내실건가요?”
“축제가 언제까지죠?”
“딱 맞춰오셨네요. 내일부터 시작해서 3일 동안 계속되죠. 그럼 4일간 지내실건가요?”
“네.”
“16렐입니다.”
‘1인실이 하루에 4렐? 평범한 여관치고는 약간 비싸네.’
“축제기간이라서 어느 여관을 가나 좀 비쌀 겁니다.”
“그런가? 여기요.”
야누스는 20렐을 내고 4렐와 7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열쇠를 받았다. 방은 안내 없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2층에 올라가보니 방마다 번호가 있었으니까. 조용했다. 야누스는 크로스 스피어는 방에 두고 여관을 빠져나왔다. 자세히 보지 않았던 거리는 요란했다. 축제 전인데도 길거리 상인들이 많았다. 플로아 축제는 꽃 축제니 굳이 기간을 따질 필요는 없다. 여기저기 심어놓은 꽃나무들이 녹색 잎으로 바뀌게 되면 끝나는 것이다. 다만 ‘플로아 축제'라는 이름이 있는 3일 동안 대회나 공연이 많아서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꽃은 이미 다 피었네.”
[중간계의 꽃도 볼만한데?]
“쉿.”
[괜찮아. 듣는 녀석 없어.]
“일단 한 바퀴 둘러볼까?”
야누스는 보이는 길을 따라 걸었다. 길가마다 꽃나무가 심어져있었다. 대부분의 영지는 이렇게 많은 나무가 심어져있지 않았기에 이런 구경은 쉽게 할 수 없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꽃나무에 핀 꽃은 절반 정도가 사란이었다. 야누스가 이름으로 둘러댄 새하얀 꽃.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었다.
“저 사란나무 엄청 크네. 저 정도로 큰 꽃나무는 보기 힘든데. 저 정도면 아마 15m?”
[저 정도 크기는 마계에서는 흔한데.]
-여긴 마계가 아니야.
-사람이 많군. 저 나무가 유명한가?
-아무래도 흔치않게 커다란 꽃나무니까. 거기다 꽃이 하얀색이 아니라 연한 붉은색이잖아.
야누스는 커다란 사란나무 가까이로 갔다. 밑에는 길거리 상인이나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떨어지는 꽃잎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커다란 사란나무를 중심으로 사람들까지 함께 그리고 있는 화가가 있었다.
“저 나무 그리는 거죠?”
“네. 저런 그림소재는 찾기 힘들잖아요? 꽃이 지기 전에 미리 그려야죠. 옆에는 나무보다 작은 집들이 있고 아래에는 사람들, 떨어지는 꽃잎. 아름답지 않나요?”
“글쎄요.”
“나뭇가지에 누구하나 앉아있다면 더없이 멋진 풍경일 텐데. 너무 높아서 아무도 올라가지 않아요. 다른 나무들은 꼬마들이 잘도 올라가 노는데.”
“그럼 제가 올라갈까요?”
“쿡쿡, 그래주신다면야 고맙겠지만 무리일걸요. 거기다 후드로 얼굴을 가린 사람은 좋은 그림소재가 아니에요.”
“눈감은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죠?”
야누스는 그 말을 마치고 번개처럼 커다란 사란나무를 밟으며 올라갔다. 그리고 옆에 붙어있는 집들보다 조금 높은 가지에 화가가 잘 보이도록 정면으로 내려다보며 살포시 앉아 후드를 벗었다. 다만 오드아이를 보여줄 생각은 없었기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앉은 채로 나무에 살짝 기댔다.
“오오!”
“멋지다! 꼭 엘프 같아!”
‘누구보도 엘프래?’
-날씨도 따뜻하고, 그 자세로 잠들면 끝내주겠군.
-그럴 생각이야. 이런 날에는 잠이 참 잘 오거든.
-아래에서 우러러보고 있는 인간들을 위해 노래라도 불러주지 그래?
-싫어. 그런데 그림은 잘 그리고 있는 것 같아?
-그럭저럭. 그런데 이딴 짓은 왜 했냐?
-그림 그리는 걸 보는 게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나쁘지 않잖아? 이 세상에 어딘가에 내 모습이 남게 된다는 건.
-착각하지 마. 저 녀석이 그리는 건 초상화가 아니야. 작게 그려질 테니 알아보기 어려울 텐데.
-뭐 어때? 그건 그렇고 아래가 너무 시끄럽네. 표정 구겨지면 안 되는데.
-그냥 잠이나 자.
-밤 되면 깨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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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보니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야누스! 낮에는 남자, 밤에는 여자가 됩니다. 양성도 아니고 중성도 아니죠. 변성인가?
후드를 항상 쓰는 이유는 눈동자가 왼쪽이 검은색, 오른쪽이 붉은색인 오드아이를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너무 눈에 띄거든요. 야누스는 레블과의 계약으로 인간이면서 마력을 가졌습니다.(마나랑 마력은 다름.)
레블과의 연결로 마력이 조금씩 커질수록 육체가 점점 마족으로 변화되는 중이죠. 인간과 비교하면 상당히 강하지만 현재로는 완전히 마족이 되려면 멀었습니다.
마력이 강한데다 좀 특이하기도 해서 평소에는 마력은 아무도 느끼지 못하게 감춰두고 마나를 씁니다. 하지만 마나는 고작 3클래스. 푸른색 검기는 마나, 검붉은 검기는 마력입니다.
그리고 레블! 레블은 검붉은색의 검에 봉인된 마족의 이름입니다. 검의 이름이 아니죠. 원래 소유자는 레블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봉인됨.(프롤로그 참조)
크로스 스피어! 요건 야누스가 어쩌다가 주웠습니다.(주웠다기보다는...) 재질은 미스릴.
크로스 스피어가 본래 이름이 아니라 야누스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죠.(생김새는 목적지는 히아드④ 참조)
‘귀족치고는 간소한 편인가? 정신상태가 썩어빠진 귀족은 아닌가보네.’
“영주님,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들여보내라.”
야누스는 하녀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갔다. 넓은 방, 가운데에는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게 준비된 큰 탁자와 의자들이 있었다. 복도나 야누스가 자고 있던 방과 달리 일부 장식에 벽지도 화려한 무늬가 있었다. 영주로 보이는 남자와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그 자식들로 보이는 딸 한 명과 아들 2명이 앉아있었다.
“아로나를 구해주어서 정말로 고맙네. 내가 이곳의 영주인 히아드 자작이네.”
야누스가 의자에 앉기 무섭게 영주로 보이는 남자가 말을 꺼냈다. 연이어 나머지 네 명의 인사가 이어졌다.
“네….”
야누스의 대답은 짧았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괜찮다면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겠나?”
‘귀족 특유의 반말은 다르지 않군. 본명을 가르쳐주기는 싫은데 대충 지어내서 말해야겠다.’
“사란이라고 합니다.”
사란. 야누스가 알고 있는 하얀 꽃의 이름이었다.
“사란! 좋은 이름이야. 그런데 눈이 참 특이하군. 아로나의 말로는 눈이 안 보이는 것 같다던데?”
“그때는 몸이 좋지 않아서 시야가 흐렸던 것뿐입니다. 지금은 잘 보입니다.”
“다행이군. 혹시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하게. 내 힘이 닿는 한 도와주지.”
“여행용 옷과 신발, 로브를 구해주실 수 있나요? 후드가 달린 로브로요.”
“여행 중이었군. 필요한 건 그것뿐인가?”
“네.”
“금방 구해주도록 하지. 나중에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알려주게.
“고맙습니다. 저는 그만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야누스는 고개를 약간 숙여서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왔다. 복도에는 하인이나 하녀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자신을 흘끗흘끗 쳐다보는 것은 약간 싫었기에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되돌아갔다.
-빨리 왔군.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간단한 인사만 하고 옷이랑 신발, 로브를 구해달라는 부탁만 하고 왔어.
-꼬리치는 놈은 없었나?
-없었어. 자작 아들이라는 두 명은 어린애였거든. 12세 정도?
-자작 본인은?
-옆에서 부인이 지켜보고 있는데 다른 여자한테 꼬리칠 용기가 있겠어?
-큭.
-그런데 나한테 왜 그렇게 신경 써?
-신경 쓰이니까. 그런데 축제는 언제지? 여기 온 목적은 그거잖아.
-아직 아닌가봐. 나가서 여관 잡을 때 물어봐야겠어. 그런데 말이야, 그 아로나라는 자작 딸이 내가 마력으로 쓰는 검기를 봤겠지?
-걱정할 필요 없어. 그것도 최면을 걸어뒀지. 눈을 꼭 감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 봤던 걸로 기억할거야.
-고마워. 고생했네.
-별거 아니야. 귀찮은 일을 미리 방지한 것뿐.
야누스는 조용히 방에서 기다렸다. 잠옷과 드레스는 누가 치웠는지 없었다. 목에 감아놓은 블루문을 만지작거렸다. 부드러운 감촉이 기분이 좋았다. 창문 밖을 쳐다보았으나 저택의 마당과 담이 보일 뿐 영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귀족이나 왕족과 깊이 관계되면 귀찮은 일이 생긴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껄이던 기억이 떠올랐다. 야누스에게도 그것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일이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여자로 알고 있기 때문인지 보내오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상관은 없었지만.
“들어오세요.”
들어온 것은 릴트 한 명이었다. 가지고 온 것은 부탁했던 것들이었다. 후드가 달린 검은색 로브, 검은 색의 여행용 윗옷과 바지, 그리고 맞춤인 것 같은 검은색 신발. 모조리 검은색이었다. 야누스는 릴트에게 잠시 문밖에서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에 옷을 갈아입었다. 옷과 신발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로브도 몸에 잘 맞았다. 수수한 옷이었지만 옷감은 아무리 봐도 싸구려는 아닌 것 같았다. 귀족이 싸구려를 취급하지는 않을 테니 당연한 것일지도.
야누스는 검과 크로스 스피어를 챙기고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릴트에게 드레스와 흰색 신발을 건네주고 영주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말을 한 후에 집을 나왔다. 영주가 미리 말해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인지 정문을 나설 때까지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밖에서 보니 꽤 큰 저택이었다. 어차피 다시 올 일은 없겠지만.
‘금방 나와서 다행이다. 오래 붙잡혀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야누스는 눈이 가려지도록 후드를 좀 더 깊게 눌러쓰고 눈에 띄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별로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야누스는 카운터에 있는 여관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일단 방은 구해야하니까.
“1인실 있나요?”
“며칠 동안 지내실건가요?”
“축제가 언제까지죠?”
“딱 맞춰오셨네요. 내일부터 시작해서 3일 동안 계속되죠. 그럼 4일간 지내실건가요?”
“네.”
“16렐입니다.”
‘1인실이 하루에 4렐? 평범한 여관치고는 약간 비싸네.’
“축제기간이라서 어느 여관을 가나 좀 비쌀 겁니다.”
“그런가? 여기요.”
야누스는 20렐을 내고 4렐와 7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열쇠를 받았다. 방은 안내 없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2층에 올라가보니 방마다 번호가 있었으니까. 조용했다. 야누스는 크로스 스피어는 방에 두고 여관을 빠져나왔다. 자세히 보지 않았던 거리는 요란했다. 축제 전인데도 길거리 상인들이 많았다. 플로아 축제는 꽃 축제니 굳이 기간을 따질 필요는 없다. 여기저기 심어놓은 꽃나무들이 녹색 잎으로 바뀌게 되면 끝나는 것이다. 다만 ‘플로아 축제'라는 이름이 있는 3일 동안 대회나 공연이 많아서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꽃은 이미 다 피었네.”
[중간계의 꽃도 볼만한데?]
“쉿.”
[괜찮아. 듣는 녀석 없어.]
“일단 한 바퀴 둘러볼까?”
야누스는 보이는 길을 따라 걸었다. 길가마다 꽃나무가 심어져있었다. 대부분의 영지는 이렇게 많은 나무가 심어져있지 않았기에 이런 구경은 쉽게 할 수 없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꽃나무에 핀 꽃은 절반 정도가 사란이었다. 야누스가 이름으로 둘러댄 새하얀 꽃.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었다.
“저 사란나무 엄청 크네. 저 정도로 큰 꽃나무는 보기 힘든데. 저 정도면 아마 15m?”
[저 정도 크기는 마계에서는 흔한데.]
-여긴 마계가 아니야.
-사람이 많군. 저 나무가 유명한가?
-아무래도 흔치않게 커다란 꽃나무니까. 거기다 꽃이 하얀색이 아니라 연한 붉은색이잖아.
야누스는 커다란 사란나무 가까이로 갔다. 밑에는 길거리 상인이나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떨어지는 꽃잎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커다란 사란나무를 중심으로 사람들까지 함께 그리고 있는 화가가 있었다.
“저 나무 그리는 거죠?”
“네. 저런 그림소재는 찾기 힘들잖아요? 꽃이 지기 전에 미리 그려야죠. 옆에는 나무보다 작은 집들이 있고 아래에는 사람들, 떨어지는 꽃잎. 아름답지 않나요?”
“글쎄요.”
“나뭇가지에 누구하나 앉아있다면 더없이 멋진 풍경일 텐데. 너무 높아서 아무도 올라가지 않아요. 다른 나무들은 꼬마들이 잘도 올라가 노는데.”
“그럼 제가 올라갈까요?”
“쿡쿡, 그래주신다면야 고맙겠지만 무리일걸요. 거기다 후드로 얼굴을 가린 사람은 좋은 그림소재가 아니에요.”
“눈감은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죠?”
야누스는 그 말을 마치고 번개처럼 커다란 사란나무를 밟으며 올라갔다. 그리고 옆에 붙어있는 집들보다 조금 높은 가지에 화가가 잘 보이도록 정면으로 내려다보며 살포시 앉아 후드를 벗었다. 다만 오드아이를 보여줄 생각은 없었기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앉은 채로 나무에 살짝 기댔다.
“오오!”
“멋지다! 꼭 엘프 같아!”
‘누구보도 엘프래?’
-날씨도 따뜻하고, 그 자세로 잠들면 끝내주겠군.
-그럴 생각이야. 이런 날에는 잠이 참 잘 오거든.
-아래에서 우러러보고 있는 인간들을 위해 노래라도 불러주지 그래?
-싫어. 그런데 그림은 잘 그리고 있는 것 같아?
-그럭저럭. 그런데 이딴 짓은 왜 했냐?
-그림 그리는 걸 보는 게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나쁘지 않잖아? 이 세상에 어딘가에 내 모습이 남게 된다는 건.
-착각하지 마. 저 녀석이 그리는 건 초상화가 아니야. 작게 그려질 테니 알아보기 어려울 텐데.
-뭐 어때? 그건 그렇고 아래가 너무 시끄럽네. 표정 구겨지면 안 되는데.
-그냥 잠이나 자.
-밤 되면 깨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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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보니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야누스! 낮에는 남자, 밤에는 여자가 됩니다. 양성도 아니고 중성도 아니죠. 변성인가?
후드를 항상 쓰는 이유는 눈동자가 왼쪽이 검은색, 오른쪽이 붉은색인 오드아이를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너무 눈에 띄거든요. 야누스는 레블과의 계약으로 인간이면서 마력을 가졌습니다.(마나랑 마력은 다름.)
레블과의 연결로 마력이 조금씩 커질수록 육체가 점점 마족으로 변화되는 중이죠. 인간과 비교하면 상당히 강하지만 현재로는 완전히 마족이 되려면 멀었습니다.
마력이 강한데다 좀 특이하기도 해서 평소에는 마력은 아무도 느끼지 못하게 감춰두고 마나를 씁니다. 하지만 마나는 고작 3클래스. 푸른색 검기는 마나, 검붉은 검기는 마력입니다.
그리고 레블! 레블은 검붉은색의 검에 봉인된 마족의 이름입니다. 검의 이름이 아니죠. 원래 소유자는 레블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봉인됨.(프롤로그 참조)
크로스 스피어! 요건 야누스가 어쩌다가 주웠습니다.(주웠다기보다는...) 재질은 미스릴.
크로스 스피어가 본래 이름이 아니라 야누스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죠.(생김새는 목적지는 히아드④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