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서치 로고

소설게시판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야누스 -플로아 축제④-

“어라? 그러고 보니 오크들이랑 싸울 때 마차 근처에 두고 왔던 것 같은데?”

-오크학살에 정신이 팔린 어느 누군가를 위해 내가 마법으로 챙겼지.

“으음, 요즘엔 남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아.”

-언제는 아니었다는 것처럼 말하는군.

“아저씨! 그 꼬치구이 얼마에요?”

-지금 상황판단이 안 되는 거냐! 방금 전 정보길드에서 신물이 확인되었단 말이다! 신물을 노렸던 놈들이 공격해올 거라고!

-너 의외로 다혈질이다?

-염병할…. 아니, 흥분할 필요는 없군. 신물 따위가 나랑 무슨 상관이야.

-정답! 난 단지 주웠을 뿐이니까 지킬 의무는 없단 말씀! 물론 순순히 뺏길 생각도 없지만.

야누스는 한 손에 꼬치구이를 들고 먹으면서 조금 전까지 앉아서 자던 커다란 사란나무로 걸어갔다. 들고 있는 크로스 스피어가 특이해서 눈에 띄지 않을까하던 걱정은 쓸모없었다. 축제이기 때문인지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기에 아무런 문제없이 목적지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밤에 보니까 조금 으스스해 보이네.”

“크기가 크기니까. 하지만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부러 밤에 그리는 사람도 있지. 밤에 그림을 그리는 건 힘들겠지만.”

“갑자기 그림이 왜 나오는 건데?”

“플로아 축제 때 열리는 대회 중에 가장 유명한 게 그림 전시회거든.”

“전시회?”

“영주님 저택 근처에 전시관이 있거든? 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거기에 그림을 하나를 신청하면 돼. 그러면 축제를 하는 3일 동안 전시관이 열려. 구경하는 사람들은 전시관 입구에서 빨간 종이를 하나씩 받는데 그 종이를 가장 좋은 그림 아래에 있는 상자에 넣지. 축제 마지막 날 해가 질 때가 되면 가장 빨간 종이를 많이 얻은 그림 두 개가 우승하고 화가는 상금으로 300렐을 받아. 그 두 개의 그림은 전시관에 계속 남아있게 되고 나머지는 주인이 도로 가져가거나 버려.”

“그럼 전시관에는 지금까지 뽑힌 그림들이 전부 있겠네?”

“지금은 전시회에 신청한 그림들이 있을 걸? 우승한 그림들은 축제가 끝나야 볼 수 있어.”

“수백 개는 되겠군.”

“그렇겠지. 전시관은 히아드 영지의 명물이니까. 이번에는 어떤 그림들이 나오려나?”

‘상금이 300렐이라. 아까 그림을 그리던 화가도 그거 준비 중이었군. 여기 없는 걸 보니 다 그리고 신청했겠지? 으음, 설마 내가 그려진 그림이 우승할지도?’

“아마 우승은 내가 차지할거다. 이번엔 자신 있어.”

“흐응,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군? 그런데 당신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리카도. 가장 아름다운 그림 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거다.”

“기대하지.”

“영광입니다, 레이디.”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리카도를 뒤로하고 야누스는 사란나무의 반대쪽으로 걸었다. 4일 후에 가야할 북쪽 성문, 그곳에는 경비를 서는 병사들이 조금 많을 뿐 별다를 것은 없었다. 병사들은 별달리 긴장하는 기색도 없이 느긋하게 축제를 구경하고 있었다. 다만, 나가려면 역시 신분증이 필요하기에 또다시 성벽을 넘어가야할 것 같았다.

“뭔가 대책이 있어야겠군. 성벽 뛰어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겨워죽겠네”

-지금 당장 나갈 것도 아니니까 나중에 생각해.

“용병이나 할까…. 쳇, 그래봤자 히아드에는 용병길드가 없잖아. 마법사길드도 없고. 들어올 때는 어떻게 들어왔지?”

-영주 딸이 데리고 왔잖아.

“…방법이 없네. 나중에 비하인 영지에 용병길드가 있길 기대해야하나.”

신분증을 만들 방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야누스는 다시 발길을 돌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걸어가며 가끔 눈에 띄는 음식을 사먹는 것 외에 뭔가 파는 상인들도 구경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기에 산 것은 없었다. 간혹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뭔가를 슬쩍 숨기는 도둑이 눈에 띄었지만 그냥 넘어가버렸다. 사람들이 많아서 금방 사라져버려서 쫒아가기도 힘들고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도전하실 분! 화이트블랙 5병을 마시고도 쓰러지지 않는 분에게는 상금 150렐과 실버 티어를 드립니다! 단! 실패하면 술값은 2배! 도전자 없습니까? 앞의 여섯 명보다 술 잘 마시는 분 없습니까?”

화이트블랙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흰색 술이고 냄새도 좋지만 실제로는 아주 독해서 아무리 잘 마시는 사람도 2명을 마시기 어려운 독한 술이었다. 5병이나 마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비싼 술값을 물게 될 각오를 하고서도 도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화이트블랙의 독함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금 150렐과 실버 티어가 탐이 나기 때문이었다. 실버 티어는 귀족들도 마셔보기 어려운 매우 희귀하고 비싼 술이어서 아는 사람이라면 꼭 마셔보고 싶은 술이었다. 덕분에 실버 티어의 주인은 쓰러진 사람들로부터 내일 상당한 돈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화이트블랙 5병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야누스는 여행 중 누군가가 술병 하나를 못 비우고 쓰러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얼마나 독한 술이기에 그런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들은 술의 이름이 화이트블랙이었는데 뻗어버린 사람을 보고 혀에 대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실버 티어가 상품이라서 그나마 도전하는 멍청이가 있는 거겠지.

“나 같으면 실버 티어로 경매를 하겠다. 적어도 2천 렐은 받을 텐데.”

“도전자 없습니까? 화이트블랙 5병만 마시면 귀족들도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실버 티어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도전하실 분 없습니까?”

-할 생각?

-난 술 싫어.

야누스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곳을 벗어났다.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비좁은 것도 싫었고 시끄러운 소리도 싫었고 결정적으로 진하게 풍기는 술 냄새가 싫었다. 야누스에게 술이란 것은 맛도 없고 마시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데다 두통을 유발하면서 쓸데없이 비싼 액체일 뿐이었다.

“그다지 재미있는 건 없네.”

여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야누스는 기억을 더듬어보며 여관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방향으로 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었고 조금씩 조용해졌다. 길거리 상인들이 밝혀놓은 불빛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점점 어두워졌고 덕분에 야누스는 지금까지 소란스러워서 모르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야누스를 추적하고 있었다.
여관까지 추적을 달고 갈 생각은 없었기에 야누스는 여관으로 가는 방향과 되도록 멀어지게 걸었다. 정상적인 밤거리처럼 불빛도 소리도 사람들도 없는 거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정적을 깨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숨을 곳도 없고 폭도 넓은 다리. 내가 저 다리를 건너서 뛰면 추적이 어려워지겠군. 사람도 없으니 여기서 정리해버리는 편이 낫겠어.’

야누스는 다리 위로 올라가 중앙에 서서 검을 뽑았다. 뒤를 돌아보며 검을 치켜세우자 상황을 이해한 것인지 전신에 검은 천을 두르고 눈만 내놓은 자들이 슬슬 걸어 나왔다.

“누구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목적은?”

역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야누스는 그들의 눈이 잠시 크로스 스피어를 향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인간의 눈으로는 알 수 없었지만 야누스는 마족화가 진행되어가는 몸이어서 눈이 어둠에 익숙했다. 야누스의 눈은 검은색으로 휘감은 그들의 모습도 주변의 어둠과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었고 그들이 5명이라는 것과 보통 검보다 약간 짧은 검을 들고 있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벌써 정보길드에서 정보를 사고 날 찾아온 건 아닐 텐데, 마차를 습격했던 놈들의 일부인가? 수준을 보니 플래시 마법으로 눈을 멀게 해도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검기도 마법도 쓰지 마라. 익스퍼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정말로 강한 놈들만 골라서 보낼 테니.

-숨겨봤자 금방 들킬 텐데.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 신전에 도착할 때까지만 숨기면 된다. 어차피 암살자를 상대할만한 마법실력은 아니잖아.

-마나는 그렇지만 마력을 쓰면 간단하게 쓸어버릴 수 있는데?

-쓰기 싫어하지 않았나?

-암살자에게 목숨을 위협당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지. 주든 말든 죽일 분위기잖아?

-마력도 안 돼. 암살자는 사소한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전부 죽여 버리면 들킬 일도 없잖아!

-멍청한 놈! 암살자는 항상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다! 저기 다섯 놈이 전부일거라고 누가 보장하지? 숨어서 지켜보는 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잖아!

-그럼 마력을 겉으로 내비치지만 않으면 되지?

“덤벼!”

도발을 하자마자 암살자들은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야누스는 신중을 기하며 마나의 내부에 숨겨둔 마력을 끌어냈다. 신중하게 억누른 덕분에 야누스의 몸으로 퍼져나간 마력은 겉으로 빠져나가지 않았고 암살자들은 아무런 이상함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야누스가 움직이는 순간 직감으로 위험을 느낀 것인지 암살자 하나가 뒤로 빠져나갔다.
가장 앞에 있던 자는 야누스의 검이 다가오는 것을 자신의 검으로 방어했다. 그러나 처음 느끼는 엄청난 힘에 방어는 간단하게 옆으로 튕겨나갔다. 암살자들이 놀랄 틈도 없이 야누스는 검으로 암살자의 머리를 꿰뚫고 검을 빼면서 다른 암살자의 검을 든 팔을 자르며 검의 방향을 비틀어 목을 베었다. 그리고 바닥을 튕기며 뒤로 살짝 빠져나가며 자신을 노리는 검을 위로 세게 쳐냈다. 야누스가 쳐낸 두 개의 검은 암살자의 손에서 빠져나와 빙글빙글 돌면서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야누스는 혼자 덤벼드는 암살자의 검을 받아내고 주먹으로 가슴을 가격하면서 검에 힘을 실어 옆으로 밀어버리며 검을 휘둘렀다. 무기를 잃은 암살자들이 검을 뽑아드는 순간 검이 그 자리를 지나갔고 두 암살자는 손목이 잘려 피가 솟구치는 장면에 놀랄 틈도 없이 목이 잘려나갔다. 야누스가 뒤를 돌아보니 하나 남은 암살자는 어둠속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시험해볼까.”

야누스는 공중에 휘둘러 피를 털어낸 검을 왼쪽 허리끈에 넣고 혹시 빼앗기지 않게 왼손으로 꼭 쥐고 있던 크로스 스피어를 오른손으로 옮겨 송곳처럼 뾰족한 부분을 앞으로 향하게 했다. 창처럼 던져진 크로스 스피어는 정확하게 암살자의 등을 꿰뚫었다.

“제법 괜찮군. 이런 용도로 쓰는 건가?”

암살자는 땅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가가서 크로스 스피어를 뽑아낸 야누스는 묻은 피를 털어내며 쓰러인 암살자를 확인했다. 정확하게 맞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맞은 자리는 심장이었다. 이미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시체는 어떻게 하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암살자들이 찾아서 흔적을 지울 거다. 자신들 정체가 드러나는 건 반갑지 않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비명소리도 없는 걸로 봐서 제법 훈련이 된 놈들인데 다섯 명이나 보낼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건가?]

“몰라. 난 여관에 가서 잘래.”

[또 후유증인건가?]

“짧은 시간이라서 괜찮아. 그냥 졸려서 그래.”

[조심해라. 다음번 암살자는 더 위험할 테니.]

추천인 5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2

profile image
[레벨:0]일발 2009.03.22. 23:15
대체 그들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크로스스피어를...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포인트랭킹

1 대전 93,656P
2 세니 84,344P
3 아기곰 75,855P
4 미미미 71,148P
5 개편 67,128P
6 바담풍 61,777P
7 스윗티 53,104P
8 추억은별처럼 48,754P
9 전투법사@연 44,941P
10 고박사 44,3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