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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플로아 축제⑤-

여관 밖은 소란스러웠지만 안은 고요했다. 방에는 침대 하나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없었다. 암살자의 기척 같은 것도 없었다.

“자고 있다가 칼에 찔리지는 않겠지?”

[이번처럼 암살자와 정면으로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있지. 그래도 오늘은 아닐 거다. 네가 강하다는 걸 알았을 테니 쉽게 나타나지는 않아.]

“짜증나게 됐군.”

[팔이 떨리고 있다. 괜찮나?]

“젠장, 암살자를 너무 얕봤어. 암살자는 검보다 암기에 뛰어난 게 당연한 건데.”

싸울 때 검을 쥐었던 오른쪽 팔에는 손가락만큼 작은 3개의 검이 깊숙이 찔려있었다.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야누스는 약간 따끔거리기만 하지 칼에 찔린 아픔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암기를 빼내자 작지만 깊은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마력이 실린 몸을 이렇게 깊이 찌르다니, 굉장한 암기잖아?”

야누스의 몸이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암기에 묻은 독이 야누스의 몸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많이 잤는데도 졸음이 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 알아차리고 암기를 뽑았어야했다. 그러나 야누스도 레블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독은 피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제기랄.]

독이 약했던 건지 야누스가 강했던 건지 이틀 후 낮이 되자 야누스가 정신을 차렸다. 몸이 힘이 없었지만 다른 문제는 없었다. 야누스는 일어나자마자 크로스 스피어를 찾았다. 크로스 스피어는 도난당하지 않았고 상처는 아물지 않았지만 피는 흐르지 않았다.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상처라 제대로 나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팔은 움직일 수 있었다.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방에 들어온 사람은 없어.]

“식사하고 나가봐야겠어.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거든.”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죽었을 거다. 무리하지 마. 그 몸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내가 받을 몸이니 함부로 다뤄선 안 돼.]

“걱정 마. 죽지는 않을 테니까.”

야누스는 1층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별로 구경할만한 것이 없었던 야누스는 암살자들과 싸웠던 장소로 향했다. 축제 중이라도 사람이 없는 한산한 곳은 꼭 있기 마련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모두 축제가 열리는 장소로 가버린 탓인지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시체는 흔적도 없었다. 혹시라도 지우지 못한 작은 핏자국이라도 남아있을 법한데 아주 깨끗했다.

“깨끗하군. 정말 치밀한데.”

[끝났으면 팔이나 치료해라.]

“무슨 수로?”

[마력은 싸우는 데만 쓰는 게 아니다. 마력을 집중해서 상처에 서서히 흡수시켜라.]

레블의 말대로 야누스는 마력을 왼손에 모두 집중했다. 집중된 마력이 짙은 색을 띠면서 외부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을 상처에 대고 서서히 흘려보내자 찢어진 근육들이 연결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는 거였나?”

[네 마력으로는 큰 상처나 신체가 많이 떨어져나간 상처까지 치료할 수는 없어. 치료가 끝나기 전에 마력이 바닥날 테니.]

“그럼 네가 빌려주면 되잖아.”

[너라면 괜찮겠지만 다른 인간이라면 내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난 반드시 살리고 싶을 소중한 사람은 없는데.”

[그러니까 이 방법은 다른 인간에게는 쓰지 말란 거다.]

“내가 나설 필요 있겠어? 약으로 치료하거나 마법사나 신관에게 맡기면 되는데.”

[뒤의 왼쪽 두 번째 골목.]

“매직 애로우!”

허공에서 날카로운 마나가 형성되어 순식간에 야누스의 뒤로 날아가 레블이 말한 골목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뭔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야누스는 마법이 날아 들어간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화살에 맞은 것처럼 머리가 깨진 채 죽어있는 검은 천으로 몸을 둘러싸고 눈만 내놓은 암살자가 있었다.

“감시하고 있었나?”

[아마도. 어쩌면 더 있었는데 방금 도망간 건지도 모르지.]

“시체를 처리하러 다시 올 테니 뭔가 남겨줘야겠지?”

[큭큭.]

레블이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웃었다. 야누스는 익숙한지 기분 나빠하는 기색이 없었다. 크로스 스피어로 바닥을 긁어서 쫒아오면 죽인다는 글자를 쓰고 자리를 떠났다. 야누스가 자리를 떠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암살자 복장을 한 두 사람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시체를 자루에 구겨 넣고 피를 닦은 후 어떤 액체를 뿌려 핏자국을 깨끗이 지운 두 사람은 야누스가 남긴 글을 살폈다.

“쫒아오면 죽인다라. 보통내기가 아니군. 자칫하면 신전에 도착하기 전에 네트페르스를 손에 넣지 못할 수도 있다. 더 강한 자가 필요해. 신전기사들과 신관들을 상대하면 희생이 너무 커져. 반드시 그놈을 죽이고 네트페르스를 손에 넣어야한다.”

“그놈을 상대하는 게 희생이 더 클지도 모른다. 벌써 6명이 죽었어. 차라리 신전에 네트페르스가 돌아간 후에 훔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면승부보다는 희생이 적을 거다.”

“최고 실력자들도 실패한다면 그래야겠지.”

두 사람은 조용히 사라졌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야누스는 리카도라는 남자가 말했던 전시관을 찾아 히아드 자작 저택의 근처로 왔다. 병사들의 눈에 띄지 않게 저택 가까이로 가지 않고 둘러보면 야누스는 전시관이라고 써진 간판이 달린 건물을 발견했다. 1층 건물인데 상당히 넓은데다 창문이 많은데 입구에 서있는 사람이 빨간 종이가 담긴 상자를 옆에 두고 줄을 서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고 있었다.

“들어 가볼까?”

야누스는 빨간 종이를 받고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림을 전시하기 위해서인지 전시관 안은 벽이 많았지만 지나다닐 수 있도록 벽이 끊어진 부분이 많아서 방을 나누는 역할은 전혀 못했다. 그림들은 모두 축제에서 볼 수 있을법한 풍경을 그리고 있었고 특정한 사람을 중심으로 풍경을 그린 것도 있었고 야누스가 봤던 것 같은 풍경도 있었다. 모두 아래에 빨간 종이를 담을 수 있는 상자가 있었는데 그림들 중 하나가 야누스의 시선을 잡았다.

“그 사람의 그림인가?”

꽃나무를 그린 그림이나 연한 붉은색 꽃이 핀 거대한 사란나무를 그린 그림은 많았다. 그런데 그 그림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무에 기대어 자고 있는 야누스의 모습이 중앙에 그려져 있고 주변은 푸른 하늘, 나뭇가지, 연한 붉은색의 사란이 그려져 있었다.

“이상하군. 내가 봤던 그림이 아닌데?”

-그 녀석 두 장을 그렸거든. 그리고 중간에 다른 녀석도 한 장을 그리고 갔었지. 넌 자느라 못 봤지만.

“이름이… 리카도?”

-중간에 왔던 녀석이 그놈이었군.

“자신만만한 이유가 이거였나.”

야누스는 다른 그림을 둘러보기 위해 이동했다. 여러 그림을 둘러보았고 그 중에 자신이 그려진 그림을 한 장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야누스가 보았던 그림으로 나뭇가지에 앉은 야누스가 작게 그려져 있었다. 제법 시간을 들여 모든 그림을 둘러보았지만 특별하게 눈에 띄는 그림을 찾지 못하자 야누스는 리카도의 그림 아래에 있는 상자에 빨간 종이를 넣었다.

‘이것도 나름 인연인가.’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고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었다. 전시관 앞은 사람들도 에워싸였고 야누스도 그 안에서 답답함을 참으며 발표가 나기를 기다렸다. 전시관 안에서 그림을 든 두 사람과 상금이 든 것으로 보이는 주머니를 든 한 사람이 임시로 마련된 단상 위로 올라가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가장 빨간 종이를 많이 얻은 두 개의 작품이 지금 이들이 들고 있는 것입니다! 히아드에서 가장 거대한 사란나무 위에 앉은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어두운 밤거리의 꽃나무들! 이 두 그림을 그린 사람들의 이름은 리카도! 모크! 단상 위로 올라오십시오!”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리고 비좁은 사람들의 틈을 헤치고 두 사람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리카도 녀석, 진짜로 됐네?”

“어라? 저 사람 영주 아들 아닌가?”

“딜리아트 히아드 님이잖아?”

‘딜리아트 히아드? 내가 본 영주가족 중에 그런 사람은 없었는데?’

“보시다시피 전 딜리아트 히아드, 영주님의 장남입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를 해보고 싶었는데 본명으로 참가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리카도라는 가명으로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되니 기쁩니다! 이 기쁨은 제 그림의 소재가 되어주신 아름다운 레이디에게 바칩니다!”

‘젠장, 빨리 가야겠다.’

야누스는 자세를 낮추고 사람들 속에 숨어 자리를 벗어나 여관으로 돌아왔다. 자칫하면 눈에 띄어서 단상으로 올라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여관으로 돌아온 야누스는 크로스 스피어를 벽에 기대어놓고 침대에 누웠다. 물론 검은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수 있게 침대에 기대어두었다.

[소원대로 됐군. 확실하게 네 모습이 전시관에 남게 됐으니까.]

“기뻐해야하나…”

[어차피 내일이면 여길 뜰 거잖아. 빨리 자라. 또 성벽을 넘어가야하니 일찍 일어나야해.]

“그래야지.”

야누스는 복잡한 심정으로 눈을 감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마물들을 죽였던 경험으로 인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지만 살인은 처음이었다. 3년 전, 여리고 겁이 많던 아이의 모습이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잠들어가는 의식과 함께 서서히 잊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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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내복을 벗었더니 추워지고, 다시 입으려니 더워진다고 하고, 봄날씨는 참 짜증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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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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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일발 2009.03.28. 00:15
음... 이제 그 암살자들은 누굴 델고 올련지...

- 내복은 진리입니다. (입고있는 사내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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