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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이상한 일②-

마차는 문제없이 계속 들판을 달렸다. 다시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었지만 지루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마물을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야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며칠 전의 일이 점점 이상하게 여겨졌다.

[지나간 일이다. 잊어버려.]

레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메시지 마법은 쓰지 않았다. 야누스가 좀 더 자유롭게 대화를 하고 싶어서 한밤중에 몰래 마차를 빠져나와 길에서 멀리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상한 걸. 그때는 뭔가가 싫고 참을 수가 없었어. 만약 마물이 없었다면 용병들을 전부 죽였을지도 몰라.”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보니 걱정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군. 첫 살인으로 그렇게 많은 인간을 죽여서 너무 심란했던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다지 이상한 느낌은 없었어. 날 죽이려했다는 점에서는 지금까지 죽였던 마물들과 같았는걸. 난 그냥 살기위해서 싸우고 죽인 거야.”

[내부적인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외부적인 문제도 없었을 텐데.]

“뭐 이상한 거 못 느꼈어? 나보단 네가 더 민감하잖아.”

[이상한 점이라. 마차에 탄 직후 잠들었는데 꿈을 꿨다. 봉인된 이후로는 처음이었지.]

“너도 잠이 있긴 있구나?”

[육체활동도 없고 마법을 쓰는 일도 적으니 잠을 잘 만큼 피곤하지 않아서 자는 일이 거의 없지. 있어도 짧고.]

“무슨 꿈이었어?”

[꿈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는 꿈이었지. 봉인되기 전에 지내던 마계에 있었다. 내 방도, 성도, 마계의 풍경도 모두 기억하는 것과 같았는데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더군. 그래서 발코니에서 풍경만 보고 있었는데 무심코 옆을 보니 네가 무표정하게 서서 나처럼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어. 후드를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블루문도 목에 감겨있고 허리에 검도 있었다. 달빛도 없는데 블루문이 빛을 내고 있더군. 내 허리에 손을 뻗어보니 나도 검이 있었다. 그리고 너를 만져보려고 했는데 그대로 손이 통과해버렸지. 너는 마치 조각상처럼 가만히 있기만 했어. 그래서 왜 내 꿈인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지 화를 냈는데 깨어버렸지.]

“달빛이 없는데 블루문이 빛을 냈다? 그건 이상하네.”

[그건 별로 이상하지 않아. 꿈이 현실적이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난 내가 생각해오던 너의 모습을 본거야. 만질 수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는 건 좀 이상했지만.]

“생각해오던 모습? 너 나 좋아해?”

[헛소리. 그보다 내 꿈에서 이상한 점은 없나? 생각나는 대로 말해봐.]

“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좀 이상한 부분이 있어.”

[뭐지?]

“장소가 마계인데 내가 있다는 것, 검이 두 개가 있는 것, 네트페르스가 없다는 것.”

[앞의 두 가지는 아니야. 꿈에서 아무도 없으니까 누군가를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널 보게 된 것이겠지. 당연히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니 검이 두 개가 이상하지 않아. 난 검이 생긴 직후 봉인되기 전에까지 항상 검을 가지고 다녔고 너도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항상 검을 가지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네트페르스가 없었던 건 조금 이상하군. 분명히 그것도 떠올렸을 것 같은데 왜 보이지 않았지?]

“꿈에 대해 불평을 하니까 깨어버린 것도 이상해.”

[지금 생각해보니 상당히 이상한 꿈이군. 아니, 꿈을 꾼 것 자체가 이상해. 난 봉인되기 전에도 꿈을 꾼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렇게 선명한 꿈은 없었어. 꿈을 꾼 건지 확신할 수도 없을 만큼 희미한 꿈만 가끔 있었지.]

“복잡하네.”

[춤을 보여줘. 마침 지금은 달빛도 선명하니까.]

“갑자기 왜?”

[네 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정리가 될 것 같아.]

“알았어.”

야누스는 검을 땅에 꽂아서 세워두고 충분히 잘 보이도록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는 로브를 벗었다. 로브를 벗어도 여전히 검은 옷이었지만 얼굴이 드러나 있기 때문인지 분위기가 달랐다. 그리고 목에 감겨져있는 블루문이 희미하게 파란빛을 냈다. 밝은 빛은 아니었지만 어두운 밤이어서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목에 감긴 블루문이 풀어져 공중에서 하늘거렸다. 야누스의 손동작과 발걸음에 따라 블루문이 야누스의 주변을 맴돌았다. 눈을 감은 채 느리게 움직이는 춤은 마치 공중에 빛이 흐르는 것 같았다. 느리고 아름다운 춤은 이상하게 점점 멀어져서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레블은 이 춤을 좋아했다. 춤이라고는 아는 게 없는 야누스가 그저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뿐이지만 레블은 언제나 야누스의 춤이 자신이 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레블이 부탁하지 않으면 야누스가 춤을 추는 일이 별로 없었기에 언제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춤은 오래가지 않았다. 야누스는 블루문을 다시 목에 감고 검을 뽑아 허리에 매었다.

“어때?”

[아름다워.]

“아니, 그거 말고. 생각이 정리됐어?”

[잠시만 기다려봐.]

“응?”

[제기랄.]

잠시 생각하는 듯이 조용해졌던 레블의 말투가 험악해졌다. 순간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야누스는 대답을 할 때를 놓쳐버렸다. 레블은 야누스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우린 히아드 영지에서 길을 따라 걸어왔지.]

야누스는 정신을 차리고 레블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그랬지. 그게 왜?”

[그리고 며칠 만에 저들과 마주쳤다. 저들은 마차를 타고 이동했고 우리보다 앞에 가고 있었다. 자이언트 맨티스를 만난 것 말고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지. 즉, 우리와 만나기 전까지 마차는 잘 달리고 있었어.]

“응. 그랬어.”

[어떻게 우리가 마차와 마주칠 수 있었지? 아무리 빨리 걸어도 걷는 건 마차보다 느려. 길은 하나고 중간에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다면 뒤에서 걷는 사람이 앞에서 가는 마차와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마차가 멈추는 시간은 네가 걷는 걸 멈추고 잠드는 시간과 별로 차이가 없었어.]

“듣고 보니 엄청 이상하네.”

[왜 자이언트 맨티스가 이런 들판에 있지? 숲이 아니잖아! 이런 들판은 마물들이 살만한 곳이 아닌데? 원래대로라면 자이언트 맨티스는 만날 수 없었고 우린 뒤에서 오는 마차를 만났거나 만나지 못했어야 해! 네가 겨우 3일 동안 지루했다고 그렇게 화가 날 리가 없고 내가 그런 꿈을 꾼 것도 말이 안 돼! 상황이 억지로 짜맞춰져있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네트페르스 때문이야.]

“뭐?”

[전에 오크들과 싸웠을 때 너는 깜빡하고 네트페르스를 챙기지 않았는데 트롤들과 싸울 때는 네트페르스가 있었지. 내가 마법으로 챙겨왔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알 수가 없어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거짓말을 했지. 네트페르스가 손에 들어온 직후부터 넌 지난 3년과 달리 마력을 자주, 그리고 많이 사용했다. 바로 네트페르스 때문에! 왜 우린 그 네트페르스에 크로스 스피어라는 이름을 붙였었지? 내가 봉인되어있는 이 검에도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었는데! 암살자들은 왜 네트페르스를 원하는 거지? 정말로 리티아 신의 문장일까? 리티아 신의 신물이 맞을까? 왜 그때 마차를 공격했던 자들은 네트페르스를 발견하지 못했지? 애초에 리티아라는 신이 있기는 한 거야?]

“왜 그래… 그만해, 나 무섭단 말이야….”

[마계에서 리티아라는 신은 들어본 적도 없어! 중간계는 마계와 많이 다르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신은 차원과는 상관이 없는데 중간계라고 마계와 신이 다를 리가 없잖아!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거야!]

“그만해!”

야누스가 귀를 막고 소리를 질렀다. 야누스의 눈이 떨렸다. 계속해서 화를 내면서 말하던 레블도 잠잠해졌다.

[미안하다. 너한테 화를 낼 일이 아닌데.]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네트페르스를 버려야겠어. 오크들과 싸웠을 때처럼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우선은 버리자.]

“알았어.”

야누스는 멀찍이 떨어진 길에 서있는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공포로 인해 발걸음이 다급했다.

[좀 멀리 떨어지긴 했지만 상당히 큰 소리를 냈는데 왜 아무도 깨어나지 않았지?]

“없어.”

[젠장.]

네트페르스는 없었다. 마차 안에 두었는데 아무데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서 모든 마차와 마차 아래를 뒤지고 주변도 둘러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도대체 뭐야….”

[로브는? 눈을 가릴 후드가 그것밖에 없는데 잊어버리면 어떡해!]

“아차!”

공포로 다급하게 마차로 돌아오느라 로브를 두고 온 것을 깨달은 야누스는 로브를 놓아둔 장소로 달려갔다. 그러나 로브는 없었다. 들판이고 풀이 길지도 않아서 숨길 수 있는 장소도 없는데 아무데도 없었다.

“바람도 없는데, 바람이 분다고 날려갈 정도로 가벼운 것도 아닌데.”

[우릴 갖고 노는군. 일단 마차로 돌아가자. 내일이 되면 상황을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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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레벨:1]민수사이더 2009.04.09. 23:16
소설겟이 계속 침체네영 ;ㅅ; 3~4일마다 꼬박꼬박 올라와서 너무 좋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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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일발 2009.04.12. 21:01
음... 레블이 혼란스러워 하는군요. ㄷ
와탕 2009.04.13. 15:08
으헝 고3이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님 글을 볼때마다 소설겟이
살아난다는게 느껴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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