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이상한 일⑥-
- 진청룡전설
- 738
- 3
마차가 점심식사를 위해 멈추었지만 야누스는 내리지 않고 마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건량과 물뿐인데 굳이 내릴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꾸고 다른 마차에 탄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해보기 위해 마차에서 내렸다.
“플레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여성이 마법으로 불을 피우고 요리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주위에 일부 사람들이 함께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일행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다른 쪽에서도 한 남자와 일부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이 마법사였군. 역시 마법이란 건 저런 용도로 쓰이는 일이 더 많은 건가.”
용병이 힘든 일이기 때문인지 여자는 마법사를 포함해서 3명뿐이었는데 나머지 2명은 검도 가지고 있었지만 활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검이나 도끼를 들고 있었는데 두드러지는 무기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야누스와 마찬가지로 건량밖에 없는지 건량을 들고 씹고 있었다.
“미스릴 검이네.”
-노리는 도둑이 많겠군.
-저렇게 드러내고 다닌다는 건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저 사람이 라일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당신이 마스터라는 라일?”
“그렇다만?”
“나이가 50세라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정확하게는 51세지. 다들 30에서 40사이로 보인다고 하지만. 실례지만 잠시 그 검을 좀 보여줄 수 있나?”
“네? 네, 잠시 보여주는 것쯤이야.”
라일은 야누스의 검을 받아 잠시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돌려주었다.
“왜 그러세요?”
“특이한 검이라서 혹시 드래곤의 뼈가 아닌지 의심했는데 아니군. 이런 색을 가지는 드래곤은 없어.”
“드래곤의 뼈?”
“내 소원이지, 드래곤의 뼈로 만든 무기를 손에 넣는 것. 비록 지금은 미스릴 검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말이야. 인간들에게도 몇 개가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데 역시 쉽게 찾을 수는 없는 것 같군.”
“소원이 너무 크다고 생각 안 해요?”
“아주 허무맹랑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야, 그렇지만….”
“모든 검사들은 보다 좋은 검을 가지기를 원하지. 보통은 미스릴 검을 목표로 삼지만 난 이미 가지고 있으니 그보다 더 큰 목표를 가지는 것뿐이야.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검이 바로 최고의 꿈이지.”
“아아….”
야누스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해하는 듯이 장단을 맞춰주었다. 마차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니 야누스는 자신의 검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식사하느라 바쁘니까 괜찮겠지. 레블, 이 검은 재료가 뭐야?”
[에르텔이다. 광물이 아니라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라서 그 자체로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마나로도 만들 수 있겠지만 중간계의 이름은 모르겠군.]
“그래서 레블의 마력과 같은 색인거군. 미스릴보다 단단해?”
[그건 잘 모르겠군.]
“그런데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마력의 응집체면 가벼워야하는 거 아닌가?”
[응집된 마력의 양이 워낙 많아서 그래. 내 마력으로도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었거든. 다들 식사를 끝낸 것 같군. 나머지는 메시지로 물어봐.]
“괜찮아. 충분히 알았으니까.”
“혼잣말 하는 게 취미야? 뭐라고 떠들어?”
“아무것도. 이제 출발하는 건가요?”
“그래, 아직까지는 순조롭지. 이런 편한 이동도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금방 끝날 거야. 호위용병을 고용하고 아무 일도 없이 끝나는 걸 못 봤으니까. 그만큼 인간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거지.”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덕분에 용병들이 먹고살지. 좀 웃긴가?”
“전혀 안 웃겨요. 빨리 수도에 도착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심심해요.”
“곧 심심하단 말은 절대 못하게 되니까 잘 수 있을 때 푹 자는 게 좋을걸.”
“지금은 자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뒤를 돌아본 미즈는 마차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하늘을 향해있는 것을 보고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두 개의 물체가 있었다.
“야누스, 저거 뭔지 보여?”
“그리핀 두 마리.”
“뭐!?”
“젠장, 이리로 오는 거냐?”
“그냥 지나가면 좋겠지만 말이 이렇게 많으니 그냥 지나가지는 않겠죠.”
-여긴 그리핀이 살만한 높은 산이나 절벽이 없는데?
-나도 몰라. 위험하니까 지금은 말 걸지 마.
그리핀이라는 말이 한층 더 시끄러워졌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혹시나 하는 기대와는 다르게 야누스의 눈에는 그리핀이 일행을 노려보며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확연히 보였다.
“이쪽으로 오는데? 트롤보다 커.”
“불꽃이여 나를 도와 적을 파괴하라, 파이어 볼!”
남자 마법사가 날아오는 그리핀들을 향해 불덩어리를 날렸다. 그러나 아직 거리가 멀었기에 그리핀들은 보란 듯이 서로 사이를 벌리며 피했다. 마법사는 다시 주문을 외우며 마법을 날렸다. 날아간 번개는 사이를 벌리는 그리핀들 중 한 그리핀을 따라 방향을 바꾸며 따라가 명중했다. 그러나 번개에 맞은 그리핀은 아래로 떨어지다가 더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젠장, 화내게만 했잖아. 가까이 온다!”
“야누스! 무슨 생각이야!”
야누스가 앞으로 뛰어가자 미즈는 말리려는 듯 소리를 질렀지만 야누스는 그 말을 무시하며 다가오는 그리핀을 향해 달려갔다.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그리핀은 자신에게 공격한 마법사를 보고 있어서 땅에 내려오지 않았기에 야누스가 닿기에는 높았다.
“꿰뚫어라 불의 화살, 파이어 애로우.”
거리가 가깝고 아래에 있어서 그리핀이 야누스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날아간 3개의 불의 화살이 그리핀 날개와 다리를 맞추자 상처에서 피가 터지면서 깃털에 불이 붙자 그리핀이 흔들리면서 고도가 낮아졌다. 야누스는 곧바로 땅을 박차며 검을 뽑아 검기를 일으키며 그리핀의 머리를 자르고 그리핀의 등을 밟고 뛰어올랐다. 날아오던 나머지 한 마리의 그리핀도 그것을 보고 야누스에게 날아들자 뒤에 있던 용병들의 화살과 마법이 그리핀에게 날아들었다. 그리핀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화살과 마법을 피하자 야누스가 그대로 검으로 부딪치려는 순간 노란빛이 그리핀의 날개 하나를 잘랐다. 그리핀은 그대로 추락했고 야누스는 놀라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검을 내려쳐 그리핀의 머리를 반으로 쪼갰다.
[제법이군.]
“물론.”
야누스는 땅에 착지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 검을 뽑고 있었지만 야누스는 검을 들고 있는 라일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그거 라일?”
[아마도, 내가 보기엔 오러 블레이드였으니까.]
“검기도 저렇게 날릴 수 있을까?”
[가능해. 실력의 문제지.]
“괜히 마스터는 아니라는 소리네. 꿈만 큰 바보는 아니었군.”
야누스는 검을 허리끈에 고정시키고 일행들에게로 돌아갔다. 용병은 물론 기사들까지도 야누스를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마법사들이 놀라운 시선으로 야누스를 쳐다보았다. 야누스가 마차에 올라타자 마법사 두 명 모두 네 번째 마차에 따라오는 바람에 마차에 타고 있던 다른 두 명이 세 번째 마차로 가야했다.
“마검사였어?”
“맞아요.”
“발동되는 속도가 엄청 빠르던데 몇 클래스야?”
“3클래스.”
“3클래스가 2클래스 마법을 3개나 쓰면서 그렇게 빠를 수 있단 말이야? 5클래스는 되는 실력 같던데? 4클래스인 나도 그런 실력은 없어.”
“그거야 저도 모르죠. 두 사람이 연습부족인거 아닌가요?”
-그건 너야.
-나보다 연습부족이겠지.
“아니, 네가 실력이 좋은 거야. 그 실력이면 몇 년 안에 5클래스, 아니 6클래스도 가능할 것 같은데?”
“6클래스는 심한데요. 그러면 30살 때는 왕궁마법사가 된단 소리에요?”
“그럴지도 모르잖아.”
“절대로 그런 일은 없어요. 왕궁처럼 복잡한 곳에 들어갈 생각은 없거든요. 그런데 두 사람은 4클래스?”
“그래.”
“두 사람도 젊은 것 같은데 4클래스면 실력이 좋은 거 아닌가요?”
“그야 탑에서 어릴 때부터 수련했으니까. 스승님이 돌아가신 후에 탑을 나왔거든. 그리고 우린 그렇게 젊지 않아. 곧 30이니까.”
“맞아, 그 후로는 몇 년 동안 마법에 별 진전도 없었어.”
“몇 년이나 진전이 없었으면 용병일은 그만하고 어디에 정착해서 선생이나 하지 왜 계속 용병을 하고 있죠?”
“집을 살 돈도 없고 오랫동안 탑에 있었더니 답답해서 정착하기도 싫거든.”
“마법에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다는 거네요. 나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까 나한테 마법에 대해 물어봤자 기대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어요. 실망스럽겠지만.”
“그래…? 유감이네.”
“마나나 보충하세요. 마물은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그러는 게 좋겠다. 큰 영지가 가까운데도 마물이 나온다면 조심해야겠지.”
두 사람은 눈을 감고 마나를 모으는 일에 집중했다. 야누스와 마법사들의 대화가 끊어지자 마차 안은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별다른 대화도 없이 시간은 흘렀고 밤이 찾아왔다. 저녁식사를 마친 기사들은 귀족이 타고 있는 첫 번째 마차의 근처에서 말과 함께 잠들었고 용병들은 마차 안에서 잠이 들고 2명씩 4차례의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첫 번째는 우연히 야누스가 맡게 되었지만 같이 불침번을 서게 된 사람은 누구인지도 모르고 말도 없어서 조용히 모닥불만 바라보다가 차례를 바꾸게 되었다. 다음 차례인 두 사람을 깨우고 자려는데 라일이 자려는 야누스에게 다가왔다.
“잠시만 혼자 불침번을 부탁한다고 말해뒀어.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줄 건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뭐죠?”
“일단 좀 걷지. 다른 사람들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그러죠.”
두 사람은 일행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걸어갔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라일이었다.
“이름이 야누스지? 그리핀과 싸울 때 실력은 잘 봤네. 도약이 대단하더군. 공격마법과 동시에 마법을 쓴 건가?”
“아닌데요.”
-멍청아! 그렇다고 해야지!
“그럼 자네 다리가 대단한 거군. 정말로 인간인가?”
“네?”
“인간이냐고 물었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간이 마법을 쓰지 않고 그런 도약을 하는 건 불가능해. 자네는 누구인가?”
“에, 쿼터엘프요. 하프엘프와 인간의 혼혈이죠.”
“쿼터엘프?”
“네, 쿼터엘프라 보통 인간보다 도약도 높고 달리기도 빨라요.”
“그래, 그런 거였나. 역시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군.”
-쿼터엘프가 갑자기 왜 나와?
-하프엘프라고 했다가 귀를 보여 달라고 하면 할 말이 없잖아.
“대답해줘서 고맙군. 그만 자게. 난 불침번을 서야하니 가보겠네.”
“그러세요.”
-저 인간은 뭘 기대했던 거지?
-혹시 드래곤이 잠시 모습을 바꾸고 인간사회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거겠지.
-드래곤들은 그런 짓도 하냐?
-엄청나게 긴 수명에 비해 할 일은 없으니까 그러기도 한다던데. 일단 모습을 바꾸고 마나를 숨기면 드래곤인지 인간인지 알 방법이 없으니까 가능하겠지. 이드리아스들은 안 그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긴 한다만 드래곤처럼 눈에 띄는 건 아니니까 굳이 모습을 바꾸지는 않아. 가끔 성별을 바꾸고 돌아다니는 놈들은 있지만.
-그게 더 이상해….
“플레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여성이 마법으로 불을 피우고 요리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주위에 일부 사람들이 함께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일행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다른 쪽에서도 한 남자와 일부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이 마법사였군. 역시 마법이란 건 저런 용도로 쓰이는 일이 더 많은 건가.”
용병이 힘든 일이기 때문인지 여자는 마법사를 포함해서 3명뿐이었는데 나머지 2명은 검도 가지고 있었지만 활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검이나 도끼를 들고 있었는데 두드러지는 무기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야누스와 마찬가지로 건량밖에 없는지 건량을 들고 씹고 있었다.
“미스릴 검이네.”
-노리는 도둑이 많겠군.
-저렇게 드러내고 다닌다는 건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저 사람이 라일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당신이 마스터라는 라일?”
“그렇다만?”
“나이가 50세라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정확하게는 51세지. 다들 30에서 40사이로 보인다고 하지만. 실례지만 잠시 그 검을 좀 보여줄 수 있나?”
“네? 네, 잠시 보여주는 것쯤이야.”
라일은 야누스의 검을 받아 잠시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돌려주었다.
“왜 그러세요?”
“특이한 검이라서 혹시 드래곤의 뼈가 아닌지 의심했는데 아니군. 이런 색을 가지는 드래곤은 없어.”
“드래곤의 뼈?”
“내 소원이지, 드래곤의 뼈로 만든 무기를 손에 넣는 것. 비록 지금은 미스릴 검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말이야. 인간들에게도 몇 개가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데 역시 쉽게 찾을 수는 없는 것 같군.”
“소원이 너무 크다고 생각 안 해요?”
“아주 허무맹랑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야, 그렇지만….”
“모든 검사들은 보다 좋은 검을 가지기를 원하지. 보통은 미스릴 검을 목표로 삼지만 난 이미 가지고 있으니 그보다 더 큰 목표를 가지는 것뿐이야.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검이 바로 최고의 꿈이지.”
“아아….”
야누스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해하는 듯이 장단을 맞춰주었다. 마차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보니 야누스는 자신의 검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식사하느라 바쁘니까 괜찮겠지. 레블, 이 검은 재료가 뭐야?”
[에르텔이다. 광물이 아니라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라서 그 자체로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마나로도 만들 수 있겠지만 중간계의 이름은 모르겠군.]
“그래서 레블의 마력과 같은 색인거군. 미스릴보다 단단해?”
[그건 잘 모르겠군.]
“그런데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마력의 응집체면 가벼워야하는 거 아닌가?”
[응집된 마력의 양이 워낙 많아서 그래. 내 마력으로도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었거든. 다들 식사를 끝낸 것 같군. 나머지는 메시지로 물어봐.]
“괜찮아. 충분히 알았으니까.”
“혼잣말 하는 게 취미야? 뭐라고 떠들어?”
“아무것도. 이제 출발하는 건가요?”
“그래, 아직까지는 순조롭지. 이런 편한 이동도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금방 끝날 거야. 호위용병을 고용하고 아무 일도 없이 끝나는 걸 못 봤으니까. 그만큼 인간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거지.”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덕분에 용병들이 먹고살지. 좀 웃긴가?”
“전혀 안 웃겨요. 빨리 수도에 도착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심심해요.”
“곧 심심하단 말은 절대 못하게 되니까 잘 수 있을 때 푹 자는 게 좋을걸.”
“지금은 자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뒤를 돌아본 미즈는 마차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하늘을 향해있는 것을 보고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두 개의 물체가 있었다.
“야누스, 저거 뭔지 보여?”
“그리핀 두 마리.”
“뭐!?”
“젠장, 이리로 오는 거냐?”
“그냥 지나가면 좋겠지만 말이 이렇게 많으니 그냥 지나가지는 않겠죠.”
-여긴 그리핀이 살만한 높은 산이나 절벽이 없는데?
-나도 몰라. 위험하니까 지금은 말 걸지 마.
그리핀이라는 말이 한층 더 시끄러워졌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혹시나 하는 기대와는 다르게 야누스의 눈에는 그리핀이 일행을 노려보며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확연히 보였다.
“이쪽으로 오는데? 트롤보다 커.”
“불꽃이여 나를 도와 적을 파괴하라, 파이어 볼!”
남자 마법사가 날아오는 그리핀들을 향해 불덩어리를 날렸다. 그러나 아직 거리가 멀었기에 그리핀들은 보란 듯이 서로 사이를 벌리며 피했다. 마법사는 다시 주문을 외우며 마법을 날렸다. 날아간 번개는 사이를 벌리는 그리핀들 중 한 그리핀을 따라 방향을 바꾸며 따라가 명중했다. 그러나 번개에 맞은 그리핀은 아래로 떨어지다가 더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젠장, 화내게만 했잖아. 가까이 온다!”
“야누스! 무슨 생각이야!”
야누스가 앞으로 뛰어가자 미즈는 말리려는 듯 소리를 질렀지만 야누스는 그 말을 무시하며 다가오는 그리핀을 향해 달려갔다.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그리핀은 자신에게 공격한 마법사를 보고 있어서 땅에 내려오지 않았기에 야누스가 닿기에는 높았다.
“꿰뚫어라 불의 화살, 파이어 애로우.”
거리가 가깝고 아래에 있어서 그리핀이 야누스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날아간 3개의 불의 화살이 그리핀 날개와 다리를 맞추자 상처에서 피가 터지면서 깃털에 불이 붙자 그리핀이 흔들리면서 고도가 낮아졌다. 야누스는 곧바로 땅을 박차며 검을 뽑아 검기를 일으키며 그리핀의 머리를 자르고 그리핀의 등을 밟고 뛰어올랐다. 날아오던 나머지 한 마리의 그리핀도 그것을 보고 야누스에게 날아들자 뒤에 있던 용병들의 화살과 마법이 그리핀에게 날아들었다. 그리핀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화살과 마법을 피하자 야누스가 그대로 검으로 부딪치려는 순간 노란빛이 그리핀의 날개 하나를 잘랐다. 그리핀은 그대로 추락했고 야누스는 놀라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검을 내려쳐 그리핀의 머리를 반으로 쪼갰다.
[제법이군.]
“물론.”
야누스는 땅에 착지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 검을 뽑고 있었지만 야누스는 검을 들고 있는 라일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그거 라일?”
[아마도, 내가 보기엔 오러 블레이드였으니까.]
“검기도 저렇게 날릴 수 있을까?”
[가능해. 실력의 문제지.]
“괜히 마스터는 아니라는 소리네. 꿈만 큰 바보는 아니었군.”
야누스는 검을 허리끈에 고정시키고 일행들에게로 돌아갔다. 용병은 물론 기사들까지도 야누스를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마법사들이 놀라운 시선으로 야누스를 쳐다보았다. 야누스가 마차에 올라타자 마법사 두 명 모두 네 번째 마차에 따라오는 바람에 마차에 타고 있던 다른 두 명이 세 번째 마차로 가야했다.
“마검사였어?”
“맞아요.”
“발동되는 속도가 엄청 빠르던데 몇 클래스야?”
“3클래스.”
“3클래스가 2클래스 마법을 3개나 쓰면서 그렇게 빠를 수 있단 말이야? 5클래스는 되는 실력 같던데? 4클래스인 나도 그런 실력은 없어.”
“그거야 저도 모르죠. 두 사람이 연습부족인거 아닌가요?”
-그건 너야.
-나보다 연습부족이겠지.
“아니, 네가 실력이 좋은 거야. 그 실력이면 몇 년 안에 5클래스, 아니 6클래스도 가능할 것 같은데?”
“6클래스는 심한데요. 그러면 30살 때는 왕궁마법사가 된단 소리에요?”
“그럴지도 모르잖아.”
“절대로 그런 일은 없어요. 왕궁처럼 복잡한 곳에 들어갈 생각은 없거든요. 그런데 두 사람은 4클래스?”
“그래.”
“두 사람도 젊은 것 같은데 4클래스면 실력이 좋은 거 아닌가요?”
“그야 탑에서 어릴 때부터 수련했으니까. 스승님이 돌아가신 후에 탑을 나왔거든. 그리고 우린 그렇게 젊지 않아. 곧 30이니까.”
“맞아, 그 후로는 몇 년 동안 마법에 별 진전도 없었어.”
“몇 년이나 진전이 없었으면 용병일은 그만하고 어디에 정착해서 선생이나 하지 왜 계속 용병을 하고 있죠?”
“집을 살 돈도 없고 오랫동안 탑에 있었더니 답답해서 정착하기도 싫거든.”
“마법에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다는 거네요. 나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까 나한테 마법에 대해 물어봤자 기대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어요. 실망스럽겠지만.”
“그래…? 유감이네.”
“마나나 보충하세요. 마물은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그러는 게 좋겠다. 큰 영지가 가까운데도 마물이 나온다면 조심해야겠지.”
두 사람은 눈을 감고 마나를 모으는 일에 집중했다. 야누스와 마법사들의 대화가 끊어지자 마차 안은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별다른 대화도 없이 시간은 흘렀고 밤이 찾아왔다. 저녁식사를 마친 기사들은 귀족이 타고 있는 첫 번째 마차의 근처에서 말과 함께 잠들었고 용병들은 마차 안에서 잠이 들고 2명씩 4차례의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첫 번째는 우연히 야누스가 맡게 되었지만 같이 불침번을 서게 된 사람은 누구인지도 모르고 말도 없어서 조용히 모닥불만 바라보다가 차례를 바꾸게 되었다. 다음 차례인 두 사람을 깨우고 자려는데 라일이 자려는 야누스에게 다가왔다.
“잠시만 혼자 불침번을 부탁한다고 말해뒀어.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줄 건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뭐죠?”
“일단 좀 걷지. 다른 사람들이 들리지 않는 곳으로.”
“그러죠.”
두 사람은 일행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걸어갔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라일이었다.
“이름이 야누스지? 그리핀과 싸울 때 실력은 잘 봤네. 도약이 대단하더군. 공격마법과 동시에 마법을 쓴 건가?”
“아닌데요.”
-멍청아! 그렇다고 해야지!
“그럼 자네 다리가 대단한 거군. 정말로 인간인가?”
“네?”
“인간이냐고 물었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간이 마법을 쓰지 않고 그런 도약을 하는 건 불가능해. 자네는 누구인가?”
“에, 쿼터엘프요. 하프엘프와 인간의 혼혈이죠.”
“쿼터엘프?”
“네, 쿼터엘프라 보통 인간보다 도약도 높고 달리기도 빨라요.”
“그래, 그런 거였나. 역시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군.”
-쿼터엘프가 갑자기 왜 나와?
-하프엘프라고 했다가 귀를 보여 달라고 하면 할 말이 없잖아.
“대답해줘서 고맙군. 그만 자게. 난 불침번을 서야하니 가보겠네.”
“그러세요.”
-저 인간은 뭘 기대했던 거지?
-혹시 드래곤이 잠시 모습을 바꾸고 인간사회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거겠지.
-드래곤들은 그런 짓도 하냐?
-엄청나게 긴 수명에 비해 할 일은 없으니까 그러기도 한다던데. 일단 모습을 바꾸고 마나를 숨기면 드래곤인지 인간인지 알 방법이 없으니까 가능하겠지. 이드리아스들은 안 그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긴 한다만 드래곤처럼 눈에 띄는 건 아니니까 굳이 모습을 바꾸지는 않아. 가끔 성별을 바꾸고 돌아다니는 놈들은 있지만.
-그게 더 이상해….
야누스의 능력이 발현 되는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