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서치 로고

소설게시판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야누스 -이상한 일⑨-

정신을 차린 야누스는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을 뒤졌다. 분명히 어젯밤에 여관에서 용병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잠은 마차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누워있는 곳이 여관의 침대였다. 거기가 있을 리가 없는 리티아가 옆에 누워있고 검은 저 멀리 바닥에 있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왜인지 어지럽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레블.”

[왜?]

“내가 왜 여기 있지? 그리고 리티아는 왜 여기 있어?”

[리티아가 여관에 들어와서 너한테 술 먹이고 방으로 끌고 왔다. 독한 술인데 한 잔 마시고 정신이 나가더군. 넌 술에 너무 약해. 생각보다 빨리 정신을 차렸지만.]

“내가 그걸 마셨어?”

[리티아가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먹였거든. 입을 못 움직여서 아무 말도 못하니 다른 인간들도 친한 걸로 착각했지.]

“그런데 넌 왜 거기 있어?”

[리티아 짓이지. 깨기 전에 나가자. 저런 신이랑 같이 있기 싫으니까.]

“그러자.”

야누스는 검을 집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리티아가 손목을 붙잡고 잡아당기면서 야누스의 얼굴을 잡으며 입술을 포갰다. 야누스가 당황하면서 손을 휘저어 리티아를 떼어내고 손으로 입술을 가렸으나 얼굴이 금세 빨갛게 물들었다. 리티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품을 하면서 일어났다.

“잘 잤어?”

“잘 못 잤어! 갑자기 무슨 짓이에요!”

“아침 인사한 것뿐인데 왜 그래? 어제도 했으면서?”

“에?”

야누스는 잠시 굳어있다가 레블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러나 레블은 차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블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의미를 알아차리자 야누스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진짜 했구나!’

“이정도로 당황하면 어른이 못돼. 솔직히 이쪽이 더 귀엽지만.”

“어른 같은 거 안 되도 돼!”

야누스는 거칠게 내뱉으며 검을 집어 방을 나가버렸다. 리티아는 침대 위에 소리를 참으며 입을 가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웃었다. 마차로 가면서 표정을 유지시키려했지만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서 진정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로브를 입고 있지 않다는 것도 모르고 계단을 내려가던 야누스는 누군가를 보는 순간 머리가 허전함을 깨달았다. 재빨리 방으로 뛰어간 야누스는 자신을 보고 빙그레 웃는 리티아를 쏘아보며 그녀의 손에 있는 로브를 낚아채어 입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방문을 잡고 리티아를 다시 쏘아보며 말했다.

“웃지 마요!”

“처음이지?”

리티아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야누스는 문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닫고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야누스는 아침도 먹지 않고 여관을 나가 마차로 들어갔다. 2일 정도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아도 괜찮았다. 3일을 넘기는 것은 좀 위험하지만 어쨌든 아침 따위는 먹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화가 나서 먹을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진짜 처음인가?]

“아니야! 예전에 엄마가 해줬어!”

[소리는 좀 줄여. 누가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맞아. 그러니까 소리 좀 줄여.”

리티아가 마차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신이라 차마 그러지도 못하고 화를 참고만 있자니 야누스는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여긴 왜 왔어요!”

“알려줄 게 있어서. 어제 네가 술 한 잔에 정신이 나가는 바람에 못 가르쳐줬거든.”

“뭔데요?”

“그전에….”

리티아가 야누스의 목을 끌어안으며 다시 입술을 포갰다. 야누스는 리티아를 떼어내려고 있는 힘껏 리티아를 밀었지만 야누스를 끌어안고 있는 리티아의 힘이 더 세서 떼어낼 수가 없었다. 리티아는 한참동안 야누스를 붙들고 있었고 야누스는 점점 숨쉬기도 힘들고 몸에 힘이 풀려서 밀던 팔도 축 늘어뜨렸다. 리티아가 야누스를 놓아주었을 때 완전히 몸에 힘이 풀린 야누스는 그대로 마차 바닥에 엎어져 기절했다.

[미쳤냐!]

“기절할 것까지는 없는데.”

리티아는 야누스를 일으켜 앉히고 손가락 끝으로 이마를 톡톡 건드렸다. 이마를 몇 번 건드린 것뿐인데 금세 야누스가 정신을 차렸다.

“숨 막혀 죽을 뻔했잖아!”

“아아, 미안해. 대가를 미리 받는다는 게 너무 심했네.”

“크윽, 대가는 무슨…. 어쨌든 뭔데요?”

“전에 히아드 근처에서 내가 장난친 적이 있잖아? 그때 자이언트 맨티스는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고 했었지? 암살자도.”

“그랬죠. 그게 왜요? 암살자는 이제 안 쫓아오는데.”

“왜 그런 곳에 자이언트 맨티스가 돌아다니다나 내가 비틀어놓은 공간에 걸렸는지 알아봤는데 그것들은 카울라 산맥에서 나온 것들이었어. 카울라 산맥에 살던 마물들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거든. 빠른 것들은 거의 빠져나가고 느린 것들은 아직 빠져나가는 중이지. 마물들이 이렇게 집단으로 살던 곳을 버리는 일은 흔하지 않아.”

“이유가 뭔데요?”

“글쎄, 그건 직접 알아보는 게 어때?”

리티아는 자기 일은 끝났다는 듯이 일어서서 마차를 나갔다. 그리고 눈웃음을 지으며 야누스에게 한 가지를 말하고서 사라졌다.

“드래곤은 아니야.”

[그거 다행이군.]

“리티아가 저렇게 말하는 걸로 봐서 드래곤이 있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일 것 같은데? 그런데 내가 그걸 알아봐야할 이유가 있나?”

[없지.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우리와는 상관없잖아? 넌 가족도 없고 깊은 연도 없는데다 나한테 상관있는 중간계의 존재는 너뿐이니까.]

“그래, 가족은 옛날에나 있었지 지금은 없으니까. 깊은 연 따위도 확실히 없고.”

야누스나 레블이나 카울라 산맥은 들어본 적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곳이었다. 거기다 연이라고는 자잘한 것들 밖에 없는 야누스로서는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리티아가 저렇게 말하는 건 자신의 흥미를 위한 것일 테니 장단 맞출 필요는 없었다. 그러기도 싫었다. 세 번이나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당했다는 것이 상당히 짜증났다.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분명히 리티아는 아름다웠고 입술에 닿는 느낌도 부드러웠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리티아에 대해 전혀 몰랐거나 자신에게 장난을 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젠장, 또 이런 짓을 하면 신이고 뭐고 간에 때려주겠어!”

추천인 5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1

profile image
[레벨:0]일발 2009.05.26. 23:37
만일 드래곤의 소행이 아니라면 상급마족이나 그런걸지도...? ㄷ
(걍 추측)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포인트랭킹

1 대전 93,656P
2 세니 84,344P
3 아기곰 75,855P
4 미미미 71,148P
5 개편 67,128P
6 바담풍 61,777P
7 스윗티 53,104P
8 추억은별처럼 48,754P
9 전투법사@연 44,941P
10 고박사 44,3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