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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계 : 붉은 검 -소문⑤-

수업이 끝나고 사도는 브리스테어의 방을 찾아갔다. 그리고 간단하게 말했다.
“그렇게 살고 싶었나?”
“자네였군.”
브리스테어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 난 살고 싶었네. 자네도 알다시피 마법사는 수명이 짧아. 마법사 중에 60세를 넘긴 이는 매우 드물지. 대부분이 50세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네.”
“그래서?”
“마법사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지. 마법사라고 해서 반드시 수명이 짧지는 않다는 희망을 말이야. 마침 내 위치가 제이아스라는 나라의 최고의 마법사였으니 내가 직접 보여주면 되었지.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지만 금방 해결되었어. 계획은 성공했지. 그런데 살다보니 죽고 싶지 않더군. 처음 생각보다 너무 오래 끌었어.”
“더 살고 싶나?”
“아니, 난 너무 오래 살았어. 죽을 때가 됐지.”
“2년도 안 남았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학원 같은 곳에서 허비하지 말고 살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신은 여기가 좋은 것 같군.”
“에헴, 죽을 자리로는 나쁘지 않지. 장례식도 거창할 테고.”
“난 참가 안 해.”
“그럴 것 같군. 그런데 자네 정체가 뭔가?”
“곧 죽을 늙은이가 알아서 뭐하게?”
“곧 죽을 늙은이의 부탁도 못 들어주는 건가?”
“그야 물론이지. 당신은 곧 죽을 늙은이일 뿐이잖아?”
브리스테어의 부탁을 확실하게 거절하고 사도는 밖으로 나왔다. 반응이 생각보다 싱거웠지만 이것도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였다.
“아로! 대련하자!”
“그러지.”
아키레나의 대련을 사도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아키레나가 일부러 시간을 선택했는지 연습실은 비어있었다. 아키레나가 먼저 목검을 들었다. 사도의 충고대로 책을 읽어본 것인지 자세가 조금 달랐다.
“간다!”
아키레나가 검으로 베어 들어왔다. 사도는 검을 살짝 움직이며 막아냈다. 그러나 확실히 움직임이 달랐다. 서툴렀지만 이전처럼 무작정 휘두르거나 움직이지는 않았다.
“조금은 나아졌군.”
“당연하지!”
“검을 너무 세게 잡지 마. 다리에 힘을 줘서 움직임을 안정시켜.”
“하고 있어!”
“팔만 움직이지 말고 몸 전체를 움직여서 휘둘러.”
“이익! 뭐가 그렇게 어려워?”
“이렇게.”
사도는 아키레나의 검을 막아내기만 하다가 갑자기 앞으로 파고들며 검을 휘둘러 아키레나의 목에서 검을 멈췄다. 아키레나는 분명히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막지는 못했다. 사도는 검을 치우고 다시 원래 자리에 가져다두었다.
“눈으로는 보였겠지? 검만 봐서는 안 돼. 움직임 전부를 놓치지 말고 봐야하지.”
“치, 그런 건 좀 미리 말하란 말이야.”
“마지막으로 말하지. 검을 상대하는 것, 도끼를 상대하는 것, 창을 상대하는 것, 마법을 상대하는 것은 모두 달라. 인간을 상대하는 것과 마물을 상대하는 것도 다르지. 그리고 인간이 아닌 종족과 싸우는 것도 달라.”
“무슨 소리야?”
“책을 앞부분만 읽었나보군.”
아키레나의 눈썹이 살짝 휘어졌다. 아키레나가 원하는 것은 검기를 쓰는 방법이었지 책을 읽거나 검술연습 같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편법도 얼마든지 있었지만 아키레나도 자존심이 있었기에 이런 일로 편법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도 10년이면 충분히 가능한데 드래곤이 못할 리가 없었다.
“잘난 척은. 두고 봐! 금방 해낼 테니까!”
아키레나는 삐졌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연습실을 뛰어나갔다.
“레나!”
“왜!”
“검은 도구일 뿐이야! 검술도 그저 검이라는 도구로 싸우는 기술일 뿐이지! 검이나 검술을 치장하는 역사나 화려한 표현도 전부 쓸모없는 거니까 무시해버려! 수행이니 깨달음이니 하는 것도 헛소리야! 검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도 관계있다고 착각하는 거니까!”
“무슨 뜻이야!”
“온갖 헛소리를 늘어놓는다고 해도 본질은 그냥 싸움이라고! 그것만 생각해!”
“알았어! 그런데 넌 창문으로 나가야 할 걸!”
“뭐?”
아키레나의 얼굴이 사라지며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사도가 다가가서 문을 열려고 시도하니 열리지 않았다. 연습실 문의 잠금장치는 안에서만 조작할 수 있고 밖에서는 열쇠가 있어야 조작할 수 있었다. 더구나 밖으로 열리는 문이기에 이런 상황은 불가능했다.
“손잡이를 묶었군.”
손잡이가 묶여서 움직이지 않으면 밖에서도 안에서 열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밖에 누군가가 있다면 쓸모없는 방법이지만 해가 지고 있기에 연습실을 찾을 자는 없었다.
“그래봤자 2층인데.”
사도가 있는 연습실은 2층이었다. 연습실은 천장이 높고 바닥과 천장이 두꺼웠다. 그래서 1층과 2층에 연습실이 있으면 2층 연습실의 창문은 평범한 건물의 3층 높이에 있었다. 평범한 건물의 2층이라면 보통 인간도 조금 위험하지만 뛰어내릴 수 있지만 연습실로 사용되는 건물의 2층은 보통 인간은 뛰어내리기에는 위험했다.
“보는 사람만 없으면 되나?”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확인해보니 아무도 없었다. 사도는 밖으로 뛰어내려 사뿐히 착지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다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저무는 하늘은 평소처럼 빨강색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보는 자가 없었기에 사도는 사뿐히 뛰어올랐다. 뒤로 한 바퀴 돌면서 자세를 잡고 건물 위에 착지한 사도는 해가 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완전히 깔릴 때까지 사도는 같은 방향만을 바라보았다.
‘뭔가 보였어. 저쪽은 니리스인가? 니리스에는 수이아가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텐데.’
땅으로 내려가 숙소로 돌아가며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려보았지만 실제로 일어났다고 해도 수이아가 해결할 수 있을 것들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
‘가보기에는 좀 먼데.’
당장 가보기에는 너무 멀었다. 사도가 최대한 빠르게 간다고 해도 하루의 절반이나 되는 시간이 걸렸다. 수이아도 날아서 오던지 이동마법으로 오던지 이틀은 걸려야 사도에게 올 수 있었다. 거기다 수이아는 사도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사도도 수이아가 사는 곳이 니리스라는 섬에 있다는 것만 알았지 수이아가 그곳에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루만 실종될까?’
사도는 고개를 저었다. 수이아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걱정할 만큼 수이아와 친하지도 않았고 니리스에 무슨 문제가 생겨도 수이아라면 자신은 스스로 지킬 수 있었다. 니리스가 대륙과 그렇게 멀리 떨어진 섬도 아니고 상당히 큰 섬이기도 하니 문제가 생겼다면 어딘가에 알려졌을 테니 멀리 있는 자신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가 있었지만 꼭 자신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제5세계에 온지도 제법 오래된 것 같군. 제2세계는 어떻게 됐을지…. 젠장, 향수인가.”
방으로 들어가 보니 슈아와 피에르가 없었다. 방을 나와 귀를 기울이자 조금 떨어진 다른 방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슈아와 피에르는 아직은 그런 것에 익숙한 어린 나이였다. 사도는 그런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역시 니리스에나 가볼까.”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며 사도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가끔 나오는 버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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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해주세요.
고2라는 것은 힘든 것이군요.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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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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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일발 2009.09.05. 00:00
드래곤 녀석이 삐져서 문을 막았나 보군요. 그리고 보니까 그 마법사도 그닥 나쁜 사람은 아니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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