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를 잡아줘 - 상
- 강별
- 2141
- 1
-아라-
서울에서 대학 다닌지 3년..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학을 하게 되었다.
일단 서울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지내기로 집에다 이야기했고
원룸은 너무 비싸서 저렴한 고시텔에서 지내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고등학교 친구가 고시텔에서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고시텔이 내가 다니려는 학원과 가까운 곳이었다.
그래서 난 친구와 함께 지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그 고시텔을 찾아갔다.
친구는 학교에 가고 없었다. 그래서 혼자 둘러보게 되었다.
고시텔이지만 시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건물도 깨끗하고 사람들도 괜찮은 것 같았다.
고시텔 방을 구경하던 중에 지나가는 한 남자를 만났다.
큰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와 내 이상형이잖아!!
난 당장 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냥 학원도 가깝고 친구도 살고 있는 곳이라서 계약하는거다.
절대 남자 때문이 아니라구!!
"저 계약할게요!!"
다음날.
고시텔 사무실에서 주인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어허, 참한 아가씨로고."
"오호호호호. 참하긴요. 무슨."
"아니 그렇게 표현 안해주면 글 쓰는거 허락 안 해준다고 그래서..
난 대본대로 말한 것 뿐이라네."
"헛소리 그만하고 계약이나 하죠^^"
"-_-...허허허"
나의 미소에 반했는지 주인 아저씨는 허허허 웃으며 계약서를 내 밀었다.
"아, 그리고 여긴 밥 라면 김치 커피 녹차는 기본 제공이야."
"헐.. 그거 좋네요."
꽤나 마음에 드는 조건이었다.
"떨어지면 총무가 알아서 채워넣을꺼야. 그리고 방값 같은것도 총무에게 전해주
면돼.
난 여기 주인이고 보통 관리는 총무가 다하고 있지. 뭐 불편한거나 궁금한게 있
으면
총무한테 물어보도록해."
"총무요? 그게 누군데요?"
그 순간 사무실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마침 저기 오는구만."
"주인아저씨. 은행 다녀왔어요."
"음. 그래. 자 인사들 하게. 여긴 총무고 여긴 오늘 부터 함께 지낼 사람이라네
."
어라?
이 남자는 어제 봤던 그 남자잖아.. +_+
"안녕하세요. 전 총무를 맡고 있는 김태민 이라고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새로 입실 하게된 조아라라고 합니다."
그러자 총무라는 남자가 말했다.
"좋아라요? '좋'씨도 있었나....."
뭐, 뭐지 이 남자...-_-
난 다시 한번 차근차근 내 이름을 말했다.
"조.아.라요.-_-"
"아하. '조' 씨 군요. 조씨 중에 유명한 사람이.. 조..조조?"
"-_-...하하.. 그 사람 말구 조인성이 더 유명해요."
"-_-;; 아, 그렇군요."
그녀석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총무-
몇 일전에 어떤 상콤한 여자가 고시텔을 구경하러왔다.
그여자는 보기보다 키가 컸다.
'오오, 키크네. 그런데 너무 말랐군..'
그냥 느낌에 왠지 입실하게 될 것 같았다.
마침 빈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런데 그 방은 좀 ..
다음날.
난 이 고시텔의 총무를 맡고 있다.
원래 이런거 맡을 생각이 없었는데 방값 무료에다가 식대비 무료
세금도 무료. 게다가 월급까지 준다는데 못 할게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휴학중인데다가 머리 좀 식히면서 공부하고 있으니
이정도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주인아저씨 대신 은행에 송금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똑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간 사무실에서는 어제 본 그녀가 계약서를 쓰고 있었다.
'오늘은 화사한 옷을 입었군.. 이 더운 날씨에...'
통장을 주인아저씨게 전해드렸는데 주인아저씨가 그녀와 날 인사 시켰다.
"음. 그래. 자 인사들 하게. 여긴 총무고 여긴 오늘 부터 함께 지낼 사람이라네
."
주인아저씨의 소개에 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총무를 맡고 있는 김태민 이라고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새로 입실 하게된 조아라라고 합니다."
좋아라? 난 순간 귀를 의심하며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좋아라요? '좋'씨도 있었나....."
그녀는 뭔가 띠거운 표정을 지으며 차근차근 말했다.
"조.아.라요.-_-"
"아하. '조' 씨 군요. 조씨 중에 유명한 사람이.. 조..조조?"
농담으로 한말이었다.
"-_-...하하.. 그 사람 말구 조인성이 더 유명해요."
"-_-;; 아, 그렇군요."
뭐, 뭐지 이 여자-_-..
이게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아라-
용달차를 타고 전에 살던 짐을 실고 고시텔에 도착했다.
용달 아저씨들이 짐을 옮겨주셨다.
'사실 여자인 내가 들기엔 무거운 것들 뿐이로구나 ㅠ_ㅠ'
아저씨들만 시키기도 좀 그래서 나도 몇개 거들고 있었다.
1층엔 고깃집이랑 사무실 같은 가게들이 있었다.
그리고 2층엔 관리실과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여자층.
3층은 남자층이 있었다.
'우엑. 이걸 2층까지 어찌 들고 올라가지.'
짐들을 바라보니 한숨이 나왔다.
대부분 책들이다.
무슨 보지도 않는 책은 또 왜이렇게 많은건지..
원래 다 버려도 상관 없었지만 그래도 집에 책이 많으면
좀 있어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집 피우며 계속 가지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냥 버릴껄 그랬나봐 ㅠ_ㅠ'
하지만 후회는 항상 늦는 법이었다.
낑낑대며 들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무게가 가벼워 지더니
짐이 내 손을 벗어났다.
"어어?"
순간 떨어트리는 줄 알고 놀랬는데
맞은편에 누군가 내 짐을 들어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제 입실 하시나보네요."
"아, 안녕하세요.."
"도와드릴게요~!"
와.. 몸은 호리호리해도 힘은 좋나보네..
저렇게 가뿐하게 들다니...
그나저나 매너 좋구나. +_+
총무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빨리 짐정리가 끝났다.
"와. 고마워요. 수고하셨어요."
용달아저씨들은 자기 할일을 다 마치고 가셨고
내 방엔 총무와 나 단둘이 남아있었다.
"음? 이제 대충 정리가 다 끝난거 같죠?"
"아, 네! 나머진 제가 할 수 있어요."
"그럼 전 이만 .."
그렇게 가려는 총무를 붙잡았다.
"아, 저 차라도 한잔..."
"네?"
-총무-
관리실에서 잘 자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깨웠다.
"왜요-_-?"
"어제 그 아가씨 입실한다 짐 가꼬왔는데 가서 좀 거들어 줘라."
"에? 제가 왜요-_-?"
"그 방이 좀 그렇잖아.. 지금 미리 도와주면 나중에 나간단 소리 안하겠지."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아마 거기서 살게 되면 다 나가려고 할껄요?"
"그러니까 가서 좀 도와주란 말이야 나중에 딴 소리 못하게."
"아우. 아랐어요."
'귀찮아 죽겠는데.'
결국 난 어.쩔.수.없.이 1층으로 내려갔다.
다른 아저씨들이 짐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잔뜩 무거운 책을 낑낑대며 들고 오고 있었다.
책높이가 높아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외소한 다리를 보니 그 여자가 확실했다
.
"안녕하세요? 이제 입실 하시나보네요."
"아, 안녕하세요.."
"도와드릴게요~!"
난 그녀가 들고 있던 책을 거의 뺏다시피 하고 들고 그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른 것도 들어다 도와주었다.
'휴, 이정도하면 바로 나가겠다는 말은 못 하겠지.'
"음? 이제 대충 정리가 다 끝난거 같죠?"
"아, 네! 나머진 제가 할 수 있어요."
"그럼 전 이만 .."
빨리 가서 잠이나 자려는데 그녀가 날 불렀다.
"아, 저 차라도 한잔..."
"네?"
그녀는 부엌으로 가더니 커피 두잔을 가져왔다.
"자, 잘먹을게요."
'아놔 .. 자야되는데 커피를 주냐 -_-......'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서로 홀짝거리며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어색해진 나는 그녀의 짐들을 둘러 보았다.
생각외로 책이 많았다. 공부 좀 하는 친구인가보다.
그리고 보이는건 옷...
무슨 연예인인가..
진짜 옷이 많았다.
내가 볼때 이여자 인터넷 쇼핑 중독이다.
-아라-
총무와 함께 커피를 마셨다.
그냥 보내기 미안해서였다.
근데 막상 차를 대접하려니 방안에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전에 먹다 남긴 과자가.......
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서 올때 본 부엌에 가서 커피를 타왔다.
커피하면 또 내가 조커피다.
조커 피 아니고 조 커피.
그만큼 난 커피를 사랑한다♥
어색한 시간이었지만 나름 느낌 있었다.
난 찬찬히 그의 얼굴을 훑어봤다.
왠지 변태가 된 느낌이었다 -_-
그래도 자세히 보니까 꽤나 샤프한 느낌이 난다.
저 살아있는 콧대하며.. 음음.
사실 얼마전에 솔로가 되어버려서 요즘 부쩍 외롭다.
그냥 아무나 다 잘생겨 보인다 ㅜㅜ
총무가 나간 뒤에 방 정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컴퓨터 연결~
오호호.
저녁에 되어서야 겨우겨우 정리가 끝났고
컴퓨터가 잘되는지 확인도 할겸 인터넷 들어갔다가
홈쇼핑에서 또 뭔가를 질러버렸다.
-_-
아 내 돈..
하여간 쇼핑은 하면 안돼 ㅠ_ㅠ
이렇게 내 옷이 한벌 또 늘었다.
-총무-
아침 일찍 부엌에 들렀다.
부엌에 갔더니 항상 풀이던 라면과 커피 녹차가 거의 바닥이었다.
여기 고시텔에서는 공동으로 부엌을 쓰는데 라면과 녹차 커피는 무료로 제공된
다.
그렇다고 해서 막 가져가는건 안된다.
cctv로 다 관찰하기 때문에 가져가면 누가 범인인지 알고 있다.
그러니 글씨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경고장을 무시할리 없었다.
'밤 사이 누가 먹은거지.. 설마 가져간건 아닐테고.'
보통 라면은 종류별로 4개를 놔두는데 오늘 확인해보니까
3개가 사라져있었다.
보통 일주일 내내 놔둬도 4개 유지하는데 하루 사이에 벌써 3개나 사라지다
니...
친구들 데려와서 같이 먹은건가?
게다가 이 줄어든 커피들은.. 녹차도 반이나 사라지다니
도둑이 들었나?
이따 가서 CCTV를 확인해봐야겠다.
떨어진 것들을 보충하기 위해 창고로 내려가 물건을 들고 부엌으로 갈때였다.
"헉!!!"
왠 좀비 같은게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눈을 뜬건지 감은건지 두 눈은 팅팅 부어 있었고 입엔 칫솔을 물고 있었다.
부시시한 머리에 어깨위에 걸친 수건..
그리고 원피스 잠옷 이라고 해야하나..
가슴 쪽에 도라에몽이 그려져있었다.
공포 그 자체였다.
그녀는 날 인식하지 못했는지...
천천히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_-뭐.. 뭐지..
진짜 좀빈가;;;
-아라-
짐 정리랑 쇼핑을 하고 나니 무척 배가 고파졌다.
여긴 라면이 공짜라고 했겠다? +_+
난 부엌으로 향했고 부엌엔 라면 4개가 놓여져있었다.
오호호호호.
오늘은 일단 3개만 먹어주지.
난 룰루랄라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일단 커피도 좀 타볼까.. 음 녹차도 미리 타 놓으면 좋겠군.
공짜라니 마구마구 써버리는거다~ 으하하하.
난 피티병에 녹차를 가득 채웠다.
일단 커피는 한잔.
그리고 라면 3개~ 룰루랄라.
간만에 먹을껄 보자 휘파람이 절로 나왔다.
난 라면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티비를 시청하며 마음껏 먹어주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커피 한잔과 전에 살던 방에서 먹다 남은 과자~♥
아무래도 먹을때가 가장 행복한거 같애.
그렇게 포만감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우어어.
학원가기 싫어 ㅠ_ㅠ
알람이 몇번이나 울렸는지 모르겠다.
못 일어날까봐 한시간 전부터 10분 간격으로 계속 울리게 해놨는데
겨우겨우 마지막 알람을 듣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지체 하면 지각이란 말이야 ㅠ_ㅠ
게다가 이 고시텔은 창문이 없다 ..-_-
빛이 안들어오니까 이거 밤인지 낮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지각하기 딱 좋은 환경이랄까나 ㅠ_ㅠ
새롭게 이사도 했는데 첫날 부터 지각 할 수 없었다.
난 서둘러 칫솔에 치약을 뿌리고 칫솔을 입에 넣었다.
아자아자!.
그리고 비누와 샴푸를 챙겨들고 수건을 어깨에 걸쳤다.
음? 잠 옷 차림이긴 하지만 누가 보겠어??
속옷도 아니고 뭐 잠옷인데 보면 또 어때. 흐흐.
자기 전에 라면을 먹은것이 화근이었을가..
얼굴이며 눈이며 퉁퉁 부어 거울을 보는데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게다가 앞도 잘 안보이니..
빨리 가서 씻고 붓기를 빼야겠다.
난 다 떠지지도 않은 눈을 비비며 방을 나섰다.
화장실이 안에 있는 방도 있었는데 그방은 가격이 비싸단다.
게다가 남는 방도 이 방밖에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밖에까지가서 화장실 쓰는게 좀 불편하긴 하지만 말이다.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부엌에서 누군가 나왔다.
헉......
어머어머.. 초..총무잖아 ㅠ_ㅠ
어떡해 어떡해.
내 몰골을 어떻게..
총무는 굳어버린 듯 멍하니 자리에 서 있었다. -_-;
난 마치 눈을 감고 있어서 앞이 안보이는 척...
천천히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서둘러 화장실 안으로 숨어들었다.
아 망했어!! 잘 보여야되는데 ! ㅠ_ㅠ
아냐..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니라서 못 알아 봤을지도 몰라...
그래 희망을 가지자..
-_-
-총무-
관리실이자 내 방에 들어온 나는 CCTV를 살폈다.
"헉......"
화면에 나온 조아라라고 하는 그녀는 커피를 타 마시면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
그것도 3개나......
그러더니 녹차를 때리 붓고는 어디서 난건지 모르는 1.5리터 병을 들고 녹차를
만들어
넣었다.
익었는지 맛을 보면서 한개 양을 뚝딱 해치운 그녀는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냄
비를
들고 부엌을 빠져나갔다.
.......하.. 한명이 다 먹은거였어.........
음음.........
혹시 방에 또 누가 있나? -_-;;
난 의심이 들었지만. 설마
여자층엔 주인아저씨와 나. 그리고 부엌에 오는 남자들.
말고는 출입이 금지되어있다.
그렇다면 여자끼리?
전에 친구도 여기 살고 있었다고 했으니 둘이 먹었을 확률이 높다.
음음. 그러니 그렇게 많은 양을 챙겨갔겠지? 음.....
-아라-
요즘 매일 저녁 라면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는다.
원래 혼자 먹는걸 좋아하진 않지만 오랜 자취생활로 혼자먹는데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게다가 이 야밤에 먹는 라면이란 ~ 어찌나 맛있는지..
고시텔에 온지도 일주일이 다되어 간다.
그 동안 총무를 4번 만났다.
그것도 아침마다. 일어난 직전의 모습으로 말이다 -_-
아무래도 평상시의 모습은 그의 머리에서 잊혀진거 같았다.
흑흑..
이래가지고서야 잘 보일 수가 없잖아 ㅠㅠ
커피를 한잔 마시며 인터넷 쇼핑을 즐겼다.
학원 마치고 집에오면 할게 없다보니 요 몇일 계속 쇼핑을 하고 있었다.
아흑 내돈..
그래도 차곡차곡 도착하는 물건들을 보니 내심 흐뭇해진다.
내 옆방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 내 친구.
참고로 난 여고 출신이다.
그때 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젠 이웃까지 되었다.
얘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아침에 나가서 해가 질때쯤이야 들어온다.
얘도 먹는걸 무지 좋아해서 함께 먹는 날이 많아졌다.
서로 좋아하는거 사와서 같이 나눠 먹는 재미란..
이래서 친구는 좋은거 같다.
먹을게 좋다는게 아니라 친구가 좋은거 같다.
어허 아니래도!
-_-
여자들 끼리 모여있으니 남자얘기랑 옷얘기랑 연예인 얘기가 가득했다.
남자 얘기 나온김에 총무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내 친구는 여기 1년이나 살았으니 말이다.
"야야 그 총무라는 사람 말이야."
"응? 총무?"
"응. 몇살인지 알아?"
"글쎄. 28살쯤 되지 않았을까?"
"에이. 내가 보기엔 26쯤 되어보이던데."
"그런가. 모르겠는데."
"근데 뭐하는 사람일까?"
"음... 주인아저씨 아들 아닐까?"
"그럼 이 건물 후계자!?"
"...오오오..후계자라...그런데 주인아저씨라고 부르던데?"
"아 맞다. 그냥 알바생인가?"
"...그런가. 이런거 하면 자기 공부는 어떻게하지?"
"알아서 하겠지 뭐. 그냥 백수 일수도 있고."
"-_-....."
얜 전혀 관심밖인거 같았다.
-총무-
갑자기 귀가 간지러웠다.
'뭐야 누가 내욕하나 -_-'
"야! 태민아!"
"네?"
"요즘 라면 값이 왜케 많이 나가냐?"
"아.. 얼마전에 들어온 아라라는 여자있잖아요."
"응."
"그 여자가 매일 끓여 먹던데요."
"그..그래?"
"네 왜요?"
"음.. 회비를 거둘까..."
"에이, 뭐 그여자 말고 아무도 안먹는데 라면 몇개 가지고 그러세요."
"아냐.. 5일 사이에 한박스가 나갔어..."
".....친구랑 같이 먹나보죠 뭐.."
"커피는 또 좀비싸니.. 녹차도 비싼데.."
"아부지는 진짜 너무 쫀쫀해."
"-_-아부지라 부르지 말랬잖아. 임마."
"아부지를 아부지라 부르지 못하다니. 흑흑.. 제가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그냥 아저씨라 불러. 여기서는."
"네."
"그럼 난 이만간다."
"엥? 어디가요."
"길드전하러."
"-_-;;"
아주 어릴적부터 아부지 혼자 날 키우셨다.
그리고 예전에 사둔 땅이 있었는데 땅값이 오르는 바람에
이렇게 건물도 사게되었고 고시텔도 운영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늘 내게 검소하게 살아야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오늘도 피씨방엘 가시는구나
-_-
저녁이 되자 고시텔 전체가 조용해졌다.
조용히 씨씨티비를 보는데 또 그녀가 나와서 라면을 끓여 갔다.
...오늘은 두번째군....
요 몇일 아침에 라면 채우러 가다가 맨날 그녀의 자다깬 모습을 봤다.
-_-
우황청심환이라도 사놔야 될것같다.
몇번 봤는데도 적응이 안된다.
하긴 자다 깨서 화장하고 얼굴 꾸밀 수도 없고...
씻으러 오는데 모자를 쓰고 나올 수도 없겠지만.......
그 모습은 너무하잖아 ㅠ_ㅠ
-아라-
친구는 자러갔고 잠이 안와 새벽 늦게 까지 깨어있었다.
창문이 없으니 불만 끄면 아주 암흑자체다.
티비만 켜놓고 누워서 과자를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을때였다.
사사사사삭.
응??..... 뭐지 이 느낌.
아주 익숙한 소리였다.
그리고 이 느낌은...
어릴적에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 집이 좀 허름한 집이어서 그랬는지..
개미랑 바퀴벌레를 자주 보게 되었는데...
"꺄아아아아!!!!!!!!!!!!!!!!!!!!"
고시텔 치고는 방음시설이 잘 되어있었나보다. -_-
내 비명소리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내 비명 소리의 원인은 바로 바퀴벌레였다!
그것도 손가락 보다 더큰 바퀴벌레!!
허곡.
저, 저 저거 어떻게 하지?
하도 자주 봐서 그런지 지켜보는거까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근데 이쪽으로 날아오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ㅠ_ㅠ 뭐야 저거..왜 하필 내 방에...
저런게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이 방에 있을 수 없었다.
난 친구방을 찾아갔다.
똑똑똑
"친구야 ㅠ_ㅠ"
"-_- 머야 너 자는데 깨우고."
"내 방에 내 방에.."
"시끄러워."
"아니 내 방에 바퀴벌레가 ㅠ_ㅠ"
"잡으면 되잖아."
"아니 그게... 손가락 만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니가 좀 잡아줘."
"우리 인연 끊을래?"
"-_- 매정한뇬.."
"나 내일 오전 강의야. 자야돼."
"그럼 나도 여기서 자면안돼?"
".... 알았어. 빨리 자."
그렇게 친구 옆에 누웠지만 아무래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라야. 그러고보니 우리 같이 자는거 무지 오랜만이다?"
"쿨..쿨.ZZ....zzz......."
"뭐야 너 벌써 자냐?"
"zzz......."
이상하게 머리만 대면 잠이 온단 말이지..
-_-;;
-총무-
아침부터 그녀가 날 찾아왔다.
"어쩐 일로...?"
"부탁할게 있어요!"
"부탁이요?"
"바..바......."
"바?"
"아니에요 ㅠ_ㅠ."
"?"
그녀는 싱거운 말을 남긴채 관리실을 나갔다.
뭐야 -_-
-아라-
아침에 일어났더니 친구는 벌써 학교 간 뒤였다.
나도 학원엘 가야했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를 해야했다.
잉.... 방에 어떻게 들어가지..
난 조심조심 방으로 진입했다.
고개만 빼꼼 내밀고 주위를 살폈다.
다행이 놈은 보이지 않았다.
난 서둘러 세면 준비를 하고 세면을 끝 마쳤다.
그리고 집을 나서면서 관리실에 들렀다.
아무래도 총무에게 바퀴벌레가 있다고 말을 해야될것 만 같은데...
왠지 아침에 보인 부끄러운 모습 때문에 제대로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이러다가 학원에 늦을꺼 같아서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건물 나오는길에 현관 복도 쪽에 게시판이 보였다.
보드판이었는데 수성팬으로 적는 곳이다.
공지라던가 친구한테 남기는 말 같은걸 적는 곳이다.
난 익명으로 한채 글을 남겼다.
'내 방에 누가 살고 있다;;'
-총무-
뭘 말하려던 걸까..
혹시 그 방의 비밀을 알아 차린건 아닐까!?
에이 그랬다면 당장 말했겠지..
그럼 뭘 말 할려고했던거지
에라이 순찰이나 한바퀴해야겠다.
-아라-
학원에서 도무지 수업이 되지않았다.
옆자리에 잘생긴 애가 앉았기 때문이었다.
바퀴벌레 생각은 눈꼽만큼도 나지 않았다.
근데 총무 생각은 살짝 났다.
아무사이도 아닌데 미안함이 들었다.
수업이 안되니까 괜시리 졸려왔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가;;'
난 안자려고 노력했다. 근데 자꾸 눈이 감겨왔다.
'않돼!! 돈내고 듣는 강의야!! 뭔지 몰라도 일단 들어야해!!'
난 고개를 제차 흔들어재꼇다.
그래도 잠이 쏟아졌다 ㅠ_ㅠ
살며시 교수님을 쳐다보았다.
왠지 교수님이 나만 쳐다보는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완전히 대놓고 자는 학생 1명이랑 안자려고 노력하는 학생 2명이 있네요."
2명중에 한명이 나였나보다. ㅠ_ㅠ
내일부터는 이러지 말아야지..
-총무-
부족한 물품들을 채워놓고 고시텔 전체를 한바퀴 돌았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현관 쪽으로 가서 기지개를 켰다.
우리 건물은 창문이 없어서 현관으로 나와야만 빛을 볼 수가 있다.
"유후~!"
거참 날씨 좋군.
이제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여름도 다 간건가..
낮잠이나 자야지.
가려는데 게시판에 무언가 적혀있었다.
'내 방에 누가 살고 있다;;'
뭐야 이건 -_-
고시텔은 혼자 살아야되는데.
난 리플 형식으로 답글을 남겼다.
'내 방에 누가 살고 있다;;'
→둘이서 사는건 불법입니다. 걸리면 쫓겨나요.
걸리기만해봐..
-아라-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심고 게시판을 바라보았는데 내 글 밑에 무언가 적혀있었다.
둘이서 사는건 불법입니다. 걸리면 쫓겨나요.
-_-
뭐야 이거 누가 적은거야
난 다시 리플을 달았다.
→ 사람이 아니에요!! 저 말고 뭔가가 살고 있어요 ㅠㅠ. 도와주세요. 밤이 무
서워요.
날개가 달려있어요.. 언제 절 덥칠지 몰라요.
집에 돌아온 나는 배가 고파졌고 돌아오는길에 사온 과일을 먹었다.
오호호호 역시 이맛이야.
-총무-
게시판에 답글이 남겨져있었다.
이거 누가 적은거야 대체 -_-
뭐하자는 짓이여.
밤이 무서워요. 날개가 달린게 덥친다고?
무슨 배트맨이냐.
난 다시 리플을 남겼다.
→판타지소설은 집에가서 쓰세요.
난 다음 날 아침에도 그녀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 놀래야했다.
내일은 조금 일찍 순찰해야겠다.
그럼 안 마주치겠지..
-아라-
아오~! 어떻게 아침마다 이런 꼴로 만나는지...
다음 부터는 조금 서둘러야되겠다.
다행이도 그 날 이후로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내가 잘 못 본건가?
하긴.. 1년 째 사는 친구도 바퀴벌레의 바짜도 못 봤다는데..
나만 볼 수가 없지..
그럼 그냥 어두워서 잘 못 본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했다.
학원가는길에 또 다시 리플이 보였다.
판타지소설은 집에가서 쓰세요?
헐..
이사람이 장난치나..
살짝 다혈질인 나는 어차피 누군지 모를테니까 ...
약간 험한말을 적었다.
→야, 너! 누구야! 장난치면 죽는다!
히히히. 왠지 학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총무-
어쭈 ? 이젠 반말이네.
매일 같이 게시판을 확인하는게 버릇이 되었다.
이런식으로 내게 메시지를 전달하다니.. 범인은 누굴까.
이제 이녀석은 반말로 날 농락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뭐라고 적어야 더 이상 까불지 않을까..
고민 끝에 난 답글을 달았다.
→장난아니고 장남입니다.
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관리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5분 일찍 일어난 나는 서둘러 부엌으로 향했다.
"헉....."
그녀였다 -_-
그녀도 5분 빨리 나온 모양이었다...
아.. 어떻게 맨날 보는데도 놀라는거지..
근데 진짜 실제로 보면.. 이전 모습은 전혀 찾아 볼수없다.
낮에는 그래도 그나마 청순한 모습이 보이는데
아침에 막 일어나 슬러퍼 끌고 머리 긁적이면서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괴물이다
-_-
올 여름 공포영화가 별로 안나와서 시시했었는데
그녀 자체가 공포다 -_-
-아라-
마지막 알람이 울리기 5분전에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관심이 없다고 그래도 여자로써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생각
했다.
빨리 빨리 서둘러야지.
오늘은 마주치지 않으리!!
다짐하고 다짐해서 5분이라는 꿀같은 단잠의 시간을 포기하고
일어나 세면을 하러가는 길에
총무를 또 만났다.
-_-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못 볼껄 본 모양이다...
....
흑흑..울고 싶다...
-총무-
놀란 심장을 쓸어 내리며 관리실로 들어왔다.
시..신고 해야되는거 아닐까..
아침마다 괴물이 나타난다고...?
-_-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지만 그만두기로했다.
그래도 외출 할때의 모습은 꽤나 봐줄만 하니까 말이다.
보통 여기 여자들은 다들 이쁘게 해서 다니는데...
그녀만 유독.. 그런 모습으로 나다니는 이유는
나한테 남자다운 매력을 전혀 못 느끼는 걸까?...
음. 나도 예전의 김태민이 아니구나 -_-
-아라-
"으악!"
퍽!
세면을 마치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벽을 쳤다.
"아야!"
내 주먹만 아팠다. ㅠ_ㅠ
왜 자꾸 이런 모습만 보여주게 되는거지 흑흑..
저녁이 되어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주말!
오예! 마음껏 놀아보는거야!!
게시판엔 어이 없는 유머가 적혀있었다.
참나.. 이거 뭐야
장남?
자, 잠깐..
그렇다면.. 지금 이 답글을 남기는 사람은 남자라는 것을
예상 할 수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유행어를 따라 쓴 저질 개그일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궁금한건 도저히 못 참는 성격인지라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님 정체를 밝히시죠.
저녁엔 잔뜩 술을 사와서 친구와 함께 마셨다.
맛있는 것들도 많이 있었다.
음~ 난 술과 안주라면 햄볶아요~
-_-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으 들이키는데
갑자기 배에서 신호가 왔다.
윽.
"나 화장실 좀 다녀올께."
느낌으로 보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자칫 잘 못하면 나올지도 몰랐다.
난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휴~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휴지로 마무리하려는데
헉... 휴..휴지가 없잖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핸드폰도 안들고 왔는데 ㅠㅠ
친구를 부르기도 애매하고..
휴지 남은걸로 대충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휴지통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놈의 부지런한 총무.....ㅠㅠ
이럴때 도움이안되는구나..
양말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여름 저녁에
집에서 양말 신고 있을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ㅠㅠ
밖에 누구없나?
"저기요~!!"
......
나의 부름만 들리고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아아.. 난 이대로 고립되고 마는것인가.
내일 신문에 실리는거 아니야!?
조아라. 23세.
고시텔 화장실에서 조난당하다.
아아 그럴리 없잖아! ㅠ_ㅠ
10분째 화장실에 앉아있다 보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났다.
친구뇬은 10분이나 안오면 날 찾으러 와야될꺼 아니야!
걱정도 안되나?ㅠㅠ
후에 알게된 사실인데 내가 평소에도 변비끼가 심했으니
당연히 오래 걸릴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_-
망할뇬..
더 이상 지채할 수 없었다..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여기 앉아있는다고 답이 나올 것도 아니었다.
이 늦은 새벽 시간......
게다가 아까 아무나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좋아.. 옆 통로엔 화장지가 있을꺼야..
일단 옆통으로 가보자..
난 화장실에 앉아있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한채
엉금엉금 옆칸 화장실로 걸어갔다.
최대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게 움직였다.
마치 나는 일지매의 이준기가 된 기분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작전을 수행하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비록 자세는 볼품 없었지만 난 정말 일지매가 물건을 훔치러 담을 넘듯
화장지를 가질러 옆칸 화장실로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우왕국!!! 내가 바로 김왕장!'
으하하하 난 살았!!!!!!!!!!!!!?
뭬야.. 여기도 휴지 없잖아...
마지막 남은 한칸.
총 3칸으로 이루어진 화장실.
나머지 한칸에 내 모든게 달려 있었다.
난 다시 일지매가 되어 조심스레 문을 열고 화장실을 나설때였다.
터벅.터벅.터벅.
응?
이 발자국 소리는.........?
난 다시 2번째 화장실안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터벅터벅 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왔고..
누군지 모르는 그 사람은 이미 화장실에 들어와 있었다.
'누..누구지..누구지.. 내 친군가??'
휴지를 달라 그럴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칸 화장실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뭔가 부스럭
거렸다.
?? 뭐..뭐하는 거지..??
도대체 누구야 ㅠ_ㅠ
쏴아아아아-!!
갑자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헉.. 아 맞다.
아직 물 안내렸는데...!!!
누가 화장실 쓰려고 왔다가 보고 물 내린건가??
그럼 여자인가?
휴지 달라고 해도 되려나......?
화장실 문을 꼬옥 붙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철컹!
허걱!
난 깜짝 놀라며 문을 있는 힘껏 막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엥? 누가 있나?"
헉.. 초..총무의 목소리였다.
-총무-
새벽에 열심히 게임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저 205호인데요~ 여자화장실에 휴지가 다 떨어졌더라구요."
"아하. 네. 이따 가져다 놓을게요."
일단 게임 부터 마무리하고......
하다보니 벌써 1시간이 지나있었다.
헐.
너무 집중했군..
휴지나 채우로 가볼까나..
그동안 다른 전화가 다시 오지 않은걸 보니
아마 늦은 시간이라 다 자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화장실 사용이 없으니까 휴지가 필요하단 전화가 오지 않은것 같다.
새벽이지만 복도엔 불이 켜져있었다.
말했다시피 이 건물엔 창문이 없어서....
불을 켜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첫번째 화장실에 들어갔다.
역시나 휴지가 없었다..
근데 이게 무슨 냄새야... -_-
뭐야 이거 누가 똥누고 물을 안내린거야??
와 나 여자들 깔끔한 줄 알았는데 저질이구만!
크기는 또 왜케 커!
난 조심스레 물을 내렸다.
쏴아아아아아.
그리고 휴지를 채워놓고 두번째 화장실문을 열려고 할때였다.
철컹.
"엥? 누구 있어요?"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뭐야 문이 고장났나....!"
난 순간적인 힘으로 문을 밀어버렸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는데
그곳에는 뒤로 넘어져있는 그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바지가 반쯤 내려가있는 상태로 말이다.
이 여자 대체 뭐야.. -_-
-아라-
..........
................
"야!!"
"-_- 너 무슨 똥을 만들어 싸고왔냐... 술 다 식으면 어쩔려고~
내가 너 그럴 줄 알고 냉장고에 넣어뒀지롱~~"
"미친... 지금 웃음이 나오냐?"
"뭐야 잘했다고 칭찬은 못해줄 망정.."
"나 이사 갈꺼야 ㅠ_ㅠ"
"왜왜?"
"...."
"너 무슨 일있었어?"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한테 말 할 수 없었다.
ㅠㅠ
신이시여..
오늘도 눈물나는 하루였다...
에잇 술 먹고 죽어버리자!
난 다음날 오후가 지나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으.. 머리가 뽀개질거같애.......
술을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새벽의 기억은 도무지 지워지질 않았다..
-총무-
푸하하하하
아 진짜 그여자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었다.
휴지가 없으면 없다고 말을 하지 왜 화장실문을 꼭 잡고 그러고 있었던걸까 -_-
잠 그지도 않고....
(휴지 찾는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그녀를 알턱이 없다.)
그나저나 못 볼껄 봐버렸네 -_-;
앞으로 그여자 얼굴을 어떻게 보나;;;;;
그리고 날이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답글놀이.
이 사람의 정체는 뭘까.
씨씨티비는 부엌에만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글씨체를 보면 분명 한사람이 남기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그다지 잘쓴 글씨도 아니다.
남자인가?
정체를 밝히라니..
→내가 등대니 밝히게
ㅋ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난 재미있는 놈인거 같다.
-아라-
되도록이면 총무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계약기간만 아니면 확 이사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젠 아예 30분 일찍 일어나서 씻고 준비했다.
좀 피곤하긴했지만 그와 마주치지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녀석은 다시 나타났다.
그때 내가 본건 헛깨비가 아니었다.
진짜 무슨 손바닥 만한게 벽을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도 벽장 뒤 쪽에서 나왔다가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럼 녀석의 본거지는 벽장 뒤란 말인가.
난 녀석이 사라지자 컴퓨터를 켰고 마침 메신저에 한 녀석을 발견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녀석인데 대화가 잘 통하는놈이었다.
난 녀석에게 바퀴벌레를 봤다고 이야기 했더니
그 녀석이 이 따위로 말했다.
'뭐야 그렇게 커!?'
'응 너무 커.. 무서워 어떡해?'
'세스코 불러.'
'ㅠ_ㅠ 고시텔인데 여기..'
'그럼 관리인한테 말해.'
'...관리인 얼굴 못 보겠어....'
'왜?'
'ㅠ_ㅠ 그럴 일이 있었어..'
'그럼 잡아.'
'어떻게?'
'바퀴벌레는 알을 낳는데 걔까 찌부되서 죽어도 새끼들은 태어난데.'
'-_-... 그럼 어떡해?'
'불에 태워죽여야지.'
'어떻게 불로 태워?'
'일단 책으로 찌부를 만들고..'
'그 책을 불싸질러?'
'고시텔 불 낼일있냐-_-'
'그러면?'
'책을 치우고 휴지 오만장으로 덮은 다음에 1미터 짜리 나무젓가락으로
집어서 봉지에 넣고 그 봉지를 밖에 나가서 태우는거야.'
'왜 그렇게 해야돼?'
'맨손으로 바퀴벌레 집을수있어?'
'아니-_-;;'
'응 나도 못 집어.'
'ㅠㅠ 진짜 미치겠네..'
'근데 걔만 잡는다고 끝날 문제가 아닌데.'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너 광고도 못 봤냐. 바퀴는 한마리만 사는게 아니래.
한마리가 있으면 그 벽에 수백 수천 마리가 살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라는데'
'무서워 그런말하지마.'
'근데 진짜야.'
'..ㅠㅠ 어떡하지?'
'그리고 그 왕바퀴벌레 한테 물리면 너 바퀴벌레맨 된다?'
'이게 날 뭘로보고 내가 그런거에 속아 넘어 갈줄 알아?'
'.....어라 안 속네? ㅋㅋㅋㅋ'
'죽는다 너-_-'
'ㅋㅋㅋㅋ 다른 애들은 다속던데.'
'도대체 누가 그런 말에 속냐!!'
'응. 7살 짜리 사촌동생.'
'-_- 내가 7살짜리냐!'
'...정신연령은 초딩아니었어?'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농담이야. 흐흐 무튼. 열심히 잡아봐. 왠만하면 주인한테 말하는게 좋을텐데.'
'주인 아저씨는 한달에 한번 볼까 말까야.. 총무가 다 담당하는데 ㅠㅠ'
'총무랑 싸웠냐?'
'아니..그것보다 더 심각해.'
'뭔데 대체. 설마 화장실 갔는데 휴지 없어서 못 볼꼴 보인건 아니지?'
'-_-......'
'하긴 그럴리가 있겠냐. ㅋㅋ.'
'...됐어. 나 메신저 끌꺼야.'
'그래. 수고해.'
'응. 바2'
그녀석님이 퇴장하셨습니다.
.....
이를 어떡하지 ㅠㅠ
장롱을 불싸지러 버릴까?......
-_-
이건아니구나..
게시판에는 저질 개그가 적혀있었다.
상종 못 할 놈이군.
난 답글을 달지 않았다.
지금 바퀴벌레만으로도 머리가 충분히 복잡했다.
-총무-
이상하게 요 몇일 그녀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게시판에 답글도 더 이상 적히지 않았다.
맨날 달리던 답글이 안달리니까 은근히 답답해졌다.
난 다시 메시지를 남겼다.
-야 너 왜 대답이 없냐. 내 개그에 웃다가 죽은건 아니지?
지..진짜 내 개그에 웃다가 죽은건 아니겠지-_-
-아라-
미친놈이었다.
자기 개그 저질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총무도 저질개그 전문이던데.
아아 총무 이자식.ㅠㅠ
하필 그때 나타나서 말도 못 붙이게 하다니........
이 넘..아니 년인가 암튼 이 바퀴벌레를 어쩌지.
순간 이런 상황에 화가 난 나는 답글을 달았다.
-바퀴벌레 같은 놈아!! 이 저질개그쟁이!
-총무-
녀석이 드디어 도전장을 내 밀었다.
바퀴벌레 같은 놈?
뭐 생명력이 좋아서 오래 산다는거니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쳐도
저질개그쟁이라니...
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웃찾사 개그야 개콘 개그프로를 모두 섭렵한 나이거늘..
내가 어찌 이런말을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감히 고시텔 실세인 총무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난 답글을 달았다.
-한판붙자.
-아라-
참나. 어이가 없다. 이젠 나와 붙자고?
-뭘 붙어 자석이냐 붙게
-총무-
헉.......
뭐야 이 범접할 수 없는 센스는...
대..대단하다..
개그 프로에서 보지 못한 개그였다.
난 그녀석을 라이벌이라기보단 스승으로 생각하기로했다.
-한 수 가르쳐주십시오.
-아라-
.... 이거 진짜 언놈이지.
제 정신이 아닌건 확실했다.
- 1
계속.-->
이것도 재밌네...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