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
헉!!!
한 수. 하나의 숫자.. 1(일) 한수 가르쳐 달랬더니.. 숫자 1을 적어 주다니.....
엄청난 센스다......!!
난 지금까지 무엇으로 개그 공부를 했단 말인가... 난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한수 가르쳐 주긴 가르쳐주었구나.. 이런 대인배를 보았나.....
앞으로도 더욱 더 개그 공부에 매진해야겠다... 난 그 뒤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기필코 녀석보다 더 많은 센스를 키워버릴테다!!
-아라-
그냥 아무생각 없이 쓴 답글 뒤로 더 이상의 답글은 달리지 않았다. 막상 매일 같이 달리던 답글이 없어지니 서운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빨리 집안의 그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했다.
어제는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컴퓨터 뒤쪽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포착되었
다. 최근 자주 보이는 녀석이라그런지 아무렇지도 않고 계속 쳐다봤다.
녀석은 내 눈길을 느꼈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움직였다.
'새, 생각 보다 귀. 귀엽잖아!!'
아니지! ㅠ_ㅠ
바퀴벌레는 식중독을 유발하고..
좋지 못한 곤충? 해충 이니까..ㅠㅠ
아무래도 더 이상은 안되겠다. 이녀석이 자꾸만 커지는거 같은 느낌이다.
도대체 뭘 먹고 저렇게 커지는거야 ㅠ_ㅠ
난 총무를 만나야 했다.
-총무-
똑똑똑
열심히 개그프로를 보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티비 소리를 음소거로 맞춘 뒤 들어오라고 말했다.
"들어오세요."
뜻밖의 손님이었다. 바로.. 화장실 그녀였다.
"헐..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찾아왔냐는 뜻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다.
"....?" "...."
그녀는 날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뭐..뭐야 이여자. 서..서.설마. 자신의 벗은몸(?)을 보았으니 자길 책임 지라는 그런건 아니겠지!!!?
-아라-
무작정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는데 인사 말고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흑. 그때 그 화장실의 기억. ㅠㅠ
순간 얼굴이 뜨끈해졌다. 아무래도 얼굴이 붉게 물들었을 것이다.
-총무-
이 여자가 날 보더니 양 볼에 홍조를 띄기 시작했다.
뭐, 뭐야.
마치 고백이라도할 것 처럼...
아, 안돼.
아버지가 고시텔 사는 여자랑은 절대 연애 금지랬어... 내가 건물 주인 아들인걸 알게 되면 나한테 들이대는 여자들이 많아질꺼라면
서..
일부러 아저씨라고 불러라고 까지 하는 사람인데 만약 내가 연애하는걸 알았다가는...
-아라-
드디어 용기내어 첫 마디를 꺼낼 수 있었다.
"저 저기요!" "죄..죄송합니다. 그건 좀 곤란해요."
"-_-네?" "저 이만 나가주세요."
뭐..뭐야 -_-
마치 다 알고 있다는듯.. 자기도 곤란하다며 날 밖으로 내 쫓았다.
뭐..뭐야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그럼 바퀴랑 계속 살아야돼?ㅠ_ㅠ 아직 계약이 1년이나 남았는데..
-총무-
김태민 잘했어! 잘했어!
적당히 기분 나쁘지 않게 잘 거절했어!
역시 넌 사나이야.
여자를 울리면안되지. 암, 게다가 아버지에게 혼나서도 안되지~ 그럼그럼. 그러고 말고.
(아주 삽질 제대로 푸시는 구만-_-)
-아라-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게시판에다가 건의라고 해야겠다.
'내 방에 바퀴가 살고 있어요. 잡아주세요..'
-아라친구-
학교 가는길에 문득 게시판을 봤는데 뭔가 적혀있었다.
어라? 이건 또 뭐야.
내 방에 바퀴가 살고 있어요 잡아주세요?
이거 뭐지?
그냥 지나치려다가 재미있는 장난이 생각났다.
나는 '내 방' 의 '방' 이란 글자를 맘 으로 슬쩍 고치고
'바퀴'라는 글자를 '방귀'로 고쳐 적었다.
그리고 '잡아주세요' 를 '참아주세요'로 바꾸어 놨다.
'내 맘에 방귀가 살고 있어요. 참아주세요.'
난 혼자 킥킥대며 고시텔을 나섰다.
-총무-
게시판에서 이상한 글을봤다. 굉장히 심오한 뜻의 글이었다.
내 맘에 방귀가 살고 있어요. 참아주세요.
아무래도 이 사람은 방귀병에 걸린게 아닌가 싶었다. 자기도 원하지 않는데 방귀가 뿡뿡 나오는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뜻을 담아 글을 적은거 같았다.
내 맘에 방귀가 살고있어요는..
내 마음속에 방귀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도때도 없이 자꾸나옵니다. 라는 뜻이고
여기서 참아주세요는
내 마음님. 참아주세요. 라고 하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인것 같다.
그러니 전체 적인 해석으로 보면
아무대서나 방귀를 끼지 말자 인거같은데....
-아라-
간만에 고구마를 삶아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그런데 생각보다 고구마가 많이 남아있었다.
음.. 아무래도 총무가 맨입에 잡아주긴 그러니까 안해준다는거 아닐까? 난 남은 고구마를 들고 관리실로 향했다.
"저기요." "들어오세요."
관리실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개그프로를 보고 있는 그였다. 나도 개그프로 좋아하는데..
"...또 오셨네요.."
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구마가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저 이것 좀 드셔보라구요.." "이걸 왜 저한테..."
"먹으려고 삶았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아하 감사합니다."
"저, 저기 그런데요!" "....네?"
-총무-
난 지옥을 경험했다.. .......지독했다...
어느 겨울날 어릴적에 아버지랑 같이 고구마랑 삶은 달걀 먹고 이불 덮고 티비보다가
아버지가 신기한거 있다면서 이불속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을 때.
그때 아버지가 뿜었던 방귀냄새보다 더 지독했다. 이건 마치 아수라의 지옥이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난 그녀가 준 고구마를 받아 들었고 그녀는 뭔가 계속 할 말이 있는 듯 몸을 베베 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때 못 한 고백을 또 하려는걸까? 하긴. 용기 있는 사람이 미남을 얻는다고 했다.
그러니 한번 더 도전하려는 것이겠지.
난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역시 생각해봤는데 곤란할 것 같아요." "네?"
어리 둥절해 하는 그녀를 보며 순간적으로 생각 난게 있었다.
아까 영화에서 봤던건데
남자가 여자를 벽으로 밀치고 한쪽 손으로 벽을 집은채 숙인 고개를 들며
'미안하지만.. 우린 안돼.'
라고 했던 장면이 생각났다.
좋아. 한번 해보는거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갑작스레 그녀의 어깨를 미치고 벽에 붙게 만들었다.
턱.
그렇다고 레슬링에서 나오는 듯한 그런 포즈와 힘으로 밀친건 아니었다.
근데 턱 하는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소리가 있었으니..
'뽀오오옹.....'
.......?
뭐, 뭐야 이거..... .
ㅇ...웁!!!!!
내..냄새...!!!!!!!
난 지옥을 경험했다.
-아라-
"친구야.. 술 먹자..." "응? 또 무슨 일이야? 내일 학원 안가?"
"학원이 문제냐 지금... 친구가 술 먹자는데 지금 토를 달어!?" "아니 무슨 일인 줄 알아야.. 난 내일 남자친구랑 놀러가야되는데..."
".....됐다 그래. 나 혼자 먹을꺼니까. 건들지마!" "아라야! 아라야?"
난 친구의 방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근처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소주와 맥주를 잔뜩 사 버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시켰다.
"여기 260시간 편의점 앞이에요. 치킨한마리 콜."
흑흑.. 내가 이나이에 편의점 앞에서 이렇게 술 마시게될 줄이야..
뭐야 나 어떡해..
앞으로 총무 얼굴 어떻게 봐....
안그래도 속이 꾸륵거리길래 화장실 가려고 했는데 왜 하필 거기서 날 밀치냐고 ㅠ_ㅠ 미친거 아냐 진짜?
글고 왜 하필 그 타이밍에 방귀가 나오냐고요!! ㅠ_ㅠ
고구마를 많이 먹는게 아니었는데....
이미 후회해봐야 늦은 일이었다.
늘 후회는 늦는다지;;;
아. 모르겠다. 그래 마시고 죽자!
-총무-
새벽에 순찰을 돌고 있을때였다. 머리가 산발이 된채 비틀거리며 현관을 들어오는 누군가가보였다.
헐.. 아라씨잖아..
그녀는 술을 먹었는데 붉게 물든 볼을 한채 히죽히죽 웃으며 촛점 없는 눈동자를 유치한채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아.. 역시 잘보여야 하는 나 한테서. 고백하려고 했는데.. 방귀가 나오는 바람에.. 그것도 무지 지독한.. 방귀가 나오는 바람에 속상해서 술을 마신거구나......
이런.. 달래줘야겠군..
난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어?????? 총무네!!!?"
그녀의 목소리 톤이 많이 높아져 있는 걸로 봐서 술을 꽤 많이 먹은거 같았다.
"네. 총뭅니다." "야 너 이자식아!!"
그녀가 갑자기 삿대짓을 하며 날 바라보고있었다.
"네? 저요?-_-?" "그래 너 임마!! 왜 이야기를 못 하게 하는거야!!"
"...아라씨 많이 취했어요." "취하긴 임마 내가 뭐가 취해!!! 이좌식아~!!"
"-_-... 많이 취하셨는데요 뭘....." "이따식이 안 취했다니깐!!!!?"
"얼씨구.. 이미 혀까지 꼬불어 지셨는디 무슨.." "꼬부라지다니! 꼬부라지다니!! 내가 꼬부랑 할머니냐!!"
"-_-;;;정말 많이 취하셨군요. 들어가시죠 부축해드릴께요." "아니 임마! 내 말을 좀 들어보라고오!!"
"네. 알겠으니 일단 방으로 돌아가시죠. 이시간에 이렇게 소리지르시면 사람들 나깹니다."
난 그녀를 부축하며 그녀를 끌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어허~! 너 지금 자꾸 나 무시할래!?" "무시라니요. 전 아라씨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데요?"
그녀의 언성은 자꾸 높아졌다.. 그리고 부엌 쪽에 왔을때였다.
조금만 더 가면 그녀의 방이다. 아라씨를 방으로 밀어놓고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놔!! 진짜.. 자꾸 이런 식으로 나 무시하면.. ..우욱......" "....??"
자..잠깐.. -_-;;
"이..이봐요.."
"...우웨애엑!!"
"윽. 이, 이게 뭐야!!"
난 그 시간에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해야했다......
-_-
뭘 먹었는지 참나.....
아직도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_-
-아라-
도대체 어제 어떻게 된건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현관에서 총무를 만난것까진 기억이 났다.
근대 도대체 어떻게 방에 들어온거란 말인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집에 오면 샤워하고 잠옷입고 자는데 오늘은 옷도 그대로 입고 있으니...
술을 많이 먹긴 많이 먹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많이 속상했으니 ㅠ_ㅠ.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총무는 알고 있을 것이다.
물어봐야겠다.
마침 방을 나서는데 총무가 보였다.
아- 또 얼굴이 달아오른다. 총무만 보면 쑥쓰럽고 부끄러워진다..
-총무-
히익! 그녀다 -_- 악마같은뇬.
피하고 싶다. 이 여자를 만난 뒤로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 여자 어제일을 기억하는 하는걸까? 날 보며 또 붉어지는 얼굴을 보니 여전히 날 좋아하나보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어제 아무일도 없었죠? ^^"
미소를 보니 아무 일도 없어야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_-;
...이거 사실을 말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어차피 그녀를 때어내려면 자신히 저지른 만행을 깨달으면 좋을것 같았다.
"따라오세요.."
마침 부엌 입구에서 벌어진 일이라 CCTV 에 전부 촬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역시 각도가 아주 제대로 녹화 되어있었다.
난 그녀에게 CCTV를 말 없이 보여주었다.
한참을 보던 그녀 역시 말 없이 돌아갔다.
풉....
-아라-
엄마...ㅠㅠ
고향이 계신 부모님이 보고싶어졌다....;;;
나 어떡하지.....
총무는 나에 대한 너무 많은걸 알고 있다.. 못 볼걸 너무 많이 본거야 -_- 그러니 죽어줘야겠어.......
가 아니잖아! 지금!!!
으흐윽윽..ㅠ_ㅠ
학원을 가던길에 문득 게시판을 바라보았다.
어디다 말할대도 없고..흑흑. 글이라도 남겨봐야겟다.
-님. 요즘 뭐해요. 왜 말씀이 없어요.... 저 고민 있어요. 고민 좀 들어줘요.
소심하게 구석에다가 작게 적어놨다.
답글이 달릴려나.....
-총무-
"잘있었냐." "어? 아부지. 아니 아저씨. 무지 오랜만이시네요."
"-_-응. 렙업이 코앞이라... 사냥 좀 한다고.." "아하.. 업은 하셨어요?"
"99퍼 때 누웠다....." "-_-;; 어쩌다 죽으셨는데요?"
"......졸았다......." ".....그럼 어떻게해요?"
"다시 일주일 밤새러가야지." "네..-_-; 다녀오세요."
"근데 그 아가씨는 아직 아무런 반응 없냐?" "네.. 아직 모르는거 같던데요."
"음..다행이군. 알게되면 큰일나겠지?" "에이, 뭐 설마 큰일까지야...."
"그럼 난 이만가야겠다. 근데 게시판에 누가 뭐 적어놨던데." "네?"
아버지를 배웅해드리며 게시판을 확인했다.
어라? 고민이 있다고?.....
음..
고민상담이라면 또 내가 전문이지!
- 무슨 고민이에요?
-아라-
아직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답글이 달려 있었다. 고민이 뭐냐고?... 음..
-그 사람이 필요해요.... 라고 적었다.
그 사람이 필요하다-_-
바퀴벌레를 잡아 줄 그 사람이 필요해.. 총무.. 너 밖에 없단 말이야 ㅠ_ㅠ
-총무-
그 사람이 필요하다고?...
으음.. 아하. 이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구나.
- 말해요! 뭘 망설여요! 말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 하는게
낫죠!
라고 적었다.
그럼그럼.. 고백을 해야지.. 맘에 두고 있으면.....
-아라-
?
나도 말하고 싶다고 ㅠ_ㅠ.....
근데.....근데.. 그 사람 얼굴도 똑바로 못 쳐다보겠는걸.. ㅠㅠ
-그 사람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 보겠어요...
-총무-
아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구나..
음..그럴땐 이게 답이지.
-술!! 술이에요. 눈 딱 감고 술 한잔 하자고해요. 그리고 술의 힘을 빌어 용기를 내세요!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하는거 잊지마요. 진심은 어디서든 통하는 겁니다.
-아라-
.....술이라...... 또 술 먹고 사고치면 어쩌지?
아니 그땐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고-_-;; 적당히 취기 오를때까지 먹고 딱 짤라서 말하는거야...
-네, 고마워요. 한번 해볼게요.
라고 적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나중에 알게되면 꼭 밥이라도 한끼 사야될꺼 같다.
그래.. 잘되겠지.. 총무가 바퀴벌ㄹㅔ 잡아줄꺼야 ... ㅠㅠ
그런데 바퀴벌레 잡아달라고 말하는것도 진심을 담아야되나??
-_-
-총무-
잘 됐으면 좋겠군..... 아마 사랑이 이루어 질꺼야.. 게시판에 상담할 정도로 간절하니까.. 흐흐
아 누군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고 좋겠다~ ....
근데 저 사람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_-? 음..
-아라-
요 몇일 총무랑 마주칠까봐 학원다녀오면 바로 집이었다. 라면이 먹고 싶을땐 친구에게 겨우겨우 부탁했고 커피랑 녹차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부엌에 가다가 총무랑 마주치면 어떡해 ㅠㅠ.....
그래도 어차피 만나야돼... 더 이상 바퀴랑 살 수 없어 ㅠ_ㅠ
-총무-
그러고 보면 요즘 라면이랑 커피 녹차가 많이 남는단 말이야... 하긴-_- 내가 그녀라고 죽고 싶겠다.
나랑 마주치기도 싫겠지.... 못 볼 꼴을 너무 많이 보여서 .. 음.
그래도 그녀가 조용하니까 뭔가 심심하네...
똑똑.
"들어오세요."
그녀였다.
희안하게 그녀 생각하고 있을때 그녀가 들어왔다.
그러더니 대뜸 한마디 하는게 아닌가..
-아라-
"술 한잔해요!" "....."
대뜸 들어가서 술 한잔 하자고 이야기해버렸다... 술 집에 들어서고 아무런 말도 없이 내 마음대로 주문해버렸다.
"저, 저기..." "아무 말 하지말고 술 먹어요."
".....그러죠. 자 한잔해요..."
-총무-
그렇게 술잔이 오가고 그녀는 무지 급하게 술을 들이켰다. 속상한게 많았나보다.
하긴 나한테 쌓인게 대체 얼마야 -_-
"무슨 고민있어요?" ".... 할 말이 있어요."
"...음. 술을 먹고 해야 될만큼 중요한 말인가요?" "...술을 안먹으면 도저히 용기가 안날꺼 같아서요..."
"무슨 얘긴데요?"
라고 묻는 순간 뇌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내 맘에 방귀가 살고 있어요. 참아주세요.
-저 고민있어요.
-알았어요 한번 해볼게요.
...헉?
그러고보니..방귀가 살고 있다고 한 뒤에.. 관리실에 와서 방귀를 뀌었고.......
고민이 있다고 해서 술한잔 하자고 하고 고백하라고 했는데....
커헉.
그럼 게시판에 글 쓰던 사람이 ... 이 여자였어???? 자, 잠깐. 그렇다면 지금 이 여자가 내게 할말이란게..
고.. 고백이란말인가!!!!
아아... 진심을 담아서 말하라고 했는데....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그녀가 날 이렇게도 원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지금까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자꾸 창피한 일만 생겨서 미루게 된거고....?
아하.. 이제야 모든게 맞아 떨어지는군....
크....
진심이란말인가....
하긴.. 생각해보면 나도 그녀를 싫어하는건 아니었다.
그러면 좋아한다는건가?
사실 요 몇일 그녀가 안보이면 뭐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했고.... 게시판에 글이 안써져있으면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게 다 이 여자와의 인연의 끈이었단 말인가..
좋아... 여자가 고백하는데 남자가 거절해서야 안되지.
아버지는 내가 잘 설득해보지 뭐!
난 그녀가 고백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그녀와 함께 지내면 재미있을 것만 같다.
-아라-
드디어. 드디어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총무님은 뭔가 화가난 듯..... 알겠다고 말한 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남은 술을 모두 들이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엥?... 뭐, 뭐가 문제야.... 총무님도 바퀴벌레 무서워하나? -_-
-총무-
그녀가 말하길...
"바퀴벌레 좀 잡아주세요.. 제 방에 바퀴벌레가 나와요!!"
.....
뭐, 뭐야 이건...
나, 날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려던게 아니었어??
"저, 저기요. 혹시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고시텔 게시판에.. 쓴 글......" "어? 그거 어떻게 아세요??"
"그거 아라씨였어요?" "아..네... 내 방에 바퀴가 살고있어요 라고 적었는데..... 누가 방귀가 살고 있다로 장난 쳐놨더라구요.
아무래도 답글다는 사람이 장난 친거 같던데.. 총무님은 누가 답글 다는지 알고 계세요????"
아....
그게.. 방귀가 아니라 바퀴였구나 -_-..... 언놈이 장난친거야;;;;
휴.....
"제가 알게 뭐에요." "네?"
"일단 바퀴벌레는......알겠습니다... 잡아드리지요."
그렇게 말한 뒤 나는 남은 술을 모두 들이키고 자리에서 나와버렸다.
싫은척했지만 사실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껏 하는 말이 바퀴벌레나 잡아달라니...... .....
그 말하는게 그렇게도 어려웠던가? 그냥 와서 말하면되지......
..... 아우 바보 같이.. 혼자 착각이나 하고.....
난 그동안 그녀와 있었던 일을 생각해봤다.
처음 인사하게 된 날.. 이사 짐 들어주고.. 같이 커피 먹고...... 그녀 혼자 막 .. 라면 3개 끓여먹고...
그러다가 게시판에 서로 글을 남기게 되었고..
그녀게 내게 뭔가 할말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그냥 밀어냈었지....
고백인줄 알고...
근데 그때 부터 바퀴벌레 이야기였던거였어.
근데 화장실에서 그 사건이 생겨서 그녀는 그때부터 날 똑바로 보기 힘들어진거지...
그러다가 음식을 들고와서 말하려고 했는데 나의 오바로 방귀까지 뀌게된거고..
그녀는 더 부끄러워졌던거고 그래서 더 말을 못 했던거였어... 그러다가 속상해서 술을 잔뜩 먹고 나한테 오바이트까지....
겹친데 겹치고 또 겹쳐버렸던거군......
이런걸 설상가상에 설사가또라고 하지...
......이..이건 아니고;
그러다 게시판에 상담을 하게되었고.... 내가 상담해준데로....
고백을.. 아니.....
벌레를..잡아달라고 이야기 한거구나..... .......
허허허....
뭐야 ..
완전 나 혼자 착각했잖아..
아.. 바보네. 나 진짜.... 와 나 진짜 혼자 오바하고 나 뭐냐.. 아.
난 술을 몇명 사들고 관리실 문을 잠그고 혼자 술을 마셨다.
크윽..
아. 외롭다... 젠장.....
-아라-
다음날 세스코에서 사람들이 오더니 건물 전체에 바퀴벌레를 소탕해버렸다. 그 뒤로 평온한 나날들이 계속 되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집에 바퀴벌레도 안나오고.. 지각도 안하고.. 학원에서 졸지도 않는데..? 라면도 줄였고....
음......
아무래도 문제는 그사람인 것 같다.
총무가 그 뒤로 날 본체 만체 하고 있기때문이었다.
예전에 짐도 들어주던 그 친절함은 어디간거지 ㅠㅠ 요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다 씻고 이쁘게 꾸민 내 모습을 보여주는데...
도대체 이유가 뭐지. 나한테 왜 삐진거야...?
아니면 -_-
화장실 사건이랑 방귀랑 오바이트 때문에 날 피하는건가??? -_- 지는 똥 안싸나.. 참나.
에잇.. 뭐 없는 사람 셈 치지 뭐.....
그래도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엄연한 현실이었다..
-총무-
미치겠다 미치겠다. 내가 왜 이렇게 됐지...
그녀가 학원에 가고나면 하루종일 멍하니 게시판을 바라본다.. 혹시나 뭔가 적혀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메일 같은 공간에서 숨쉬고 있는데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그녀는 내게 마음이 전혀 없는것일까?...
난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저... 고민있어요....
-아라-
와. 오랜만에 게시판에 글이 써져있네. 거기에는 고민이 있다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음. 좋아 이 사람 때문에 나도 고민을 해결했으니... 나도 도움을 줘야겠지?
-무슨 고민이에요?
-총무-
아라씨는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게 나인 줄 모르지 참.. 잘 된 일인가?.. ㅎㅎ
난 그녀 글에 답글을 남겼다.
-그 사람이 필요해요...
-아라-
엥?
뭐야이거.. 내가 쓴 고민이랑 똑같네..
난 그때 그사람이 했던대로 똑같이 대답했다.
-뭘 망설여요~ 저도 님 말 듣고 고민 해결했는걸요!? 생각보다 술의 힘이 쎄더라구요! 그리고 님 말대로 진심은 통한다? 뭐 그런거? 괜찮더라구요! 딱 앞에가서 '니가 필요해!' 라고 말해요! 왜냐고 묻거든 '처음 본 순간 반했다.'라고 해요. 아마 좋아할꺼에요. 첫 눈에 반했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 몇명이나 있겠어요?^^
만약 대놓고 못하겠으면 술한잔하자고 하는거 잊지 않으셨죠? ^^
난 친절하게도 이모티콘까지 적어주었다.
흐흐흐 역시 난 매너쟁이야.
그런데 적다보니까 내가 바라던 고백을 적어놨네? ㅋㅋㅋ
글 쓴 사람이 여자라도 뭐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 들으면 기분좋겠지?
-총무-
.....피식.
웃음이 났다. 이거 뭐 내가 해줬던 답이잖아.. 하하.
그래..
진심은 통한다!!
난 저녁에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멀리서 걸어오는게 보였다.
난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 술 한잔 할래요?" "네?-_-;;"
-아라-
대뜸 밖으로 나오는 총무. 와. 총무가 밖에 나가는거 처음봐. +_+
그런데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게 아닌가-0-! 뭐, 뭐지?;;
내 앞에 딱 서더니 말하는 총무.
"우리 술 한잔 할래요!?" "네?-_-;;;"
아 뭔가 어벙하게 대답한거 같아. 총무는 너무 급작스러운거 같애.-_-
술집에 들어서고 그때 내가 했던것 처럼 마음대로 주문을 하더니 말 없이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저런 기분 잘 알고 있는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의 기분을 맞춰 주었다.
이 사람이 참 고민이 많구나..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는건가..
두병쯤 비웠을땐가.... 히죽히죽 웃음을 띄기 시작하던 총무는 날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 총무가 바라보면 부끄럽단 말이지;;; 그렇게 빤히 보면 어떡하자는거얏 ㅠㅠ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라씨."
"네??"
잠깐 뜸을 들이던 총무가 이내 결심한 듯.. 드디어 입을 열었다.
"첫 눈에 반했습니다."
뭐, 뭐 뭐야 이거.....
"뭐뭐뭐라구요??"
내.내..내...내가 지금 떨고있니?-_-;;
"첫 눈에 반했다구요!" "....에??? 어, 어째서요..."
"처음에 봤을때 부터 저희 고시텔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가 고시텔 주인아저씨에요. 근데 아버지는 제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는걸 허락하지 않았지요.
네 그렇습니다. 전 홍길동입니ㄷ..ㅏ.......가 이게 아니고..ㅠㅠ 죄송합니다.. 떨려서 자꾸 헛소리가 나오네요...
아무튼!! 처음본순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저희 아부지가 고시텔 사람이랑 사귀는거 별로 안좋아하셔서 처음에 저한테 무슨 이야기하러 왔을때... 저한테 고백하려는 건줄 알고.. 그냥 밖으로 내보냈던거에요..
화장실에 휴지갈러갔다가 그런건... 진짜 실수구요. 방귀사건도 다 저 때문이에요!! 그리고 오바이트한건.. 원래 사람은 술 먹으면 실수하잖아요.
그리고 라면 3개 먹은것도 다이해해요!! 아침에 자다깬 모습 보고 움찔한거.. 그거 그냥 장난친거에요!! 사실 무척 귀워였다구요!!"
".....네?-_- 그..그럴리가요...."
뭐야 이거 ㅠ_ㅠ 이거 고백이란거?? 나 이런거 처음받아보는데.....
"진짜에요...괴물이니 좀비니 하는거 다 농담이었어요.. 제가 개그를 좋아해
서...." "괴물? 좀비? 그건 또 무슨....."
"아니아니.. 무튼... 조.조...좋아라합니다..." "전 조.아.라. 라니깐요.."
"아니.. 조.....좋아한다구요!!" "......아....그..그렇구나.. 하하하..."
".....??" "그..그런데 전 아직 준비가....."
"에?..... 뭐..뭐에요... 뭐가 문제에요? 사귀면서 서로를 알아가도 되잖아요!" "그..그것도 그런데... 그냥.. 저희는 인연이 아닌거 같..아서..."
난 서둘러 자리를 떠버렸다.
꺄!!!!!! 엄마 딸래미 성공했어!!!!!! 맘에 들어하던 남자한테 드디어 고백 받았다고!!!!! 산전수전공중전까지다 겪었는데!!! 그래도 나 좋데! 나 어떡해!!! 꺄아아!!
아 근데 나도 모르게 거절하고 나와버렸네 ㅜ_ㅜ 이런 고백은 처음이라.. 흑흑.....
에이. 그래도 설마 남자가 한번에 포기하진 않겠지?
게다가 이렇게 쉽게 사귀는건 좀....
음.. 근데 내가 첫눈에 반했다는 말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았지?....
-총무-
뭐야뭐야뭐야!! 진심은 통한다며!!!!!!
아놔.... 차인건가? 아니지.....
그녀가 했던말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 인연이 아닌거 같아서..라고? 하하하... 우리 인연의 끈은 .. 이미 이어져있는데 무슨 소리야!
다음 날.
난 게시판보드를 잔뜩 사다가 고시텔 현관복도에 가득 붙여버렸다. 그리고 게시판마다 글씨를 적었다.
조금 있으면 그녀가 학원가려고 나올것이다... 서둘러야해..
-아라-
어제 설레여서 그런지 제대로 잠을 못 잤다. ㅠㅠ 이러다 지각하는거 아닌가 몰라.
난 학원에 가기 위해 고시텔을 빠져나가려 했다.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왔고.. 사무실을 지나 고시텔 현관을 나가려는데.... 현관복도 전부가 게시판보드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적혀진 글자가 눈에 띄었다.
[진심은 통한다면서요? 이래도 우리가 인연이 아닌건가요?]
뭐..뭐야 이거.... 현관 입구엔 꽃다발을 들고 있는 총무가 서 있었다. 아니.. 태민이 오빠가 서 있었다.
그럼..
지금까지 게시판에 글을 남긴사람이..... 총무였..어.....
아아...
총무였구나...
멍하게 서 있는데 총무가 날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받아주는거지?...."
난 대답대신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잡은건 바퀴벌레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주인아저씨-
"뭐,뭐. 뭐야!!?" "네. 저 아라씨랑 교재합니다."
"누가 교재하래!" "제가요."
"-_-.."
참나. 이럴 순 없었다..
마음대로 세스코를 부르질 않나.. 관리를 맡겼더니 아주 혼자 말아먹고 이젠 연애질까지?
"그나저나 그 여자가 그 비밀을 알게된건아니겠지?" "제가 다 말했는데요?"
"뭐, 뭐뭐시여!!!!!"
"주인아저씨가 약아빠져서 방값받을때 5만원 더 받은 비밀을 제가 다 폭로하고 5만원 돌려줬어요."
"-_-.....아 내돈.. 현질할려고 했는데...."
.....
바퀴벌레를 잡아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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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반지인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