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SS - Part1 직업 가지기 #2
- 와탕
- 960
- 4
TW Second Season
Part1
직업 가지기 #2
부우우웅
퍼억-!
"찌이익!"
이제 어느정도 사냥법을 터득한 나는 다람쥐들을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사냥하고 있었다. 토끼는 때릴라 치면 맨날 도망쳐서 짜
증이 솟구쳐 잡으려는 시도 조차도 하지 않았으며 사슴은 내가 워낙 약했기에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3시간
동안 잡고 있는 녀석은 다람쥐밖에 없었다. 이젠 다람쥐들의 행동패턴이 훤히 보일 정도이다. 오죽하면 심심해서 다람쥐보고 도
망가보라고 하지 않겠나?
현재 내 레벨은 5.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의 렙업이었다. 뭐든 일에는 페이스가 중요한 법. 옛 말에 너무 앞서나가
도 좋지 않다고 했다. 항상 평정심을 갖고 평이하게 앞으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난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페이스를 던져버렸다.
"형, 형이 도와주니까 한 시간만에 벌써 레벨을 4나 올렸어."
"……."
누군 세 시간동안 사냥해서 레벨 5인데, 저놈은 형이 사냥을 도와줘서 한 시간만에 나와 같은 레벨에 위치해 있다는건가? 억울
해!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저 소년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나중에 사냥을 하려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냥을 해야
한다. 어디 네놈이 나중에도 사냥을 그렇게 편히 할 수 있는지 두고보자!
"형, 그래도 이 지긋지긋한 사냥도 주술사로 전직하면 끝이네? 마법만 쓰면 돼잖아."
"……."
쟤 죽여 살려?
주술사는 뭐 마법만 난사하면 그만이니 이런 훈련은 그다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신념은 남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내 자신이 스스로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때문에 난 그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전직을 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나는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나무그늘 아래에 앉아서 다람쥐를 죽이고 나온 도토리를 까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
었다. 이렇게 보니 이 세계가 게임이라고는 전혀 믿겨지지가 않는다. 마치 또 하나의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과
너무나 똑같았다.
체력이 어느정도 회복되자 난 다시 목검을 손에 쥐고 다람쥐 학살? 을 준비하였다.
"흠…… 저쪽에 다람쥐들이 많겠군."
멀리서 보니 숲속으로 향하는 입구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저 곳에 가면 다람쥐들이 많이 모여있을 듯 싶은 생각이 들었
다. 이젠 다람쥐 도사(?)가 된 나는 다람쥐들이 있을 법 한 숲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 * *
"허억…… 허억……."
숲에 들어갔다가 나온 나를 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경악하는 표정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내 몸 곳곳에는 자잘
한 생채기들이 셀 수 없이 많았으며 목검도 두동강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숲에서 있었던 일은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2시간 전.
다람쥐를 학살하고 돌아오겠다는 야망을 갖고 숲으로 들어간 나는 주위에 다람쥐들이 없나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숲 입
구 근처에는 다람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있어봐야 한두마리 정도? 하지만 그런 자잘한 녀석들을 잡기 위해 시간을 소비할
내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런 녀석들은 가볍게 무시하고 숲 깊숙히 들어갔다. 하지만 계속 들어가도 다람쥐들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다람쥐들은 어디 있는거야?"
그렇게 궁시렁 대며 가는 나는 내 앞에 있던 숫사슴과 아무렇지 않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응?"
숫사슴도 나를 보고 적지않게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숫사슴을 주위로 여섯 마리의 사슴들이 숲에서 튀어나오
기 시작했다.
"……."
이거 지금 무슨 상황? 설마 내가 엄청난 위기에 빠져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겠지? 하하.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이래뵈도 난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몇배나 뛰어난 사람이다.
……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려고 해도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고야 말았다. 사슴들이 갑자기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
기 때문이다. 땅바닥에 발길질을 해대는 놈부터 뿔을 나에게 조준하는 녀석도 있었다.
난…… 세상에서 제일 운이 더러운 사람이다.
이 곳은 아마도 사슴들의 보금자리인 것 같았다. 저만큼의 사슴들이 몰려있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생전 처음 보는 녀석이 찾아왔는데 곱게 보내줄 리가 만무하다.
"에, 에이! 이딴 목검으로 뭘 어쩌라는거야?"
그러는 사이에도 사슴들은 계속해서 나를 조여왔다. 그런데 언제부터 사슴들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변한거지?
난 그래도 도망치는 것 보다는 싸우는게 차라리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해서 사슴들에게 목검을 겨누었다.
-푸르르!
"……."
더 흥분한다.
다그닥! 다그닥!
"흐익!?"
그때 숫사슴 한마리가 나에게 뿔을 내밀며 힘차게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난 순간 당황하여 피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퍼억-!
"크허억!!"
사슴이 뿔로 내 복부를 강하게 치자 난 땅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 쳐졌다.
"아윽……."
복부가 끊어질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 통증마저 이렇게 리얼하게 느낄수 있도록 해놓다니! 다시 한번 TWR에 감탄하는 순간이
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터. 이 한방의 공격으로 내 체력의 4분의 1이 증발하였다. 난 땅에 떨어진 목
검을 주워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조금전에 모았던 수많은 도토리들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체력이 서서히차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퉤! 퉤! 퉤!"
도토리 더럽게 맛없다. 도대체 다람쥐들은 뭔 맛으로 이걸 먹는데? 혓바닥이 멍청해서 그런가? 그런데 다람쥐들도 혓바닥이 있
긴 한건가? 한번이라도 봤어야 알지…….
어쨋든간에 체력을 회복한 나는 다시 목검을 고쳐쥐고 사슴들을 경계하였다. 제아무리 사슴이라도 대갈빡을 정통으로 맞으면 골
로 갈 터. 그래. 녀석의 머리를 노리는거야!
"하아아아압!"
난 목검을 높이 치켜들고 나를 공격했던 숫사슴을 향해 달려갔다. 내가 그렇게 달려가자 놈도 쫄았는지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였다. 어디 네놈 오늘 한번 뒈져봐라.
사슴과의 거리가 얼마 차이나지 않게 되자 난 치켜들었던 목검을 사슴의 대가리를 향해 있는 힘껏 내리그었다.
부우우우웅
이제 얼마 안남았어 조금만 더 내리치면…….
타악-!
"!!!"
숫사슴은 고개를 틀어 자신의 뿔로 목검을 밖으로 쳐 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내가 아니다. 목검이 튕겨저 나가는 순간 나는
오른발로 녀석의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그러자 사슴은 고통스러운지 이리뛰고 저리뛰고 아주 난리가 아니였다. 이럴때야
말로 놈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난 머뭇거림 없이 사슴의 목을 강하게 쳤다.
-크헝-!
"이게 끝이 아니다!"
정말로 끝이 아니였다. 아직 나의 삼단콤보를 다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슴의 목을 친 나는 그대로 목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이번엔 사슴의 턱을 강하게 쳤다.
"마지막 마무리!"
난 사슴의 턱을 친 다음 그대로 녀석의 두개골을 향해 목검을 내리쳤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슴은 그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허억! 허억!"
사슴을 잡았다는 쾌감보다는 이 동작을 행함으로서 떨어진 체력의 소모량을 보고 경악하였다.
"고작 이런 행동을 했다고 체력의 10분의 1이나 없어진거야?"
하긴 내 동작이 평소보단 상당히 컸기 때문에 체력의 소모량이 많을 수도 있다. 또한 체력도 아직 적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앞을 바라보는 순간 눈 앞이 캄캄해 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방금 잡은 녀서과 별반 달라보이는게 없는 숫사슴들이 다섯
마리나 남아있던 것이었다.
"……."
하지만 이상한 점이 사슴들은 나를 공격할 생각이 없는지 좀처럼 공격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뭐 이러면 나야 좋지.
난 목검을 들고 사슴들의 무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사슴들은 뒤로 서서히 물러나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잡은 녀석
이 저 숫사슴들을 지휘하는 사슴이거나 아니면 저 무리들중 짱인듯 싶었다. 짱이 죽었으니 놈들이 저러는 것도 이해가 된다.
"흐흐…… 어떻게 요리해줄까? 고기? 액기스? 원하는데로 해줄게."
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다섯마리의 사슴들을 제거하고 녹용을 뽑으니 레벨이 벌써 3이나 올라있었다. 사슴들의 경험치가 은근히 높다는 이야기다.
현재 숲을 빠져나온 내 꼴은 완전 거지나 다름없었다. 입고있던 옷은 걸레가 되어버렸고 몸에도 온갖 생채기들이 나 있었으며 무
엇보다 중요한건 나의 유일한 사냥수단인 목검이 두개로 아작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벤토리는 상당히 풍족했다. 아까 그 사슴
들을 잡고 나온 녹용 6개와 도토리. 녹용만 팔아도 저렙때는 버틸만한 돈은 마련 될 듯 싶다. 이제 전직을 할 때 까지 남은 레벨
은 겨우 2. 조금만 더 노가다를 뛰면 오늘 안에는 전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제 뭐로 사냥해야하지?"
그랬다. 나에겐 가장 큰 문제점 하나가 있었다. 바로 무기의 부재인 것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목검이 박살났으니 이젠 사냥을 하
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무기를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하려나…….
"……."
너무 멍청한 생각을 한 듯 싶다. 무기를 사려면 무기 상점에 가면 되지 않은가? 그래서 전직까지 2레벨을 남기고 난 무기 상점으
로 향하였다. 하지만 때마침 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푸줏간에 가서 지금까지 모았던 녹용과 도토리들을 팔기로 하였다.
"여기 2천 400전이요"
"오오!"
이정도면 꽤나 큰 수확이다. 난 푸줏간 상인이 주는 돈을 받아 들고 곧장 무기상점을 향해 달려갔다.
무기 상점은 초보자 사냥터에서 나와 위로 올라가다 보면 주막 왼쪽편에 위치해 있었다. 무기점 앞에는 제법 사람들이 모여있었
다. 다들 무기를 사려고 하는 것 같은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내 생각과는 달리 사람들은 금세 빠져나갔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열기가 내 얼굴을 강타하였
다. 뒷편엔 무기를 만들때 사용하는 화덕과 담금질을 할 때 쓰는 물등이 있었으며 덩치가 큰 남자가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었
다. 난 그 사람이 곧 상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요……."
깡! 깡!
"저기요……."
깡! 깡!
"……."
아 저자식 지금 내 말 씹는거 맞지?
무기 상인은 내 말을 씹고 계속해서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정말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손님을 받을 생각은 안하고 눈은 오로지
망치에만 쏠려 있었다. 저러고도 장사를 하려는건가?
"야이 개자식아! 지금 손님을 호구로 보냐!? 앙? 손님이 불르면 재깍재깍 대답해야할거 아니야 이 멍청한 자식아!"
난 지금까지 쌓였던 모든 분노를 저 무기상인을 향해 표출하였다. 나도 인간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무시를
당했으면 그에 대해 보복해 주는게 당연지사.
그 순간 무기 상인은 망치질 하던걸 그만 두고 나를 슬며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한 말은 나를 충격받게 하기에 딱 좋
았다.
"뭐야? 네놈은 끈기가 없어서 무기같은건 못 팔겠다. 나가! 네놈따위한텐 절대로 안팔아~!."
"……."
큰일났다.
Part1
직업 가지기 #2
부우우웅
퍼억-!
"찌이익!"
이제 어느정도 사냥법을 터득한 나는 다람쥐들을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사냥하고 있었다. 토끼는 때릴라 치면 맨날 도망쳐서 짜
증이 솟구쳐 잡으려는 시도 조차도 하지 않았으며 사슴은 내가 워낙 약했기에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3시간
동안 잡고 있는 녀석은 다람쥐밖에 없었다. 이젠 다람쥐들의 행동패턴이 훤히 보일 정도이다. 오죽하면 심심해서 다람쥐보고 도
망가보라고 하지 않겠나?
현재 내 레벨은 5.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의 렙업이었다. 뭐든 일에는 페이스가 중요한 법. 옛 말에 너무 앞서나가
도 좋지 않다고 했다. 항상 평정심을 갖고 평이하게 앞으로 나가면 된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난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페이스를 던져버렸다.
"형, 형이 도와주니까 한 시간만에 벌써 레벨을 4나 올렸어."
"……."
누군 세 시간동안 사냥해서 레벨 5인데, 저놈은 형이 사냥을 도와줘서 한 시간만에 나와 같은 레벨에 위치해 있다는건가? 억울
해!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저 소년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나중에 사냥을 하려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냥을 해야
한다. 어디 네놈이 나중에도 사냥을 그렇게 편히 할 수 있는지 두고보자!
"형, 그래도 이 지긋지긋한 사냥도 주술사로 전직하면 끝이네? 마법만 쓰면 돼잖아."
"……."
쟤 죽여 살려?
주술사는 뭐 마법만 난사하면 그만이니 이런 훈련은 그다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신념은 남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내 자신이 스스로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때문에 난 그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전직을 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나는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나무그늘 아래에 앉아서 다람쥐를 죽이고 나온 도토리를 까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
었다. 이렇게 보니 이 세계가 게임이라고는 전혀 믿겨지지가 않는다. 마치 또 하나의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과
너무나 똑같았다.
체력이 어느정도 회복되자 난 다시 목검을 손에 쥐고 다람쥐 학살? 을 준비하였다.
"흠…… 저쪽에 다람쥐들이 많겠군."
멀리서 보니 숲속으로 향하는 입구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저 곳에 가면 다람쥐들이 많이 모여있을 듯 싶은 생각이 들었
다. 이젠 다람쥐 도사(?)가 된 나는 다람쥐들이 있을 법 한 숲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 * *
"허억…… 허억……."
숲에 들어갔다가 나온 나를 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경악하는 표정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내 몸 곳곳에는 자잘
한 생채기들이 셀 수 없이 많았으며 목검도 두동강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숲에서 있었던 일은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2시간 전.
다람쥐를 학살하고 돌아오겠다는 야망을 갖고 숲으로 들어간 나는 주위에 다람쥐들이 없나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숲 입
구 근처에는 다람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있어봐야 한두마리 정도? 하지만 그런 자잘한 녀석들을 잡기 위해 시간을 소비할
내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런 녀석들은 가볍게 무시하고 숲 깊숙히 들어갔다. 하지만 계속 들어가도 다람쥐들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다람쥐들은 어디 있는거야?"
그렇게 궁시렁 대며 가는 나는 내 앞에 있던 숫사슴과 아무렇지 않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응?"
숫사슴도 나를 보고 적지않게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숫사슴을 주위로 여섯 마리의 사슴들이 숲에서 튀어나오
기 시작했다.
"……."
이거 지금 무슨 상황? 설마 내가 엄청난 위기에 빠져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겠지? 하하.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 이래뵈도 난 다른
사람들보다 운이 몇배나 뛰어난 사람이다.
…… 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려고 해도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고야 말았다. 사슴들이 갑자기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
기 때문이다. 땅바닥에 발길질을 해대는 놈부터 뿔을 나에게 조준하는 녀석도 있었다.
난…… 세상에서 제일 운이 더러운 사람이다.
이 곳은 아마도 사슴들의 보금자리인 것 같았다. 저만큼의 사슴들이 몰려있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생전 처음 보는 녀석이 찾아왔는데 곱게 보내줄 리가 만무하다.
"에, 에이! 이딴 목검으로 뭘 어쩌라는거야?"
그러는 사이에도 사슴들은 계속해서 나를 조여왔다. 그런데 언제부터 사슴들이 이렇게 공격적으로 변한거지?
난 그래도 도망치는 것 보다는 싸우는게 차라리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해서 사슴들에게 목검을 겨누었다.
-푸르르!
"……."
더 흥분한다.
다그닥! 다그닥!
"흐익!?"
그때 숫사슴 한마리가 나에게 뿔을 내밀며 힘차게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난 순간 당황하여 피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퍼억-!
"크허억!!"
사슴이 뿔로 내 복부를 강하게 치자 난 땅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 쳐졌다.
"아윽……."
복부가 끊어질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 통증마저 이렇게 리얼하게 느낄수 있도록 해놓다니! 다시 한번 TWR에 감탄하는 순간이
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터. 이 한방의 공격으로 내 체력의 4분의 1이 증발하였다. 난 땅에 떨어진 목
검을 주워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조금전에 모았던 수많은 도토리들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체력이 서서히차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퉤! 퉤! 퉤!"
도토리 더럽게 맛없다. 도대체 다람쥐들은 뭔 맛으로 이걸 먹는데? 혓바닥이 멍청해서 그런가? 그런데 다람쥐들도 혓바닥이 있
긴 한건가? 한번이라도 봤어야 알지…….
어쨋든간에 체력을 회복한 나는 다시 목검을 고쳐쥐고 사슴들을 경계하였다. 제아무리 사슴이라도 대갈빡을 정통으로 맞으면 골
로 갈 터. 그래. 녀석의 머리를 노리는거야!
"하아아아압!"
난 목검을 높이 치켜들고 나를 공격했던 숫사슴을 향해 달려갔다. 내가 그렇게 달려가자 놈도 쫄았는지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였다. 어디 네놈 오늘 한번 뒈져봐라.
사슴과의 거리가 얼마 차이나지 않게 되자 난 치켜들었던 목검을 사슴의 대가리를 향해 있는 힘껏 내리그었다.
부우우우웅
이제 얼마 안남았어 조금만 더 내리치면…….
타악-!
"!!!"
숫사슴은 고개를 틀어 자신의 뿔로 목검을 밖으로 쳐 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내가 아니다. 목검이 튕겨저 나가는 순간 나는
오른발로 녀석의 옆구리를 강하게 걷어찼다. 그러자 사슴은 고통스러운지 이리뛰고 저리뛰고 아주 난리가 아니였다. 이럴때야
말로 놈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난 머뭇거림 없이 사슴의 목을 강하게 쳤다.
-크헝-!
"이게 끝이 아니다!"
정말로 끝이 아니였다. 아직 나의 삼단콤보를 다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슴의 목을 친 나는 그대로 목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이번엔 사슴의 턱을 강하게 쳤다.
"마지막 마무리!"
난 사슴의 턱을 친 다음 그대로 녀석의 두개골을 향해 목검을 내리쳤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슴은 그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허억! 허억!"
사슴을 잡았다는 쾌감보다는 이 동작을 행함으로서 떨어진 체력의 소모량을 보고 경악하였다.
"고작 이런 행동을 했다고 체력의 10분의 1이나 없어진거야?"
하긴 내 동작이 평소보단 상당히 컸기 때문에 체력의 소모량이 많을 수도 있다. 또한 체력도 아직 적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앞을 바라보는 순간 눈 앞이 캄캄해 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방금 잡은 녀서과 별반 달라보이는게 없는 숫사슴들이 다섯
마리나 남아있던 것이었다.
"……."
하지만 이상한 점이 사슴들은 나를 공격할 생각이 없는지 좀처럼 공격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뭐 이러면 나야 좋지.
난 목검을 들고 사슴들의 무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사슴들은 뒤로 서서히 물러나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잡은 녀석
이 저 숫사슴들을 지휘하는 사슴이거나 아니면 저 무리들중 짱인듯 싶었다. 짱이 죽었으니 놈들이 저러는 것도 이해가 된다.
"흐흐…… 어떻게 요리해줄까? 고기? 액기스? 원하는데로 해줄게."
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다섯마리의 사슴들을 제거하고 녹용을 뽑으니 레벨이 벌써 3이나 올라있었다. 사슴들의 경험치가 은근히 높다는 이야기다.
현재 숲을 빠져나온 내 꼴은 완전 거지나 다름없었다. 입고있던 옷은 걸레가 되어버렸고 몸에도 온갖 생채기들이 나 있었으며 무
엇보다 중요한건 나의 유일한 사냥수단인 목검이 두개로 아작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벤토리는 상당히 풍족했다. 아까 그 사슴
들을 잡고 나온 녹용 6개와 도토리. 녹용만 팔아도 저렙때는 버틸만한 돈은 마련 될 듯 싶다. 이제 전직을 할 때 까지 남은 레벨
은 겨우 2. 조금만 더 노가다를 뛰면 오늘 안에는 전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제 뭐로 사냥해야하지?"
그랬다. 나에겐 가장 큰 문제점 하나가 있었다. 바로 무기의 부재인 것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목검이 박살났으니 이젠 사냥을 하
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무기를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하려나…….
"……."
너무 멍청한 생각을 한 듯 싶다. 무기를 사려면 무기 상점에 가면 되지 않은가? 그래서 전직까지 2레벨을 남기고 난 무기 상점으
로 향하였다. 하지만 때마침 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푸줏간에 가서 지금까지 모았던 녹용과 도토리들을 팔기로 하였다.
"여기 2천 400전이요"
"오오!"
이정도면 꽤나 큰 수확이다. 난 푸줏간 상인이 주는 돈을 받아 들고 곧장 무기상점을 향해 달려갔다.
무기 상점은 초보자 사냥터에서 나와 위로 올라가다 보면 주막 왼쪽편에 위치해 있었다. 무기점 앞에는 제법 사람들이 모여있었
다. 다들 무기를 사려고 하는 것 같은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내 생각과는 달리 사람들은 금세 빠져나갔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열기가 내 얼굴을 강타하였
다. 뒷편엔 무기를 만들때 사용하는 화덕과 담금질을 할 때 쓰는 물등이 있었으며 덩치가 큰 남자가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었
다. 난 그 사람이 곧 상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요……."
깡! 깡!
"저기요……."
깡! 깡!
"……."
아 저자식 지금 내 말 씹는거 맞지?
무기 상인은 내 말을 씹고 계속해서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정말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손님을 받을 생각은 안하고 눈은 오로지
망치에만 쏠려 있었다. 저러고도 장사를 하려는건가?
"야이 개자식아! 지금 손님을 호구로 보냐!? 앙? 손님이 불르면 재깍재깍 대답해야할거 아니야 이 멍청한 자식아!"
난 지금까지 쌓였던 모든 분노를 저 무기상인을 향해 표출하였다. 나도 인간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무시를
당했으면 그에 대해 보복해 주는게 당연지사.
그 순간 무기 상인은 망치질 하던걸 그만 두고 나를 슬며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한 말은 나를 충격받게 하기에 딱 좋
았다.
"뭐야? 네놈은 끈기가 없어서 무기같은건 못 팔겠다. 나가! 네놈따위한텐 절대로 안팔아~!."
"……."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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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우오오옹 재밌게읽었다에용
ㄷㄷㄷㄷㄷ
때때론 인내가 필요한.....ㄷㄷㄷㄷㄷ
그걸 깨닫게 하는 저 대장간주인..!!
때때론 인내가 필요한.....ㄷㄷㄷㄷㄷ
그걸 깨닫게 하는 저 대장간주인..!!
바람에선 그냥 휘두르는데..
상상력이 엄청 풍부하시네엽
칭찬 ^ㅃ^
상상력이 엄청 풍부하시네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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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저위에선 도토리를 먹었다구햇는대
사슴잡으면서먹은도토리는맛이없대
먼저먹은건 최상품이고 나중에 먹은건 썩은거였을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