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이상한 일④-
- 진청룡전설
- 825
- 3
“그냥 쭉 가면 비하인이네.”
[그렇군.]
야누스는 짐에서 말린 과일을 꺼내어 씹었다. 그동안 리티아 때문에 헤매고 다니느라 넉넉하게 준비한 건량도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물도 두 병이나 준비했지만 한 병에 반도 안 될 정도만 남아있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들어가지?”
산꼭대기에서 비하인을 보면서 야누스는 고민에 잠겼다. 그냥 에토로 가는 중간에 있는 작은 영지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주 큰 영지였다. 그동안 큰 영지를 지나온 적이 없는 야누스로서는 상당히 난감했다. 저런 영지라면 틀림없이 검문이 까다롭고 경비도 엄할 테니 쉽게 들어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성벽도 높고 지금은 밤도 아니군.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도 없고.]
“여기서부터 마법으로 날아갈까? 높이 날면 안 들킬지도 모르는데.”
[내려갈 때 들킬 텐데. 그리고 네 마나로 그다지 오래는 날지 못해.]
“땅을 파면?”
[얼마나 파려고?]
“어쩌지?”
[어느 일행에 섞여서 들어가는 방법뿐이군.]
“일단 내려가고 보자.”
산꼭대기에서 고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야누스는 산을 내려갔다. 높았지만 가파른 산이 아니었기에 내려가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야누스의 걱정은 점점 커졌다. 산을 완전히 내려가면 비하인의 성문까지는 걸어서 금방일 텐데 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산에서 완전히 다 내려온 후에도 그저 나무 뒤에 숨어서 비하인의 성벽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그냥 사정을 설명하고 들여보내달라고 하지?]
“아직 신분증이 없는 16세 평민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살 곳도 없어져서 떠돌이가 됐다고? 그런 말로 통과시켜주겠어?”
[예쁘니까 통과시켜주지 않을까?]
“으음, 확실히 미인계라면 통할지도. 하지만 지금은 낮이고 남자잖아.”
[얼굴은 여자다만?]
“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고 들어갈까?”
[할 줄 모르잖아.]
“네가 해주면 되잖아.”
[이번에는 네 힘으로 해보는 게 어때?]
“그럼 병사들에게 살짝 잠들게 하고? 살짝만 걸면 잠시 졸았다 깬 기분일 테니까.”
[마법을 걸기에는 멀지 않나?]
“그럼 어쩌라는 거야?”
[기다려. 곧 어두워질 테니까.]
가능한 방법이 없었기에 야누스는 마냥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성문을 통과하는 것을 보며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진 야누스는 비하인에서 신분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직 하늘에 떠있는 태양을 쏘아보다 눈이 아파 고개를 돌렸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어두워졌다.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성문의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젠장, 이따위 짓을 해야 하다니.”
아무리 어두워도 가까워지면 들킬 것이 뻔했기에 야누스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기어갔다. 다행이 옷과 머리카락이 검은색이고 야누스의 덩치가 크지 않았기에 조금씩 접근하는 것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성문에서 멀리 떨어진 쪽에서 성벽으로 기어갔기 때문에 제법 가까이 접근했음에도 발견하는 사람은 없었다.
“슬립.”
들킬 가능성 때문에 조금 먼 거리에서 성벽에 바짝 붙은 채 작은 목소리로 마법을 걸었다. 다행이 마법은 제대로 걸려서 성문 앞에 서있던 두 명의 병사는 눈을 감으며 주저앉았다. 야누스는 조심스럽게 땅에 엎어진 두 사람을 성벽에 기대어두고 성문 앞에 섰다.
“세상을 보는 마나의 눈이여, 그 시선을 잠시 빌리나니, 디텍트.”
야누스는 마법으로 문 뒤에 조심스럽게 성문을 열었다. 들어갈 정도의 틈이 생길만큼만 문을 열어서 통과한 후에 야누스는 다시 문을 닫아두고 성문 앞을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디텍트는 1클래스 마법 아닌가? 굳이 주문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야 그렇지만 1클래스 마법 중에서 어려운 마법이니까.
-실력부족이란 말이군.
-시끄러! 불이나 피우는 마법실력이 나쁜 건 당연하잖아!
-그건 그렇군.
소리 없이 떠들면서 야누스는 거리를 배회했다. 성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에 보이는 사람이 없기에 대부분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기저기 불이 켜진 곳이 많았다. 어디로 들어갈까 고민하던 야누스는 신분증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여관들을 지나치면서 걸었다. 열심히 걷던 중 마법사길드가 보였지만 마법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은 야누스로서는 그다지 내키는 일이 아니었기에 용병길드를 찾아보기로 했다. 용병길드는 마법사길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불이 꺼져있었지만 문은 잠기지 않았기에 야누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실례합니다. 누구 없나요?”
조금 큰 소리로 말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법으로 빛의 구를 공중에 띄워두고 길드 안을 살펴보니 벽에 책들이 있었다. 관심이 생긴 야누스는 책장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책은 수십 권 정도였고 대부분은 검술이나 마법, 각 나라와 지역에 관한 책이었기에 야누스의 흥미를 끄는 책은 없었다. 그런데 유난히 두꺼운 책 하나가 있었다.
“제일 두껍네. 제목이… 마물에 대한 지식?”
[호오, 그거 흥미롭군. 중간계의 마물은 마계에서 못 보던 것들이 많아서 난감했는데.]
“그럼 이걸로 읽어보자. 같이 볼래?”
[그래. 내가 볼 수 있게 검을 옆 자리에 세워줘.]
야누스는 벽에 붙어있는 긴 의자에 앉고 검을 옆에 세웠다. 그리고 빛의 구를 자신의 위로 이동시키고 책을 읽어나갔다. 책에는 온갖 마물들의 그림과 함께 이름, 특징, 대처법 등이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었다. 그러나 밤이 깊었기에 책을 읽어나가던 야누스는 눈에 조금씩 힘이 풀리면서 빛의 구는 점점 작아지고 빛도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사라져버렸고 야누스는 펼친 책을 손에 쥔 채로 의자에 앉아 잠들어버렸다. 레블은 야누스를 깨우지 않고 자게 놔두었다.
‘나머지는 날이 밝아야 읽을 수 있겠군.’
날이 밝을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레블은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야누스를 깨웠다. 깨어난 야누스는 물통에 들어있던 물로 눈과 얼굴을 씻고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2층에서 사람들이 내려왔다. 야누스는 사람들이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책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나중에 용병으로 등록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책만 읽었다. 그런 야누스의 생각을 아는지 2층에서 내려온 사람들도 자기들끼리 수군거릴 뿐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많고 자세했다. 마물들의 그림과 이름, 특징, 맞서는 방법, 도망치는 방법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었다. 간혹 그림이 이상하거나 설명이 부족한 마물도 있었으며 그런 마물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쓰여 있었다. 뒷부분에는 언데드에 관한 그림이나 설명이 있었고 몇 장 남지 않은 부분에는 키메라에 관한 설명과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어떠한 마물도 존재하는 것 같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아아, 다 읽었다.”
-확실히 중간계는 마계와 많이 다르군.
“용병인가?”
처음으로 사람들이 야누스에게 말을 걸었다. 내려온 사람은 3명이었고 모두 남자였다.
“아직은 아니고 될 생각이에요. 지금 등록할 수 있죠?”
“이름은 뭐고 특기는 뭐지? 옆에 있는 검은 네 것이냐?”
“이름은 야누스. 특기는 검, 생각대로 이건 제 검이죠.”
“실력은?”
“이 정도 보여드리면 되나요?”
야누스는 검을 잡고 파란색의 검기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3명의 눈에 놀라움이 비쳤다.
“아직 어린 것 같은데 그 정도의 검기라니, 대단하군. 야누스라고 했나? 그 정도면 1급 용병이다. 가장 높은 급이지. 잠시만 기다려라.”
말을 한 사람이 탁자에 있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더니 일어나서 다른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끈에 금속으로 된 판이 달린 목걸이였는데 금속판에 검과 숫자 1이 새겨져있었다.
“받아라. 1급 용병의 목걸이다. 꼭 걸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걸고 다니는 게 편할 거야. 그래야 사람들이 용병이라는 걸 알아보고 고용하거든. 신분증도 되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눈을 가졌군?”
“평생 못 잊을 것 같죠?”
“그렇군. 이런 얼굴은 평생 잊기 힘들지.”
“그런데 지금부터 할 만한 일은 혹시 없나요?”
“있지. 수도에서 온 어떤 귀족분이 돌아가려고 하는데 호위할 용병을 구한다더군. 아마 지금쯤이면 숫자가 대충 채워졌을 테니 빨리 가지 않으면 출발해버릴 거야.”
“호위할 용병이요?”
“귀족의 호위야 기사들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사를 쓸 수 없는 귀족도 있고 이동하다가 마물들 때문에 숫자가 줄어버리기도 하거든. 그런 경우에 용병을 쓰지. 용병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호위나 마물을 처치하는 거니까 미리 경험해두는 게 좋아.”
“그래야겠네요. 수도까지라면 좀 멀겠지만.”
야누스는 찾아갈 곳을 들은 후에 인사를 하고 길드를 나와 어젯밤에 보았던 상점에서 건량을 구입하고 물통을 모두 채웠다. 그리고 들은 곳으로 가는 도중에 옷을 파는 상점을 보았지만 잠시 멈춰서 바라보다가 그대로 지나쳤다.
-로브는? 후드가 있어야할 텐데.
-안 살래. 또 리티아가 와서 뺏어갈 것 같거든.
-로브를 입었던 이유가 후드로 오드아이를 가리는 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는 걸 잊은 거냐?
-다른 이유? 그런 게 있었나?
-밤에 여자가 되니까 가슴을 가리는 이유도 있었잖아. 별로 크지는 않다만 로브라도 입지 않으면 확실하게 티가 나니까.
-아, 그런 이유도 있었지.
잊고 있었던 이유가 생각난 야누스는 옷가게로 발걸음을 돌려 비싸지 않은 로브를 사서 입고 후드를 썼다. 그리고 다시 길드에서 가르쳐준 곳으로 가보니 도착한 곳은 여관이었다. 다른 여관과는 달리 건물이 크고 고급스러운 것이 한눈에 봐도 비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귀족이니까 이런데서 지내는 게 당연한가.”
-무슨 뜻이냐?
“귀족들은 대게 비싼 생활을 하니까. 나랑은 상관없지만.”
-확실히 상관없을 것 같군.
여관으로 들어가자 목걸이를 알아본 기사로 보이는 사람이 야누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딱딱한 태도였는데 1급 용병인 것을 알고 놀라는 것처럼 보였지만 금세 원래 표정으로 되돌아가며 곧 출발할 테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러갔다.
-기사들은 다 저런가?
-나도 기사를 본 건 이번에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출발한다. 마차에 타라.”
“네? 준비는요?”
“끝났다.”
뒤를 돌아보니 잘 만들어진 마차 한 대와 평범한 마차 여러 대가 서있고 몇 명의 기사들이 말을 타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야누스는 가장 뒤에 있는 평범한 마차에 올라탔다. 예상대로 가장 뒤에 있는 마차에는 용병들이 적게 타고 있었다.
“호오, 숫자만 채울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1급이시군?”
‘전부 평범한 검사. 마법사나 익스퍼트는 다른 마차에 있나?’
[그렇군.]
야누스는 짐에서 말린 과일을 꺼내어 씹었다. 그동안 리티아 때문에 헤매고 다니느라 넉넉하게 준비한 건량도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물도 두 병이나 준비했지만 한 병에 반도 안 될 정도만 남아있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들어가지?”
산꼭대기에서 비하인을 보면서 야누스는 고민에 잠겼다. 그냥 에토로 가는 중간에 있는 작은 영지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주 큰 영지였다. 그동안 큰 영지를 지나온 적이 없는 야누스로서는 상당히 난감했다. 저런 영지라면 틀림없이 검문이 까다롭고 경비도 엄할 테니 쉽게 들어갈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성벽도 높고 지금은 밤도 아니군.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도 없고.]
“여기서부터 마법으로 날아갈까? 높이 날면 안 들킬지도 모르는데.”
[내려갈 때 들킬 텐데. 그리고 네 마나로 그다지 오래는 날지 못해.]
“땅을 파면?”
[얼마나 파려고?]
“어쩌지?”
[어느 일행에 섞여서 들어가는 방법뿐이군.]
“일단 내려가고 보자.”
산꼭대기에서 고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야누스는 산을 내려갔다. 높았지만 가파른 산이 아니었기에 내려가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야누스의 걱정은 점점 커졌다. 산을 완전히 내려가면 비하인의 성문까지는 걸어서 금방일 텐데 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산에서 완전히 다 내려온 후에도 그저 나무 뒤에 숨어서 비하인의 성벽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그냥 사정을 설명하고 들여보내달라고 하지?]
“아직 신분증이 없는 16세 평민인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살 곳도 없어져서 떠돌이가 됐다고? 그런 말로 통과시켜주겠어?”
[예쁘니까 통과시켜주지 않을까?]
“으음, 확실히 미인계라면 통할지도. 하지만 지금은 낮이고 남자잖아.”
[얼굴은 여자다만?]
“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고 들어갈까?”
[할 줄 모르잖아.]
“네가 해주면 되잖아.”
[이번에는 네 힘으로 해보는 게 어때?]
“그럼 병사들에게 살짝 잠들게 하고? 살짝만 걸면 잠시 졸았다 깬 기분일 테니까.”
[마법을 걸기에는 멀지 않나?]
“그럼 어쩌라는 거야?”
[기다려. 곧 어두워질 테니까.]
가능한 방법이 없었기에 야누스는 마냥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성문을 통과하는 것을 보며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진 야누스는 비하인에서 신분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직 하늘에 떠있는 태양을 쏘아보다 눈이 아파 고개를 돌렸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어두워졌다.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성문의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젠장, 이따위 짓을 해야 하다니.”
아무리 어두워도 가까워지면 들킬 것이 뻔했기에 야누스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기어갔다. 다행이 옷과 머리카락이 검은색이고 야누스의 덩치가 크지 않았기에 조금씩 접근하는 것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성문에서 멀리 떨어진 쪽에서 성벽으로 기어갔기 때문에 제법 가까이 접근했음에도 발견하는 사람은 없었다.
“슬립.”
들킬 가능성 때문에 조금 먼 거리에서 성벽에 바짝 붙은 채 작은 목소리로 마법을 걸었다. 다행이 마법은 제대로 걸려서 성문 앞에 서있던 두 명의 병사는 눈을 감으며 주저앉았다. 야누스는 조심스럽게 땅에 엎어진 두 사람을 성벽에 기대어두고 성문 앞에 섰다.
“세상을 보는 마나의 눈이여, 그 시선을 잠시 빌리나니, 디텍트.”
야누스는 마법으로 문 뒤에 조심스럽게 성문을 열었다. 들어갈 정도의 틈이 생길만큼만 문을 열어서 통과한 후에 야누스는 다시 문을 닫아두고 성문 앞을 벗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디텍트는 1클래스 마법 아닌가? 굳이 주문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야 그렇지만 1클래스 마법 중에서 어려운 마법이니까.
-실력부족이란 말이군.
-시끄러! 불이나 피우는 마법실력이 나쁜 건 당연하잖아!
-그건 그렇군.
소리 없이 떠들면서 야누스는 거리를 배회했다. 성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에 보이는 사람이 없기에 대부분 잠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기저기 불이 켜진 곳이 많았다. 어디로 들어갈까 고민하던 야누스는 신분증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여관들을 지나치면서 걸었다. 열심히 걷던 중 마법사길드가 보였지만 마법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은 야누스로서는 그다지 내키는 일이 아니었기에 용병길드를 찾아보기로 했다. 용병길드는 마법사길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불이 꺼져있었지만 문은 잠기지 않았기에 야누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실례합니다. 누구 없나요?”
조금 큰 소리로 말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법으로 빛의 구를 공중에 띄워두고 길드 안을 살펴보니 벽에 책들이 있었다. 관심이 생긴 야누스는 책장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책은 수십 권 정도였고 대부분은 검술이나 마법, 각 나라와 지역에 관한 책이었기에 야누스의 흥미를 끄는 책은 없었다. 그런데 유난히 두꺼운 책 하나가 있었다.
“제일 두껍네. 제목이… 마물에 대한 지식?”
[호오, 그거 흥미롭군. 중간계의 마물은 마계에서 못 보던 것들이 많아서 난감했는데.]
“그럼 이걸로 읽어보자. 같이 볼래?”
[그래. 내가 볼 수 있게 검을 옆 자리에 세워줘.]
야누스는 벽에 붙어있는 긴 의자에 앉고 검을 옆에 세웠다. 그리고 빛의 구를 자신의 위로 이동시키고 책을 읽어나갔다. 책에는 온갖 마물들의 그림과 함께 이름, 특징, 대처법 등이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었다. 그러나 밤이 깊었기에 책을 읽어나가던 야누스는 눈에 조금씩 힘이 풀리면서 빛의 구는 점점 작아지고 빛도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사라져버렸고 야누스는 펼친 책을 손에 쥔 채로 의자에 앉아 잠들어버렸다. 레블은 야누스를 깨우지 않고 자게 놔두었다.
‘나머지는 날이 밝아야 읽을 수 있겠군.’
날이 밝을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레블은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야누스를 깨웠다. 깨어난 야누스는 물통에 들어있던 물로 눈과 얼굴을 씻고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2층에서 사람들이 내려왔다. 야누스는 사람들이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책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나중에 용병으로 등록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책만 읽었다. 그런 야누스의 생각을 아는지 2층에서 내려온 사람들도 자기들끼리 수군거릴 뿐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많고 자세했다. 마물들의 그림과 이름, 특징, 맞서는 방법, 도망치는 방법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었다. 간혹 그림이 이상하거나 설명이 부족한 마물도 있었으며 그런 마물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쓰여 있었다. 뒷부분에는 언데드에 관한 그림이나 설명이 있었고 몇 장 남지 않은 부분에는 키메라에 관한 설명과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어떠한 마물도 존재하는 것 같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아아, 다 읽었다.”
-확실히 중간계는 마계와 많이 다르군.
“용병인가?”
처음으로 사람들이 야누스에게 말을 걸었다. 내려온 사람은 3명이었고 모두 남자였다.
“아직은 아니고 될 생각이에요. 지금 등록할 수 있죠?”
“이름은 뭐고 특기는 뭐지? 옆에 있는 검은 네 것이냐?”
“이름은 야누스. 특기는 검, 생각대로 이건 제 검이죠.”
“실력은?”
“이 정도 보여드리면 되나요?”
야누스는 검을 잡고 파란색의 검기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3명의 눈에 놀라움이 비쳤다.
“아직 어린 것 같은데 그 정도의 검기라니, 대단하군. 야누스라고 했나? 그 정도면 1급 용병이다. 가장 높은 급이지. 잠시만 기다려라.”
말을 한 사람이 탁자에 있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더니 일어나서 다른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끈에 금속으로 된 판이 달린 목걸이였는데 금속판에 검과 숫자 1이 새겨져있었다.
“받아라. 1급 용병의 목걸이다. 꼭 걸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걸고 다니는 게 편할 거야. 그래야 사람들이 용병이라는 걸 알아보고 고용하거든. 신분증도 되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눈을 가졌군?”
“평생 못 잊을 것 같죠?”
“그렇군. 이런 얼굴은 평생 잊기 힘들지.”
“그런데 지금부터 할 만한 일은 혹시 없나요?”
“있지. 수도에서 온 어떤 귀족분이 돌아가려고 하는데 호위할 용병을 구한다더군. 아마 지금쯤이면 숫자가 대충 채워졌을 테니 빨리 가지 않으면 출발해버릴 거야.”
“호위할 용병이요?”
“귀족의 호위야 기사들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사를 쓸 수 없는 귀족도 있고 이동하다가 마물들 때문에 숫자가 줄어버리기도 하거든. 그런 경우에 용병을 쓰지. 용병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호위나 마물을 처치하는 거니까 미리 경험해두는 게 좋아.”
“그래야겠네요. 수도까지라면 좀 멀겠지만.”
야누스는 찾아갈 곳을 들은 후에 인사를 하고 길드를 나와 어젯밤에 보았던 상점에서 건량을 구입하고 물통을 모두 채웠다. 그리고 들은 곳으로 가는 도중에 옷을 파는 상점을 보았지만 잠시 멈춰서 바라보다가 그대로 지나쳤다.
-로브는? 후드가 있어야할 텐데.
-안 살래. 또 리티아가 와서 뺏어갈 것 같거든.
-로브를 입었던 이유가 후드로 오드아이를 가리는 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는 걸 잊은 거냐?
-다른 이유? 그런 게 있었나?
-밤에 여자가 되니까 가슴을 가리는 이유도 있었잖아. 별로 크지는 않다만 로브라도 입지 않으면 확실하게 티가 나니까.
-아, 그런 이유도 있었지.
잊고 있었던 이유가 생각난 야누스는 옷가게로 발걸음을 돌려 비싸지 않은 로브를 사서 입고 후드를 썼다. 그리고 다시 길드에서 가르쳐준 곳으로 가보니 도착한 곳은 여관이었다. 다른 여관과는 달리 건물이 크고 고급스러운 것이 한눈에 봐도 비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귀족이니까 이런데서 지내는 게 당연한가.”
-무슨 뜻이냐?
“귀족들은 대게 비싼 생활을 하니까. 나랑은 상관없지만.”
-확실히 상관없을 것 같군.
여관으로 들어가자 목걸이를 알아본 기사로 보이는 사람이 야누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딱딱한 태도였는데 1급 용병인 것을 알고 놀라는 것처럼 보였지만 금세 원래 표정으로 되돌아가며 곧 출발할 테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러갔다.
-기사들은 다 저런가?
-나도 기사를 본 건 이번에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출발한다. 마차에 타라.”
“네? 준비는요?”
“끝났다.”
뒤를 돌아보니 잘 만들어진 마차 한 대와 평범한 마차 여러 대가 서있고 몇 명의 기사들이 말을 타고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야누스는 가장 뒤에 있는 평범한 마차에 올라탔다. 예상대로 가장 뒤에 있는 마차에는 용병들이 적게 타고 있었다.
“호오, 숫자만 채울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1급이시군?”
‘전부 평범한 검사. 마법사나 익스퍼트는 다른 마차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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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오오 용병으로고용이 될깡
1급 용병이란 그소린가...? 근데 성전환 되는건 신체가 그냥 자연스레 변하는건지 마법처럼 뿅하고 변하는건지.
마지막에 나오는 말은 마차에 있던 어떤 용병이 야누스의 목걸이를 보고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성전환이 되는 것은 그저 해가 완전히 저무는 시간을 중심으로 약 몇 초간 소리 없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입니다. 목소리나 외모의 변화는 없고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 신체 부위에만 변화가 생기죠. 목의 후골이나 가슴, 생식기, 골반, 그리고 일부 근육 등입니다. 로브를 입고 후드를 쓰면 성별이 바뀌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야누스는 16세이기 때문에 키도 애매하고 근육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참고로 더 성장할 예정은 없음. 목소리가 고운 것은 성별이 바뀌는 몸이라 변성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전환이 되는 것은 그저 해가 완전히 저무는 시간을 중심으로 약 몇 초간 소리 없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입니다. 목소리나 외모의 변화는 없고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 신체 부위에만 변화가 생기죠. 목의 후골이나 가슴, 생식기, 골반, 그리고 일부 근육 등입니다. 로브를 입고 후드를 쓰면 성별이 바뀌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야누스는 16세이기 때문에 키도 애매하고 근육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참고로 더 성장할 예정은 없음. 목소리가 고운 것은 성별이 바뀌는 몸이라 변성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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