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계 : 붉은 검 -사도①-
- 진청룡전설
- 750
- 3
“무슨 일이야? 갑자기 어디를 가자는 건데?”
“저기, 저 목걸이 파는 할아버지.”한 여자가 한 남자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어딘가로 끌고 갔다. 긴 보라색의 머리카락에 보라색 눈동자가 예쁜 여자, 노엘이라고 불리는 여자. 그리고 검은색 머리카락에 검은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남자, 사도라고 불리는 남자.
“무슨 목걸이?”
“이거, 보라색 돌.”
“자수정이야.”
“청년, 눈이 좋군. 맞아, 그건 자수정이지. 가치도 알아볼 수 있겠나?”
“약 20실버. 혹은 그보다 조금 낮거나.”
“오호, 이거 놀라운데? 거의 맞췄어. 17실버야.”
“거리상이 팔만한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
“거리상이 비싼 거 팔지 말라는 법 있나?”
“아니, 없지. 돈이나 받아.”
목걸이를 선물 받은 노엘은 목걸이를 목에 걸고 계속 미소를 띠었다.
“고마워, 오빠.”
“별로. 가능하면 옷 속에 숨기고 다녀라. 비싼 걸 가지고 다니면 눈에 띄니까.”
“싫은데. 그냥 내놓고 다니면 안 돼? 오빠도 귀걸이 걸고 다니잖아.”
“알아서 해.”
사도의 오른쪽 귀에 달린 낡은 귀걸이가 반짝였다.
“넌 뭐가 되고 싶어?”
“응?”
“언제까지 여행이나 하고 다닐 거야?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넌 18세야.”
“나 데리고 다니는 게 싫어졌어? 버릴 거야?”
“지금 당장이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죽을 때까지 나를 따라 여행이나 다닐 건 아니잖아. 결혼이야 하든지 말든지 상관없지만 내가 영원히 네 옆에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응.”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확신하는 이유가 뭐냐?”
“오빠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잖아.”
“사람은 13년 정도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수도 있어.”
“그런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사람은 보통 나이가 많은 쪽이 먼저 죽어.”
“그럼 오빠가 나보다 먼저 죽을 거라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혼자서 살 방법이 하나는 있어야할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건 검술밖에 없는데.”
“검술밖에 모르면 사냥꾼이나 기사나 용병이 되면 되잖아! 내가 가르쳐준 정도면 일반인 100명을 상대하고도 남아!”
“정말?”
“죽이는 일에 익숙해지면.”
“날 떼어놓고 싶어?”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러면 왜 그런 말을 해?”
“걱정되니까. 내가 널 잘못 키웠나봐. 몸은 18세인데 생각은 훨씬 어리잖아. 이래서야 검술이 쓸모가 없지.”
“괜찮아. 오빠가 있으니까.”
“누가 들으면 오해한다.”
노엘은 목걸이의 자수정을 만지작거리며 빤히 쳐다보았다. 목걸이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던 노엘은 사도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오빠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항상 돈이 있네?”
“예전에 좀 많이 벌었거든. 아직 바닥나려면 한참 멀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래? 부자네.”
“그 정도는 아니야. 여기도 거의 둘러봤는데 다음은 어디로 갈까?”
“수도에 가보자. 지금까지 쭉 변두리만 돌아다녔잖아.”
“대도시는 별로 가보고 싶지 않은데.”
“왜?”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거든. 지금까지 살아있는 녀석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그런 게 있어. 지금 출발할까?”
“응.”
노엘에 대답에 두 사람은 곧바로 걸어서 마을을 빠져나왔다. 먼 거리를 가야함에도 두 사람은 아무런 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상관없는지 두 사람은 가끔씩 몇 마디 대화를 하면서 걷기만 했고 밤이 되었다.
“오늘은 여기서 자자. 저녁은 빵이랑 수프면 되겠지?”
“무슨 수프?”
“그냥 야채랑 고기 넣은 거. 장작 좀 모아줘.”
사도는 허공에 아공간의 입구를 열어 빵과 그릇과 식기, 요리도구와 재료를 꺼냈다. 노엘이 장작을 모아오는 동안 사도는 재료를 다듬어서 수프를 만들 준비를 해놓고 사용한 도구들을 닦아서 다시 아공간에 넣었다. 노엘이 장작을 모아오자 사도는 손에서 작은 불을 만들어 장작에 불을 붙이고 수프를 만들기 시작했다.
“소금이 많이 떨어졌더라. 다음 마을에서 보충해야겠어.”
“다른 건?”
“괜찮아. 항상 보충해야하는 물은 빼고. 네 물통은 충분해?”
“충분해.”
“검은?”
“괜찮아. 쓴 적이 별로 없는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검도 하나 사야겠군. 언제까지 연습용 검이나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정말?”
“언제 쓸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연습용 검을 버릴 때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는데 필요할 것 같지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거든. 실제로 지금까지 필요하지도 않았고. 나 역시 검을 써본 게 오래전이야. 어린애한테 피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지는 않아서 너를 키우게 된 이후로는 쓰지 않았으니까.”
“녹슬지 않았을까?”
“그럴 일은 없어. 녹이 슬지 않는 재질이거든.”
“그래? 좋은 거네.”
“수프가 다 된 것 같군. 먹자.”
두 사람은 이야기를 중단하고 수프와 빵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물로 입안을 씻었다. 사도는 비교적 적게 먹었다. 항상 그랬지만 사도는 먹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단지 노엘의 식사를 챙겨주면서 조금 더 만들어서 같이 먹어주는 것 같았다.
“먼저 자.”
사도는 아공간에서 담요와 베개를 꺼내 노엘에게 주고 아공간에서 물을 꺼내 식기와 그릇, 냄비를 씻었다. 그리고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고 풀 위에 누웠다. 자신이 쓰는 베개나 담요는 없었다. 모든 것이 그랬다. 노엘을 돌보는 것에는 신경을 쓰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노엘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도는 자신을 키워주었지만 그에게 있어서 자신은 그저 우연히 발견한 부모와 마을을 잃은 아이일 뿐이었다. 돌아올 대답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는 사도가 전부인데 사도에게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요즘은 노엘이 금방 잠들지 않네.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하기에 잠들지 못하는 거지? 저 나이에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저런 노엘은 좀 낯설군.’
“오빠.”
“왜 그래?”
“수도는 어떤 곳이야?”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이지.”
“그런 거 말고.”
“부자나 상인이 많고 귀족도 많지. 왕과 왕족들이 지내는 궁전이 있고 치안이 엄격해. 항상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살기 좋은 곳이라고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지 못한 점이 많다는 것만은 확실해. 숨어있는 것도 많고.”
“이상한 곳이네.”
“이상한 곳이지. 그런 사실을 인식하면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잘게.”
“그래.”
“저기, 저 목걸이 파는 할아버지.”한 여자가 한 남자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어딘가로 끌고 갔다. 긴 보라색의 머리카락에 보라색 눈동자가 예쁜 여자, 노엘이라고 불리는 여자. 그리고 검은색 머리카락에 검은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남자, 사도라고 불리는 남자.
“무슨 목걸이?”
“이거, 보라색 돌.”
“자수정이야.”
“청년, 눈이 좋군. 맞아, 그건 자수정이지. 가치도 알아볼 수 있겠나?”
“약 20실버. 혹은 그보다 조금 낮거나.”
“오호, 이거 놀라운데? 거의 맞췄어. 17실버야.”
“거리상이 팔만한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
“거리상이 비싼 거 팔지 말라는 법 있나?”
“아니, 없지. 돈이나 받아.”
목걸이를 선물 받은 노엘은 목걸이를 목에 걸고 계속 미소를 띠었다.
“고마워, 오빠.”
“별로. 가능하면 옷 속에 숨기고 다녀라. 비싼 걸 가지고 다니면 눈에 띄니까.”
“싫은데. 그냥 내놓고 다니면 안 돼? 오빠도 귀걸이 걸고 다니잖아.”
“알아서 해.”
사도의 오른쪽 귀에 달린 낡은 귀걸이가 반짝였다.
“넌 뭐가 되고 싶어?”
“응?”
“언제까지 여행이나 하고 다닐 거야?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지. 넌 18세야.”
“나 데리고 다니는 게 싫어졌어? 버릴 거야?”
“지금 당장이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죽을 때까지 나를 따라 여행이나 다닐 건 아니잖아. 결혼이야 하든지 말든지 상관없지만 내가 영원히 네 옆에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응.”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확신하는 이유가 뭐냐?”
“오빠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잖아.”
“사람은 13년 정도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수도 있어.”
“그런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사람은 보통 나이가 많은 쪽이 먼저 죽어.”
“그럼 오빠가 나보다 먼저 죽을 거라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혼자서 살 방법이 하나는 있어야할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건 검술밖에 없는데.”
“검술밖에 모르면 사냥꾼이나 기사나 용병이 되면 되잖아! 내가 가르쳐준 정도면 일반인 100명을 상대하고도 남아!”
“정말?”
“죽이는 일에 익숙해지면.”
“날 떼어놓고 싶어?”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러면 왜 그런 말을 해?”
“걱정되니까. 내가 널 잘못 키웠나봐. 몸은 18세인데 생각은 훨씬 어리잖아. 이래서야 검술이 쓸모가 없지.”
“괜찮아. 오빠가 있으니까.”
“누가 들으면 오해한다.”
노엘은 목걸이의 자수정을 만지작거리며 빤히 쳐다보았다. 목걸이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던 노엘은 사도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오빠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항상 돈이 있네?”
“예전에 좀 많이 벌었거든. 아직 바닥나려면 한참 멀었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래? 부자네.”
“그 정도는 아니야. 여기도 거의 둘러봤는데 다음은 어디로 갈까?”
“수도에 가보자. 지금까지 쭉 변두리만 돌아다녔잖아.”
“대도시는 별로 가보고 싶지 않은데.”
“왜?”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거든. 지금까지 살아있는 녀석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그런 게 있어. 지금 출발할까?”
“응.”
노엘에 대답에 두 사람은 곧바로 걸어서 마을을 빠져나왔다. 먼 거리를 가야함에도 두 사람은 아무런 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상관없는지 두 사람은 가끔씩 몇 마디 대화를 하면서 걷기만 했고 밤이 되었다.
“오늘은 여기서 자자. 저녁은 빵이랑 수프면 되겠지?”
“무슨 수프?”
“그냥 야채랑 고기 넣은 거. 장작 좀 모아줘.”
사도는 허공에 아공간의 입구를 열어 빵과 그릇과 식기, 요리도구와 재료를 꺼냈다. 노엘이 장작을 모아오는 동안 사도는 재료를 다듬어서 수프를 만들 준비를 해놓고 사용한 도구들을 닦아서 다시 아공간에 넣었다. 노엘이 장작을 모아오자 사도는 손에서 작은 불을 만들어 장작에 불을 붙이고 수프를 만들기 시작했다.
“소금이 많이 떨어졌더라. 다음 마을에서 보충해야겠어.”
“다른 건?”
“괜찮아. 항상 보충해야하는 물은 빼고. 네 물통은 충분해?”
“충분해.”
“검은?”
“괜찮아. 쓴 적이 별로 없는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검도 하나 사야겠군. 언제까지 연습용 검이나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정말?”
“언제 쓸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연습용 검을 버릴 때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는데 필요할 것 같지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거든. 실제로 지금까지 필요하지도 않았고. 나 역시 검을 써본 게 오래전이야. 어린애한테 피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지는 않아서 너를 키우게 된 이후로는 쓰지 않았으니까.”
“녹슬지 않았을까?”
“그럴 일은 없어. 녹이 슬지 않는 재질이거든.”
“그래? 좋은 거네.”
“수프가 다 된 것 같군. 먹자.”
두 사람은 이야기를 중단하고 수프와 빵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물로 입안을 씻었다. 사도는 비교적 적게 먹었다. 항상 그랬지만 사도는 먹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단지 노엘의 식사를 챙겨주면서 조금 더 만들어서 같이 먹어주는 것 같았다.
“먼저 자.”
사도는 아공간에서 담요와 베개를 꺼내 노엘에게 주고 아공간에서 물을 꺼내 식기와 그릇, 냄비를 씻었다. 그리고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고 풀 위에 누웠다. 자신이 쓰는 베개나 담요는 없었다. 모든 것이 그랬다. 노엘을 돌보는 것에는 신경을 쓰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노엘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도는 자신을 키워주었지만 그에게 있어서 자신은 그저 우연히 발견한 부모와 마을을 잃은 아이일 뿐이었다. 돌아올 대답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는 사도가 전부인데 사도에게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요즘은 노엘이 금방 잠들지 않네.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하기에 잠들지 못하는 거지? 저 나이에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저런 노엘은 좀 낯설군.’
“오빠.”
“왜 그래?”
“수도는 어떤 곳이야?”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이지.”
“그런 거 말고.”
“부자나 상인이 많고 귀족도 많지. 왕과 왕족들이 지내는 궁전이 있고 치안이 엄격해. 항상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살기 좋은 곳이라고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지 못한 점이 많다는 것만은 확실해. 숨어있는 것도 많고.”
“이상한 곳이네.”
“이상한 곳이지. 그런 사실을 인식하면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잘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