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서치 로고

소설게시판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7세계 : 붉은 검 -소문②-

숙소로 돌아와 보니 피에르와 슈아가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로, 어디 갔었던 거야?”
“도서관에.”
“그 청록색 머리카락의 여자랑 같이?”
사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슈아는 카드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피에르는 자기 차례가 아닌 틈에 사도와 대화했다. 슈아가 밀리고 있었다.
“전부터 알던 사이야?”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지?”
“어떤 형이 가르쳐주더라. 1학년 남녀가 도서관을 매일 찾는다고. 1학년 검은 머리 남자애 중에 내가 아는 건 너뿐이라서 그런가했는데 진짜였어? 그 여자애 이름이 뭐야? 학부는?”
“레나. 검술학부.”
“흐음.”
“혹시 연인이야?”
“아니.”
슈아와 피에르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으나 사도는 딱 잘라서 말했다. 기대감이 무너지자 피에르는 다시 카드에 집중해서 슈아를 이겨버리고 사도로 관심을 돌렸다.
“도서관에는 왜 가는 거야?”
“할 일은 없고 도서관에는 책이 많으니까.”
“연습은? 마력을 느끼는 연습은 안 해?”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니까. 언젠가는 되겠지.”
“낙천적이네.”
“그럴지도.”
그 시간, 레나도 숙소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고 있었으나 사도와 마찬가지로 딱 잘라서 말하며 방에 몰려든 소녀들의 기대를 깨버렸다.
“정말로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같이 책 읽는 것뿐인데 그게 왜 연인씩이나 되는 건데?”
“전부터 알던 사이라며?”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어.”
“실망이야….”
“왜 그렇게 소문을 좋아해? 귀신 소문도 그렇고 나랑 아로 소문도 그렇고.”
“귀신 소문은 진짜라던데?”
“그걸 어떻게 알아? 시아나라는 언니가 거짓말하는 걸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거짓말이 아니더라고 그게 귀신이라는 증거는 없잖아.”
“그런가?”
‘그거 혹시 사도인가?’
아키레나는 추측을 확인해보기 위해 사도의 방으로 가보기로 했다. 사도와 아키레나는 서로의 방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조금 의심을 살만한 일이었지만 아직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키레나가 사도를 찾아감으로 인해 알려지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질문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아키레나는 전혀 못하고 있었다.
“아로. 잠시 나 좀 봐.”
“어? 누구?”
“레나야.”
“아! 매일 같이 도서관에서 책 읽는다는 그 여자애?”
“맞아. 그런데 아로, 지금 뭐해?”
“아로가 아직도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해서 식당에 데리고 가려는데 안 가겠다잖아. 오늘 아침에도 조금만 먹었는데 점심때에도 아무것도 안 먹었단 말이야.”
슈아가 레나의 질문에 대신 대답했다. 레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한테 넘겨. 내가 데리고 갈게.”
“정말?”
“그래. 아로, 어서가자.”
아키레나는 슈아와 피에르의 손에서 사도를 빼앗아 방을 나갔다. 식당으로 가면서 아키레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소문의 귀신이 혹시 너야?”
“아마도.”
“어떻게 된 거야?”
“그 시아나라는 여자가 눈이 좋아서 날 봤거든. 가끔 그런 인간들이 있어.”
“그럼 점심이랑 저녁은 왜 안 먹었어?”
“많이 먹으면 속이 뒤집히니까.”
“이상한 몸이네. 난 가볼게. 그 인간들에게는 알아서 말해.”
“그러지.”
사도는 아키레나와 헤어지자마자 투명하게 변한 후에 소리와 기척도 없애고 조용히 브리스테어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어두웠고 아무도 밖에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러나 교사들이 머무는 건물에 가까이에서 반갑지 않은 존재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녀로군. 아무래도 날 기다렸나본데.’
시아나의 표정은 기대감과 초조함이 섞여서 상당히 이상해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처럼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기에 사도는 조심스럽게 건물로 걸어갔다. 어쩌면 볼 수 있다고 해도 희미하게 보일 것이 분명하니 어둠 때문에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들켜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제5세계에서 귀신이란 일정한 범위의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 배회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으니 다시 마주치는 것이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 것을 알고 있기에 시아나도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또 만났네.”
시아나는 곁을 지나쳐가려는 사도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그때 시아나에게 인사했었기에 지금 모른 척하는 것은 제5세계에 알려져 있는 귀신들에 대한 사실에 반하는 것이었다. 사도는 입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고개를 살짝 돌려 시아나를 보기만 했다. 시아나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었다. 사도는 침묵을 유지한 채 왜 불렀냐고 묻는 듯이 시아나를 쳐다보았다.
“내 이름은 시아나. 너의 이름은?”
시아나의 질문에 사도는 잠시 고민했다. 대답하기 난감했다. 어차피 소리는 내지 않을 것이니 입만 움직일 것이고 어두운데다 희미하게 보일 테니 가깝더라도 입모양을 정확하게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로라고 대답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아이.’
사도는 입모양만으로도 알기 쉬운 단어로 대답했다. 자신의 지금 모습은 아이의 모습이었으니 적당한 핑계였다.
“아이? 쉬운 이름이네. 어쩌다 귀신이 됐어?”
시아나의 질문에 사도는 시아나에게 다가가 살짝 입을 맞추었다. 지금은 14세의 모습이었기에 발을 살짝 세우고 시아나의 어깨를 손으로 살짝 잡았다. 귀신이 아니라 모습을 투명하게 한 것이기에 시아나는 어깨와 입술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낄 수 있었다. 귀신에게서 체온이 느껴진다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살아있는 자들에게 있어서 귀신은 어떻든지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체온이 느껴진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실제로 사도는 제2세계에서 체온이 느껴지는 귀신을 만난 적도 있었다.
사도는 살짝 웃어주고 가만히 서있는 시아나를 두고 멀리 사라졌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사도는 뭔가 먹었는지 집요하게 물어보는 슈아와 피에르에게 먹었다고 말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번 일로 시아나는 적어도 내일은 기다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사도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만져보았다. 시아나의 입술은 별로 따뜻하지 않았다. 입술에 닿을 때 아무런 향기도 없었다. 과거에 입맞춤했던 때의 느낌들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
냉초코를 마셔보셨습니까? 냉커피 말고 냉초코 말입니다. 핫초코에 뜨거운 물을 조금만 붓고 얼음을 많이 넣는다는 건 냉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맛이 굉장히 웃깁니다.
웃긴 맛이 어떤 맛이냐고요? 궁금하시다면 직접 냉초코를 마셔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포인트랭킹

1 대전 93,656P
2 세니 84,344P
3 아기곰 75,855P
4 미미미 71,148P
5 개편 67,128P
6 바담풍 61,777P
7 스윗티 53,104P
8 추억은별처럼 48,754P
9 전투법사@연 44,941P
10 고박사 44,3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