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바람 -제 1화-
- 눈물
- 2698
- 1
고즈넉한 저녁이다.
해가 질 무렵이라 붉게 탄 노을은 평원의 끝까지 닿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감상을 무색하게 하는 이곳은,
전장.
"지금까지의 전황을 보고하라."
노기에 찬 음성에 수하로 보이는 자가 재빨리 아뢴다.
"비록 전세는 좋지 아니합니다. 이미 선발부대가 매복작전에 걸려들어 전멸하였사옵고 사방이 늪지대라 보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옵니다. 그러나 우리 군의 숫자가 월등한 만큼 정공법을 택한다면 승산이 있사오니..."
듣고 있던 사내, 인상을 찌푸린다. 수려한 용모와 화려해 보이는 갑주를 걸쳤으나 냉혹하기 그지없는 눈매에, 마치 뱀처럼 뾰족한 턱을 지녔다.
"알겠다, 그만 물러가라."
수하의 대답이 흡족하지 못했던 만큼,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는 사내.
'크크크... 놈과의 악연으로 점철된 인생...이제는 그 손주놈에게까지... 이것이 운명이란 말이더냐...'
"폐하, 과한 술은 몸에 해롭습니다." 걱정스레 보고 있던 시녀가 아뢴다.
"괜찮다. 내일이면 이 모든 것이 끝난다...모든 것이..."
취했는지 사내는 어느덧 깊은 잠에 빠져든다.
천인베기창과 정예병전투의복을 장비하고 좌우로 도열한 군대. 군사들의 흔들림 없는 안광과, 흐트러짐 없는 자세에서 일국의 정예로써 손색이 없다.
"역시 대단하군... 본국의 최정예 천마혈귀대를 투입할 정도라니... 폐하께서 이 전쟁에 거신 것이 엄청나군."
"본국의 사활이 걸린 전쟁 아닌가. 그럼에도 승패를 가늠할수 없을 정도로, 구려국이 성장했음이야."
걸걸한 목소리의, 천마혈귀대 대장 탁영. 이미 약관(20)의 나이에 검객으로 이름을 날리고 오로지 검, 일로의 길을 걸어 검성의 반열에 오른 그다.
"자네도 늙었군. 한때 천하의 검을 제패하겠다고 소리치던게 엊그제 같은데..." 탁영에게 말을 건네는 사빈. 사빈 역시 부여를 수호하는 대장군이자, 현존하는 사(四)검성의 일원이다. 대답이 없는 탁영을 보고는 사빈은 장난기가 돈다.
"다시 보겠군. 그와는 반생을 함께하는 셈이니 전생에는 반려였을지도 모르겠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두게... 그, 그를 다시 만난다면... 오직 벨 뿐이야."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탁영을 보며 사빈은 상념에 빠진다.
'아버님 대에서부터 이어진 이 싸움... 여기서 끝낼 수 있을까?'
"대사자, 포진은 어떠한가."
이미 전날의 취기를 털어낸 듯,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부여국의 대소왕. 칼날같은 하명 앞에 사령관전투의복을 입은 대사자는 길게 읍하며 고한다.
"이미 천마혈귀대를 전진배치 했사옵고 좌우 날개에 명궁이상의 정예 사수들을 포진시켰사옵니다. 하오나 폐하, 흑영양성소의 자객들은 둘째치고라도 폐하의 친위대마저 작전에 기용한다는것은..."
묵묵히 듣고 있던 대소는 귀찮다는 듯 손서래를 친다.
"그 이야기는 되었지 않은가, 이미 끝난 문제일세."
"예, 폐하. 그럼 하명을..."
"전군, 폐하를 따르라!"
함성을 외치는 인마, 대략잡아 5만은 되는 듯하다. 대소는 일어서며 갑주에 찬 장검을 뽑는다.
"고구려국은, 지난날 본국의 속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국의 영토를 유린하는 등 본국과의 혈맹관계를 어지럽혀 왔다. 내 천하에, 위아래가 있음을 밝히고 대부여국의 영원한 영광을 이끌 것이다!"
"와!"
"대 부여국 만세!"
일광을 받아 빛나는 부여국의 명검. 전멸이라고 음각으로 새겨진 검신에 희뿌옇게 광채가 서린다. 전멸을 휘두르며, 이어지는 대소. 패왕의 사자후.
"전군, 진격하라!"
바야흐로,
운명을 가르는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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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당분간 1일1화 연재해볼게요 글솜씨가 서투르고 스토리도 급준비한거라 많이 봐주실까 잘모르겠는데요
애독자가 다섯명이라두 되면 계속연재 이어나갈게요 T^T
에...장르는....
사극을 가미하고 신무협의 기초에 입각한 로망스액션퐌타지물이 되겟습니당..
소설 장르가 멋있네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