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서치 로고

소설게시판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아라드 연대기 - 사부를 만나다.

  • 블픽 [레벨:2]블픽
  • 600
  • 2
"허억!"
악몽에서 빠져나오며 눈을 떴다.
"정신이 드는가? 젊은이."
청년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쪽을 본다.
그러다 문득 오른손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썩어 있었다.
아직 열 일곱인 청년이라기엔 젊은 그의 나이에 비해 비틀고 주름진 오른손.
그리고 오른손부터 팔등까지는 기이한 붉은색이 띄었다.
붉은빛과 그의 원래 피부색의 경계선에는 괴이한 것이 잠겨 있었다.
"못 되어먹을 놈들. 아직 젊은 사람에게 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쯧..."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노인에게 대고 청년이 묻는다.
"할아범이 해 놓은거야?"
노인은 고개를 흔들더니 옆의 다른 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젊은 청년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노숙자나 다름없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
더러운 외모가 그를 더욱 늙어보이게 만들었다.
등에는 폼 안나는 칼을 두 자루나 가로두르고 있었고, 눈에는 때에 절은 천을 매었다.
더러운 노인이 말한다.
"버릇이 없는 녀석이로군. 길바닥에 굴러다니게 놓아두었어야 했나. 이름부터 정중히 밝혀 보거라."
조용하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몸이 움츠러드는 목소리.
젊은이는 한층 위축되어 존대를 해 답한다.
"몰라뵈었습니다. 제 이름은 소, 아니, 메르입니다. 어르신들은...?"
노인이 말을 끊는다.
"내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이쪽은 신다라고 한다."
가만 보니 신다라는 이름의 노인은 낯이 익다.
"날 기억하겠는가? 타우를 기억한다면 나 또한 기억하겠지. 허허..."
뒤이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노인이 말한다.
"네 손은 귀기에 물들었다. 귀수 현상이라고 하지. 원인도, 치료법도 밝혀지지 않았고, 지금으로선 그렇게 봉인해두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럼, 이게 평생 가는거란 말예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그건 네가 하는것에 달렸다."
급해서 말을 끊는 메르의 버릇없음을 묵인하고 노인이 답했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이런 손으론 아무것도 못할 거 아녜요! 전 여자도 얻고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구요!"
메르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신다가 말한다.
"허허, 맹랑한 녀석! 어른들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구나!"
"그만 두게, 신다."
무명의 노인이 말을 가로챈다.
"메르, 몇일 전 타우도 그렇고, 어제 광신도 때에도 너를 보았다. 대검과 둔기를 사용하는 모습은 완벽하면서도 부족함이 많았다. 괜찮다면 내게 검술을 배우거라. 내가 보기에 네 검술은 그냥 무심코 지나치기엔 너무도 아깝구나!"
메르는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친다.
"순 사기꾼들 아냐? 남의 손모가지에 이따윗 짓을 해놓고 귀수현상이 어쩌구 하더니, 이젠 제자가 되라고? 웃기고 있네!"
메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두 노인을 보며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난 당신들같은 노인네들 유치한 놀이엔 안 넘어가! 사람 잘못봤다구!"
그리곤 그 자리를 떠났다.
신다는 무명의 노인을 향해 뭔가 말하려는 눈빛을 한다.
그러자 무명의 노인은
"놔 두게. 저러고 얼마 안가 찾아올걸세."
하고 다시 여유를 부린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둑해질 무렵.
저 멀리서 기이한 사내가 이쪽을 향해 온다.
"아욱, 저기... 스,스승님! 하란대로 하겠슴다! 밥하고 빨래하고 다 할테니 손좀 고쳐주십쇼!"
노인은 메르를 보며 꾸중한다.
"쯧쯧. 그걸 풀어보려고 했느냐?"
메르의 팔에 잠겨있던 이상한 물건이 헐거워져 있었다.
"이리 와보게, 다시 묶어둬야해. 아까보다 귀기가 더 올라왔군."
노인은 메르의 팔에 반쯤 묶인 그것을 보더니, 이내 똑같은 것을 꺼내어 더 깊숙히 묶었다.
그리고 이전에 묶여있는 것을 잠시 보더니 간단하게 풀어냈다.
"이제 됬다. 곧 귀기가 진정될게야."
노인이 말했다.
그리고 잠시 입을 열지 않다가 말을 이었다.
"제자가 되겠다고 했지? 밥이나 빨래같은 건 시키지 않을것이니 걱정 말아라.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부터 여기에 나오거라."
메르가 머뭇거리자 노인이 재촉한다.
"어서 가보거라! 부모님이 걱정하실 게 아니냐?"
메르가 머뭇거리더니 이내 말을 꺼낸다.
"저기... 스,승님. 그냥 여기있으면 안되나요?"
스승이 말한다.
"아니, 네 집은 어쩌고?"
메르는 쑥쓰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전 집은 없고 달빛 주점에서 사는데요... 아버지는 안계시고 어머니만 거기서 일하셔요..."
메르의 말에 스승이 말한다.
"저런... 딱하구나. 부모님이 걱정하실 겨를이 없겠구나?"
"네..."
"그럼 여기 있거라. 거기 돌아가나, 여기 있으나 다를 바는 없지 않느냐?"

두 노인과 메르는 어두운 길 구석으로 들어갔다.
집이라고 보기에 많이 부족한 곳에 도착했다.
"일찍 자거라."
구질구질한 담요정도는 있었다.
한자리에 누워있을 때 메르가 물었다.
"사부님, 사부님의 존함을 알려 주십시요. 아, 그리고 그 눈의 붕대는 대체 무엇입니까?"
"알 것 없다. 내일 할 일이 바쁘니 일찍 자두거라."
"아 어디가서 어느 누구에게 배운 제자라고는 해야될 거 아닙니까. 존함이라도..."
"지. 에스. 디."
사부는 짧게 말하고는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메르도 어쩔수 없이 물음을 그쳤다.

추천인 10

블픽 블픽
2 Lv. 204/650P

http://kdb.kdb.wo.tc/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2

profile image
[레벨:0]일발 2009.02.27. 08:51
고승덕 영감과의 만남이라... 그리 좋게 만난건 아니군요. ㄷ
[레벨:1]민수사이더 2009.02.27. 09:06
역시.. 뭔가 경지에 오른사람은 항상 다른모습을 보이는구납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포인트랭킹

1 대전 93,656P
2 세니 84,344P
3 아기곰 75,855P
4 미미미 71,148P
5 개편 67,128P
6 바담풍 61,777P
7 스윗티 53,104P
8 추억은별처럼 48,754P
9 전투법사@연 44,941P
10 고박사 44,33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