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플로아 축제⑥-
- 진청룡전설
- 671
- 3
-야누스! 일어나!
다급한 목소리가 야누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늦게 잠들었던 이드는 힘겹게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볐다. 잠에 취한 상태로 애써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헤매다 레블의 메시지 마법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메시지 마법을 썼다.
-왜 깨워? 아직 한참 어두운데.
-정신 차려 이 멍청아! 암살자다!
“뭐야?”
암살자라는 말에 야누스의 정신이 번쩍 들면서 무심코 메시지 마법이 아닌 말이 흘러나왔다. 그 짧은 순간에 아주 희미한 기척이 주변을 감싼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기척이 드러난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다시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기척은 다시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을 보는 마나의 눈이여, 그 시선을 잠시 빌리나니, 디텍트.”
마법으로 살펴보자 여관의 주변에 기척을 감추고 있는 강한 마나가 드러났다. 평범한 인간이 소지하고 있을 리가 없는 마나, 마법사나 익스퍼트 검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보다 강한 마나의 방해로 인해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젠장, 방해받았어. 마법사가 있는 것 같아. 그것도 4클래스 이상.
-끝내기를 작정하고 보낸 것 같군.
크로스 스피어를 챙겨들고 검을 차면서 방을 나가려던 야누스는 열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열쇠로 잠겨져있는 문을 풀어만 두고 침대 위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조용히 2층 높이를 뛰어내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2층 높이였기 때문에 착지하는 소리가 났고 조용한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암살자들은 그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산책이나 할까?”
야누스는 말에 살짝 비웃음을 담아 흘리면서 달렸다. 달리는 장소는 저번에 암살자들을 상대했던 다리, 어지간해서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든 곳이었다. 거기다 한밤중이니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낮아서 암살자들과 싸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힘이 너무 빠지지 않게 적당히 달리면서 주변을 느껴보니 희미하게 기척이 잡혔다. 이동하면서까지 완전히 기척을 숨기는 것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은 여전했다. 개방된 도로를 달리는 야누스와 달리 암살자들은 좁고 비틀린 골목길을 달리면서도 전혀 늦어지는 기색이 없었다. 거기다 이상하리만치 살기가 전혀 없었다.
‘살기가 없다니, 이거 정말 위험한 거 아니야?’
계속되는 달리기 속에서도 살기는 전혀 없었다. 마침내 다리에 다다르자 야누스는 다리에 올라가지 않고 그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마법사가 있으니 다리를 부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어둠속에서 조용히 그림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 야누스는 그것을 보면서 암살자의 기술이지만 신기해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고를 못 봤나?”
“듣기는 했지.”
“뭐야, 암살자도 말할 줄 아네?”
“네트페르스를 넘겨준다면 더 이상 쫒지 않겠다. 아무 연관도 없는 물건 때문에 고생하는 걸 원하지는 않을 텐데.”
“경고를 무시했으니.”
야누스는 단번에 마력을 끌어내 살기를 잔뜩 실어 정면에 선 암살자의 머리에 쏘아 보냈다. 그러자 눈으로 보기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암살자의 머리가 터지며 요란하게 흩어졌다.
“즉결심판이다.”
‘이래서 마력이 편하다니까.’
마력은 마나와 다르다. 마나는 아무런 성질도 띠지 않고 마법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복잡하고 섬세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법실력만큼 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에 비해 마력은 원래는 아무런 성질도 없지만 마력의 사용자가 띠는 살기, 투기, 호의, 그리고 보호나 치유의 의지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자유롭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의지와 어긋나는 마법은 제대로 행하지 못한다.
-마력은 쓰지 말랬잖아!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잖아.
곧이어 야누스에게로 여러 개의 마법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나 야누스에게서 투기가 실린 마력이 뿜어져 나오자 접근하던 마법들이 모두 분해되어 사라져버렸다.
“고작 1클래스 마법으로 죽을 것 같아? 5클래스 정도로 날려봐. 그럴 힘이 있다면.”
그러자 강력한 마나들이 야누스에게로 향했고 놀란 야누스는 방어를 위해 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자신을 감쌌다.
콰앙!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야누스가 있던 자리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근처의 땅이 부서지면서 직경 4m의 폭발흔적이 발생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에는 야누스의 시체가 아닌 검붉은 막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검붉은 막에서 같은 색의 작은 구체가 빠져나와 어딘가를 향해 날아갔다. 구체는 어둠속으로 날아가 조용히 폭발해 주변으로 마력을 방출하면서 반경 내에 있는 암살자들과 건물의 벽을 분해해버렸다. 야누스에게 마법을 날렸던 마법사는 마력에 적중되어 산산이 찢어지고 근처에 있던 일부 암살자들도 죽음을 맞았다.
“익스플로전이라니, 방어가 늦었으면 위험했을 거야.”
검붉은 막이 걷히고 멀쩡한 모습의 야누스가 나타났다. 로브자락조차 타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직 많이 남았잖아? 어서 덤벼.”
곧이어 검기가 실린 암기들이 야누스를 향해 날아왔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검붉은 막에 전부 막혀서 땅으로 떨어져버렸다. 원거리공격이 모두 막혀버리자 아예 정면으로 상대하려는지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검기가 잔뜩 실린 검으로 막을 내리쳤다. 여러 개의 검기가 방어막에 난무하자 충격을 견디기 힘든 듯 방어막이 흔들렸다.
“무슨 기합소리도 없고, 암살자들은 다들 이렇게 조용한가?”
야누스는 방어막을 만든 마력을 전부 거두어들이고 마력으로 검기를 내뿜었다. 암살자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짙고 두꺼운 검기였다. 검을 직접 댈 필요도 없었다. 검기는 야누스가 휘두르는 대로 뻗어나가 검의 궤적의 반경에서 떨어져있는 암살자들을 베었다. 빠르게 암살자들을 휘젓는 검기는 암살자들이 방어를 위해 내세운 검기를 뚫고 검을 자르면서 암살자들의 몸을 여지없이 절단했다.
“대충 정리된 것 같은데. 아직 덤빌 녀석 있나?”
막상 그렇게 말했지만 야누스는 암살자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처음 날아든 마법으로 볼 때 마법사는 최소한 둘이었고 각각 멀리 떨어져있었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이 날린 마력덩어리, 블리스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검기에 죽은 암살자가 다섯. 블리스에 효과로 죽을 만큼 두 마법사가 가까이 있지는 않았을 테니 최소한 암살자는 하나가 남은 것이다.
마력을 공개한 이상 살려두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야누스는 마력에 살기를 실어 주변을 향해 있는 대로 뿜었다. 예상대로 암살자들의 기척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여전히 일곱 명의 암살자들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짙은 살기가 실린 마력을 심하게 뿜어내면 쉽게 죽어버리지만 암살자들이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익스퍼트이거나 마법사이기 때문에 몸 안의 마나가 살기가 실린 마력에 저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살기로 인한 공포와 마력으로 인해 몸이 받은 타격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를 죽이러 왔으니 살려둘 필요는 없겠지.”
공중에서 일곱 개의 작은 블리스가 생성되어 각자 하나씩 암살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암살자들은 날아오는 검은 구체를 피하려했으나 몸이 평소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고 조용히 죽음을 맞았다. 암살자이니 이런 식으로 죽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예상했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만은 몰랐을 것이다.
“끝인가?”
[무리했군.]
“만만한 암살자들이 아니니까. 10명도 넘는데 나 혼자 살아남으려면 무리하게 되는 게 당연하잖아?”
[마력, 거의 다 쓴 것 같은데.]
“반 이상 쓰긴 했지만 다는 아니니까 걱정 마.”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내일이 되면 난리가 나겠군. 블리스랑 익스플로전의 흔적은 암살자들도 지울 수 없을 테니까. 아니, 시체의 흔적도 지우기 어렵겠는걸.”
[잠시 쉬어라.]
“그전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야누스는 검을 다시 허리에 찼다. 암살자들이 네트페르스라고 불렀던 미스릴로 만들어진 리티아의 문장은 여전히 야누스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신발에 피가 묻어서 발자국이 남지 않게 조심하면서 야누스는 자신이 잠들었었던 사란나무로 갔다. 어두웠기 때문에 꽃이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야누스는 나무를 밟아 뛰어올라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가장 높은 가지는 가늘었고 야누스를 지탱할 수 없었기에 야누스는 그보다 조금 낮은 곳에 발을 디뎠다. 가장 높은 가지에 달린 가장 높은 잎이 목에 닿을 높이에 있었다.
히아드 영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그다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영지. 꽃나무가 많으며 영주가 사치스럽지 않은 영지. 전시관이 있으며 플로아 축제가 지날 때마다 그림이 두 개씩 많아지는 영지. 색이 특이한 사란이 피는 사란나무가 있는 영지. 이 영지에 사는 사람들 중 자신을 만난 사람은 모두 자신을 여자로 아는 영지. 누구에게도 본명을 밝히지 않은 영지. 그리고 첫 번째 축제가 살인으로 얼룩진 영지. 고향과는 하나도 닮지 않은 영지.
“집 나오면 고생이라더니.”
[아프지 않아?]
“몸은 피곤하지만 머리는 아프지 않아. 마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렇군. 마력을 사용하면 머리에 통증이 오는 건 아직 완전치 않은 몸이 날뛰는 마력을 통제하기 힘들어하는 신호였나. 그래서 마력을 싸우는 용도로 쓸 때만 머리가 아팠던 거군.]
“레블, 너 굉장히 똑똑해.”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그럴 수밖에.]
“몇 살인데?”
[봉인된 채 보낸 시간까지 합치면 5427년을 살았다.]
“마족의 수명은 기네.”
[착각하지 마. 마족들도 중간계족들처럼 종족에 따라 수명과 외모가 달라. 난 그 중에 가장 오래 사는 종족이지. 1만년을 사니까.]
“중간계의 드래곤 같은 거야?”
[수명과 힘으로 따지면 그렇지.]
“그럼 지금 내 몸도 1만년을 사는 마족이 되어간다는 거네?”
[아직은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수준이다. 인간인 부분이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실제로는 어린아이와 비슷한 거지.]
“어둠이 많이 희미해졌어. 해가 뜰 때가 됐나봐.”
[출발하지. 피곤하겠지만 지금 빠져나가는 게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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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참 어려운 겁니다. 이 저주받은 손재주를 대체 어쩝니까...?
다급한 목소리가 야누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늦게 잠들었던 이드는 힘겹게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볐다. 잠에 취한 상태로 애써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헤매다 레블의 메시지 마법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메시지 마법을 썼다.
-왜 깨워? 아직 한참 어두운데.
-정신 차려 이 멍청아! 암살자다!
“뭐야?”
암살자라는 말에 야누스의 정신이 번쩍 들면서 무심코 메시지 마법이 아닌 말이 흘러나왔다. 그 짧은 순간에 아주 희미한 기척이 주변을 감싼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기척이 드러난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다시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기척은 다시 느껴지지 않았다.
“세상을 보는 마나의 눈이여, 그 시선을 잠시 빌리나니, 디텍트.”
마법으로 살펴보자 여관의 주변에 기척을 감추고 있는 강한 마나가 드러났다. 평범한 인간이 소지하고 있을 리가 없는 마나, 마법사나 익스퍼트 검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보다 강한 마나의 방해로 인해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젠장, 방해받았어. 마법사가 있는 것 같아. 그것도 4클래스 이상.
-끝내기를 작정하고 보낸 것 같군.
크로스 스피어를 챙겨들고 검을 차면서 방을 나가려던 야누스는 열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열쇠로 잠겨져있는 문을 풀어만 두고 침대 위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 조용히 2층 높이를 뛰어내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2층 높이였기 때문에 착지하는 소리가 났고 조용한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암살자들은 그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산책이나 할까?”
야누스는 말에 살짝 비웃음을 담아 흘리면서 달렸다. 달리는 장소는 저번에 암살자들을 상대했던 다리, 어지간해서는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든 곳이었다. 거기다 한밤중이니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낮아서 암살자들과 싸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힘이 너무 빠지지 않게 적당히 달리면서 주변을 느껴보니 희미하게 기척이 잡혔다. 이동하면서까지 완전히 기척을 숨기는 것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은 여전했다. 개방된 도로를 달리는 야누스와 달리 암살자들은 좁고 비틀린 골목길을 달리면서도 전혀 늦어지는 기색이 없었다. 거기다 이상하리만치 살기가 전혀 없었다.
‘살기가 없다니, 이거 정말 위험한 거 아니야?’
계속되는 달리기 속에서도 살기는 전혀 없었다. 마침내 다리에 다다르자 야누스는 다리에 올라가지 않고 그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마법사가 있으니 다리를 부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어둠속에서 조용히 그림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 야누스는 그것을 보면서 암살자의 기술이지만 신기해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고를 못 봤나?”
“듣기는 했지.”
“뭐야, 암살자도 말할 줄 아네?”
“네트페르스를 넘겨준다면 더 이상 쫒지 않겠다. 아무 연관도 없는 물건 때문에 고생하는 걸 원하지는 않을 텐데.”
“경고를 무시했으니.”
야누스는 단번에 마력을 끌어내 살기를 잔뜩 실어 정면에 선 암살자의 머리에 쏘아 보냈다. 그러자 눈으로 보기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암살자의 머리가 터지며 요란하게 흩어졌다.
“즉결심판이다.”
‘이래서 마력이 편하다니까.’
마력은 마나와 다르다. 마나는 아무런 성질도 띠지 않고 마법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복잡하고 섬세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법실력만큼 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에 비해 마력은 원래는 아무런 성질도 없지만 마력의 사용자가 띠는 살기, 투기, 호의, 그리고 보호나 치유의 의지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자유롭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의지와 어긋나는 마법은 제대로 행하지 못한다.
-마력은 쓰지 말랬잖아!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잖아.
곧이어 야누스에게로 여러 개의 마법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나 야누스에게서 투기가 실린 마력이 뿜어져 나오자 접근하던 마법들이 모두 분해되어 사라져버렸다.
“고작 1클래스 마법으로 죽을 것 같아? 5클래스 정도로 날려봐. 그럴 힘이 있다면.”
그러자 강력한 마나들이 야누스에게로 향했고 놀란 야누스는 방어를 위해 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자신을 감쌌다.
콰앙!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야누스가 있던 자리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근처의 땅이 부서지면서 직경 4m의 폭발흔적이 발생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에는 야누스의 시체가 아닌 검붉은 막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검붉은 막에서 같은 색의 작은 구체가 빠져나와 어딘가를 향해 날아갔다. 구체는 어둠속으로 날아가 조용히 폭발해 주변으로 마력을 방출하면서 반경 내에 있는 암살자들과 건물의 벽을 분해해버렸다. 야누스에게 마법을 날렸던 마법사는 마력에 적중되어 산산이 찢어지고 근처에 있던 일부 암살자들도 죽음을 맞았다.
“익스플로전이라니, 방어가 늦었으면 위험했을 거야.”
검붉은 막이 걷히고 멀쩡한 모습의 야누스가 나타났다. 로브자락조차 타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직 많이 남았잖아? 어서 덤벼.”
곧이어 검기가 실린 암기들이 야누스를 향해 날아왔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검붉은 막에 전부 막혀서 땅으로 떨어져버렸다. 원거리공격이 모두 막혀버리자 아예 정면으로 상대하려는지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검기가 잔뜩 실린 검으로 막을 내리쳤다. 여러 개의 검기가 방어막에 난무하자 충격을 견디기 힘든 듯 방어막이 흔들렸다.
“무슨 기합소리도 없고, 암살자들은 다들 이렇게 조용한가?”
야누스는 방어막을 만든 마력을 전부 거두어들이고 마력으로 검기를 내뿜었다. 암살자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짙고 두꺼운 검기였다. 검을 직접 댈 필요도 없었다. 검기는 야누스가 휘두르는 대로 뻗어나가 검의 궤적의 반경에서 떨어져있는 암살자들을 베었다. 빠르게 암살자들을 휘젓는 검기는 암살자들이 방어를 위해 내세운 검기를 뚫고 검을 자르면서 암살자들의 몸을 여지없이 절단했다.
“대충 정리된 것 같은데. 아직 덤빌 녀석 있나?”
막상 그렇게 말했지만 야누스는 암살자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처음 날아든 마법으로 볼 때 마법사는 최소한 둘이었고 각각 멀리 떨어져있었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이 날린 마력덩어리, 블리스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 검기에 죽은 암살자가 다섯. 블리스에 효과로 죽을 만큼 두 마법사가 가까이 있지는 않았을 테니 최소한 암살자는 하나가 남은 것이다.
마력을 공개한 이상 살려두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야누스는 마력에 살기를 실어 주변을 향해 있는 대로 뿜었다. 예상대로 암살자들의 기척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여전히 일곱 명의 암살자들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짙은 살기가 실린 마력을 심하게 뿜어내면 쉽게 죽어버리지만 암살자들이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익스퍼트이거나 마법사이기 때문에 몸 안의 마나가 살기가 실린 마력에 저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살기로 인한 공포와 마력으로 인해 몸이 받은 타격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를 죽이러 왔으니 살려둘 필요는 없겠지.”
공중에서 일곱 개의 작은 블리스가 생성되어 각자 하나씩 암살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암살자들은 날아오는 검은 구체를 피하려했으나 몸이 평소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고 조용히 죽음을 맞았다. 암살자이니 이런 식으로 죽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예상했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만은 몰랐을 것이다.
“끝인가?”
[무리했군.]
“만만한 암살자들이 아니니까. 10명도 넘는데 나 혼자 살아남으려면 무리하게 되는 게 당연하잖아?”
[마력, 거의 다 쓴 것 같은데.]
“반 이상 쓰긴 했지만 다는 아니니까 걱정 마.”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내일이 되면 난리가 나겠군. 블리스랑 익스플로전의 흔적은 암살자들도 지울 수 없을 테니까. 아니, 시체의 흔적도 지우기 어렵겠는걸.”
[잠시 쉬어라.]
“그전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야누스는 검을 다시 허리에 찼다. 암살자들이 네트페르스라고 불렀던 미스릴로 만들어진 리티아의 문장은 여전히 야누스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신발에 피가 묻어서 발자국이 남지 않게 조심하면서 야누스는 자신이 잠들었었던 사란나무로 갔다. 어두웠기 때문에 꽃이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야누스는 나무를 밟아 뛰어올라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가장 높은 가지는 가늘었고 야누스를 지탱할 수 없었기에 야누스는 그보다 조금 낮은 곳에 발을 디뎠다. 가장 높은 가지에 달린 가장 높은 잎이 목에 닿을 높이에 있었다.
히아드 영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그다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영지. 꽃나무가 많으며 영주가 사치스럽지 않은 영지. 전시관이 있으며 플로아 축제가 지날 때마다 그림이 두 개씩 많아지는 영지. 색이 특이한 사란이 피는 사란나무가 있는 영지. 이 영지에 사는 사람들 중 자신을 만난 사람은 모두 자신을 여자로 아는 영지. 누구에게도 본명을 밝히지 않은 영지. 그리고 첫 번째 축제가 살인으로 얼룩진 영지. 고향과는 하나도 닮지 않은 영지.
“집 나오면 고생이라더니.”
[아프지 않아?]
“몸은 피곤하지만 머리는 아프지 않아. 마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렇군. 마력을 사용하면 머리에 통증이 오는 건 아직 완전치 않은 몸이 날뛰는 마력을 통제하기 힘들어하는 신호였나. 그래서 마력을 싸우는 용도로 쓸 때만 머리가 아팠던 거군.]
“레블, 너 굉장히 똑똑해.”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그럴 수밖에.]
“몇 살인데?”
[봉인된 채 보낸 시간까지 합치면 5427년을 살았다.]
“마족의 수명은 기네.”
[착각하지 마. 마족들도 중간계족들처럼 종족에 따라 수명과 외모가 달라. 난 그 중에 가장 오래 사는 종족이지. 1만년을 사니까.]
“중간계의 드래곤 같은 거야?”
[수명과 힘으로 따지면 그렇지.]
“그럼 지금 내 몸도 1만년을 사는 마족이 되어간다는 거네?”
[아직은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수준이다. 인간인 부분이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실제로는 어린아이와 비슷한 거지.]
“어둠이 많이 희미해졌어. 해가 뜰 때가 됐나봐.”
[출발하지. 피곤하겠지만 지금 빠져나가는 게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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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참 어려운 겁니다. 이 저주받은 손재주를 대체 어쩝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