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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계 : 붉은 검 -어린 드래곤 아키레나①-

“곧 유시인가?”
사도는 혼자서 말하며 펼쳤던 지도를 넣어 아공간에 넣었다. 며칠을 숲을 지나는 길을 따라 걸어온 결과, 사도는 바이스와 유시의 국경에 상당히 가까이 접근해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길을 따라가면 가까이에 있는 국경을 옆에 두고 며칠을 더 걸어야 유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사도는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기에 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넓게 만들어진 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길이 없는 숲속을 걸어야했지만 사도는 잘 걸었기 때문에 앞을 가로막는 식물을 손으로 치우거나 비켜가는 것이 귀찮을 뿐 걷는 것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숲이라고는 하지만 식물이 너무 빽빽하게 밀집된 것도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마물이 더 나오겠군.”
문제라면 마물이었다. 길을 따라 걷는 것은 비록 숲일지언정 마물과 쉽게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마물과 자주 마주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일수록 마물이 많은 것이 보편적인 사실이었고 이런 숲은 그런 보편적인 사실에 포함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아무데나 마물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닌지라 하루 정도는 마물과 마주치지 않았다. 어두워지고 밤새들의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잠을 자기에 마땅한 곳도 없고 졸리지도 않았기에 사도는 계속 걸었다. 사도는 밝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어두울 때도 아주 잘 볼 수 있었다. 거기다 빽빽한 숲이 아니라 달빛이 주변을 비추어주었기 때문에 걷기에 어려운 점이 없었다.
“마물인가.”
하나가 아닌 것을 알았지만 사도는 피하지 않고 앞에서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며 계속 걸었다. 다가오는 기척은 사도의 생각대로 마물이었다. 흔한 마물은 아니지만 사도가 알고 있는 마물이었다. 후루누스라는 이름의 마물. 인간의 두 배나 되는 크기에 네 발로 걷지만 두 개의 앞발을 인간이 손을 쓰는 것처럼 자유롭게 쓰는 마물인데 큰 덩치에 비하면 마른 몸체임에도 재빠르고 힘도 센 편이어서 상당히 주의해야하는 마물이었다.
“카악!”
후루누스 세 마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덤벼들었다. 사도는 정면으로 덤비는 후루누스가 내미는 발톱을 피하며 머리를 잡아채고 눌러서 바닥에 처박고 몸을 숙이면서 바닥을 차서 옆에서 덤비는 후루누스의 밑으로 파고들어 맨손으로 배를 꿰뚫고 뒤쪽으로 찢으며 뒷다리 하나를 떼어냈다. 그리고 한발을 축으로 뒤로 돌면서 몸을 옆으로 움직여 후루누스의 발톱을 피하고 그 다리를 잡아당기며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어 머리를 때렸다. 머리를 맞은 후루누스가 날아가는 것도 보지 않고 사도는 다시 뒤로 돌며 다리를 위로 뻗어 들어 배를 찢고 뒷다리 하나를 떼어낸 후루누스의 머리를 발로 내려찍었다. 머리뼈가 부서지며 피와 뇌수가 튀었다. 사도는 뒤를 돌아보아서 두 마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머리를 부순 한 마리가 죽은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른 두 마리에게 다가가서 죽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검으로 머리를 잘랐다.
“후루누스의 마석이라면 거래가 되지.”
사도는 죽은 후루누스 세 마리의 시체를 칼로 자르고 심장에서 마석만을 꺼내어 주위의 나뭇잎으로 피를 깨끗이 닦아내고 주머니에 넣었다. 버릴 것은 아니었지만 크기도 작았고 아공간에 보관해야할 만큼 중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못 자겠군.”
피 냄새를 맡은 다른 마물이 몰려올 것이 뻔했다. 거기다 사도의 손과 발에도 피가 묻은 이상 따라붙는 마물이 있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 후루누스가 여럿이 다니는 마물이었나?”
의문을 느끼고 기억을 되짚어보았으나 사도의 머릿속에 있는 후루누스에 대한 기억은 정신이 제압되어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싸웠던 기억뿐이라 일반적으로는 어떤 마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쳇. 역시 난 제2세계에 있을 때가 제일 낫군.”
사도는 아직 피 맛이 나는 손을 핥으며 걸었다. 후루누스의 피는 맛이 없었다. 사도는 얼굴을 찡그리며 침을 뱉고 방향이 제대로인지 신경을 쓰며 걸었다. 자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이런 숲속을 걸으며 계속 마물을 상대할 생각도 들지 않았기에 사도는 주변의 나무를 밟으며 숲의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자주 쓰는 방법인 허공을 걷는 방법으로 뛰었다. 얼핏 보면 허공이 아니라 숲 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무가 그렇게 빽빽하지 않아서 가까이서 보면 허공을 밟고 달리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장애물이 없는 숲 위는 달빛이 훨씬 밝았다. 바람은 없었지만 차가운 공기가 상쾌했다. 가끔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들도 기분 나쁜 정적을 깨주어서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어?”
사도는 숲 위의 허공을 달리다말고 멈추어서 땅에 내려왔다.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숲속에 있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호수였지만 달빛과 별빛을 반사하는 호수는 낭만적이었다.
“젠장, 왜 눈꺼풀이 무겁지?”
이정도로 피곤할리도 없고 며칠 정도 잠을 안 잤다고 졸릴 리도 없건만 사도는 눈꺼풀이 무겁고 힘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사도의 몸이 잠을 자려고 하는 것이었다.
“봉인 때문인가.”
혹시라도 만약을 대비해서 몸에 걸어놓은 봉인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며 사도는 눈을 감았다. 사도의 몸이 풀썩 쓰러졌다. 혹시라도 자신을 발견할 마물은 신경도 쓰지 않고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피곤함에 몸을 완전히 맡겨버렸다. 어느 순간 호수에서 나와 사도를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완전히 잠들어버린 사도는 깨어나지 않았다. 살기가 없는 시선일지언정 자신에게 한순간이라도 강한 시선이 집중되면 자던 도중에도 깨어날 사도이건만 조용했다. 그 시선은 잠든 사도를 피해 숲에 몸을 숨기도 계속해서 사도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나자 밤이 가고 낮이 찾아왔다. 햇빛이 눈꺼풀에 닿자 사도는 반사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보통 사람들처럼 잠을 자던 때의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었다. 눈을 뜬 사도는 호수로 다가가 세수를 했다. 노엘도 없어서 그동안 씻지도 않았기 때문에 깨끗하지도 않은 옷을 벗어서 씻고 호숫가에 펴두었다. 하얀 붕대가 양 어깨와 다리, 배와 등을 감싸고 있었다. 사도는 붕대를 풀지도 않고 물에 들어가 씻었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치고는 깨끗했지만 옷이 마르려면 어차피 시간이 걸릴 테니 가만히 있느니 씻는 편이 나았다. 그다지 씻을 부분은 없었지만.
짧은 시간동안 몸을 씻은 사도는 물 밖으로 나와 아직 마르지 않은 옷을 몇 번 물기를 털어내기만 하고 입었다. 몸 상태가 최악이라면 몰라도 물에 젖은 옷을 입었다고 문제가 생길 몸도 아닌데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옷을 입은 사도는 씻는 동안 신경 쓰이게 쳐다보던 시선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쪽에는 별달리 보이는 것이 없었지만 사도는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시선도 사도가 자신을 느낀 것을 알았는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갈색 털에 줄무늬가 있고 길지 않은 꼬리와 다리, 다람쥐 같은 머리를 한 동물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처음 보는 동물인데?”
사도는 그 동물을 들어올렸다. 그 동물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않고 사도의 손에 들려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제2세계의 동물 중에 비슷한 것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작았다. 이렇게 사람 머리보다 크지는 않았다.
“변신한 건 좋은데 그러려면 마력도 감춰야지. 어지한간 마법사라도 모르겠지만 난 알아.”
“꾸우?”
사도에 손에 잡힌 동물은 순진한 듯이 소리를 내며 꿈틀거렸다.
“하아, 동물이라면 대답을 할 리가 없잖아. 그만하지? 드래곤의 마력은 느끼기 쉽거든. 다른 인간들이야 해당사항이 아니겠지만.”
사도가 손에 힘을 빼자 그 동물이 몸을 비틀어 사도의 손을 빠져나가 땅에 착지했다. 청록색 빛과 함께 동물의 몸이 점점 커지면서 이상하게 바뀌었다. 잠깐 사이에 갈색의 작은 동물은 청록색의 커다란 드래곤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드래곤으로서는 작은 편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내가 제법 민감한 편이라서. 목욕하는 건 왜 훔쳐봐?”
“훔쳐본 게 아니야. 계속 관찰하고 있던 것을 중단하지 않은 것뿐. 너는 모르겠지만 어젯밤부터 계속 보고 있었어.”
“내가 그렇게 깊이 잠들었었나?”
“그래.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마물이 많았을 텐데.”
“후루누스 세 마리를 제외하고는 못 만났어. 숲 위로 달렸거든.”
“숲 위로 달렸다? 마법사인가?”
“마법으로 한 건 아닌데. 물론 마법을 쓸 줄은 알지만.”
“신기한 재주를 가졌군. 게다가 드래곤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인간이라니.”
“그런데 나한테 무슨 일이지?”
“나의 영역을 침범한 존재가 무엇인지 확인할 생각이었지. 인간은 처음 보는 거라 흥미가 생겨서 관찰하려고 했는데 너무 일찍 들켰군.”
“독립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드래곤이라면 인간을 처음 봤을 테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몰래 지켜보는 건 좋은 취미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몰래 지켜보지 않으면 되겠군.”
“그 모습으로?”
드래곤은 커다란 얼굴로 어울리지 않게 웃었다. 드래곤의 몸에서 다시 청록색 빛이 나면서 점점 작아지더니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청록색인 여성으로 변했다. 귀가 길고 뾰족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엘프의 모습이었다.
“이러면 되겠지?”
“변하는 건 좋은데 옷을 입은 모습으로 변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옷을 입은 모습으로 변하는 건 안 돼.”
“입을 옷이 없다면 이걸 입어.”
사도는 아공간을 열어 위아래가 연결된 화려한 옷을 꺼내어 엘프로 변한 드래곤의 손에 던졌다. 가볍고 나풀대는 옷이 그녀의 손에 떨어졌다.
“입을 옷이 없으니 이걸로 입지. 그런데 이건 여성의 옷으로 보이는데 왜 가지고 다니지?”
그녀가 옷을 입으며 사도에게 말했다. 아공간을 여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전에 내가 입던 옷이야. 생긴 건 여성용이지만 남성용 옷이거든.”
“이게 남성용 옷인가? 내가 아는 것과는 많이 다르군. 역시 직접 보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른 건가?”
“아니, 그 옷이 이상한 거다.”
사도가 딱 잘라서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처음 입어보는 옷이 신기한 것인지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있었다. 축 늘어진 옷은 움직일 때마다 나풀거렸다. 어린아이가 처음 보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대답은 대충 알고 있지만 확인하려고 묻는 건데 따라올 건가?”
“그야 당연하지. 지켜본다고 했잖아?”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이었지만 사도에게는  뻔뻔한 웃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어차피 독립한 후에 인간들의 사회에 가볼 예정이었으니까. 혼자인 것보다는 인간의 사회를 잘 아는 인간과 같이 가는 것이 좋지 않겠어?”
“인간사회에서 엘프는 눈에 띈다는 걸 모르나?”
“바꾸면 돼.”
그녀는 간단하게 엘프의 귀를 평범한 인간의 귀로 바꾸었다. 그래도 충분히 눈에 띄는 얼굴에 옷 때문에 더 눈에 띄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처럼 보였다. 단지 겉모습만 인간이고 실제는 드래곤이지만 인간 중에 그런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자는 아주 드물었다.
“따라가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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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해주세요.
수학여행과 남은 수행평가들로 인해 소설을 쓸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수행평가가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고 시험기간이기도 해서 당분간은 소설을 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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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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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일발 2009.06.16. 23:41
드래곤이랑 동행한다라... (모습은 인간상태지만..)

- 거기 드래곤 사이즈는 다큰거랑 덜 큰거랑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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