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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플로아 축제③-

야누스는 거대한 사란나무의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조용히 잠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점차 구경하는 사람이 늘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한 명 더 늘었다. 그러나 그런 사정도 모르고 야누스는 계속 잠만 잤다. 처음부터 그리고 있던 화가가 두 장의 그림을 완성하고 두 번째로 그리기 시작한 화가가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고 아래에 있던 길거리 상인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장사를 시작하기까지 야누스는 깨어나지 않았다.

[야누스, 그만 깨어나.]

“으응….”

[진짜로 해질 때까지 자다니, 4일로는 잠이 모자랐나?]

“해지는 중이네….”

[아래를 한 번 보시지.]

“응?”

야누스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에서 웅성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깼나봐.”

“저기서 어떻게 내려올 생각이지?”

“후드, 후드.”

야누스는 재빨리 후드를 쓰고 크게 기지개를 켠 다음 나뭇가지를 밟으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가장 아래에 있는 가지는 꽤나 높은 곳에 있었다. 야누스에게는 그냥 뛰어내릴 수도 있는 높이였지만 보는 눈이 많은 이상 함부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무를 밟으면서 아래로 따르게 달려서 내려와야 했다.

“대단한데!”

휘파람소리와 박수소리가 섞인 환호가 야누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게 된 야누스는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나 여관으로 되돌아왔다. 여관으로 돌아온 야누스는 저녁식사를 먹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는 크로스 스피어가 그대로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밤엔 자기 힘들겠어.”

[그럼 밤의 축제는 어떤지 구경하러 가자.]

“좋아.”

야누스는 크로스 스피어를 들고 밤거리를 나섰다. 밤은 좀 더 시끄럽고 여러 길거리 상인들이 밝혀둔 불빛 때문에 약간 어두우면서도 따뜻한 풍경이었다. 어두운 탓인지 눈으로 보는 진열상보다 코로 맡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상이 많아서 맛있는 냄새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란도 낮에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꽃으로 보였다. 거대한 사란나무에 맺힌 연한 붉은색의 사란은 높은 탓에 빛이 닿지 않아 어두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러던 중, 모자로 얼굴을 약간 가리고 있는 키가 작은 남자가 야누스의 눈에 띄었다.

“흐음?”

시끄러워서 발소리 따위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발소리가 작은데다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보이는 건 뒷모습이었지만 행동으로 봐서 여기저기 흘끗거리는 것이 분명했다. 야누스는 조심스럽게 그 남자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 남자가 손을 살짝 옆으로 내밀어 다른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가져오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주머니였다.

‘도둑?’

야누스는 침묵한 채 조심스럽게 그 남자의 뒤를 밟았다. 그 남자는 그 작은 주머니를 훔친 후에 더 이상 무언가를 훔치지 않고 걷더니 어느 식당으로 들어갔다. 야누스는 그 식당으로 들어가지 않고 간판을 살폈다. ‘꽃나무’라고 적혀있었다. 길거리 상인들이 밝혀둔 불빛에 의지해서 어두운 간판을 살펴보니 간판에 아주 작은 표시가 있었다. 야누스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정보길드네.’

-왜 그래?

-정보길드야. 이 가게.

-그걸 어떻게 알지?

-아까 그 도둑이 이 안으로 들어갔잖아. 정보길드에서는 도둑질도 하거든. 거기다 간판에 눈치 채기 힘든 작은 표시도 있잖아? 내가 여행을 나서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형이 걱정된다면서 정보길드의 표시를 가르쳐줬거든. 분명해.

-들어가려고?

-크로스 스피어에 대해 알아보게.

야누스는 후드를 좀 더 깊이 눌러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축제 때문에 거리를 돌아다니기 때문인지 손님은 아무도 없고 종업원 하나와 가게 주인만이 있었다. 그러나 아까 들어간 키가 작은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야누스는 의자에 앉자 종업원으로 보이는 소년이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숨은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니 여기더군.”

야누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자 종업원이 어딘가로 걸어갔고 야누스는 그 뒤를 따라갔다. 종업원이 안내한 곳은 주방으로 들어가는 문. 야누스는 종업원을 따라 주방의 구석으로 들어갔고 열어주는 숨겨진 문으로 들어갔다. 안은 어둡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가자 불이 켜져 있고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가 있는 작은 방이 나왔다. 의자 하나에는 식당에서도 없었고 그 도둑도 아닌 것 같은 남자가 있었다.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야누스는 가르쳐줄 생각이 없었다. 이곳은 정보길드. 자신이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조차도 저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다 얕보이면 쉽게 정보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원하는 정보는 무엇입니까?”

“이것에 대한 정보.”

야누스는 크로스 스피어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5급입니다.”

“정보의 급은 몇 급부터 몇 급까지 존재하지?”

“6급이 가장 낮습니다.”

“그럼 5급은 별로 대단한 정보가 아니군. 대답은?”

“그것은 산과 숲의 신인 리티아 신의 문장입니다.”

“가장 가까운 리티아 신의 신전은 어디 있지?”

“에토 영지의 서쪽에 있는 숲에 있습니다. 북쪽 성문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걸어서 20일 정도 걸리며 도중에 비하인 영지를 통과해야합니다.”

“알았어. 정보의 가격은 모두 얼마지?”

“11렐 50아렐입니다.”

야누스는 남자에게 돈을 주고 계단을 다시 올라가 주방으로 돌아온 후에 식당을 나가 근처에 있는 건물 벽에 기대어 생각을 정리했다.

‘산과 숲의 신 리티아의 문장? 단순히 문장을 미스릴로 만들 이유가 없을 텐데? 돈도 돈이지만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혹시 신물인가?’

-무슨 생각해?

-나 제법 머리가 좋은 것 같아.

-뭐?

‘신물이 바깥으로 나왔다는 건 신물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뜻인데, 그게 뭘까? 그리고 신물을 운반하는 자들이라면 신전과 관계된 사람들인데 누가 공격했지?’

-나와 같은 생각인가?

-한 번 맞춰보자.

야누스와 레블의 생각은 거의 일치했다. 크로스 스피어는 리티아 신의 신물.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서 신물을 사용했으며 돌아가는 길에 공격을 받았다. 목적은 크로스 스피어였으나 우연히 개입하게 된 야누스의 손에 들어갔으므로 빼앗기 위해 공격해올 수도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목적에서 둘의 의견이 엇갈렸다.

-신물이 아니라 단순히 미스릴을 노린 것일 수도 있어. 이만큼의 미스릴이면 값이 엄청날 테고 돈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미스릴을 노릴 녀석들은 많아.

-오리하르콘이나 아다만티움이라면 몰라도 이만큼의 미스릴을 위해서 신물을 훔치고 신전을 적으로 돌릴 녀석은 없을 것 같은데?

-아다만티움이 왜 오리하르콘과 동급인거지? 셋 다 희귀한 금속이지만 아다만티움은 약간씩이나마 발견이 되는 금속인데.

-그건 마계겠지. 여긴 중간계야. 아다만티움과 오리하르콘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도 많아. 미스릴이 셋 중에서 그나마 시장에 돌아다니는 편이지.

-그래? 그럼 천계에서는 셋 중 오리하르콘이 그나마 발견되는 편이겠군.

-내가 어떻게 알아? 어쨌든 만약 이걸 노리는 자가 있다면 원하는 건 미스릴이 아니라 신물이야.

-신물이라면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가? 마계에는 신전이나 신관이 없어서 신물에 대한 건 알 수가 없거든. 천계에 특이한 물건들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알게 뭐야, 난 성력도 없는데.

-중간계의 신관들이 성력을 쓴다는 게 사실이었군?

-정말로 마계에는 신관이 없나보네?

-신에 대한 존경은 있지만 신관은 없어.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지. 성력은 사실 천계의 힘이야. 중간계의 마나, 마계의 마력처럼.

-천계? 신의 힘이 아니란 말이야?

-신의 힘을 신이 아닌 존재에게 허락하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관이라도 인간에게 신의 힘이 주어지는 일은 있을 수 없지. 아주 작은 힘일지라도. 그래서 인간들의 기도에 대한 대답으로 미약하나마 천계의 힘인 성력을 허락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마력이 아니라 성력이지? 마력을 줘도 되는 거 아닌가?

-나도 직접 확인해본 적은 없는데 천족들이 신들을 잘 따른다더군. 신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자들도 많다고 하더군. 아마 그런 이유겠지.

“이건 신전에 돌려줘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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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 되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저는 알레르기로 죽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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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레벨:1]민수사이더 2009.03.11. 19:29
항상 재밋게 보구있어용 >_< 꾸준히 올라와서 보는맛두 있다에용 ㅋ_ㅋ
알레르기 조심하시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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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일발 2009.03.12. 22:48
신전에 간다라... 거참 난이도가 높겠네요... 그런데 그쪽 천계는 대체 어떤 곳인지... (설마 던파처럼 기계문명일 리는 없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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