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드 연대기]-모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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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그 날, 황도군은 개선군이라도 되는 듯이 헨돈 마이어 앞을 행군하고 있었다.
"만세! 만세!"
마을 주민들은 만세를 불렀지만, 분위기는 축하의 만세가 아니었다.
황도군의 의도적 사고로 일어난 전쟁,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마을에는 전염병이 돌았으며, 마물들은 폭주하
기 시작했다.
무고한 시민을 마녀, 또는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로 몰아 화형하고, 전쟁 자금으로 쓴다는 명분으로 무리
한 세금을 징수하기도 했다.
마을의 만세는 환영의 만세가 아닌, 강제 만세 그 자체였다.
만세 행렬 사이에 끼여 있던 고아는 그것을 몰랐다.
그 때,
"정지!"
척! 척! 발맞추어 걷던 황도군이 일시에 멈춰 섰다.
가장 선두에 있던 장교가 말에서 내려 주민들을 훑어본다.
주민들은 자신에게 시선이 올때마다 겁을 먹고 뒷걸음질한다.
"너!"
장교의 손가락이 주민들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뒤로 물러나 있는데, 그 가운데 미동도 하지 않는 꼬마가 있다.
"왜 만세를 하지 않지?"
장교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 아이를 노려보며 말한다.
일촉 즉발로 베어 버리겠다는 모습이다.
"이거, 뭐 하는 거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는 그제야 장교를 향해 반문했다.
화난 장교의 모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니, 뭐!!"
"장군! 참으십시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지 않습니까?"
옆에 서 있던 참모 정도로 보이는 병사가 장교를 붙잡아 말렸다.
그리고 다른 병사도 따라서 앞으로 나온다.
"꼬마야. 이건 나라를 구한 용감한 장군들께 감사드리는 행군이란다. 자, 어서 너도 용감한 군인들께 만세
를 해야지!"
병사가 곧이어 꼬마를 타이른다.
그 와중에도 장교는 노발대발하여 몸을 마구 휘젓는다.
"아, 그런거구나. 네! 장군 아저씨!"
꼬마가 귀엽게 경례 모습을 하며 장군 아저씨에게 말한다.
그제야 장교는 참모에게 떠밀리듯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행군은 다시 진행된다.
"그래, 그래야지. 클클..."
"그래서, 너는 그 말을 믿고서는 그 길로 군에 들어간거냐?"
말을 듣고있던 메르가 끼어든다.
"어쩔 수 없었어. 난 군인들의 거짓말에 착실히 속아 넘어간거야."
일발이 머리를 지끈 누르며 말한다.
그리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서 한다.
"딱 너처럼 말이지, 난 마을에서 미움받는 부랑아 신세였어."
모든 군대가 다 지나가고, 마을 사람들은 각자 제 집으로 돌아갔지만, 정작 고아 꼬마는 돌아갈 집이 없는
듯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군대가 지나간 길을 따라갔다.
"야! 어디가?"
저 뒤에서 마을의 불량아들이 큰 소리로 묻는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아이들을 도끼눈을 치켜뜨고 바라본다.
"군인이 될거야!"
마을 부랑아의 질문에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간다.
"저 새ㄲl 지금 뭐라냐?"
"군인이 된대."
"뭐? 크핫핫. 야, 쟤가 군인?"
"우리 따가리 하기 싫으니까 도망가는게 아니고?"
"쿡쿡, 군대가 여기보다 더할텐데?"
"모르는거지 뭐!"
"크크, 야! 가서 뒈지지나 말라고!"
마을 부랑아들의 비아냥이 들린다.
그러나 꼬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뛰어갔다.
국군이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 채 허상에 빠지는 줄도 모르고...
"그리고 난 곧 군대를 만날 수 있었고, 곧장 사관학교에 입학했지."
"돈은? 사관학교라면 돈이 많이 들지 않아?"
"아니, 그게 또 특이했어."
군인들은 그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키와 몸무게 등을 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저쪽에 가서 수군거린다.
"맞지? 그렇지?"
"어째서 이럴 수가."
"그치만, 뭔가 미묘하게 맞는다구!"
"그럼, 정말로?"
수군거리던 군인중에 하나가 이쪽으로 와 꼬마에게 말을 건다.
"너, 몇살이냐?"
"몰라요."
"에?"
"이게 지금 장난치는 줄 알아?"
다른 군인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겁을 준다.
"진짜 몰라요. 엄마 아빠도 없어요."
그 소리를 들은 저쪽에 있던 군인들 사이에서 나는 술렁임.
"그래! 저 애는 천계에서 떨어진 거야!"
"쉿! 조용해 이 짜샤!"
군인들은 한곳으로 모여들어 술렁인다.
그러더니 그중에 가장 직위가 높아 보이는 군인이 나와서,
"좋다! 네 용기가 기특해서, 특별히 군의 교육을 무료로 시켜주지!"
라는 결정을 내놓는다.
"와ㅡ, 정말요?"
신이 나서 묻는 꼬마.
"그럼, 꼬마야. 이름부터 알아볼까?"
군사학교 소속에 필요한 서류를 꺼내며 안경잡이 군인이 묻는다.
"이름 없어요."
태연하게 대답하는 꼬마.
군인들은 잠시 주춤한다.
"아, 그렇구나. 불쌍한 꼬마네... 그래, 이름을 지어 주도록 하지."
"뭐라고 짓게?"
덩치 큰 군인이 묻는다.
"좋은 이름이 있지."
아까부터 저쪽에 앉아 책만 읽던 깡마른 군인이 끼어든다.
"뭔데?"
"일발."
"엉?"
"일발 더 블래스터. 이것으로 결정."
읽던 책을 덮으며 일어난 군인이 자신있는 태도로 말한다.
"그건 설마..."
"뭐, 어때? 자, 꼬마야. 네 이름은 이제부터 '일발'이다. '일발 더 블래스터'."
"그럼, 그때까진 이름하나 없는 놈이었냐?"
또다시 끼어드는 메르.
"그래, 그런 상황에서 난 이금까지 지어준 국군을 존경하고, 허상에 빠져서 이렇게 아까운 시간을 10년 넘
게 보냈어."
"호오..."
"그리고 한달 전, 나는 군대를 나왔다."
"왜?"
"일발 더 블래스터, 인사드립니다."
"오오, 그래. 알고 싶은 것이라니, 뭔가?"
"네, 장군! 23년 전의 전쟁은 왜 발발했는지, 그 문헌을 조사중입니다."
"!!!!!"
"아니, 왜 그러십니까, 장군."
"그건 안된다."
"어째서...?"
"국가 전쟁기록을 함부로 열람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너는 이걸 볼 수 없다."
"그럼..."
당황한 일발.
그런 일발에게 장군이 소리를 지른다.
"닥쳐랏! 알고 싶었나? 그게 그리도 분했는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장군을 보고 일발은 더더욱 당황한다.
"에?"
"억울한 서민을 불러 세워놓고, 강제로 만세를 부르게 만든, 전쟁을 멋대로 일으키고도 난을 정리한 영웅
인척 하는 군의 만행을 서민의 입장에 서서 폭로하고 싶었냔 말이다!!!"
"그럴리가, 그런."
"그래, 네놈이 만세를 부르지 않아서 장군님께서 분노하셨을 적에, 그 앞에 서서 거짓말을 한 그 병사가
바로 나였지."
"네? 그럼 그 말도?"
"이제와서 모른 척 해 봐야 소용 없지. 특별 대우를 해 줬더니 황제라도 되는 줄 아나?"
진노한 장군이 일발을 향해 살기를 가지고 달려든다.
"아니, 아닙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모든 내막을 알게 되자, 나는 주체하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웠어. 내가 쳔계인이라는 사실, 군은 나를 속
이고 철저히 이용했다는 사실, 내 인생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아내고, 그제서야 난 이곳에 있는
게 부질없다는 것을 느끼고 난 군을 나오기로 했어."
일발은 후회스러운 표정으로 메르를 쳐다봤다.
메르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더 힘들더라고."
"아니 어째서인가, 블래스터."
일발의 사직서를 보고 놀라는 장교들.
"제 인생을 찾으러 가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일발은 여전히 자기를 이용해 수작을 부리려는 장교들을 보자니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대체 언제까지 날 이용해 먹을 속셈이야? 천계인이 그렇게 만만해? 너희들은 날 바보로 키웠어! 빌어먹
을 놈들 밑에서 잔심부름 하던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
"일발! 자네 요즘 점점 더 거만해지는군! 좋다! 군에서 내보내 주지! 그전에 네가 우리에게 입은 은혜를
먼저 갚아야겠지!"
장교도 더 이상 참을수 없어 분노를 뿜어낸다.
"은혜? 그래 좋아 은혜! 계산해서 이자까지 쳐 주지! 우선 네놈들이 날 몰래 엘리트 부대까지 넣어주기 위
해 지원해 준 돈에다가, 그래서 마침내 내가 특수부대로 들어가려던 참, 따로 불러내서 부려먹은 값! 게다
가 적반하장으로 날 몰아세우고 있는 지금까지 계산하면! 돌려줄 건 이거다!"
탕!
타앙!
"무슨 짓인가, 일발!"
"크루!"
투르르르륵!
"천계인의 사격 실력을 무시하면 못쓰지!"
타앙!
"으윽..."
"그럼 자네는?"
"네, 굳이 말하자면 지명 수배범이죠. 어쩌면 마지막이 되겠다는 생각에 고향... 이라고 볼 수 있는 곳에
왔더니, 저의 어릴적과 아주 닮은 저녀석을 보게 됬는데 말이에요."
"난 싫다."
"메르."
"그래서 네게 약속을 바라는 것이다. 메르, 저 젊은이는 너보다 더 힘들지 않았느냐. 너라면 충분히 저 아
이를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부님은, 자식과도 같은 제자를 어떻게 지명 수배범하구 같이 다니게 한대요?"
"메르."
"이게 파문이 아니고 뭐냐구요?"
"내 얘기 마저 들을래, 애송이?"
"치..."
"처음엔 정말 애송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안 것은 오늘. 이 녀석에게는 누구보다도 뜨
거운, 강인함의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잘은 몰라도, 아까 업었을 때는 확실히..."
"제대로 짚었네, 젊은이."
"네, 과찬의 말씀을. 그래서 말인데, 이 애송이랑 함께 다니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것 같아서..."
말을 마친 일발이 물을 한 컵 들이킨다.
그리고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자네와 이 아이는 서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야. 간혹 도중에 싸움도 있겠지만, 나는 믿네. 자네에
게 이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게 할 것이네."
"사, 사부!"
"너도 차츰 깨달을 것이다. 내일 날이 밝는대로 출발하거라.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해야지."
메르를 타이르는 사부는 어딘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강력하게 끌고 있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얼마 안 가서 돌아올거에요."
"잘들 가게."
메르와 일발은 발을 옮겨 걷기 시작했다.
"부디 무운을 빈다. 솔도로스의 아들이여..."
"만세! 만세!"
마을 주민들은 만세를 불렀지만, 분위기는 축하의 만세가 아니었다.
황도군의 의도적 사고로 일어난 전쟁,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마을에는 전염병이 돌았으며, 마물들은 폭주하
기 시작했다.
무고한 시민을 마녀, 또는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로 몰아 화형하고, 전쟁 자금으로 쓴다는 명분으로 무리
한 세금을 징수하기도 했다.
마을의 만세는 환영의 만세가 아닌, 강제 만세 그 자체였다.
만세 행렬 사이에 끼여 있던 고아는 그것을 몰랐다.
그 때,
"정지!"
척! 척! 발맞추어 걷던 황도군이 일시에 멈춰 섰다.
가장 선두에 있던 장교가 말에서 내려 주민들을 훑어본다.
주민들은 자신에게 시선이 올때마다 겁을 먹고 뒷걸음질한다.
"너!"
장교의 손가락이 주민들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마을 주민들은 모두 뒤로 물러나 있는데, 그 가운데 미동도 하지 않는 꼬마가 있다.
"왜 만세를 하지 않지?"
장교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 아이를 노려보며 말한다.
일촉 즉발로 베어 버리겠다는 모습이다.
"이거, 뭐 하는 거에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는 그제야 장교를 향해 반문했다.
화난 장교의 모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니, 뭐!!"
"장군! 참으십시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지 않습니까?"
옆에 서 있던 참모 정도로 보이는 병사가 장교를 붙잡아 말렸다.
그리고 다른 병사도 따라서 앞으로 나온다.
"꼬마야. 이건 나라를 구한 용감한 장군들께 감사드리는 행군이란다. 자, 어서 너도 용감한 군인들께 만세
를 해야지!"
병사가 곧이어 꼬마를 타이른다.
그 와중에도 장교는 노발대발하여 몸을 마구 휘젓는다.
"아, 그런거구나. 네! 장군 아저씨!"
꼬마가 귀엽게 경례 모습을 하며 장군 아저씨에게 말한다.
그제야 장교는 참모에게 떠밀리듯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행군은 다시 진행된다.
"그래, 그래야지. 클클..."
"그래서, 너는 그 말을 믿고서는 그 길로 군에 들어간거냐?"
말을 듣고있던 메르가 끼어든다.
"어쩔 수 없었어. 난 군인들의 거짓말에 착실히 속아 넘어간거야."
일발이 머리를 지끈 누르며 말한다.
그리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서 한다.
"딱 너처럼 말이지, 난 마을에서 미움받는 부랑아 신세였어."
모든 군대가 다 지나가고, 마을 사람들은 각자 제 집으로 돌아갔지만, 정작 고아 꼬마는 돌아갈 집이 없는
듯 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군대가 지나간 길을 따라갔다.
"야! 어디가?"
저 뒤에서 마을의 불량아들이 큰 소리로 묻는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아이들을 도끼눈을 치켜뜨고 바라본다.
"군인이 될거야!"
마을 부랑아의 질문에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간다.
"저 새ㄲl 지금 뭐라냐?"
"군인이 된대."
"뭐? 크핫핫. 야, 쟤가 군인?"
"우리 따가리 하기 싫으니까 도망가는게 아니고?"
"쿡쿡, 군대가 여기보다 더할텐데?"
"모르는거지 뭐!"
"크크, 야! 가서 뒈지지나 말라고!"
마을 부랑아들의 비아냥이 들린다.
그러나 꼬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뛰어갔다.
국군이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 채 허상에 빠지는 줄도 모르고...
"그리고 난 곧 군대를 만날 수 있었고, 곧장 사관학교에 입학했지."
"돈은? 사관학교라면 돈이 많이 들지 않아?"
"아니, 그게 또 특이했어."
군인들은 그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키와 몸무게 등을 재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저쪽에 가서 수군거린다.
"맞지? 그렇지?"
"어째서 이럴 수가."
"그치만, 뭔가 미묘하게 맞는다구!"
"그럼, 정말로?"
수군거리던 군인중에 하나가 이쪽으로 와 꼬마에게 말을 건다.
"너, 몇살이냐?"
"몰라요."
"에?"
"이게 지금 장난치는 줄 알아?"
다른 군인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겁을 준다.
"진짜 몰라요. 엄마 아빠도 없어요."
그 소리를 들은 저쪽에 있던 군인들 사이에서 나는 술렁임.
"그래! 저 애는 천계에서 떨어진 거야!"
"쉿! 조용해 이 짜샤!"
군인들은 한곳으로 모여들어 술렁인다.
그러더니 그중에 가장 직위가 높아 보이는 군인이 나와서,
"좋다! 네 용기가 기특해서, 특별히 군의 교육을 무료로 시켜주지!"
라는 결정을 내놓는다.
"와ㅡ, 정말요?"
신이 나서 묻는 꼬마.
"그럼, 꼬마야. 이름부터 알아볼까?"
군사학교 소속에 필요한 서류를 꺼내며 안경잡이 군인이 묻는다.
"이름 없어요."
태연하게 대답하는 꼬마.
군인들은 잠시 주춤한다.
"아, 그렇구나. 불쌍한 꼬마네... 그래, 이름을 지어 주도록 하지."
"뭐라고 짓게?"
덩치 큰 군인이 묻는다.
"좋은 이름이 있지."
아까부터 저쪽에 앉아 책만 읽던 깡마른 군인이 끼어든다.
"뭔데?"
"일발."
"엉?"
"일발 더 블래스터. 이것으로 결정."
읽던 책을 덮으며 일어난 군인이 자신있는 태도로 말한다.
"그건 설마..."
"뭐, 어때? 자, 꼬마야. 네 이름은 이제부터 '일발'이다. '일발 더 블래스터'."
"그럼, 그때까진 이름하나 없는 놈이었냐?"
또다시 끼어드는 메르.
"그래, 그런 상황에서 난 이금까지 지어준 국군을 존경하고, 허상에 빠져서 이렇게 아까운 시간을 10년 넘
게 보냈어."
"호오..."
"그리고 한달 전, 나는 군대를 나왔다."
"왜?"
"일발 더 블래스터, 인사드립니다."
"오오, 그래. 알고 싶은 것이라니, 뭔가?"
"네, 장군! 23년 전의 전쟁은 왜 발발했는지, 그 문헌을 조사중입니다."
"!!!!!"
"아니, 왜 그러십니까, 장군."
"그건 안된다."
"어째서...?"
"국가 전쟁기록을 함부로 열람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너는 이걸 볼 수 없다."
"그럼..."
당황한 일발.
그런 일발에게 장군이 소리를 지른다.
"닥쳐랏! 알고 싶었나? 그게 그리도 분했는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장군을 보고 일발은 더더욱 당황한다.
"에?"
"억울한 서민을 불러 세워놓고, 강제로 만세를 부르게 만든, 전쟁을 멋대로 일으키고도 난을 정리한 영웅
인척 하는 군의 만행을 서민의 입장에 서서 폭로하고 싶었냔 말이다!!!"
"그럴리가, 그런."
"그래, 네놈이 만세를 부르지 않아서 장군님께서 분노하셨을 적에, 그 앞에 서서 거짓말을 한 그 병사가
바로 나였지."
"네? 그럼 그 말도?"
"이제와서 모른 척 해 봐야 소용 없지. 특별 대우를 해 줬더니 황제라도 되는 줄 아나?"
진노한 장군이 일발을 향해 살기를 가지고 달려든다.
"아니, 아닙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모든 내막을 알게 되자, 나는 주체하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웠어. 내가 쳔계인이라는 사실, 군은 나를 속
이고 철저히 이용했다는 사실, 내 인생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아내고, 그제서야 난 이곳에 있는
게 부질없다는 것을 느끼고 난 군을 나오기로 했어."
일발은 후회스러운 표정으로 메르를 쳐다봤다.
메르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더 힘들더라고."
"아니 어째서인가, 블래스터."
일발의 사직서를 보고 놀라는 장교들.
"제 인생을 찾으러 가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일발은 여전히 자기를 이용해 수작을 부리려는 장교들을 보자니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대체 언제까지 날 이용해 먹을 속셈이야? 천계인이 그렇게 만만해? 너희들은 날 바보로 키웠어! 빌어먹
을 놈들 밑에서 잔심부름 하던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
"일발! 자네 요즘 점점 더 거만해지는군! 좋다! 군에서 내보내 주지! 그전에 네가 우리에게 입은 은혜를
먼저 갚아야겠지!"
장교도 더 이상 참을수 없어 분노를 뿜어낸다.
"은혜? 그래 좋아 은혜! 계산해서 이자까지 쳐 주지! 우선 네놈들이 날 몰래 엘리트 부대까지 넣어주기 위
해 지원해 준 돈에다가, 그래서 마침내 내가 특수부대로 들어가려던 참, 따로 불러내서 부려먹은 값! 게다
가 적반하장으로 날 몰아세우고 있는 지금까지 계산하면! 돌려줄 건 이거다!"
탕!
타앙!
"무슨 짓인가, 일발!"
"크루!"
투르르르륵!
"천계인의 사격 실력을 무시하면 못쓰지!"
타앙!
"으윽..."
"그럼 자네는?"
"네, 굳이 말하자면 지명 수배범이죠. 어쩌면 마지막이 되겠다는 생각에 고향... 이라고 볼 수 있는 곳에
왔더니, 저의 어릴적과 아주 닮은 저녀석을 보게 됬는데 말이에요."
"난 싫다."
"메르."
"그래서 네게 약속을 바라는 것이다. 메르, 저 젊은이는 너보다 더 힘들지 않았느냐. 너라면 충분히 저 아
이를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부님은, 자식과도 같은 제자를 어떻게 지명 수배범하구 같이 다니게 한대요?"
"메르."
"이게 파문이 아니고 뭐냐구요?"
"내 얘기 마저 들을래, 애송이?"
"치..."
"처음엔 정말 애송이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안 것은 오늘. 이 녀석에게는 누구보다도 뜨
거운, 강인함의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잘은 몰라도, 아까 업었을 때는 확실히..."
"제대로 짚었네, 젊은이."
"네, 과찬의 말씀을. 그래서 말인데, 이 애송이랑 함께 다니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것 같아서..."
말을 마친 일발이 물을 한 컵 들이킨다.
그리고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자네와 이 아이는 서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야. 간혹 도중에 싸움도 있겠지만, 나는 믿네. 자네에
게 이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게 할 것이네."
"사, 사부!"
"너도 차츰 깨달을 것이다. 내일 날이 밝는대로 출발하거라.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해야지."
메르를 타이르는 사부는 어딘가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강력하게 끌고 있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얼마 안 가서 돌아올거에요."
"잘들 가게."
메르와 일발은 발을 옮겨 걷기 시작했다.
"부디 무운을 빈다. 솔도로스의 아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