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검객 -프롤로그
-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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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검객
[핏빛 진한 칼날은 악귀를 비추고
주위의 살기는 천사의 날갯짓을 멈추노라.]
“이 시를 아는가? 베르노스?”
“알고말고. 검사들 사이에선 감히 이름을 담아선
안 될 ‘그 분’의 시가 아닌가?”
진한 어둠이 내린 밤에는 몇 안 되는 횃불만이 밤을 비추고
엄청난 살기들이 밤을 덮는다. 밤은 사람의 시야를 가리지만
살기만은 밤의 어둠만으로 덮질 못한다. 밤의 색과 같은 짙은
검정색의 복장으로 온 몸으로 가린 다수가 검을 겨눈 채 한 적을
노린다.
무엇인가········? 무릇 검을 가진 자라면 다수를 핍박
하지 않는 게 도리거늘, 그렇다 밤을 틈 타 암습을 노리는 단체,
어떠한 적이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를 보는 존재들,
밤의 황제들. 자객들이다. 그렇지만 이 자객들은 틀리다. 암습은
하지 않는다. 다만 적을 포위할 뿐이다. 그것도 횃불을 들고···
·····.
이것은 모순이지 않은 가········?
암습을 하러 온 자들이 몇명은 횃불만을 들고 몇 명은 칼을 뽑은 채
포위 대상과 수장과의 대화를 지켜볼 뿐이다.
마치 누군가가 그렇게 명령한 듯!
“미안하게 됐네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프리엘, 미안해. 정말 미안해. 같은 검사로서 명목이 없어.”
“그래. 베르노스. 어쩔 수 없지. 자넨 충직한 개! 주인을 위해서
라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비열한 전사 베르노스!”
자신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다수의 적, 그리고 그 다수의
수장인 베르노스, 그리고 그들의 목적인 암습 대상 프리엘.
밤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피식 웃음을 띠며 가벼운 도발을
날리자 여유가 넘치는 베르노스의 얼굴에선 잠시 동안이었지
만 살며시 안면이 뒤틀렸다.
“하핫! 말이 심하구만. 프리엘. 순순히 잡혀준다면···
우정을 생각해········.”
베르노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베르노스의 말을 끊고 프리엘이
말하였다.
“개소리 집어치우고 덤벼. 내 목이 목적이 아닌 가·······?
나만 없으면 [염마의 검]을 먹는 것은 쉬운 죽 먹기 아닌 가? 탐이
안 나는 가········?”
스릉-! 프리엘이 검집에서 검을 뽑는다. 검사로서 수많은 전장
에서 누렸던 그 장수로서의 살기가 검집에서 검을 뽑는 동시에
표출되었다. 그리고 살기와 함께 표출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의 기운은 수많은 피를 봤던 밤의 황제들의 살기를 압도하고
그들을 주춤시키게 한다.
“프리엘········! 정녕.”
“잔말 말고 덤비게.”
프리엘의 말이 끝나게 무섭게 두터웠던 횃불이 순식간에 꺼진다.
어두워서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미세한 소리, 틈새········!
그리고 느껴지는 기운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아들········! 여보·········! 여보! 미안해!
당신 이렇게 지켜주지 못하고 먼저 가야 할 것 같아. 아니다···
·····! 살아 돌아갈게!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