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SS - Part8 운수 없는 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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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Second Season
Part8 - 운수 없는 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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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5에서 파트8로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켈라는 여전히 어색한 사이였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
도저히 모르겠다. 전사라고 구라친것도 용서해 줬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혼자 아이스크림 먹은 거? 혼자 재미있게 논거? 혼자 야
동본거?
"……."
마지막은 빼도록 하자. 아무튼 도저히 결론도출이 안 된다. 그저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려나…….
툭!
"어이! 눈 똑바로 뜨고 다녀."
"아, 네. 죄송합니다."
별 생각을 다 하면서 걷다보니 앞을 제대로 안보고 걸었나보다. 아무튼 현재 나는 국내성 거리를 혼자 거닐고 있었다. 가끔씩 고독을
즐기는 것도 괜찮기 때문이다.
"오빠, 나 배고파."
"뭐 사줄까?"
"정말? 오빠 최고!"
"……."
저런 커플들을 보면 방금 한 생각이 다 개소리 같다. 으으. 나도 커플이 되고 싶어!
"거기, 젊은이."
"응?"
그때 늙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고 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길 외진 곳에 한 노인이 얇은 천을 깔고 앉아있었으며 그의 앞엔 작은
탁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할아버지, 혹시 저를 부르신 건가요?"
"그래, 인마. 너 이리로 좀 와봐라."
"……."
보자마자 반말이라니 하지만 나는 노인을 공경할 줄 아는 바른생활 사나이이니 이 정도는 참도록 하자.
난 천천히 할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여기 앉아봐."
"무슨 일로 절 부르셨는지……."
"너 점 한번 봐야겠다."
"네?"
"점 봐준다고."
"점이요?"
"그래. 음……. 너 방금 전까지 어떤 여자를 생각하고 있었지?"
"헉! 그걸 어떻게?"
"훗. 내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고작 이거에 놀라냐? 기다려 봐."
그러더니 점쟁이 할아버지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얼굴이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큰일 났구먼."
"왜, 왜요? 설마 제가 일찍 죽을 운명인가요?"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해."
"헉!"
일찍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거라니!
"제 점이 어떻게 나왔나요?"
"자넨……."
"……?"
"여난의 상이야."
"여, 여난의 상?"
"그래. 넌 아마 여자들 때문에 인생이 고달 퍼질게다."
"그거 좋은 거 아닌가요?"
"웃기는 소리 하고 있군. 넌 평생 여자한테 휘둘릴 운명이다. 웃을 일이 아니야. 네 상판 떼기를 보니 한 네 명 정도의 여자가 네 인생에
관여하겠군."
"네, 네 명씩이나요?"
내가 아는 여자는 켈라와 리린 둘뿐인데. 또 누가 있다는 거지?
"혹시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제가 아는 여자들이라곤 두 명밖에 없는데."
"웃기지마. 내 점은 확실해. 네 명이야, 네 명."
"……."
도대체 이게 어찌…….
"참고로 한 여자는 널 귀찮게 할 정도로 따라다닐 거야. 그러니 조심하도록 해. 잘못하다간 공포를 느낄 수도 있을 거야."
"할아버지 말을 들어보니 점점 무서워지네요."
"여난의 상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지. 여자들이 많다고 히히덕거릴 때가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 처신 잘 하면서 살아라."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 명의 여자 중에 엄마는 포함되지 않는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
뭐야?
"아무튼 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잠깐."
내가 일어서서 가려던 찰나에 할아버지가 나를 불러 세웠다. 뒤를 돌아보니 할아버지는 손을 내밀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할 것 아니냐?"
자기가 점 봐준다고 해놓고선 이제 와서 복채를 달라고? 뭐 이런 노인네가 다 있어?
난 노인에게 폭력행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할 수 없이 2천전을 꺼내 할아버지께 드렸다.
"이거면 되나요?"
"짜식이. 네놈 운세는 하도 더러워서 좀 더 받아야겠다."
"……."
진짜 돈이고 뭐고 다 엎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난 꾹 참고 할아버지께 2천전을 더 드렸다.
"처음부터 이렇게 줄 것이지."
"……그럼 만수무강 하세요."
"네가 말 안 해도 오래오래 살거다."
저 노인네가 끝까지 사람 빡치게하네.
"그건 그렇고 여난의 상이라……."
여난이라면 그것은 다른 말로 하렘. 서, 설마 나같은 놈한테 그런 만화주인공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인가?
"……."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지. 괜히 이상한 할아버지 때문에 별 같잖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정말 생산성
없는 일이라 생각되어 난 주막에 가서 방 하나 잡고 잠을 자기로 마음먹었다. 윈드는 좋은 게 실제론 2시간을 잔거지만 몸은 4시간동
안 잔 걸로 느낀다는 것이다. 이게 참 좋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안가서 주막에 도착한 나는 방 하나를 빌린 뒤 이불을 깔고 편하게 누워 잠을 청하였다.
* * *
난 서서히 감긴 눈을 떴다. 그런데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고 내 느낌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밖을 내다보니 거대한 불길이 여기저기서
솟아나고 있었다. 사방에는 시체들이 즐비하게 널려있었으며 이 근방에는 시체가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뭐, 뭐야?"
난 당황하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자고 일어나니 유명인사가 되어있었다.' 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자고 일어나니 온 동네
가 불바다가 되었다'. 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또 이건 들은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직접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이보게."
"어?"
그때 한 노인이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아까 나에게 점을 봐줬던 할아버지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내 손을 잡아!"
"네, 네."
난 얼떨결에 노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내 몸 주위에 엄청난 빛이 나더니 내 레벨이 비상식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새 내 레벨은 300이 되어있었다.
"헉! 이게 무슨 일이래?"
"자네의 레벨을 300까지 증폭시켰다네. 아마 마전사가 300이라면 암흑왕을 어떻게든 저지할 순 있겠지.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말이
야."
아, 암흑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자기 암흑왕의 봉인이 풀려 지금 그놈이 이 근방을 불바다로 만들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다 죽었고 겨우 한 명 발견한 게 네놈
이다. 그러니 믿을 놈은 네녀석 밖에 없다는 거지."
"우, 우째 이런 일이?"
"넌 지금부터 정의의 용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 암흑왕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하거라!"
"아, 알겠습니다."
난 허리춤에서 진마도를 똥폼을 잡으며 뽑아든 뒤 암흑왕이 날뛰고 있는 거리로 달려갔다. 얼마 가지 않자 건물 여기저기를 박살내고
있는 암흑왕이 보였다. 암흑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덩치에 피부가 흑색을 띄고 있으니 암흑왕 맞겠지?
"멈춰라!"
"……?"
암흑왕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보니 인상 한번 졸라 더럽게 생겼다. 어떻게 하면 저딴 인상을 지
을 수 있는 거지? 지금이라도 저 쌍판을 갈아버리고 싶을 정도다.
"네놈의 악행은 여기까지다. 지금부터 정의의 사도인 이 피스님이 네놈을 친히 족쳐주겠다!"
난 멋진 대사를 날린 뒤 진마도를 들고 곧바로 암흑왕을 향해 달려갔다. 레벨이 300대가 되서 그런지 스피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그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암흑왕 코앞까지 왔다. 난 주저 없이 진마도를 휘둘렀고 암흑왕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목이 떨어져 나갔다.
"……."
보스라는 놈이 뭐 이리 쉽게 죽는 거야?
어쨌든 이 세상은 나로 인해 지켜졌고 평화를 되찾았다. 난 이 대륙에 널리 이름을 날렸고 전설로 남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1시간 반 동안 꾼 꿈이다. 진짜 개꿈도 이런 개꿈이 따로 없다. 정의의 사도가 뭐냐? 아무리 내가 꾼 꿈이라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으으. 지금 닭살 돋았어. 그래도 꽤 깊은 잠을 잔 것 같다.
난 방을 나온 뒤 다시 거리로 나왔다. 물론 밖은 아주 멀쩡했다. 진짜 나왔는데 밖이 불바다가 되었으면 벌써 패닉상태에 빠졌을 거
다.
"음……. 꽤나 심심하군."
사실대로 말하자면 오늘은 사냥계획이 없는 날이었다. 노아 형은 집안 사정으로 윈드에 접속하지 못한다고 했고 리린은 기말고사 시
험기간이라 당분간 접속하지 못한다고 했다. 잠깐. 그렇다는 건 나도 기말고사 기간이라는 건데?
"……."
언제 그런 거 신경 썼나? 난 이미 내신 따윈 벌지 오래다. 1학년 때 안 놀아주면 2, 3학년을 후회한다고 한다. 그래서 난 지금 그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을 신나게 즐기고 있다. 그런데 벌써 1학기 기말고사라니. 세월 한번 빠르게 지나간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곧 여름방학이 다가올 것이다.
"오오오. 여름방학!"
갑자기 불타오른다. 여름 방학 때 윈드로 밤을 지새운다고 생각하니 흥분이 솟구친다. 오늘 밤에 당장 여름방학 계획표를 세워야겠다. 내 계획표는 이렇게 세울 생각이다.
<피스의 여름방학 계획표>
아침 7시 기상.
아침식사를 한다.
개운하게 샤워를 한 뒤 7시 40분에 캡슐에 들어간다.
윈드를 즐기고 저녁 7시에 잠깐 나와 저녁을 먹은 뒤 7시 40분에 다시 캡슐 안으로 들어간다.
윈드를 즐기고 2시간을 잔 뒤 아침7시에 기상한다.
아침을 먹고 다시 윈드를 한다.
"……."
다시 보니 좀 그렇다. 하지만 이중 80퍼센트만 실천에 옮겨도 정말 좋겠다. 아니, 꼭 실천에 옮기고 말 것이다. 두고 봐라.
것보다 할일도 없고 해서 수련이라도 할까 하고 난 전사 길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사길드를 가려면 시장을 지나야하는데 시장구경
도 은근히 재미있다.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특히 더 재미있는 건 바로 사람구경이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가격흥정을 하려고
별 개 생쑈를 떠는데 이게 정말 볼만하다.
"어?"
때마침 저쪽에서 두 남자가 가격흥정을 하고 있었다.
"이 장갑 너무 비싸잖아요. 솔직히 이 능력치에 20만전이라면 이건 사기에요. 그냥 15만전에 주세요."
"사기 싫으면 사지 마시죠. 댁한테 팔 생각 없으니까요."
"과연 다른 사람들이 그 장갑을 사려고 할까요?"
"훗. 그런 도발에 안 넘어갑니다."
오오. 저 물건 파는 사람 꽤 대단한데? 구매자의 도발을 가뿐하게 무시한다. 그런데 저 물건 사는 사람 매우 낯익은데……. 어디서 봤나?
그런데 갑자기 구매자가 목을 두번 꺽더니 뒤를 돌아보았고 뒤에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
난 순간 못 볼 걸 본 기분이 들었고 황급히 이곳을 뜨기로 결정했다.
이런 젠장. 엿 같은 꿈을 꾼 것부터가 잘못이었어. 어떻게 여기서 저 쌍판떼기를 볼 수 있는 거지? 여난의 상이고 뭐고 오늘은 정말 재수없는 날이다. 내가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물건을 사려던 구매자가 내 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저 새낀 왜 또 달려오는 거야? 공공장소에서 뛰는 건 개매너라는거 모르나?
이내 그 남자는 내 뒤까지 따라왔고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전 댁같은 인간 모릅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으니 당장 꺼지시죠. 안 그러면 칼로 베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 말투며 목소리. 역시. 너, 이기선 맞지?"
난 체념을 하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내 앞에는 푸른색 도복을 입고 있는 나의 벚이자 죽이고 싶은 대상 1순위이자 재수없는놈인 준수가 서 있었다.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거늘……. 역시 세상은 참 좁은 것 같다.
"아하하. 네가 여긴 무슨 일로?"
"그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새꺄. 너 도대체 언제 캡슐산거야? 왜 나한테 말 안했어?"
"아, 그게 말이야. 캡슐 산지 얼마 안됐어. 내 장비들을 봐. 완전 초보자 장비잖아."
"그렇긴 하네."
"……."
너무 쉽게 수긍하지 마라. 이런 옷차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슬퍼지려고 하니까.
"그런데 어디 가는 길이야?"
"
"아. 그게 전사길드에 볼 일이 있어서.
"너 전사였냐? 뭐, 탁월한 선택이다. 너 같은 초보들이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이 전사 같은 직업이긴 하지."
개소리도 저 정도면 지랄이다. 내가 마전사라는걸 알면 얼마나 웃긴 표정을 지을까?
"나도 심심하던 참이었는데. 같이 갈까?"
방금 전까지 열심히 물건 흥정하던 놈이 뭔 심심?
"됐어, 새꺄. 나 혼자 갈 거야. 넌 사던 물건이나 마저 사."
"저딴 물건 준 다해도 안 받아. 뭐 심심하니 내가 초보자 기선이를 위해 도움을 좀 주겠노라."
"지랄하지 말고 니 볼일이나 봐."
"짜식. 튕기기는. 니맘 다 알아."
"……."
이걸 튕기는 거라고 보는 거야?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저 새끼 눈은 분명 사시임에 틀림없다.
"할 수 없지. 같이 가……."
"……기선아. 저기 봐봐."
"응?"
난 준수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만나선 안 될 상대를 보고야 말았다. 나 혼자였다면 보고 싶어 미치고 방
방 뛸 텐데 준수하고 같이 있는 지금은 피해야할 대상 1호였다. 오늘 진짜 왜 이러지?
"야. 저거 이정민이잖아? 이정민이 어떻게 여기에……."
"……."
큰일 났다. 이건 비상사태다. 난 아직 켈라에게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말 하지 않았을 뿐더러 더 이상의 거짓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이 준수새끼 때문에 완전 뽀록나게 생겼다. 지금 이 상황은 절체절명의 위기. 이 위기를 빨리 극복해야…….
"저기 혹시……."
"헉!"
맙소사. 저쌔끼 오늘 왜 저래?!
결국 준수는 켈라와 대면하게 되었고 동시에 켈라는 나를 발견하였다.
"혹시 이름이……이정민 맞지?"
"그, 그건 어떻게……."
"나하고 얘도 진현고등학고 다니거든."
준수는 내 어깨를 끌어당겨 지 옆에 나를 세웠다. 순간 켈라와 난 눈이 마주쳤고 난 식은땀만 줄줄 흘렸다. 이건 위험하다. 내 온몸의
신경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아이디는 시안이라고 해. 그리고……. 야, 기선아. 니 아이디는 뭐냐?"
"……."
"이자식이. 지금 아름다운 숙녀 분을 앞에 두고 입을 안 열어?"
니새끼 같으면 이 순간이 입이 열리겠냐?
켈라는 나를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계속 식은땀만 흘렸다.
"엉? 야, 너 어디 아파? 왜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냐?"
"친구 분께선 아마 식은땀을 흘리실만한 이유가 있을거에요. 안 그래요, 친. 구. 분?"
"……."
난 죽었다.
<작가말>
드디어 올렸습니다.
광속의 연재속도는 11월 12일 이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아. 마. 도.
그럼 다들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