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 김피알
- 강별
- 2393
- 6
작년 이맘때쯤이다.
내가 제대한 날이 말이다.
나도 이제 예비군 1년차를 마친 예비역이다.
제대한지 어연 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남자들끼리 술을 먹다보면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게 군대이야기다.
물론 주변에서는 군대이야기를 모두 다 싫어하지만...
간만에 생각난 김에 이야기 해보려한다..
지금으로 부터 1년전 그 날.
드디어 제대다.
2년간 제대로 고생했던...
아니 사실 군번 풀려서 남들보다 좀 일찍 편해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답답한 곳에서 보고싶은 사람도 못 보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나라를 위해서 2년.. 말그대로 조뺑이 쳤으니
제대라는 이런 결실을 맺는거다.
난 나름 뿌듯함을 가지고 제대를 했다.
제대신고를 마치고 후임들과 인사를 나누고
부대 앞을 나설때였다.
평소에 마음이 맞아서 꽤 친하게 지냈던 후임 한놈이 내게
쪽지를 건내주는게 아닌가.
"김성엽 병장님. 이거 가는 길에 보시지 말입니다."
"이거 뭐냐.."
"쪽집니다."
"그건 나도 아는데 -_- 이걸 나한테 왜 주냐고"
"보시면 아시지말입니다."
"그래... 먼저간다. 수고해."
"넵. 연락하겠습니다!"
녀석은 그렇게 부대안으로 사라져갔고..
난 이 재수없는 부대-_-를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에 올라탄 나는 뭔가 약간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채
지금까지의 군대 추억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금방 잊어주지. 훗.."
-_-
난 아까 후임에게 받은 쪽지가 생각나서 주머니 속에 있는 쪽지를 꺼냈다.
이런 쪽지는 왠지....
초등학교때 맘에 드는 남자아이에게 여자아이가 전해줄듯한...
그런 러브레터의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난 군대에서 이상한짓은 하지 않았는데.. -_-
사실 이 후임녀석..
내겐 꽤나 각별했다. (이상한 사이는 아니다. 결코 오해 하지 말라.)
우리 부대는 교육기수라고...
1년 차이 나는 후임, 즉 아들(군대 용어)을 자신이 교육 시키는거다.
내 아들녀석은.. 정말이지 처음부터 어이가 없는 녀석이었다.
그녀석이 우리 부대로 자대배치 받은지 첫 날..
그때 당시 난 상병이었다.
난 녀석의 교육담당병으로 임명 되었는데
그날 저녁..
무섭기로 소문만 우리 분대장인 최병장이 부대원들을 모두 불러세워
새로운 막내라며 소개 시간을 가졌다.
"야 막내."
"예 이병 김경수!!"
"오늘 처음 왔으니까 니 소개 해봐라."
"예 이병 김경수!"
"아니.. 소개.. 그러니까 너의 PR을 해보라구."
"네..네 알겠습니다."
20명쯤 되는 병들은 모두 숨죽이고 녀석의 소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뭔가 쑥쓰러운지.. 아니면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 기가 죽은 탓인지
좀 망설이고 있던 녀석..
참다 못한 선임이 다시 한마디 던졌다.
"아니 너 PR해보라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녀석은 망설이고 있었다.
하긴.. 이병때는 누구나 다 어리버리해지니까..
선임이 다시 한번 더 말했다.
"자 시작하면 PR하는거다. 시작!"
나의 아들 이병 김경수는 자랑스럽게 자기 피알을 하기 시작했다.
"P.R!!!!!!!"
이라고 말이다 -_-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약간 얼이 빠진 선임은 다시 한번 말했다.
"야.. 너 피알해보라고.."
녀석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외쳤다.
"피알!!!!!!!!!!!!!!"
우리 아들 이병 김경수는...
처음에 너무 작게 말해서 다시 말하라는 줄 알고
아주 그냥 부대가 떠나 갈듯 외쳤다고 한다.
그 날 모두 웃느라 정신 없었지만
선임병은 어이가 없었다.
-_-;;
후에 안 사실이지만 녀석은 P.R이.. 자기 소개인줄 몰랐단다.
태어나서 피알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는 녀석에게
피알 해보라고 했으니...
피알을 외쳤을 수 밖에 -_-;;;
녀석은 그날뒤로
이병 김피알로 불렸다.
-_-;;;
무튼.. 첫날 부터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내 아들...
그때부터 난 녀석을 엄청 아꼈고,
녀석이 혼날때 대신 혼나주기도 했으며
이병때 P.X에 대려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외박 나가서 술도 한잔하며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었었다.
1년 이란 시간을 같이 먹고 자고 부대끼며 살았으니
안친해진다면 그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녀석이 이제 내가 제대한다고 이런 쪽지를 주다니...
문득 녀석과의 추억이 떠오르자
내 입가에도 미소가 감돌았다.
추억..
이런게 추억아닐까.
생각 하면 미소 지을 수있는 것 말이다.
녀석이 내가 준 쪽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김병장님에게
이제 제대하십니까? 좋겠습니다.
전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말입니다.
제가 김상병 김상병님 하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전역이라니.... 정말 보고싶을겁니다.
함께 만들었던 추억 잊지마십시오. 저희도 모두 기억할겁니다.
이제 뭐 가는 마당인데 나이도 동갑이니까
말놔도 되지? 김성엽이 잘가. 연락할게. 잘지내고있어라.
피알!'
.....아...
순간 뭉클해진 내 마음.
군대라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좋은 친구를 얻었으니 말이다.
정말 감동...은 감동인데
근데
이새끼....
왜 반말이야
-_-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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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란 그런거 같습니다.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입가이 미소가 맴도는 것
아님 말구요.
-->
저것들을 직접쓰시는건가
엄청대단하시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