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SS - Part2 난 저주받았다 #1
- 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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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Second Season
Part2
난 저주받았다 #1
검의 정보를 확인한 나는 그래도 꼴에 칼집이 있는 지혜의 검을 집어넣은 뒤 왼쪽 허리춤에 찼다.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자꾸 잊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도대체 이 이러쿵저러쿵 야라리요 같은 기분은 뭐지? 꼭 똥 싸고 안닦은 기분이란 말이야……."
난 그렇게 더러운 기분으로 잊은게 무었인가를 생각해 내기 위해 주술사 길드 앞을 계속 서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시간도 꽤 오래 지
났는지 벌써 어둑어둑 해 지기 시작했다.
벌컥-!
그 순간 주술사 길드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나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아싸 드디어 나도 마법을 배웠다!"
"마법 배운게 뭐가 그리 잘났다고……."
잠깐, 마법…… 마법…… 마법?
그 순간 하나의 빛줄기가 내 뇌리를 빠르게 스쳐지나갔고 난 그제서야 내 기분이 아까부터 왜 자꾸 더러웠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 마전사가 쓸 수 있는 마법을 배우지 않았구나!"
난 그렇게 말하면서 마전사 마법서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펼쳐봤다. 그러자 그곳엔 내 레벨에 현재 배울 수 있는 마법들이 나왔다.
그러자 한 페이지에 주술사 1등급들 배울 수 있는 신수마법들이 적혀 있었으며 다른 한켠에는 캐릭터의 방어력을 올려주는 '무장'
이라는 마법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책을 주욱 펴보던 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내가 배울 수 있는 신수마법
들의 이름들 옆에 죄다 '신수X' 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마법을 배워보려고 했더니 마법이 배워지지 않
았다.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거 상당히 난감하다. 그래도 마전사로 전직한거 사냥이라도 한번 해보려고 했더니 마법을 배울수 없단다. 도대체 나를 마전사로
만든 놈들은 뭐 이리 허접하게 만들었데? 작전까지 세워가면서 마전사로 만들거면 그래도 조금은 신경을 써 줘야 하는거 아니야?
난 혼자 씨부렁 거리면서 다시 주술사 길드로 들어갔다. 그런데 주술사 길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켜져있던 등불들을 하나씩
끄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지?"
나는 혹시나 해서 등불을 끄고 있던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 무슨일 생겼나요? 왜 등불을 끄시는지."
그러자 그 사람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무슨 무쇠로 만들어진 사람인줄 압니까?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이냐구요. 저희도 잠은 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결론
은 문 닫는다는 소리입니다."
"……."
까칠하긴. 뭘 보고 자랐는지 참 궁금한 자식이다. 그 해두 영감의 성격이 그따구니 그의 수하들도 다 이렇단 말인가? 그런데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그 성질머리 엿같은 노인네를 찾아가서 마법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럼 벌써 저기 노인네도 자러 갔단 말이에요?"
"어허! 무험하다. 감히 네놈이 뭔데 현자 해두님을 노인네라고 부르는것이냐!"
좀전에 나한테 뭐라고 한 자식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노인네가 노인네지. 그럼 뭐라고 불러주리?
"아, 알겠습니다. 그럼 현.자.해.두. 님께서는 쳐 자러…… 가 아니라 주무시러 가셨단 소리입니까?"
"아직 잠자리에 들진 않으셨을거네."
"아, 네."
난 그렇게 말하곤 곧바로 해두기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영감, 네놈이 내 인생을 이따구로 만들어 놓고 편하게 잘거라고 생각해? 오늘 잠 못잘 줄 알아라.
방문을 열자 하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쓰고있던 모자를 벗으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내가 들어온 것을 보았는지 모자를 다시 쓰고
는 의자에 앉았다.
"영업시간이 끝났거늘. 무슨 일로 찾아온건가?"
영업시간? 놀고있네. 여기가 음식점이냐?
"저 아까 마전사로 전직한 피스입니다만……."
"네, 네놈이 여긴 어쩐 일로?"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드셨으면 끝가지 책임지셔야 하지 않습니까?"
"……?"
"마법좀 배워볼려고 마법서를 펼쳤더니 신수 마법들은 모조리 다 배울 수 없더군요.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신수 마법을 배울 수없다고?"
해두는 그렇게 말하며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선택한 신수가 무엇이냐?"
"시, 신수?"
신수는 뭐래? 마시는 물인가?
"그래. 청룡, 주작, 백호, 현무. 이렇게 네 가지를 일컫는 신수 말이야."
"그런거 모르는데요?"
"전사로 전직할 때 정하지 않았냐?"
"네."
정말이다. 전사로 전직할 때 신수라는 단어는 단 한 글자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냥 나보고 주술사 길드 가서 삽질이나 하고 오라는
소리밖에 못들었는데…….
"네놈이 믿을 신수를 정해야 신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거다. 보통은 한 신수를 믿게 되어있는데 마전사는 타 직업들과는 달리 특
별히 두 개의 신수를 선택할 수 있지."
"두 개의 신수? 두개를 선택하면 좋나요?"
"뭐, 신수 마법을 두 종류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선 좋지."
다다익선(多多益善)인가?
"그래서 지금 신수를 정할 수 있나요?"
"그거야 쉽지. 어디 네놈이 고르고 싶은 신수 두마리만 불러봐라."
신수를 셀 때 마리라고 해도 되는거야? 저 영감 진짜 현자 맞긴 맞는거야?
난 그렇게 의심을 하며 어떤 신수들을 고를지 생각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청룡은 번개, 주작은 화염, 백호는 땅, 현무는 물의 기운을 다룰 수 있다. 잘 선택해서 골라라. 기회는 단 한번뿐이
니까."
"음……."
난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답을 내렸다.
"청룡하고 주작 할래요."
"알았다. 자, 이제 마법서를 펼쳐봐라. 아마 1등급 마법들 중에선 뢰진주와 화염주를 배울 수 있을거다."
마법서를 펼쳐보니 정말로 뢰진주와 화염주라는 마법이 활성화 되어 있었다. 그 마법들이 속해있는 페이지를 넘기자 내 귓가엔 맑
은 음성이 들려왔다.
[뢰진주를 배우셨습니다.]
[화염주를 배우셨습니다.]
"음…… 이제 이걸로 다른 녀석들을 때려잡을 수 있는건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해두는 내 머리를 한대 때리며 말했다.
"야이 자식아,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냐?"
아씨. 저인간 남의 머리는 왜 때린데? 내가 당신 봉입니까? 저 영감 진짜 성격 파탄자 아니야? 입구멍에 헬파이어 쳐 갈긴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뢰진주랑 화염주를 배웠다고 해서 거기에 그치면 안된다. 마전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네놈이 선택한 신수들의 특성을 마력
으로 실체화 시키는 것이다."
"실체화?"
"그래. 예를 들어 주작을 선택했다고 치자. 그럼 손에서 자유롭게 불꽃을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하지. 뭐, 대부분의 고위급 주술사들
은 밥먹듯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네놈은 그런거 조차 모를 것 같아서 이야기 해주는거다."
"해두님도 한번 보여주시죠."
"응? 이거 말이냐?"
해두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이 뿜어져 나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건 식은죽 먹기지. 내가 비책을 하나 알려주자면 네놈의 마력을 이용해서 불의 형상을 생각하는거야. 아주 또렷하게. 그런 다음
그 불꽃을 어느 부위에 생성시킬지 정하는거야. 그럼 그 다음은 지금 내 손에서 타오르는 불이 되는거다."
오호 그래도 저 영감탱이 지 이름값은 하는군. 그래. 현자라면 저정도는 해야하지 않겠어? 못하면 그게 등신이지.
"아마 속성 자체를 형상화 시키는 일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이니까 말이야. 아참, 또 한가지 더
말해줄 것이 있는데 공격마법은 꼭 그 마법서에 적혀있는것만 있는것이 아니다. 내가 방금 말한 속성을 형체화 시키는것. 그것 역
시 공격마법이 될 수 있지."
오호! 좋구나! 그런게 있으면 있다고 진작에 말해줄 것이지.
"그럼 가봐라. 나 졸립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시죠."
난 그렇게 말하고 해두 영감의 방을 빠져나왔다.
"속성을 형상화 하라…… 인가?"
주술사 길드를 나온 나는 우선 현실 세계의 시간을 확인했다. TWR은 폐인생활과 노가다로 찌들어 있는 시간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유저들을 위해 게임 시간과 현실 세계의 시간을 같이 표시해 준다. 그런데 이게 다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우리 학교엔 게임 시간과
현실 세계 시간을 잘못 보고 학교에 안나온 엄청난 놈도 있었다. 물론 그녀석은 개근상 바이~ 뭐, 개근상을 노리고 한번도 학교에
서 조퇴를 하거나 지각을 안하던 녀석이라고 했는데 그 이후 완전 폐인이 되어버렸다.
나도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 시간을 구분해서 확인했다.
"밖은 여섯 시 인가?"
게임 시간은 밤 12시였다. 확실히 현실과 게임의 시간차는 정확히 2시간이였다. 이거 놀라운데? 이곳에서 두 시간 처럼 느껴지는데
현실에서는 알고보면 한 시간밖에 흐르지 않다니…….
"어쨋든 마전사로 전직도 했으니 사냥이나 해야겠군."
갓 전직한 유저들은 대부분 쥐굴을 찾는다. 쥐굴은 말 그대로 쥐굴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리?
…… 라고 말하면 실망할 것 같으니 말해주겠다. 쥐굴은 쥐들이 살고있는 굴인데 여러 종류의 쥐들이 살고 있다. '쥐들이 여러종류라
고 해봤자 별거 있나요?'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거 같은데 쥐들의 종류도 따지고 보면 은근히 많다. 쥐굴에 존재하는 쥐들이 뭐뭐
있냐면 쥐, 큰 쥐, 시궁창쥐, 병든쥐, 흡혈쥐, 서생원, 자생원. 뭐 이딴 자식들이 살고 있는데 여기서 제일 이해가 안가는건 도대체 뭣
하러 쥐하고 큰 쥐를 나눴는지 모르겠다. 쥐가 조금 더 크다고 나눈건가?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쥐굴이면
쥐들만 쳐 넣을 것이지 박쥐까지 집어넣어서 사람 짜증나게 만든다. 박쥐들도 종류가 있는데 박쥐, 보라박쥐, 흡혈박쥐 이렇게 존재
한다. 뭐 보라박쥐가 그냥 노멀한(?) 박쥐보다 좀 더 쎄다고 한다. 어쨋건 간에 나도 이제 사냥을 해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는 쥐
굴을 찾기 위해 수도에서 벗어났다.
파아아앗
노란비서를 사용하자 빛무리와 함께 나는 어떤 주막에 떨어졌다.
"여긴 어디야? 산해관인가?"
주막을 나온 나는 이곳이 산해관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성들과는 달리 뭔가 초라해 보이는 산해관. 확연히 눈에 띈다.
어쨋건 간에 던전들이 위치는 달라지지 않으니 별 상관은 없다만.
쥐굴은 주막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냥 주막에서 나와 위로 쭈욱 올라가다 보면 하나의 구멍이 보이는데 그곳
이 바로 쥐굴이다. 굴 입구는 커다랗게 뚤려있기는 한데 좀 들어가기 짜증난다. 난 현재 그 굴 앞에 서 있었다.
"이,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정말 어이없다. 저건 완전 기어가야 하는 수준이다. 어쨋건 간에 사냥을 해야했기 때문에 나는 그 짜증나는 일을 감수하면서 쥐굴
안으로 들어갔다.
"끄응……."
뭐 이리 구멍이 좁은거야? 뚫을거면 제대로 좀 뚫던가. 사람 기분 더럽게 뚫어놓네.
그렇게 씨부렁 대며 가던 나는 얼마 가지 않아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빛에 도달하는 순간 나는 어떤 공간으로 워프되었다.
파아아앗-!
"여긴……?"
꽤 넓은 동굴 하나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그 빛은 아마 워프 게이트일 것이다. 굴이라는 개념을 실감나게 느끼기 위해 그런 엿같은
구멍을 뚫은 것임에 틀림 없을터. 어쨋든 간에 동굴은 상당히 넓었다. 동굴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횃불이 걸려있어서 앞을 밝혀
주었다.
"그럼 어디 한번 가볼까?"
그렇게 말하며 난 동굴을 향해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딛었다.
Part2
난 저주받았다 #1
검의 정보를 확인한 나는 그래도 꼴에 칼집이 있는 지혜의 검을 집어넣은 뒤 왼쪽 허리춤에 찼다.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자꾸 잊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도대체 이 이러쿵저러쿵 야라리요 같은 기분은 뭐지? 꼭 똥 싸고 안닦은 기분이란 말이야……."
난 그렇게 더러운 기분으로 잊은게 무었인가를 생각해 내기 위해 주술사 길드 앞을 계속 서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시간도 꽤 오래 지
났는지 벌써 어둑어둑 해 지기 시작했다.
벌컥-!
그 순간 주술사 길드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나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아싸 드디어 나도 마법을 배웠다!"
"마법 배운게 뭐가 그리 잘났다고……."
잠깐, 마법…… 마법…… 마법?
그 순간 하나의 빛줄기가 내 뇌리를 빠르게 스쳐지나갔고 난 그제서야 내 기분이 아까부터 왜 자꾸 더러웠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 마전사가 쓸 수 있는 마법을 배우지 않았구나!"
난 그렇게 말하면서 마전사 마법서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펼쳐봤다. 그러자 그곳엔 내 레벨에 현재 배울 수 있는 마법들이 나왔다.
그러자 한 페이지에 주술사 1등급들 배울 수 있는 신수마법들이 적혀 있었으며 다른 한켠에는 캐릭터의 방어력을 올려주는 '무장'
이라는 마법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책을 주욱 펴보던 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내가 배울 수 있는 신수마법
들의 이름들 옆에 죄다 '신수X' 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마법을 배워보려고 했더니 마법이 배워지지 않
았다.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거 상당히 난감하다. 그래도 마전사로 전직한거 사냥이라도 한번 해보려고 했더니 마법을 배울수 없단다. 도대체 나를 마전사로
만든 놈들은 뭐 이리 허접하게 만들었데? 작전까지 세워가면서 마전사로 만들거면 그래도 조금은 신경을 써 줘야 하는거 아니야?
난 혼자 씨부렁 거리면서 다시 주술사 길드로 들어갔다. 그런데 주술사 길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켜져있던 등불들을 하나씩
끄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지?"
나는 혹시나 해서 등불을 끄고 있던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 무슨일 생겼나요? 왜 등불을 끄시는지."
그러자 그 사람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무슨 무쇠로 만들어진 사람인줄 압니까?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이냐구요. 저희도 잠은 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결론
은 문 닫는다는 소리입니다."
"……."
까칠하긴. 뭘 보고 자랐는지 참 궁금한 자식이다. 그 해두 영감의 성격이 그따구니 그의 수하들도 다 이렇단 말인가? 그런데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그 성질머리 엿같은 노인네를 찾아가서 마법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럼 벌써 저기 노인네도 자러 갔단 말이에요?"
"어허! 무험하다. 감히 네놈이 뭔데 현자 해두님을 노인네라고 부르는것이냐!"
좀전에 나한테 뭐라고 한 자식이 갑자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노인네가 노인네지. 그럼 뭐라고 불러주리?
"아, 알겠습니다. 그럼 현.자.해.두. 님께서는 쳐 자러…… 가 아니라 주무시러 가셨단 소리입니까?"
"아직 잠자리에 들진 않으셨을거네."
"아, 네."
난 그렇게 말하곤 곧바로 해두기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영감, 네놈이 내 인생을 이따구로 만들어 놓고 편하게 잘거라고 생각해? 오늘 잠 못잘 줄 알아라.
방문을 열자 하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쓰고있던 모자를 벗으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내가 들어온 것을 보았는지 모자를 다시 쓰고
는 의자에 앉았다.
"영업시간이 끝났거늘. 무슨 일로 찾아온건가?"
영업시간? 놀고있네. 여기가 음식점이냐?
"저 아까 마전사로 전직한 피스입니다만……."
"네, 네놈이 여긴 어쩐 일로?"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드셨으면 끝가지 책임지셔야 하지 않습니까?"
"……?"
"마법좀 배워볼려고 마법서를 펼쳤더니 신수 마법들은 모조리 다 배울 수 없더군요.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신수 마법을 배울 수없다고?"
해두는 그렇게 말하며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선택한 신수가 무엇이냐?"
"시, 신수?"
신수는 뭐래? 마시는 물인가?
"그래. 청룡, 주작, 백호, 현무. 이렇게 네 가지를 일컫는 신수 말이야."
"그런거 모르는데요?"
"전사로 전직할 때 정하지 않았냐?"
"네."
정말이다. 전사로 전직할 때 신수라는 단어는 단 한 글자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냥 나보고 주술사 길드 가서 삽질이나 하고 오라는
소리밖에 못들었는데…….
"네놈이 믿을 신수를 정해야 신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거다. 보통은 한 신수를 믿게 되어있는데 마전사는 타 직업들과는 달리 특
별히 두 개의 신수를 선택할 수 있지."
"두 개의 신수? 두개를 선택하면 좋나요?"
"뭐, 신수 마법을 두 종류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선 좋지."
다다익선(多多益善)인가?
"그래서 지금 신수를 정할 수 있나요?"
"그거야 쉽지. 어디 네놈이 고르고 싶은 신수 두마리만 불러봐라."
신수를 셀 때 마리라고 해도 되는거야? 저 영감 진짜 현자 맞긴 맞는거야?
난 그렇게 의심을 하며 어떤 신수들을 고를지 생각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청룡은 번개, 주작은 화염, 백호는 땅, 현무는 물의 기운을 다룰 수 있다. 잘 선택해서 골라라. 기회는 단 한번뿐이
니까."
"음……."
난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답을 내렸다.
"청룡하고 주작 할래요."
"알았다. 자, 이제 마법서를 펼쳐봐라. 아마 1등급 마법들 중에선 뢰진주와 화염주를 배울 수 있을거다."
마법서를 펼쳐보니 정말로 뢰진주와 화염주라는 마법이 활성화 되어 있었다. 그 마법들이 속해있는 페이지를 넘기자 내 귓가엔 맑
은 음성이 들려왔다.
[뢰진주를 배우셨습니다.]
[화염주를 배우셨습니다.]
"음…… 이제 이걸로 다른 녀석들을 때려잡을 수 있는건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해두는 내 머리를 한대 때리며 말했다.
"야이 자식아,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냐?"
아씨. 저인간 남의 머리는 왜 때린데? 내가 당신 봉입니까? 저 영감 진짜 성격 파탄자 아니야? 입구멍에 헬파이어 쳐 갈긴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뢰진주랑 화염주를 배웠다고 해서 거기에 그치면 안된다. 마전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네놈이 선택한 신수들의 특성을 마력
으로 실체화 시키는 것이다."
"실체화?"
"그래. 예를 들어 주작을 선택했다고 치자. 그럼 손에서 자유롭게 불꽃을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하지. 뭐, 대부분의 고위급 주술사들
은 밥먹듯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네놈은 그런거 조차 모를 것 같아서 이야기 해주는거다."
"해두님도 한번 보여주시죠."
"응? 이거 말이냐?"
해두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이 뿜어져 나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건 식은죽 먹기지. 내가 비책을 하나 알려주자면 네놈의 마력을 이용해서 불의 형상을 생각하는거야. 아주 또렷하게. 그런 다음
그 불꽃을 어느 부위에 생성시킬지 정하는거야. 그럼 그 다음은 지금 내 손에서 타오르는 불이 되는거다."
오호 그래도 저 영감탱이 지 이름값은 하는군. 그래. 현자라면 저정도는 해야하지 않겠어? 못하면 그게 등신이지.
"아마 속성 자체를 형상화 시키는 일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기술이니까 말이야. 아참, 또 한가지 더
말해줄 것이 있는데 공격마법은 꼭 그 마법서에 적혀있는것만 있는것이 아니다. 내가 방금 말한 속성을 형체화 시키는것. 그것 역
시 공격마법이 될 수 있지."
오호! 좋구나! 그런게 있으면 있다고 진작에 말해줄 것이지.
"그럼 가봐라. 나 졸립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시죠."
난 그렇게 말하고 해두 영감의 방을 빠져나왔다.
"속성을 형상화 하라…… 인가?"
주술사 길드를 나온 나는 우선 현실 세계의 시간을 확인했다. TWR은 폐인생활과 노가다로 찌들어 있는 시간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유저들을 위해 게임 시간과 현실 세계의 시간을 같이 표시해 준다. 그런데 이게 다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우리 학교엔 게임 시간과
현실 세계 시간을 잘못 보고 학교에 안나온 엄청난 놈도 있었다. 물론 그녀석은 개근상 바이~ 뭐, 개근상을 노리고 한번도 학교에
서 조퇴를 하거나 지각을 안하던 녀석이라고 했는데 그 이후 완전 폐인이 되어버렸다.
나도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 시간을 구분해서 확인했다.
"밖은 여섯 시 인가?"
게임 시간은 밤 12시였다. 확실히 현실과 게임의 시간차는 정확히 2시간이였다. 이거 놀라운데? 이곳에서 두 시간 처럼 느껴지는데
현실에서는 알고보면 한 시간밖에 흐르지 않다니…….
"어쨋든 마전사로 전직도 했으니 사냥이나 해야겠군."
갓 전직한 유저들은 대부분 쥐굴을 찾는다. 쥐굴은 말 그대로 쥐굴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리?
…… 라고 말하면 실망할 것 같으니 말해주겠다. 쥐굴은 쥐들이 살고있는 굴인데 여러 종류의 쥐들이 살고 있다. '쥐들이 여러종류라
고 해봤자 별거 있나요?'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거 같은데 쥐들의 종류도 따지고 보면 은근히 많다. 쥐굴에 존재하는 쥐들이 뭐뭐
있냐면 쥐, 큰 쥐, 시궁창쥐, 병든쥐, 흡혈쥐, 서생원, 자생원. 뭐 이딴 자식들이 살고 있는데 여기서 제일 이해가 안가는건 도대체 뭣
하러 쥐하고 큰 쥐를 나눴는지 모르겠다. 쥐가 조금 더 크다고 나눈건가?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쥐굴이면
쥐들만 쳐 넣을 것이지 박쥐까지 집어넣어서 사람 짜증나게 만든다. 박쥐들도 종류가 있는데 박쥐, 보라박쥐, 흡혈박쥐 이렇게 존재
한다. 뭐 보라박쥐가 그냥 노멀한(?) 박쥐보다 좀 더 쎄다고 한다. 어쨋건 간에 나도 이제 사냥을 해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는 쥐
굴을 찾기 위해 수도에서 벗어났다.
파아아앗
노란비서를 사용하자 빛무리와 함께 나는 어떤 주막에 떨어졌다.
"여긴 어디야? 산해관인가?"
주막을 나온 나는 이곳이 산해관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성들과는 달리 뭔가 초라해 보이는 산해관. 확연히 눈에 띈다.
어쨋건 간에 던전들이 위치는 달라지지 않으니 별 상관은 없다만.
쥐굴은 주막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냥 주막에서 나와 위로 쭈욱 올라가다 보면 하나의 구멍이 보이는데 그곳
이 바로 쥐굴이다. 굴 입구는 커다랗게 뚤려있기는 한데 좀 들어가기 짜증난다. 난 현재 그 굴 앞에 서 있었다.
"이,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정말 어이없다. 저건 완전 기어가야 하는 수준이다. 어쨋건 간에 사냥을 해야했기 때문에 나는 그 짜증나는 일을 감수하면서 쥐굴
안으로 들어갔다.
"끄응……."
뭐 이리 구멍이 좁은거야? 뚫을거면 제대로 좀 뚫던가. 사람 기분 더럽게 뚫어놓네.
그렇게 씨부렁 대며 가던 나는 얼마 가지 않아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빛에 도달하는 순간 나는 어떤 공간으로 워프되었다.
파아아앗-!
"여긴……?"
꽤 넓은 동굴 하나가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그 빛은 아마 워프 게이트일 것이다. 굴이라는 개념을 실감나게 느끼기 위해 그런 엿같은
구멍을 뚫은 것임에 틀림 없을터. 어쨋든 간에 동굴은 상당히 넓었다. 동굴 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횃불이 걸려있어서 앞을 밝혀
주었다.
"그럼 어디 한번 가볼까?"
그렇게 말하며 난 동굴을 향해 한 발짝 발걸음을 내딛었다.
댓글 3
흥미진진~! 담회 기대기대
ㄷㄷㄷㄷ
신수 2...마리....ㄷㄷㄷ..
해두 할아버지가 많이 망가지신...ㅜ
신수 2...마리....ㄷㄷㄷ..
해두 할아버지가 많이 망가지신...ㅜ
현자해두님 그노인네는 쳐자러 갓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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