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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마법의 유랑객(流浪客) 상(2)

“하핫! 이런 건방진 애송이가 내가 누군지 알고!”
“굳이 사람들을 죽이면서, 협박을 하면서 곡식을 탈취할 필요가 없잖소. 그 건장한 몸집들은 피를 보는데 만 쓸 것이오? 전쟁이 좋은 미친 자들이라면, 피를 좋아하는 자들이라면 우릴 먼저 죽였겠지. 하지만 그러질 않았잖소. 피 볼 생각이 없는 거지. 나는 피로 물든 난세의 곳곳을 수없이 떠돌아다닌 사람이오. 너무나 참담하고 잔인하고 입으로 차마 뭐라 말할 수 없지. 그대들도 난세의 피해자가 아니오. 난 기세만 보고 알 수 있소이다. 그대들은 만들어지지 얼마 안 된 오합지졸이란 것을!”

나그네의 언변에 순간 그 동안 참아왔던 난세에 대한 분노와 설움이 터져 나온 도적 무리의 대장은 화가 머리까지 솟구쳐 그대로 등에 있는 커다랗고 기다란 검 롱 소드(long sword) 쥐고는 그대로 나그네에게 내리쳤다. 피를 부르는 것이다. 갑작스런 상황에 마을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챙! 하는 소리만 날 뿐 얼굴과 몸에 피라던 지 살덩이라던 지 나그네 것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튀진 않았다.

참담한 상황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얼른 나그네가 있는 자리로 시선을 고정했다. 시선이 멈춘 곳은 나그네가 사내의 일격(一擊)을 어느새 뽑아든 자신의 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막고 있었다. 나그네에겐 어떠한 피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 피해가 있다면 자신의 일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은 나그네에 대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도적 무리의 대장이랄까.

에넬과 프레시아는 나그네가 검을 가지고 있단 것을 나그네가 검으로 대장의 검을 막는 것을 보고야 알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장의 검 솜씨는 왕년에 먹어줬던 솜씨이고 또한 기사들한테도 인정받은 검술이자 힘도 장사야. 형님의 일격을 막다니! 웬만한 기사 대장조차 상대가 안 될 터인데!”

나그네와 대장, 둘의 검의 충돌을 본 도적 무리 중 하나가 외쳤다.

“어떻게···!”
“그동안 열이 쌓였던 모양이오. 그 열과 함께 한이 쌓을 테지! 당신의 검엔 당신의 그 무서운 한 깃들어 있소. 현 세상에 대한 분노···! 안 그렇소만? 후후, 크로스 기사단 단장 에반! 그의 일격은 설사 영웅이라 할지라도 피할 길이 없다! 이것이 당신의 소개지! 안 그렇소?”
“넌 누구냐?”

나그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도적 무리의 대장, 아니 크로스 기사단 단장의 신분을 밝힘과 동시에 기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잘못을 꾸짖고 있었다. 기사로서의 금지된 행동, 그것은 함부로 숙련되고 극도로 단련된 자신의 육체와 검을 놀리지 않는 것이고 일반인을 헤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로서의 잘못된 행동과 죄, 그것을 나그네는 짧은 말로 많은 뜻의 꾸짖음을 내포하여 그의 가슴에 와 닿게 하였다.

“또 다른 비극을 이 분들께 심어줄 생각이오? 당신의 증오와 함께? 증오가 증오를 낳는 다는 말! 모르시겠소이까?”

나그네는 또 다시 말하였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왼손에서 검은 빛과 함께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빛의 주위는 이상한 고대(古代) 문자들이 감돌고 있었다. 나그네의 왼손을 본 에넬의 아들은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영웅담과 신화와 전설 속 일부에 불과한 [마법]이었다.  

‘허름한 차림, 방랑자! 그리고 화려한 말솜씨에 검에 마법에 도적 무리에 아무렇지도 않은 저 기세! 틀림없다. [마법의 유랑객]이야! 잘못된 사람들의 행동을 꾸짖고 고쳐준다고 했는데 저거였구나!’

에넬이 마법의 유랑객을 생각했을 때 곧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나그네의 왼손 빛은 자신의 검은 빛으로 마을 주변을 모두 뒤덮었다. 하늘조차 검은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그 검은 빛이 모든 것을 뒤덮자 검은 빛은 지우개로 연필의 흔적을 지우듯이 검은 빛이 없어지면서 곧 어떠한 광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참혹한 전쟁 상황이었다. 마법은 마을 사람들과 도적 무리를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피가 튀기고 갑옷이 갈라지며 사람 육신의 일부가 흔적 없이 사라지며 군사들의 눈엔 광기(狂氣)가 서렸다. 그들은 정녕 피에 목마른 미친 자들이었다. 피에 미친 악귀들이었다. 허나 적과 아군만 구분할 뿐 이상하게 갑자기 나타난 마을 사람들과 도적 무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기척이 있질 않았다. 그것은 나그네의 마법이 만든 허상이기 때문에 그들은 나그네의 마법이 만든 공간에선 유령 같은 존재였다. 마을 사람 중 하나가 칼에 찔려도 칼은 아무렇지 않게 마을 사람의 몸을 통과할 뿐 마을 사람의 몸에 아무 이상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환상은 진짜 같았다. 전쟁을 겪고 전쟁은 두 번 다시 보기 싫은 마을 사람들과 도적 무리는 모두 표정이 일그러졌다. 전쟁의 아픈 기억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슬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평생을 함께 할 목숨 같은 배우자의 죽음,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환상에 의해 깨어나고 있었다.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죽을 거 같아!”
“으아아아악!”
“그만하세요! 제발! 미칠 것 같아요!”

마을 사람들과 도적 무리는 정신적 고통에 아파하여 비명을 질렀다. 또한 나그네한테 애원하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아파하는데 이렇게 죽을 거 같은데 왜 증오를 낳으려고 하오. 피를 부르려 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오. 왜 난세의 뜻을 따라가오. 왜 스스로 아픔과 평생 살인의 죄를 가지고 가오!”

나그네의 말에 대장은 그저 망하니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검을 슬며시 거두었다.

“난 단지 비극을 막고 싶을 뿐이오. 단지········. 이 마법은 아픈 추억을 억지로 보여주는 환상이지. 그럼으로써 잘못을 뉘우치게 한다오. 그리고 당신과 같은 위대한 업적을 해낼 인물은 더 더욱!”
“위···위대한 인물······?”

나그네는 수수께끼 같은 알 수 없는 대답을 하곤 왼손을 허공으로 올린다. 그러자 환상은 나그네 손으로 빨려가면서 다시 평범한 마을로 돌아왔다.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군. 갑작스러워. 그리고 당신을 어디선가 본 거 같은 기분이 들어. 당신은 누구지?”

대장이 말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 혼란스러워 이들의 말에 낄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나를 마법의 유랑객이라고 하지. 내 이름은·······. 하인즈요. 그대가 만약 난세를 구하는 영웅들의 중심이 되 있으면 날 생각하겠지. 그때 나를 알 것이오.”
“그댈 만날 수 있겠소?”

대장이 말하였다. 그러자 나그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그대가 세상의 중심이 되었을 때! 여러분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해요. 이런 마법을 보여줘서.”

나그네, 아니 마법의 유랑객은 밥값을 하고 도적 무리를 구하곤 바람처럼 사라졌다. 또 다시 마법의 유랑객 이야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사라진 그는 도적무리가 마을에 온다는 걸 미리 알고 마을에 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어날 참사 또는 비극을 막으러 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어나진 않았지만 도적무리가 아무리 곡식만 가져간다 하더라도 그들의 입을 믿을 순 없다. 그들 역시 도적이 되었으므로.

*********************

나그네 아니 마법의 유랑객 하인즈는 마을을 구한 뒤 정처 없이 또 다시 걷고 또 걷는다. 또 다시 고독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떠돌면서 본 세상은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떨 땐 지극히 평화로우며 아름다웠다.

에넬과 프레시아의 마을 같이. 그러다가도 자연의 자식 중 가장 어리석은 인간의 피 튀기는 전쟁은 세상을 어둡게 하며 인간의 탐욕이 세상을 더럽힌다. 순결한 자연 역시 인간의 손에 처참히 더럽혀지기도 했다. 그런 인간들과는 달리 에넬 가족 마을과 같이 서로를 돕고 도와 평화를 이어나가는 지극히 신의 자식과 같은 순수함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하인즈가 본 세상은 이러하였다. 더 나은 세상을 보기 위해 그는 더욱 더 발걸음을 재촉한다. 빨리 이 난세가 평정되게 영웅들이 출현하고 난세가 아닌 태평성대가 오기를.

이러한 마음의 하인즈는 한참을 걷다 지쳤는지 길에 있는 어느 큰 바위에서 쉬기로 하였다.

“여행은 쉬운 게 아니구나. 좀 쉬어야 되겠는 걸·······?”

하인즈는 지친 듯 말하며 품속에서 감자를 꺼내었다.

“역시 여행엔 묵직한 감자를 먹는 게 딱 이지.”

하인즈는 손에 든 감자를 보며 만족한 듯 씩 웃곤 보따리 속의 물을 꺼내 같이 먹었다. 천천히 먹으며 하인즈는 보따리를 땅에 던졌다. 그리고 얼마 후 안 있어 멀리서 말발굴 소리가 들린다.

“이럇!”, “하앗!”, “이랴앗-!”

발을 끄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하인즈과 낯선 무리들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낯선 자들의 말들이 하인즈가 있는 바위를 지날 무렵 하인즈가 내팽개쳐둔 보따리를 무참히 짓밟고 갔다.

“·········! 우웁! 우우! 이른 자슥들이 우웁···! 우으 이런 싀········!”

감자 때문에 말이 잘못 나올 수밖에 없었고 낯선 자들은 하인즈를 무시한 채 멀리 사라져가고 있었다.

꿀꺽.

“이런 벌집 건드려서 얼굴이 트롤(troll:신화 속의 거인 또는 난장이)될 놈들! 이런! 우와왓!”

한편, 낯선 자들은 어느 숲에 도착했고 낯선 여인을 둘러싸고 있었다. 낯선 여인은 그들이 두려운지 몸이 저절로 벌벌 떨고 있었다. 오랫동안 쫓긴 듯 얼굴이 수척하고 씻지 않은 듯 꾀죄죄하지만 신이 내린 아름다운 얼굴은 그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흐흐, 이 년! 어딜 도망가.”
“사···살려주셔요.”

낯선 무리 중 하나가 말에서 내리더니 여인의 손을 덥석 잡는다.

“이 년, 흐흐········! 참하구나!”

사내가 여인의 어깨를 잡고 입술을 내밀고 여인의 입에 입술을 맞추려는 사이 어디선가 돌이 날아와 그의 얼굴에 맞추었고 그 위력이 얼마나 세던지 사내는 여인에게서 5m나 떨어져 나자빠졌다. 그리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부여잡고 서럽게 비명을 토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누···누구냐?”
“여인에게서 어디서 그 더러운 손을········. 내 보따리 책임져. 니들 다 죽었어.”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려오더니 낯선 무리 중 가장 건장한 사내의 몸에서 팔이 떨어져 나가고 붉은 선혈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으아아아아!”
“다 죽었어. 니들 때문에 감자가 소화가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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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느라 참 힘듭니다. 판타지 느낌 살리느라 죽는줄 쩝;;;;;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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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레벨:0]도실이 2009.09.20. 09:17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안되겠어 1등을 뺏기겠어



보다는 줠라 잘쓰시네요 3일안에 다음화
Dante 2009.09.20. 12:34
제길 우리 대장님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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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일발 2009.09.21. 23:22
오오... 이거 진짜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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