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SS - Part7 첫 퀘스트 #1
- 와탕
- 777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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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Second Season
Part7 - 첫 퀘스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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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암~."
아침부터 하품이 나온다. 어제 너무 날뛰었더니 온 몸이 삐그덕 소리를 내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데 꼭 이럴 때 신발 끈이
재수 없게 풀렸다. 난 신발 끈을 다시 묶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뚜두둑
"어흑!"
그 순간 고통과 함께 들리면 이상한 소리가 내 허리에서 들려왔다. 이 모든 게 다 윈드의 후유증이다. 상금 100만 전만 받아도 억울하진
않다. 꼴랑 10만전 받고 몸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기회비용 치곤 너무 큰 대가이다.
"기선아아아아~!"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곧 그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채곤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학교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력질주로.
"야, 야이자식아 왜 도망치는데?"
"그야 아침부터 네놈을 보면 하루 일진이 재수 없으니까."
"감히 베프(베스트 프렌드)에게 그런 말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냐!"
"아침부터 뭔 개소리냐?"
하지만 난 결국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후우. 겨우 따라잡았네."
"그래서. 용건은?"
"새꺄. 친구가 학교좀 같이 가자는데 뭐 그리 삐딱하게 나오냐?"
"귀찮으니까."
"것보다 어제 정말 대단한걸 봤다."
"뭘?"
"아참. 넌 윈드 안 해서 모르겠구나~?"
"……."
저 새끼, 내가 아직도 윈드를 안하는 줄 알고 놀린다. 어떡하냐? 이 형은 어제 무투대회에서 날뛰던 사람인데.
아니나 다를까 준수 녀석은 어제 무투대회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거라면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 왜냐하면 난 경기에 나간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네가 그 장면을 못 봐서 그래. 마전사 둘이서 싸우는데 얼마나 멋진지. 아! 나도 마전사나 할 걸 그랬나?"
저 새끼가 아침부터 미친 소리를 짓거린다. 마전사를 하고 싶어서 해? 누군 하기 싫은걸 억지로 했구먼. 그걸 떠나서 내 앞에서 저딴
소리를 짓거린 다는 자체가 나를 화나게 한다. 아~ 참아야 하느니라.
"근데 넌 렙 몇이냐?"
내가 물어보자 준수새끼는 손가락을 지입에 가져다 대며 이렇게 말했다.
"비. 밀."
"……."
저 새끼를 오늘 죽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이 한 몸 바쳐 저런 또라이를 족치는 건 세계 평화를 지키는 일이니 상관없겠지?
"아무튼 너도 빨리 부모님한테 캡슐 한 대 사달라고 졸라. 윈드는 진짜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것 중 하나다."
"그래, 그래. 언젠간 꼭 해보마."
난 그렇게 말하곤 교문을 통과하였다. 그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난 웅성거리는 쪽을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주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 정민. 윈드 아이디는 '켈라' 이다. 일단 학교에서 아는 척을 하기엔 좀 그렇기에 그냥 지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같은 학교라고 말도 안했으니…….
"역시 이정민은 우리학교 여신이야. 난 태어나서 제만한 여자애는 진짜 본 적이 없다."
난 그런 여신과 같은 파티다 새꺄. 나중에 껴달라고 해도 안껴줘야지. 그리곤 저놈을 정신적 공황에 빠트리는 거다. 이렇게 한다면 난
피 한 방울 손에 안 묻히고 내 옆에서 중얼거리는 놈을 제거할 수 있다.
켈라는 학교에선 의외로 조용하게 지냈다. 윈드에서와는 전혀 딴판이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하지만 난 그런 켈라의 두 모습
이 다 좋다. 언제쯤 학교에서도 아는 척을 할 날이 올까~
학교에서의 생활은 상당히 빨리 지나갔다. 그냥 잠으로 때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야자를 하지 않는 나는 꽤 이른 시간에 윈드에 접
속할 수 있었다. 물론 엄마의 반대가 있었지만 가볍게 무마시켜버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도 옛날에 윈드를 했었다고 아빠한테 들
었는데 얼마나 강했을까? 음……. 이것도 꽤 궁금하군.
파아아앗
접속을 하자 신선한 공기가 내 폐 안으로 들어왔다. 게임 속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좀 일찍 들어왔나?"
난 약속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들어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평양성 근처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와글와글
역시 평양성은 국내성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성인지라 꽤 복잡했다. 국내성과 평양성을 오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 거주하고 있는 인
구 수 역시 많았다. 난 사람들이 파는 물건이나 구경을 하기 위해 시장이 형성된 동문으로 향했다.
"방금 득템한 진명삼지창 팔아요!"
"강철 명궁 살짝 손상된 거 급처로 팔아요!"
"불의 갑주 팝니다! 빨리 사가세요!"
사람들은 소리를 쳐가며 호객 행위를 했다. 물건들도 꽤 좋아 보인다. 그때 내 눈에 어떤 아이템이 하나 들어왔다. 반지였는데 보석은
푸른색으로 되어있었고 링은 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저기 이 반지 얼마정도 하나요?"
내가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판매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타이밍 한번 좋으시네. 마침 싸게 파려고 내놓은 거거든요. 단 돈 25만전만 주세요."
"네, 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분명히 25만전으로 들은 것 같은데…….
"25만 전이라고요."
"……."
잘못 들은 게 아니구나. 반지 하나에 25만전이나 하다니. 이건 너무 비싸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전 재산이 30만전인데…….
"너무 비싸네요. 나중에 사러 올게요."
"이런. 물건을 제대로 볼 줄 모르시는군요."
"……?"
"이 반지는 보통 반지가 아닙니다. 지력을 무려 7이나 올려주죠."
"그, 그렇게나요?"
"당연합니다. 한번 보실래요?"
"아, 네. 실례가 안 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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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청금반지
지력 7 증가
마력 200 증가
설명
마력을 담고 있는 반지. 지력 상승이 상당히 높
다. 때문에 주술사들이 애용하는 반지기도 하다.
하지만 꽤 희귀한 반지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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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력만 올려주는 줄 알았더니 마력까지 올려준다. 이건 엄청난 반지잖아?!
"어떤가요? 사실건가요?"
"사겠습니다. 당장 주세요."
결국 난 청금반지를 25만전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하였다.
"흠흠~."
아~ 기분이 좋다. 이게 바로 새로운 아이템을 구입했을 때의 기분인가?
그렇게 반지를 보곤 실실 쪼개며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저기…… 형."
"응?"
난 동생이 없는데 누가 나를 형이라고 부른 거지?
난 목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 사내아이 한명이 나를 서 있었다.
"넌 누구냐?"
"형이 알아서 뭐하게요?"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농담이에요. 다 큰 어른이 그런걸 꼭 진심으로 받아들여요?"
"적어도 이런 농담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어른은 몇 되지 않을걸? 그걸 떠나서 난 어른이 아니란다 이 재수 없는 꼬마야."
"에이. 사람이 뭐 그리 삭막하게 사시나요? 웃으면서 좀 살아요."
"……."
드디어 내 인내심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이 재수 없는 꼬마는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
나는 이런 놈에게 세상의 쓴 맛을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허리춤에 있는 진마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네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그리곤 검을 뽑으려는 순간이었다.
"형, 부탁이 있어요!"
"……?"
사람 빡치게 만들고 부탁? 개소리다. 아무리 어린 꼬마 놈이라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나도 알고 보면 성격 더러운 놈이다. 뭐, 밖
으론 잘 표현하진 않지만…….
"감히 나에게 깝치고도 연명할 줄 알았느냐?!"
"보, 보수가 있어요!"
멈칫
난 보수라는 단 한마디에 진마도를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곤 스마일 페이스를 유지하며 꼬마 녀석을 바라보았다.
"무슨 부탁이니?"
"……."
"뭐, 문제라도?"
"아, 아니에요. 역시 세상은 물질 만능주의에 찌들어 있는 것 같아요."
"너 같은 놈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 좀 이상한데."
"아무튼 제 부탁 들어주실 거죠?"
"보상이 뭔지나 들어보고."
그러자 그 꼬마는 자신의 손가락 세 개를 폈다. 난 곧 그 손가락의 의미를 알아채고 놀랐다.
"헉! 그, 그렇게나 많이? 어린놈이 돈이 뭐 그리 많냐?"
"제가 어릴 적부터 모아온 전 재산이에요."
어디 부잣집 놈인가? 옷차림을 보아 하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 부탁이라는 게 뭔데? 누구 한명 족치는 거야? 어디 사는 누구야? 당장 가서 조지고 올게."
"전 그런 짓은 안하거든요?"
"……."
돈 때문에 잠깐 흥분을 한 것 같다. 아까 반지를 사는데 돈을 거의 다 써서 그런지 돈에 민감해졌다. 아, 그런데 이 반지 괜히 샀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런 게 없어도 어디 가서 맞아 죽거나 하진 않는데……. 환불해 달라고 할까?
그런데 이게 또 마력 양을 은근히 많이 올려줘서 괜찮긴 한데…….
이래서 계획성 없는 충동구매는 화만 불러일으킨다. 앞으론 계획적으로 돈을 써야겠다.
"어떤 책을 두 권 찾아주셨으면 해요."
"책?"
"네. 저에겐 무척 소중한 책이에요. 어릴 적에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읽어 주시던 책이거든요."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네. 아마 여기 평양성에 있는 전갈굴 최상층에 있을거에요."
"……."
어째서 애가 읽는 책이 그딴 곳에 봉인되어 있는 건데? 이해 불가다.
"장소를 안다면 네가 가져오지 그러니?"
"저보고 지금 개죽음 당하라는 건가요?"
뭐 그런 의미도 살짝 담겼다만. 하긴 전갈 굴은 성 내부에 존재하는 사냥터중 그래도 중급 정도의 난이도에 속한다. 그런 곳을 10살도
안되 보이는 애 혼자서, 그것도 최상층까지 올라가라고 하는 것은 '너 그냥 뒈져버려라.' 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아마 자살 방
조죄가 성립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보고 그 곳에 있는 책 두 권을 가져와달라 이거지?"
"네. 바보는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전 또 형이 의뢰 내용을 이해 못할 줄 알았어요."
"너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짓거리면 이 세상의 빛을 두 번 다신 못 볼 거야."
난 웃으면서 의뢰주(그래도 일단은 나에게 의뢰를 했으니…….)에게 말했다.
"잘못하면 피 보겠네요."
아! 정말 죽이고 싶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는 거지? 도대체 가정교육을 얼마나 아스트랄하게 받은 거야?
"책이 이 평양성 전갈 굴에 있다는 거 확실한 정보지?"
"네. 저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렇게 말씀 해 주셨어요."
"좋아. 그 의뢰 받아주지."
마침 사냥할 곳도 마땅히 없어서 찾고 있던 중이었는데 전갈굴이면 지금 가도 좋다. 그런데 이거 생각해 보니 돌발 퀘스트인건가?
"그럼 내일 이 시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요. 그때 보상을 드릴게요."
"뭐, 그래라."
뭔가 기분이 찝찝하긴 하지만 난 흔쾌히 의뢰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사냥도 해야 하는데 퀘스트도 같이 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
엇보다 보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놈이 그만한 돈을 쓴다는데 부탁을 들어주는 건 당연하다.
"그럼 다른 사람들을 기다려 볼까?"
난 모이기로 약속한 평양성 동문으로 가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너무 빨리 들어왔나?"
뭐 약속시간까진 10분이나 남았으니 당연할지도……. 사실 나도 약속을 그리 잘 지키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항상 친구들은 약속간보
다 10분 늦게 나온다. 내가 그때 나올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뭐,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게 좋다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난 오늘
약속시간에 무려 10분이나 일찍 나왔다. 이건 우리 동네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잔치를 벌일만한 일이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 누군가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아, 켈라?"
"으, 응. 안녕."
켈란 인사를 했지만 그다지 나를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뭐, 자신을 속였는데 실망이 클 만도 하지.
"……."
"……."
그런데 둘 다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으니 더럽게 어색하다. 예전엔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그땐 항상 켈라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왔
다. 그런데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뻥긋거리지 않는다. 한술 더 떠서 나하고 좀 떨어진 곳에 서 있다.
"……."
정말 미움 샀군…….
난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켈라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케, 켈라?"
"으, 응? 무슨 일이야?"
"저기……지난번에……."
"어? 두 분 다 일찍 나오셨네요?"
"……."
사과를 하려던 찰나에 분위기 파악 못하는 리발이 왔다. 이놈은 왜 이렇게 일찍 나타난 거래?
"아……."
결국 사과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타이밍 이랬거늘……. 난 그 중요한걸 놓쳐버렸다. 이게 다 저 재수 없는 리
발놈 때문이다. 내 인생 뒤틀리면 네놈의 뼈와 살을 분리시켜주마.
얼마 안 있자 노아 형도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형 왔어요?"
"그래. 어제 경기는 잘 봤다."
"뭐, 뭘요."
"그것보다 이젠 우리한테 뭐 숨기는 거 없지?"
"없어요. 이젠……."
"그럼 됐다."
노아 형은 오른 손으로 내 어깨를 쳤다. 이런 형이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 그럼 다들 모였으니 슬슬 사냥터나 정할까요?"
"아 그거라면 내가 정했어."
"어디로 가게요?"
"바로 전갈굴이야. 괜찮아?"
"네. 저흰 문제없어요. 아참. 피스형, 지금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나?"
그러고 보니 내 레벨이 좀 낮은 걸로 기억하는데……. 미친 마전사 필요경험치가 워낙 많아야지. 난 그래도 어떻게든 나의 노가다 기질과
실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큰 개지랄 이였다. 극복? 개소리다. 뭔놈의 경험치가 이리도 많은지 사냥하면 할수록 화
만났다. 그래서 내가 어느 시점에서 사냥을 때려치우고 수련만 한 것 같은데…….
난 나의 레벨을 알아보기 위해 내 시야 좌측 하단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44' 라는 절망적인 숫자가 쓰여 있었다. '43'도
'45'도 아닌 '44'였다. 참 더러운 숫자다. 내가 이딴 레벨을 달고 지금까지 돌아다녔다니! 설마 이번에 내가 죽는 건 아니겠지?
"44인데."
"……."
"……."
"……."
다들 침묵하는 분위기. 하긴, 저 인간들에 비하면 내 레벨이 턱없이 낮겠지. 아아~ 이것이 바로 마전사의 비애인가!
"형, 정말 44 맞아요?"
"어. 설마 내가 레벨도 구라칠 거 같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뭔데?"
"아니 어제 경기에서 보여준 싸움으로 봐선 형 레벨이 적어도 70은 가뿐히 상회할 줄 알았거든요."
"무슨 개소리야? 마전사중에 아직 70을 찍은 유저는 아무도 없다고. 뭐, 에센이라면 70에 가까울지도……."
"마전사란 직업 정말 사기네요."
"뭣이라! 감히 날 능멸하는 거냐!"
마전사가 사기라고? 웃기지도 않아. 내가 생각하건데 마전사는 절대 사기직업이 아니다. 오히려 유저를 엿 먹이는 직업이다. 저 말을 들
으니까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레벨이 44정도라니. 꽤 대단한데."
"뭐 한 달간 뼈 빠지게 수련만 한 결과긴 하죠."
내가 좀 고생했어야지.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고통을 느끼며 수련했는데 그 정도의 성과도 건지지 못하면 병신이다. 물론 내가 병신이란 소
리는 아니다. 다만 에센이 나보다 좀 더 강했을 뿐.
"……."
이렇게 말하니 변명같이 들리는군.
"그러고 보니 여러분은 레벨이 어떻게 되시나요?"
"56."
"55."
"58."
"……."
다들 50대 중반이 넘는다는 소린데……. 그럼 여기서 내가 제일 낮잖아?!
"그, 그럼 전갈 굴은 안 맞는 건가요?"
"아니. 전갈굴이면 괜찮은 경험치다. 뭐 그 편이 너도 괜찮을 것 같고 말이야."
"아하하……. 이거 폐만 끼쳐서 죄송하네요."
"우리 사이에 죄송은 무슨."
"그럼 슬슬 전갈 굴로 가보도록 할까요?"
우리 파티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전갈 굴을 향해 출발했다. 퀘스트를 위하여!
P.s
후 간만에 올리는 소설!
TW Second Season
Part7 - 첫 퀘스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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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암~."
아침부터 하품이 나온다. 어제 너무 날뛰었더니 온 몸이 삐그덕 소리를 내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데 꼭 이럴 때 신발 끈이
재수 없게 풀렸다. 난 신발 끈을 다시 묶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뚜두둑
"어흑!"
그 순간 고통과 함께 들리면 이상한 소리가 내 허리에서 들려왔다. 이 모든 게 다 윈드의 후유증이다. 상금 100만 전만 받아도 억울하진
않다. 꼴랑 10만전 받고 몸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기회비용 치곤 너무 큰 대가이다.
"기선아아아아~!"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곧 그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채곤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학교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력질주로.
"야, 야이자식아 왜 도망치는데?"
"그야 아침부터 네놈을 보면 하루 일진이 재수 없으니까."
"감히 베프(베스트 프렌드)에게 그런 말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냐!"
"아침부터 뭔 개소리냐?"
하지만 난 결국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후우. 겨우 따라잡았네."
"그래서. 용건은?"
"새꺄. 친구가 학교좀 같이 가자는데 뭐 그리 삐딱하게 나오냐?"
"귀찮으니까."
"것보다 어제 정말 대단한걸 봤다."
"뭘?"
"아참. 넌 윈드 안 해서 모르겠구나~?"
"……."
저 새끼, 내가 아직도 윈드를 안하는 줄 알고 놀린다. 어떡하냐? 이 형은 어제 무투대회에서 날뛰던 사람인데.
아니나 다를까 준수 녀석은 어제 무투대회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거라면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 왜냐하면 난 경기에 나간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네가 그 장면을 못 봐서 그래. 마전사 둘이서 싸우는데 얼마나 멋진지. 아! 나도 마전사나 할 걸 그랬나?"
저 새끼가 아침부터 미친 소리를 짓거린다. 마전사를 하고 싶어서 해? 누군 하기 싫은걸 억지로 했구먼. 그걸 떠나서 내 앞에서 저딴
소리를 짓거린 다는 자체가 나를 화나게 한다. 아~ 참아야 하느니라.
"근데 넌 렙 몇이냐?"
내가 물어보자 준수새끼는 손가락을 지입에 가져다 대며 이렇게 말했다.
"비. 밀."
"……."
저 새끼를 오늘 죽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이 한 몸 바쳐 저런 또라이를 족치는 건 세계 평화를 지키는 일이니 상관없겠지?
"아무튼 너도 빨리 부모님한테 캡슐 한 대 사달라고 졸라. 윈드는 진짜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것 중 하나다."
"그래, 그래. 언젠간 꼭 해보마."
난 그렇게 말하곤 교문을 통과하였다. 그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난 웅성거리는 쪽을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주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 정민. 윈드 아이디는 '켈라' 이다. 일단 학교에서 아는 척을 하기엔 좀 그렇기에 그냥 지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같은 학교라고 말도 안했으니…….
"역시 이정민은 우리학교 여신이야. 난 태어나서 제만한 여자애는 진짜 본 적이 없다."
난 그런 여신과 같은 파티다 새꺄. 나중에 껴달라고 해도 안껴줘야지. 그리곤 저놈을 정신적 공황에 빠트리는 거다. 이렇게 한다면 난
피 한 방울 손에 안 묻히고 내 옆에서 중얼거리는 놈을 제거할 수 있다.
켈라는 학교에선 의외로 조용하게 지냈다. 윈드에서와는 전혀 딴판이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하지만 난 그런 켈라의 두 모습
이 다 좋다. 언제쯤 학교에서도 아는 척을 할 날이 올까~
학교에서의 생활은 상당히 빨리 지나갔다. 그냥 잠으로 때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야자를 하지 않는 나는 꽤 이른 시간에 윈드에 접
속할 수 있었다. 물론 엄마의 반대가 있었지만 가볍게 무마시켜버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도 옛날에 윈드를 했었다고 아빠한테 들
었는데 얼마나 강했을까? 음……. 이것도 꽤 궁금하군.
파아아앗
접속을 하자 신선한 공기가 내 폐 안으로 들어왔다. 게임 속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좀 일찍 들어왔나?"
난 약속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들어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평양성 근처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와글와글
역시 평양성은 국내성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성인지라 꽤 복잡했다. 국내성과 평양성을 오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 거주하고 있는 인
구 수 역시 많았다. 난 사람들이 파는 물건이나 구경을 하기 위해 시장이 형성된 동문으로 향했다.
"방금 득템한 진명삼지창 팔아요!"
"강철 명궁 살짝 손상된 거 급처로 팔아요!"
"불의 갑주 팝니다! 빨리 사가세요!"
사람들은 소리를 쳐가며 호객 행위를 했다. 물건들도 꽤 좋아 보인다. 그때 내 눈에 어떤 아이템이 하나 들어왔다. 반지였는데 보석은
푸른색으로 되어있었고 링은 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저기 이 반지 얼마정도 하나요?"
내가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판매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타이밍 한번 좋으시네. 마침 싸게 파려고 내놓은 거거든요. 단 돈 25만전만 주세요."
"네, 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분명히 25만전으로 들은 것 같은데…….
"25만 전이라고요."
"……."
잘못 들은 게 아니구나. 반지 하나에 25만전이나 하다니. 이건 너무 비싸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전 재산이 30만전인데…….
"너무 비싸네요. 나중에 사러 올게요."
"이런. 물건을 제대로 볼 줄 모르시는군요."
"……?"
"이 반지는 보통 반지가 아닙니다. 지력을 무려 7이나 올려주죠."
"그, 그렇게나요?"
"당연합니다. 한번 보실래요?"
"아, 네. 실례가 안 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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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청금반지
지력 7 증가
마력 200 증가
설명
마력을 담고 있는 반지. 지력 상승이 상당히 높
다. 때문에 주술사들이 애용하는 반지기도 하다.
하지만 꽤 희귀한 반지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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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력만 올려주는 줄 알았더니 마력까지 올려준다. 이건 엄청난 반지잖아?!
"어떤가요? 사실건가요?"
"사겠습니다. 당장 주세요."
결국 난 청금반지를 25만전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하였다.
"흠흠~."
아~ 기분이 좋다. 이게 바로 새로운 아이템을 구입했을 때의 기분인가?
그렇게 반지를 보곤 실실 쪼개며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저기…… 형."
"응?"
난 동생이 없는데 누가 나를 형이라고 부른 거지?
난 목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 사내아이 한명이 나를 서 있었다.
"넌 누구냐?"
"형이 알아서 뭐하게요?"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농담이에요. 다 큰 어른이 그런걸 꼭 진심으로 받아들여요?"
"적어도 이런 농담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어른은 몇 되지 않을걸? 그걸 떠나서 난 어른이 아니란다 이 재수 없는 꼬마야."
"에이. 사람이 뭐 그리 삭막하게 사시나요? 웃으면서 좀 살아요."
"……."
드디어 내 인내심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이 재수 없는 꼬마는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
나는 이런 놈에게 세상의 쓴 맛을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허리춤에 있는 진마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네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그리곤 검을 뽑으려는 순간이었다.
"형, 부탁이 있어요!"
"……?"
사람 빡치게 만들고 부탁? 개소리다. 아무리 어린 꼬마 놈이라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나도 알고 보면 성격 더러운 놈이다. 뭐, 밖
으론 잘 표현하진 않지만…….
"감히 나에게 깝치고도 연명할 줄 알았느냐?!"
"보, 보수가 있어요!"
멈칫
난 보수라는 단 한마디에 진마도를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곤 스마일 페이스를 유지하며 꼬마 녀석을 바라보았다.
"무슨 부탁이니?"
"……."
"뭐, 문제라도?"
"아, 아니에요. 역시 세상은 물질 만능주의에 찌들어 있는 것 같아요."
"너 같은 놈한테 그런 소릴 들으니 좀 이상한데."
"아무튼 제 부탁 들어주실 거죠?"
"보상이 뭔지나 들어보고."
그러자 그 꼬마는 자신의 손가락 세 개를 폈다. 난 곧 그 손가락의 의미를 알아채고 놀랐다.
"헉! 그, 그렇게나 많이? 어린놈이 돈이 뭐 그리 많냐?"
"제가 어릴 적부터 모아온 전 재산이에요."
어디 부잣집 놈인가? 옷차림을 보아 하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그래서 그 부탁이라는 게 뭔데? 누구 한명 족치는 거야? 어디 사는 누구야? 당장 가서 조지고 올게."
"전 그런 짓은 안하거든요?"
"……."
돈 때문에 잠깐 흥분을 한 것 같다. 아까 반지를 사는데 돈을 거의 다 써서 그런지 돈에 민감해졌다. 아, 그런데 이 반지 괜히 샀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이런 게 없어도 어디 가서 맞아 죽거나 하진 않는데……. 환불해 달라고 할까?
그런데 이게 또 마력 양을 은근히 많이 올려줘서 괜찮긴 한데…….
이래서 계획성 없는 충동구매는 화만 불러일으킨다. 앞으론 계획적으로 돈을 써야겠다.
"어떤 책을 두 권 찾아주셨으면 해요."
"책?"
"네. 저에겐 무척 소중한 책이에요. 어릴 적에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읽어 주시던 책이거든요."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네. 아마 여기 평양성에 있는 전갈굴 최상층에 있을거에요."
"……."
어째서 애가 읽는 책이 그딴 곳에 봉인되어 있는 건데? 이해 불가다.
"장소를 안다면 네가 가져오지 그러니?"
"저보고 지금 개죽음 당하라는 건가요?"
뭐 그런 의미도 살짝 담겼다만. 하긴 전갈 굴은 성 내부에 존재하는 사냥터중 그래도 중급 정도의 난이도에 속한다. 그런 곳을 10살도
안되 보이는 애 혼자서, 그것도 최상층까지 올라가라고 하는 것은 '너 그냥 뒈져버려라.' 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아마 자살 방
조죄가 성립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보고 그 곳에 있는 책 두 권을 가져와달라 이거지?"
"네. 바보는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전 또 형이 의뢰 내용을 이해 못할 줄 알았어요."
"너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짓거리면 이 세상의 빛을 두 번 다신 못 볼 거야."
난 웃으면서 의뢰주(그래도 일단은 나에게 의뢰를 했으니…….)에게 말했다.
"잘못하면 피 보겠네요."
아! 정말 죽이고 싶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는 거지? 도대체 가정교육을 얼마나 아스트랄하게 받은 거야?
"책이 이 평양성 전갈 굴에 있다는 거 확실한 정보지?"
"네. 저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그렇게 말씀 해 주셨어요."
"좋아. 그 의뢰 받아주지."
마침 사냥할 곳도 마땅히 없어서 찾고 있던 중이었는데 전갈굴이면 지금 가도 좋다. 그런데 이거 생각해 보니 돌발 퀘스트인건가?
"그럼 내일 이 시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요. 그때 보상을 드릴게요."
"뭐, 그래라."
뭔가 기분이 찝찝하긴 하지만 난 흔쾌히 의뢰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사냥도 해야 하는데 퀘스트도 같이 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
엇보다 보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놈이 그만한 돈을 쓴다는데 부탁을 들어주는 건 당연하다.
"그럼 다른 사람들을 기다려 볼까?"
난 모이기로 약속한 평양성 동문으로 가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너무 빨리 들어왔나?"
뭐 약속시간까진 10분이나 남았으니 당연할지도……. 사실 나도 약속을 그리 잘 지키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항상 친구들은 약속간보
다 10분 늦게 나온다. 내가 그때 나올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뭐,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게 좋다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난 오늘
약속시간에 무려 10분이나 일찍 나왔다. 이건 우리 동네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잔치를 벌일만한 일이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 누군가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아, 켈라?"
"으, 응. 안녕."
켈란 인사를 했지만 그다지 나를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뭐, 자신을 속였는데 실망이 클 만도 하지.
"……."
"……."
그런데 둘 다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으니 더럽게 어색하다. 예전엔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그땐 항상 켈라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왔
다. 그런데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뻥긋거리지 않는다. 한술 더 떠서 나하고 좀 떨어진 곳에 서 있다.
"……."
정말 미움 샀군…….
난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켈라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케, 켈라?"
"으, 응? 무슨 일이야?"
"저기……지난번에……."
"어? 두 분 다 일찍 나오셨네요?"
"……."
사과를 하려던 찰나에 분위기 파악 못하는 리발이 왔다. 이놈은 왜 이렇게 일찍 나타난 거래?
"아……."
결국 사과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타이밍 이랬거늘……. 난 그 중요한걸 놓쳐버렸다. 이게 다 저 재수 없는 리
발놈 때문이다. 내 인생 뒤틀리면 네놈의 뼈와 살을 분리시켜주마.
얼마 안 있자 노아 형도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형 왔어요?"
"그래. 어제 경기는 잘 봤다."
"뭐, 뭘요."
"그것보다 이젠 우리한테 뭐 숨기는 거 없지?"
"없어요. 이젠……."
"그럼 됐다."
노아 형은 오른 손으로 내 어깨를 쳤다. 이런 형이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 그럼 다들 모였으니 슬슬 사냥터나 정할까요?"
"아 그거라면 내가 정했어."
"어디로 가게요?"
"바로 전갈굴이야. 괜찮아?"
"네. 저흰 문제없어요. 아참. 피스형, 지금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나?"
그러고 보니 내 레벨이 좀 낮은 걸로 기억하는데……. 미친 마전사 필요경험치가 워낙 많아야지. 난 그래도 어떻게든 나의 노가다 기질과
실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큰 개지랄 이였다. 극복? 개소리다. 뭔놈의 경험치가 이리도 많은지 사냥하면 할수록 화
만났다. 그래서 내가 어느 시점에서 사냥을 때려치우고 수련만 한 것 같은데…….
난 나의 레벨을 알아보기 위해 내 시야 좌측 하단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44' 라는 절망적인 숫자가 쓰여 있었다. '43'도
'45'도 아닌 '44'였다. 참 더러운 숫자다. 내가 이딴 레벨을 달고 지금까지 돌아다녔다니! 설마 이번에 내가 죽는 건 아니겠지?
"44인데."
"……."
"……."
"……."
다들 침묵하는 분위기. 하긴, 저 인간들에 비하면 내 레벨이 턱없이 낮겠지. 아아~ 이것이 바로 마전사의 비애인가!
"형, 정말 44 맞아요?"
"어. 설마 내가 레벨도 구라칠 거 같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뭔데?"
"아니 어제 경기에서 보여준 싸움으로 봐선 형 레벨이 적어도 70은 가뿐히 상회할 줄 알았거든요."
"무슨 개소리야? 마전사중에 아직 70을 찍은 유저는 아무도 없다고. 뭐, 에센이라면 70에 가까울지도……."
"마전사란 직업 정말 사기네요."
"뭣이라! 감히 날 능멸하는 거냐!"
마전사가 사기라고? 웃기지도 않아. 내가 생각하건데 마전사는 절대 사기직업이 아니다. 오히려 유저를 엿 먹이는 직업이다. 저 말을 들
으니까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레벨이 44정도라니. 꽤 대단한데."
"뭐 한 달간 뼈 빠지게 수련만 한 결과긴 하죠."
내가 좀 고생했어야지.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고통을 느끼며 수련했는데 그 정도의 성과도 건지지 못하면 병신이다. 물론 내가 병신이란 소
리는 아니다. 다만 에센이 나보다 좀 더 강했을 뿐.
"……."
이렇게 말하니 변명같이 들리는군.
"그러고 보니 여러분은 레벨이 어떻게 되시나요?"
"56."
"55."
"58."
"……."
다들 50대 중반이 넘는다는 소린데……. 그럼 여기서 내가 제일 낮잖아?!
"그, 그럼 전갈 굴은 안 맞는 건가요?"
"아니. 전갈굴이면 괜찮은 경험치다. 뭐 그 편이 너도 괜찮을 것 같고 말이야."
"아하하……. 이거 폐만 끼쳐서 죄송하네요."
"우리 사이에 죄송은 무슨."
"그럼 슬슬 전갈 굴로 가보도록 할까요?"
우리 파티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전갈 굴을 향해 출발했다. 퀘스트를 위하여!
P.s
후 간만에 올리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