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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계 : 붉은 검 -엘프들③-

‘그러고 보니 저들은 줄곧 인간의 언어로 말했었군.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들었으면서도 겉모습 때문에 인간의 언어를 쓰는 건가.’
사도는 제5세계의 언어 중 인간과 엘프의 언어를 알았다. 처음 제5세계로 왔을 때는 알지 못했지만 아사와 만나 그의 말을 들으면서 엘프의 언어를 이해했고 후에 인간을 만나 인간의 언어를 이해했다. 그렇기에 엘프들이 엘프의 언어로 말해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만 아사와 헤어진 이후 엘프의 언어를 쓴 일이 없어서 인간의 언어에 익숙했기에 지금껏 엘프들이 엘프의 언어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해가 뜨는데… 깨울까?’
그러나 사도는 고개를 저었다. 어젯밤에 약간 무리했기에 좀 더 자게 놔두기로 했다. 사도도 크게 힘을 쓴 이후에는 상당히 오래 자는 편이었다. 그 정도로 힘을 쓰는 일이 드물기는 했지만 겪은 적이 제법 있었기에 곤히 자는 엘프들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엘프들은 해가 조금 더 높이 뜬 후에야 깨어났다. 약간 피곤한 기색이 있었지만 괜찮은 듯했다. 더 이상 마물과 마주칠 일은 없으니 조금쯤 피곤하다해도 상관없었다.
“출발하지.”
“네. 아마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됐군.”
사도는 엘프들을 따라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세계수의 숲은 상당히 복잡해서 출입한 경험이 한 번뿐인 사도는 쉽게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엘프들의 안내를 받아야했다. 엘프들의 안내를 받으며 하루를 걸어서 해가 진 이후에 사도는 엘프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엘프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고 사도는 기억을 떠올려 아사의 집으로 갔다. 아사의 집은 빛이 밝혀져 있지 않았다. 사도가 문을 두드리자 아사가 문을 열었다. 그의 얼굴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늙은 엘프의 얼굴이었다.
“왔군.”
엘프의 언어였다. 사도와 엘프의 언어로 대화한 기억이 있는 아사는 인간으로 보이는 사도의 모습을 보고도 엘프의 언어로 말했다. 인간의 언어도 알았지만 엘프의 언어가 아사에게는 더 편했고 사도는 어느 것이라도 상관없었다.
“약속한 게 있으니까. 그럼 왜 불렀는지 이유를 말해봐.”
“들어오게.”
아사의 집안에는 아사의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있었다. 사도와 아사는 각자 창가의 의자에 앉았다. 어두웠지만 아무도 빛을 밝히지는 않았다.
“미안하군. 하지만 빛을 밝히면 어린 것들이 깰지도 몰라서 말이야.”
“상관없어.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오니까. 왜 나를 불렀지?”
“환자가 있어. 숲 밖으로 나갔던 엘프 두 명이 돌아온 직후 병에 걸렸네. 전염은 되지 않고 있지만 낫지가 않아. 엘프들이 아는 치료방법을 모두 썼지만 완전히 낫지는 않고 좀 나아진 상태를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 고작이지.”
“정말 병인가?”
“엘프들의 치료술로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 없다고 할 수는 없어. 하지만 지금껏 그런 병은 들어본 적은 없네. 그래서 병이 아니라 다른 문제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 혹시 저주라던가…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확인해봐야겠군. 지금 가지. 환자라는 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안내하겠네.”
아사가 안내한 집에는 두 명의 엘프가 침대에 누워있었고 다른 두 명의 엘프가 잠들지 않고 환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 채 잠들어있는 두 명의 엘프는 겉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멀쩡하지 않았다. 피부에 이상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여기저기에 반짝이는 검은 가루 같은 것이 피부에 흔적을 남기고 몸속으로 파고들어간 상태였다.
‘이건 마치… 불씨 같은데. 아아, 흑화의 검은 불꽃의 불씨로군. 흑화가 제5세계로 온 건가? 이 엘프들이 흑화에게 무슨 짓을 했나보군. 죽지 않은 게 다행인가.’
“저주인가?”
“저주는 아니다. 병도 아니고.”
“치료할 수 있나?”
‘치료라… 치료라고 말하는 건 이상하지만 치료인가. 아직 깊이 파고들지 않았으니 파낼 수 있다. 1년이 넘었는데도 이정도 밖에 파고들지 않았다는 건 열심히 치료했다는 거겠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죽지는 않겠지만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있는 것, 후유증은 남지 않겠지만 죽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앞의 것으로 하지.”
“날카로운 단검이 필요해. 그리고 재생마법을 쓸 수 있는 엘프들을 전부 불러줘.”
아사는 곧 단검 하나와 여러 엘프들을 데려왔다. 밤중에 갑작스럽게 불려온 엘프들은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사도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지만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는 엘프는 없었다.
“지금부터 단검으로 환자의 상처를 잘라낸다. 출혈이 상당히 클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한 부분씩 잘라낼 때마다 마력을 아끼지 말고 재생마법을 써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랬다가는 죽을지도 몰라!”
“어차피 이대로 놔둬도 죽는다. 상처를 잘라내지 않고 치료할 수도 있지만 그건 죽을 가능성이 있다.”
“상처를 잘라내는 것도 죽을 가능성이 있잖아!”
“물론 당신들의 재생마법이 형편없다면 죽겠지. 당신들의 재생마법이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면 죽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쓰겠다.”
반발했던 엘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도는 환자의 검게 탄 부분으로 눈을 돌렸다. 환자들은 흐릿한 의식으로 깨어있었다.
“잘라낼 부분은 두 명의 것을 모두 합쳐서 일곱 부분이다. 시작한다.”
사도는 단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 잘라낼 부분을 꽉 붙잡고 피부에 검은 불씨의 흔적이 있는 부분을 잘라내어 바닥에 버렸다. 환자가 비명을 지르자 엘프들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재생마법을 사용했다. 사도는 상처가 출혈이 멎을 만큼 나아지자 다른 부분을 잘라내어 바닥에 버렸다. 엘프들은 완전히 치료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사도를 좋지 못한 눈으로 노려보았지만 재빨리 상처에 재생마법을 사용했다. 일곱 부분을 모두 잘라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도는 단검을 아사에게 돌려주고 바닥에 버려진 잘라낸 일곱 개의 살덩이를 하나하나 주워들어 불태웠다. 사도의 손에서 일곱 개의 살덩이들은 차례차례 불타버렸다.
“생각보다 많이 치료했지만 완치에는 약간 모자라는군. 그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후유증이 남겠나?”
“잘라낸 부분은 근육이 잘려나간 만큼 힘이 약해질 거다. 흉터도 남겠지.”
“심하지는 않군.”
“그건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 마법을 쓰는 자에게는 큰 후유증이 아니겠지만 몸을 단련하는 자에게는 치명적인 후유증이다. 단련하면 다시 근육이 붙을 수도 있겠지만.”
“죽을 위기를 넘긴 것에 비하면 작은 후유증이지.”
“그건 그렇지.”
마력이 거의 바닥난 엘프들이 지쳐서 쓰러졌다. 쓰러진 엘프들은 서로를 부축해서 일어서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처음에 반발했던 엘프는 돌아가지 않고 사도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들의 마력이 상처를 전부 치료하기에 부족할 거라는 걸 알고 완전히 치료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은 거야?”
“그럴 경우도 생각했지만 완치는 끝난 후에 해도 상관없으니 빨리 끝내려는 것이었다. 고통의 시간이 길어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아까 잘라낸 부분을 태우던데 마법을 쓸 수 있으면서 왜 당신은 재생마법을 쓰지 않지?”
“내가 나설 필요가 없으니까.”
실제로 사도가 나설 필요가 없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제5세계의 생명체를 제2세계의 기로 재생시킬 경우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그럴 경우에 어떻게 된다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고 실행해보지도 않았기에 불필요한 짓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형편없네.”
“그럴지도.”
“…그렇게 쉽게 인정해? 인간이라면….”
“난 인간이 아니거든.”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반면에 아사는 히죽 웃었다.
“흐음, 역시 그랬나?”
“당신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겠지.”
사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런데 니리스에 심었던 세계수를 파괴한 게 나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세계수를 감시하던 엘프들이 실버 드래곤 둘과 파괴적인 붉은색의 움직임을 보았다더군. 그때 자네의 검이 떠올랐지. 그런 붉은색의 검은 흔치 않으니까.”
“잠깐! 인간이 아니라니?”
“그냥 그렇다고만 알아. 그만 집에 가는 게 어때? 아사 당신도.”
“자네는?”
“저 둘에게 들어야 할 것이 있어.”
“중요한 일인가?”
“그건 잘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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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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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일발 2009.11.03. 23:36
음... 흑화가 무서운건가 보군요...

- 엘프는 인간보다 이속빠른거 빼면 뭐 특별한게 있나요...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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