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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 -목적지는 히아드②-

숲을 헤매기 시작한 지 이틀, 일행은 야누스와 스파드 외에도 3명이 더 늘었다. 스파드와 마찬가지로 도망치는 병사가 1명, 나머지 2명은 고용되었던 용병이었다.

“그런데 200명이 거의 다 당했으면 오크들이 엄청 많다는 거네요?”

야누스가 한 용병에게 물었다. 그런데 낮과 달리 목소리가 많이 가늘었다.

“오크들이 보통 수십 마리가 집단생활을 하니까 엄청 많은 거지. 하지만 병사들에 비해 그렇게 많다는 건 아니야. 오크 하나가 훈련된 병사 하나와 비슷한 전력이거든.”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쉬어도 되요?”

“너무 어둡잖아. 거기다 잠도 없이 계속 숲을 헤치고 나가다 오크나 몬스터랑 마주치면 어떻게 싸울래?”

“이 정도면 포기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오크들은 집념이 강한 편이라 이 정도로 포기하지 않아. 그만 자. 넌 불침번도 아닌데 왜 깨어있는 거냐?”

“아직 안 졸려요.”

“하긴, 잠이 올 상황이 아니지. 그런데 너 여자냐? 목소리가 완전히 여잔데? 후드를 쓰고 있으니까 얼굴이 잘 안 보여서 남잔지 여잔지 모르겠다.”

“비밀이에요. 전 이만 잘게요.”

“이상한 놈….”

야누스는 후드를 쓴 채로 풀이 무성한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크들에게 들킬 수 있어서 불은 피우지 않았지만 그다지 추운 날씨는 아니었기에 잠들기는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어리다는 이유로 불침번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잘 수가 있었다.



“야누스, 그만 일어나.”

“응… 아직 해도 안 떴잖아요.”

“어서 가자. 오늘 중이면 숲을 나갈 수 있을 거야.”

야누스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 때문에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아직 해가 뜨기 직전이어서 약간 어두웠지만 모두 가능한 빨리 숲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졸음을 쫒으며 걸음을 서둘렀다. 그 결과, 일행 모두가 점심때가 지나서 숲을 나올 수 있었다.

“후, 다행이 숲을 나왔군. 오크들도 따라오지 않은 것 같고.”

“그건 모르죠. 스파드 씨랑 루디 씨는 집으로 갈 거죠?”

“성으로 돌아가서 토벌대가 거의 전멸했다고 알려야지. 애초에 토벌대를 좀 많이 보냈으면 좋았는데 말이야.”

“그로이드 씨랑 프루스 씨는요?”

“일이 실패했으니 돌아가도 돈은 못 받을 것 같다. 가까운 도시에 있는 용병 길드에 가서 새 일거리나 알아봐야지. 넌 어디 가냐?”

“전 히아드로 가요. 플로아 축제가 열리거든요.”

“그래? 잘 가라. 그리고 그 후드 좀 벗고 다니지 그러냐? 로브가 검은 색이니까 무슨 흑마법사 같잖아.”

“히아드에 가서 로브를 바꾸면 되죠.”

야누스는 혀를 한 번 내밀고는 손을 흔들며 사람들로부터 멀어져갔다.

“거 참, 후드 벗기가 그렇게 싫은가?”

용병과 병사들도 각자 자기 갈 길로 흩어졌다. 한참을 멀어졌을 때, 레블이 말을 꺼냈다.

[안 들켰군. 남자 때와 여자 때의 목소리가 똑같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저 사람들 내가 잘 때 무슨 짓 했어?”

[몰라, 잤으니까. 어차피 로브 때문에 표시도 안 나잖아.]

“그래, 나 여자일 때 가슴 작다.”

[저놈들이 오드아이를 보면 뭐라고 할까?]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

야누스가 웃으면서 후드를 벗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긴 검은색 머리카락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눈동자의 색이 서로 달랐다. 오른쪽 눈동자는 붉은색이고 왼쪽 눈동자는 검은색이었다.

[흑마법사라, 의외로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군.]

“내 눈이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그런 말이 나와?”

[되게 따지네. 안 보이는 것도 아니잖아.]

“보기에 이상하잖아.”

[그만하고 후드나 덮어쓰지? 누가 볼지도 모르는데.]

“아무도 없잖아. 나도 가끔은 후드가 답답할 때가 있단 말이야. 지금은 좀 편하게 있을래.”

[히아드에 가면 다른 로브로 바꿀 거냐?]

“당연히 아니지. 돈 낭비야.”

야누스는 레블과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히아드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무런 일도 없이 길을 따라 걷기만 했다. 마물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이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그림자가 길어지자 잠시 멈춰서 해가 지는 걸 쳐다보던 야누스가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노숙인가?”

[적어도 숲속은 아니잖아. 마물 걱정은 없겠는데?]

“그냥 조금만 더 걸어보자.”

[맘대로 해. 어차피 걷는 건 너니까.]

“우우, 배고파. 오늘 내내 한 끼도 못 먹었어.”

[조금뿐이던 식량을 그 용병과 병사들이 다 먹어버렸으니 말이야. 며칠 굶을 거라는 예상은 했다만 생각보다 더 빨리 굶게 됐군.]

“식량이 모자랄 것 같으면 모자라다고 말을 해줬어야지!”

[내 일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빨리 마족이 되란 말이다. 마족은 성장기가 끝나면 안 먹어도 돼. 중간계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겠지만.]

“우이 씨, 그게 내 마음대로 돼?”

[마력만 자주 쓰면 되잖아?]

“넌 좋겠다. 배고플 일이 없으니까.”

야누스는 배고프다고 투정을 하며 물병을 꺼내 물을 마셨다.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고는 불을 피우는 것도 포기하고 길가의 풀밭에 누웠다.

[자게?]

“응,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깨워줘.”

[막 자려는 때에 미안하지만 잠드는 건 조금 미루는 게 좋겠어.]

“왜? 여기가 마물 영역도 아니잖아.”

[피 냄새가 난다. 인간의 피 냄새야. 가까워.]

“검에 봉인되어있으면서 피 냄새도 맡을 수 있어?”

[500년 동안 봉인이 꽤 약해졌으니까. 그리고 원래 마족은 감각이 좋고 특히 피 냄새 같은 것에 예민하거든. 방향은 지금까지 걸어온 쪽, 거리는 잘 모르겠지만 달리면 금방 닿겠어.]

“젠장, 배고프고 졸린데 뛰기까지 해야 돼?”

[그럼 그냥 무시해.]

“신경 쓰이잖아. 내일 좀 늦게 일어나면 되겠지. 먹을 걸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역시나 그거였냐.]

“배가 고파서 잠도 안 오고 궁금하기도 하니까. 그럼 좀 빠르게 가볼까?”

야누스의 몸에서 평소에는 감추어져있던 마력이 흘러나왔다. 주변으로 흘러나오던 투명한 마력은 잠시 검붉은 색으로 짙어지더니 점점 옅어지면서 다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야누스가 빠른 속도로 지나간 자리에는 이질적인 기운이 잠시 동안 희미하게 남았다.




*대화문이 많은 것은 지금은 할 일 없이 걷고만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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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레벨:1]민수사이더 2009.01.31. 22:08
ㅎㅎㅎ 재밌게 읽구있어요~ >_< 다음회두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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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0]일발 2009.02.01. 23:45
음.. 그런데 마족이 되는 과정에서 외관이 크게 변하는거 같은데.. 결국은 어떤 모습이 될나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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