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목적지는 히아드③-
- 진청룡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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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다 말고 걸어온 길을 따라 뛰던 야누스의 눈에 어두운 형체가 드러났다. 어두웠지만 마족화가 진행되면서 밤눈이 좋아진 야누스는 그것이 땅에 쓰러진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후드를 덮어쓰고 마력을 감춘 후에 가까이 가보니 화살이 여러 개 박힌 채 죽어있었고 피 냄새가 진하게 났다.
“죽었어.”
[살해된 거다. 화살을 맞았다는 건 인간에게 살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발소리가 나.”
[그보다 더 멀리서는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군.]
야누스는 시체를 그냥 두고 검을 뽑았다. 발소리는 야누스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체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검을 든 사람과 활을 든 사람이 뛰어오는 것이 보이자 야누스는 주저 없이 달려 나가 두 사람을 베어버렸다.
[어느 쪽을 도와야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죽여도 돼?]
“화살에 맞은 시체와 추적해온 두 명. 암만 봐도 두 놈이 쫒는 쪽이고 시체는 쫒기는 쪽이잖아? 그리고 저 시체는 무기도 없었어. 그러니까 무기도 없는 상대를 쫒아온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좀 더 가보자. 싸우는 소리도 멀지 않으니까. 난 조용히 있어주지.]
야누스는 검을 들고 달리던 방향 그대로 달렸다. 10분 정도를 달려왔을 때, 피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그러나 세 명의 서있는 사람들이 보일만큼 가까워져도 싸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참 전에 상황이 끝나버린 것이다.
‘뭐야, 이미 끝난 건가? 어느 쪽이 이겼지?’
상황을 몰라서 그저 쳐다보고만 있는데 서있던 세 명이 야누스가 있던 쪽을 보더니 살기를 드러내며 공격해오자 야누스는 재빨리 팔로 눈을 가리며 외쳤다.
“플래시!”
“읏!”
야누스의 바로 앞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한 빛이 터졌다. 빛은 금방 사라졌지만 어둠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강한 빛을 받는 바람에 세 명은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바람에 야누스의 검이 들어오는 것조차 모르고 죽어나갔다.
“작전 성공.”
[잔머리하고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마법을 써? 라이트.”
야누스는 동그란 빛의 구체를 자신의 키보다 조금 더 높은 공중에 띄워놓고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죽인 세 명을 포함해 여러 구의 시체가 널려있었고 가까이에 수수한 마차 한 대가 있었지만 말은 없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싸우다 죽었는지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시체를 살펴보았지만 암만 살펴봐도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다 죽어버렸잖아.”
[일단 마차 안을 살펴봐.]
야누스는 레블이 말하는 대로 마차 안을 뒤졌다. 그러자 바닥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특이한 모양의 긴 은색막대가 나왔다. 한 쪽 끝은 가로세로로 교차된 가지와 머리만한 원이 겹쳐져있는데 원의 내부에 있는 가지와 달리 원의 외부에 있는 약 20cm의 세 개의 가지는 검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져서 다른 한 쪽은 송곳처럼 뾰족했는데 길이가 야누스의 키보다 훨씬 길었다.
“내가 그렇게 큰 키는 아니지만 엄청 긴데? 2m도 넘겠어. 무기인가?”
[무기로 쓸 수는 있겠지만 아닌 것 같다. 무기로 쓰기엔 너무 부담스럽지 않냐? 내가 보기엔 그냥 장식품이야.]
“하긴,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겼네. 엄청 가벼운 거 보니 미스릴인 것 같은데?”
[미스릴?]
“미스릴이 아니면 이렇게 가벼울 리가 없잖아. 색도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은색이고.”
[횡재했군. 그 정도 양이면 검 3자루는 만들겠어. 엄청 비싸겠는데?]
“횡재는 무슨, 전부 죽었으니 일단 가져가야겠지만 내 것도 아닌 걸 어떻게 파냐?”
[그러면 들고 다니게? 미스릴인데다 길이나 생긴 걸로 따져도 가지고 다니기에도 불편하잖아. 하긴, 돈이나 보석으로 바꿔도 마찬가지겠네.]
“곤란한 걸 주운건가.”
야누스는 특이한 모양의 막대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라이트 마법을 공중에 띄어놓았으니 누군가가 보았다면 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야누스는 라이트 마법을 없애고 원래대로 방향을 잡고 길을 따라 걸었다. 원래는 길가에서 노숙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시체가 널린 곳에 가까이 있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에 밤새 걷기로 생각을 바꿨다. 약간 졸리겠지만 인간에 더 가깝다하더라도 마족화가 진행되어가는 몸이라 며칠정도는 자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배가 고파서 잠도 오지 않았다. 시체에서도 마차에서도 식량은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아, 배고프다.”
[미스릴 막대는 찾았는데 본래 목적인 식량은 못 찾았군.]
“그런데 이 미스릴 막대를 뭐라고 하지? 미스릴 막대라고 부를 순 없잖아.”
[크로스 스피어?]
“그거 괜찮네. 그런데 꼭 무기 이름 같다?”
[무기로 쓰기엔 어렵겠지만 무기처럼 생기긴 했잖아. 생각해보니 마법사가 쓰는 무기 같아. 크기는 좀 크지만 마법사에게 어울리게 생기지 않았어? 미스릴은 마나를 잘 받아들이잖아.]
“그럴듯하긴 한데 암만 생각해도 너무 길어.”
[내 생각에도 그래.]
“그러고 보니 검의 이름이 뭐야? 레블은 검의 이름이 아니라 봉인된 마족의 이름이잖아.”
[그딴 거 생각한 적 없는데? 그냥 레블이라고 해. 구분하면 복잡해져.]
“그러면 나야 편하지.”
[배고프다면서 왜 그렇게 주절거리는 거냐?]
“다른데 신경 쓰면 좀 나을 것 같아서.”
[그냥 마력개방하고 뛰는 게 어때? 그러면 밝기 전에 어딘가에 도착할 텐데. 그럼 플로아 축제 전에 히아드에 도착하는 건 간단해.]
“배고파서 뛰기도 싫어. 그리고 너무 빠르면 여행이 재미가 없잖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배고파 죽겠다. 일단 마을근처까지만 마력개방하고 뛰어야겠어.”
[성벽이잖아? 아, 해 뜬다.]
“성벽이 있는 영지는 가끔 검문이 까다로운데. 이 이른 시각에 문 열어줄까?”
[그냥 넘어가지? 신분증도 없으면서.]
“젠장, 왜 평민은 18세가 되어야 신분증이 나오는 거야? 또 넘어야 되잖아.”
야누스는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불만을 토해내며 멀찍이 떨어져서 성벽 위를 살폈지만 중간 중간마다 병사들이 서있었고 가끔씩 아래에서 불빛이 올라오는 곳이 있었다. 넘어갈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자 야누스는 병사들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성벽 가까이 다가가 졸린 것 같은 병사들이 서있는 사이로 뛰어올랐다. 가공할만한 도약이었건만 작은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햇빛에 미스릴로 된 크로스 스피어가 반짝거렸지만 졸고 있는지 보는 병사가 아무도 없었다. 소리 없이 성벽에서 뛰어내린 야누스는 그대로 좁은 골목으로 사라졌다.
*다른 곳에는 올려놓고 바람놀이터랑 바람서치에는 올리는 걸 깜빡했네요.
“죽었어.”
[살해된 거다. 화살을 맞았다는 건 인간에게 살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발소리가 나.”
[그보다 더 멀리서는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군.]
야누스는 시체를 그냥 두고 검을 뽑았다. 발소리는 야누스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시체를 향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검을 든 사람과 활을 든 사람이 뛰어오는 것이 보이자 야누스는 주저 없이 달려 나가 두 사람을 베어버렸다.
[어느 쪽을 도와야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죽여도 돼?]
“화살에 맞은 시체와 추적해온 두 명. 암만 봐도 두 놈이 쫒는 쪽이고 시체는 쫒기는 쪽이잖아? 그리고 저 시체는 무기도 없었어. 그러니까 무기도 없는 상대를 쫒아온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좀 더 가보자. 싸우는 소리도 멀지 않으니까. 난 조용히 있어주지.]
야누스는 검을 들고 달리던 방향 그대로 달렸다. 10분 정도를 달려왔을 때, 피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그러나 세 명의 서있는 사람들이 보일만큼 가까워져도 싸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참 전에 상황이 끝나버린 것이다.
‘뭐야, 이미 끝난 건가? 어느 쪽이 이겼지?’
상황을 몰라서 그저 쳐다보고만 있는데 서있던 세 명이 야누스가 있던 쪽을 보더니 살기를 드러내며 공격해오자 야누스는 재빨리 팔로 눈을 가리며 외쳤다.
“플래시!”
“읏!”
야누스의 바로 앞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한 빛이 터졌다. 빛은 금방 사라졌지만 어둠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강한 빛을 받는 바람에 세 명은 시야가 하얗게 변하는 바람에 야누스의 검이 들어오는 것조차 모르고 죽어나갔다.
“작전 성공.”
[잔머리하고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마법을 써? 라이트.”
야누스는 동그란 빛의 구체를 자신의 키보다 조금 더 높은 공중에 띄워놓고 주변을 살폈다. 자신이 죽인 세 명을 포함해 여러 구의 시체가 널려있었고 가까이에 수수한 마차 한 대가 있었지만 말은 없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싸우다 죽었는지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시체를 살펴보았지만 암만 살펴봐도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다 죽어버렸잖아.”
[일단 마차 안을 살펴봐.]
야누스는 레블이 말하는 대로 마차 안을 뒤졌다. 그러자 바닥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특이한 모양의 긴 은색막대가 나왔다. 한 쪽 끝은 가로세로로 교차된 가지와 머리만한 원이 겹쳐져있는데 원의 내부에 있는 가지와 달리 원의 외부에 있는 약 20cm의 세 개의 가지는 검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져서 다른 한 쪽은 송곳처럼 뾰족했는데 길이가 야누스의 키보다 훨씬 길었다.
“내가 그렇게 큰 키는 아니지만 엄청 긴데? 2m도 넘겠어. 무기인가?”
[무기로 쓸 수는 있겠지만 아닌 것 같다. 무기로 쓰기엔 너무 부담스럽지 않냐? 내가 보기엔 그냥 장식품이야.]
“하긴,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겼네. 엄청 가벼운 거 보니 미스릴인 것 같은데?”
[미스릴?]
“미스릴이 아니면 이렇게 가벼울 리가 없잖아. 색도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은색이고.”
[횡재했군. 그 정도 양이면 검 3자루는 만들겠어. 엄청 비싸겠는데?]
“횡재는 무슨, 전부 죽었으니 일단 가져가야겠지만 내 것도 아닌 걸 어떻게 파냐?”
[그러면 들고 다니게? 미스릴인데다 길이나 생긴 걸로 따져도 가지고 다니기에도 불편하잖아. 하긴, 돈이나 보석으로 바꿔도 마찬가지겠네.]
“곤란한 걸 주운건가.”
야누스는 특이한 모양의 막대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라이트 마법을 공중에 띄어놓았으니 누군가가 보았다면 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야누스는 라이트 마법을 없애고 원래대로 방향을 잡고 길을 따라 걸었다. 원래는 길가에서 노숙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시체가 널린 곳에 가까이 있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에 밤새 걷기로 생각을 바꿨다. 약간 졸리겠지만 인간에 더 가깝다하더라도 마족화가 진행되어가는 몸이라 며칠정도는 자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배가 고파서 잠도 오지 않았다. 시체에서도 마차에서도 식량은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아, 배고프다.”
[미스릴 막대는 찾았는데 본래 목적인 식량은 못 찾았군.]
“그런데 이 미스릴 막대를 뭐라고 하지? 미스릴 막대라고 부를 순 없잖아.”
[크로스 스피어?]
“그거 괜찮네. 그런데 꼭 무기 이름 같다?”
[무기로 쓰기엔 어렵겠지만 무기처럼 생기긴 했잖아. 생각해보니 마법사가 쓰는 무기 같아. 크기는 좀 크지만 마법사에게 어울리게 생기지 않았어? 미스릴은 마나를 잘 받아들이잖아.]
“그럴듯하긴 한데 암만 생각해도 너무 길어.”
[내 생각에도 그래.]
“그러고 보니 검의 이름이 뭐야? 레블은 검의 이름이 아니라 봉인된 마족의 이름이잖아.”
[그딴 거 생각한 적 없는데? 그냥 레블이라고 해. 구분하면 복잡해져.]
“그러면 나야 편하지.”
[배고프다면서 왜 그렇게 주절거리는 거냐?]
“다른데 신경 쓰면 좀 나을 것 같아서.”
[그냥 마력개방하고 뛰는 게 어때? 그러면 밝기 전에 어딘가에 도착할 텐데. 그럼 플로아 축제 전에 히아드에 도착하는 건 간단해.]
“배고파서 뛰기도 싫어. 그리고 너무 빠르면 여행이 재미가 없잖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배고파 죽겠다. 일단 마을근처까지만 마력개방하고 뛰어야겠어.”
[성벽이잖아? 아, 해 뜬다.]
“성벽이 있는 영지는 가끔 검문이 까다로운데. 이 이른 시각에 문 열어줄까?”
[그냥 넘어가지? 신분증도 없으면서.]
“젠장, 왜 평민은 18세가 되어야 신분증이 나오는 거야? 또 넘어야 되잖아.”
야누스는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불만을 토해내며 멀찍이 떨어져서 성벽 위를 살폈지만 중간 중간마다 병사들이 서있었고 가끔씩 아래에서 불빛이 올라오는 곳이 있었다. 넘어갈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자 야누스는 병사들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성벽 가까이 다가가 졸린 것 같은 병사들이 서있는 사이로 뛰어올랐다. 가공할만한 도약이었건만 작은 숨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햇빛에 미스릴로 된 크로스 스피어가 반짝거렸지만 졸고 있는지 보는 병사가 아무도 없었다. 소리 없이 성벽에서 뛰어내린 야누스는 그대로 좁은 골목으로 사라졌다.
*다른 곳에는 올려놓고 바람놀이터랑 바람서치에는 올리는 걸 깜빡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