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SS - Part2 난 저주받았다 #3
- 와탕
- 442
- 2
TW Second Season
Part2
난 저주받았다 #3
주술사 길드를 나온 나는 새로 배운 마법 사용법을 계속 생각하며 쥐굴로 다시 돌아갔다.
낑낑
아씨! 이 굴은 도대체 왜 이따구로 만든거래? 들어가기 한번 더럽게 힘드네.
난 씨부렁 거리며 쥐굴 입구를 돌파하였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TWR GM들은 도대체 무슨 마인드를 가지고 이딴 굴을
만든거지? 유저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건가
파아아앗
다시 한번 워프게이트를 타고 들어온 쥐에선 말로는 표현 못할 오묘한 냄새가 진동해왔다. 마법 사용법도 익혔겠다, 새롭게 마음도 다
잡았겠다. 난 쥐들을 박멸할 커다란 포부를 갖고 한걸음 힘차게 내딛었다.
첨벙!
"……."
뭐냐? 이 익숙한 물소리는?
난 시선을 아래로 내려 내 발을 보았다. 그러자 내 시야엔 나의 오른발이 물 웅덩이를 가격해 신발이 다 젖은 광경이 들어왔다. 게다가
그 더러운 물이 내 바지에까지 튀어 상당히 기분이 더러웠다. 그런데 이 기분은 조금전 쥐굴에 왔을때도 느낀거 같은데…….
어쨋든 간에 더러운 기분을 멀리 한 나는 다시 쥐들을 찾기 위해 앞으로 쭈욱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찍! 찍!
멀리서 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대해 경계를 하기 위해 난 칼집에서 지혜의 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릉
맑은 소리와 함께 뽑힌 지혜의 검을 쥔 나는 쥐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벽에 걸려있는 횃불의 불빛으로 인하여 보이는 한 쥐
를 발견하였다. 그 쥐는 피부가 핏빛처럼 새빨갰으며 내가 처음에 잡았던 쥐보다는 몸집이 약간 작았다.
"다음 타겟은 네놈인가?"
난 씨익 한번 웃어준 다음 인정사정 볼것없이 빨간 쥐를향해 달려갔다.
"죽어라! 그리고 나의 경험치가 되어라!"
그 말과 함께 난 지혜의 검을 빠른 속도로 찔러넣었다.
푸욱-!
아싸! 느낌 좋고!
-찌이이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혜의 검은 빨간 쥐의 어깨 부분에 박혔다. 이 한방으로 쥐가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지혜의 검을 빠르
게 뽑은 뒤 다시 자세를 취하였다. 그런데 이상한게 저 빨간 쥐는 아무렇지도 않는 것 같았다. 처음에 '찌이이익!' 하고 울어댄 것 이외
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참을성이 있는 놈?"
……일리는 없고. 그럼 뭐지?
그순간 빨간 쥐는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쿵! 쿵! 쿵!
"으, 으아악! 저거 뭐야?"
빨간 쥐는 나를 덮칠 기세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이내 진짜로 나를 덮치고야 말았다.
"크윽……."
넘어질 때 녀석에게 부딪힌 데미지가 상당했다. 난 빨리 녀석을 내 위에서 떼어내기 위해 지혜의 검을 위로 치켜든 다음 그대로 찌르려
고 하였다. 그런데 빨간 쥐가 갑자기 내 어깨를 '덥석' 하고 물었다.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이빨이 내 어깨를 파고들었다.
"크윽!"
처음엔 조금 따가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내 몸에서 무언가가 빨리는 느낌이 들었다.
"으으으…… 이거 도, 도대체 뭐야?"
난 이상한 느낌을 뒤로한 채 체력 게이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현상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야 말았다.
"피, 피가 빨려?"
그랬다. 내 체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난 그제서야 내 과오를 질책하기 시작하였다. 너무 성급하게 덤비는게 아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 사이에도 내 피는 계속해서 빨리기 시작하였다. 그 더러운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나는 빠른 속도로 빨간
쥐. 아니, 흡혈쥐의 눈을 향해 지혜의 검을 찔러넣었다.
푸우욱-!
-찌이이익!
흡혈쥐는 내 어깨에서 입을 떼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하고 난 지혜의 검을 뽑은 다음 녀석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물
러났다.
띠링
[출혈 상태에 걸렸습니다. 일정 시간동안 체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젠장……."
난 떨어지고 있는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인벤토리에 모셔두었던 도토리를 계속해서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체력이 다시 보충되
는게 보였다. 그런데 이 도토리는언제 먹어도 더럽게 맛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불평을 할 때가 아니다. 어깨에선 아직도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눈 앞에 있는 흡혈쥐는 살아있었다.
-찍찍찍!
"뭐라고?"
니가 울어서 어쩌라는거냐? 내가 쥐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난 조금 전에 해두에게 배웠던 마법 사용법을 생각하며 지혜의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화염주."
파아아아앗-!
마법을 외우자 지혜의 검 검날이 붉은 빛을 띄기 시작하였다.
"오오오오! 신기하다!"
와~ 이거 진짜 신기하다. 내가 진짜 이런 짓거리도 할 수 있구나!
하지만 이런 즐거운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끝내야 했다. 흡혈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난 지혜의 검을 아래로 향하게 든 다
음 흡혈쥐를 바라보았다.
"뒈져라! 화염주!"
난 지혜의 검을 위로 빠르게 그어올렸다. 그러자 흡혈쥐의 아래에서 내 키만한 불기둥이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푸아아아앙-!
-찍찌이이이익!
화염주는 흡혈쥐를 뚫고 지나갔으며 전신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난 그런 불구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지혜의 검을 고
쳐쥐고는 눈 앞에서 불타고 있는 흡혈쥐를 향해 달려갔다.
"이 쥐새끼야, 죽어라!"
촤아아아악!
지혜의 검은 흡혈쥐의 목을 빠르게 베었고 흡혈쥐의 목 부위에서는 피가 튀었다. 그러다가 흡혈쥐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 자
리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쿠웅!
"하아……하아……."
너무 많이 움직였는지 체력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젠장. 죽는건가?"
게임상에서의 첫 죽음이라……. 뭐, 아파서 죽는 것보다는 나은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더럽다. 피가 빨려서 죽다니! 이렇게 죽는 것도 뭐
좋지만은 않다. 솔직히 말해서 누가 뒈지는걸 좋아하겠는가?
띠링~
그런데 내 귓가에선 여신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에엑?!"
무려 레벨이 3씩이나 올랐다. 그 극악의 경험치를 자랑하던 마전사가 쥐새끼 한마리 잡고 레벨을 3이나 올린 것이었다.
"하하……."
파아아앗-!
밝은 빛무리가 내 몸을 휘감으며 올라갔고 체력과 마력 모두 회복되었다. 또한 출혈 상태도 사라져서 더이상 피가 빨리는 일은 없었다.
"후후. 잘못된 선택 치곤 엄청난 보상인데?"
난 그렇게 말하며 방금전 레벨업으로 받은 15의 포인트를 어디다 투자할지 고민하였다.
"으음……. 마전사니까 체력, 마력, 지력, 힘, 민첩 모두 찍어야 하는데……에엑?"
그러고 보니 마전사는 뭐 하나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워낙에 어정쩡한 직업이다 보니까 다른 직업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치들을 골고루
올려야만 했다. 그래서 난 15의 포인트중 5포인트를 힘에, 4포인트를 지력에, 그리고 나머지 6포인트는 3포인트로 나누어 체력과 민첩
에 투자하였다. 아직까지는 마법을 난사할 능력이 되지 않았기에 마력은 그냥 레벨이 올라가면서 자연히 올라가는 양으로 만족해야 했
다.
"쥐새끼 한마리 잡는게 이렇게 어려워서야 쓰나……."
정말 저런 쥐새끼들 잡는데 소비한 체력이며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뭐, 흡혈쥐를 만난건 내가 재수없기 때문이고. 앞으로는 쥐들을 잡
는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켜야 겠다. 그래서 세운 목표가 바로 쥐새끼 한마리 잡는데 3분 이상 걸리지 않기. 이다. 현재 내가 쥐새끼 한
마리 잡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 대략 6분에서 10분. 이걸 3분으로 단축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뭐, 레벨이 오르면 자연스레
그 시간은 단축 되겠지만 말이다.
"……."
그런데 이제 고작 쥐 두마리 잡은걸로 평균 시간 내는것도 존나 웃기다. 게다가 일반 쥐도 아니고 흡혈쥐를 잡았는데 저런 계획을 잡는
것 또한 삽질하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미리 잡아두는게 좋다. 괜히 나중에 가서 잡을 필요는 없다. 내 레벨은 아직 13. 목표를 잡아도
좋은 레벨이다."
"후우~ 그럼 계속해서 잡아볼까?"
방금 전 마법으로 쥐를 잡아서 좋은 것도 있고 레벨이 3씩이나 올라서 들뜬 기분도 있었기에 그 기세를 몰아서 쥐들을 박멸하기로 마음
먹었다.
"흠…… 그런데 옷이 영 마음에 안드네."
그도 그럴것이 현재 내 옷은 처음 시작할 때 받은 초보자용 옷이었다. 연두색 천으로 만들어진 옷인데 실용성은 제로. 그저 신체의 중요
부위만 가리라고 준 옷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내 옷에는 더러운 물들이 상당히 많이 튀어서 짜증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옷이나 바꿀까?"
……라고 해도 돈이 없어서 못바꾸네? 하하하!
그렇게 열심히 동굴 구석에서 혼자 삽질을 하는 나였다.
"하아아압!"
촤아아아악-!
커다란 쥐는 비틀비틀거리며 이내 바닥에 쓰러졌고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시간 한번 더럽게 단축 안되네."
벌써 잡은 쥐들만 해도 열마리다. 그런데 아직까지 레벨이 올랐다는 소리는 듣지도 못했으며 시간 단축은 개뿔. 5분 아래로 내려가지를
않는다. 뭐, 아까보다는 쥐들을 많이 잡아서 그런지 패턴도 익혔고 또한 검을 다루는 법 또한 많이 익숙해졌다. 마법은 화염주나 뢰진주
를 두번 쓰면 마력이 완벽하게 제로가 되어 사라져 버리니 그렇게 기대할 것은 못됐다.
"쩝. 레벨이나 팍팍 오르면 좋은데."
하지만 마전사가 이런소리를 짓거리면 참 웃기다. 경험치 패널티를 두배나 받는 놈이 이런 소리를 해대다니……내가 말하고도 바보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마전사의 경험치가 극악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를 몸소 체험해 보니 알 것 같았다. 쥐들을
열 마리나 잡았는데 경험치는 고작 10퍼센트도 안올랐다. 보통 이 레벨정도면 벌써 20퍼센트는 올라야 하는데 10퍼센트도 오르지를 않
다니…….
그냥 아이디 삭제하고 다시 키워?
하지만 그건 또 귀찮지. 그런데 아직까지 마전사가 좋다 할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전사가 신수마법을 쓴다는 정도랄까? 어쨋든 간에
아직은 시작 단계이니 마전사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겠다.
이렇게 잡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에서 무언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이거 뭔가 불안한데……."
내 불안한 감은 100퍼센트 적중하였다.
-찍! 찍!
쥐다. 근데 이상하게 생긴 쥐이다. 잠깐, 저게 쥐야?
피부는 은색으로 덥혀있었으며 꼭 철판같았다. 게다가 몸집도 큰쥐와 맞먹는 것 같았다.
"음……너는 누구니?"
- …….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 내가 또라이군.
난 놈의 정보를 알아볼 방법이 없나 찾아보다가 떠오른 것이 한가지 있었다.
"그렇지. 그게 있었군. 도감."
그러자 내 시야 좌측에 두루마리 한장이 펼쳐지며 앞에 있는 녀석과 똑같이 생겨먹은 쥐 한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
이름 : 자생원
설명 : 쥐굴에서 서식하는 보스급 몬스터. 전신
이 단단한 은색 피부로 뒤덥혀 있어서 방
어력이 높으며 공격력 또한 강하다. 초보
자들은 조심해야할 몬스터중 하나이다.
쥐굴에서 보기 드문 쥐이다.
드롭 아이템
금전 1000전, ? ? ?
---------------------------------------
"……."
아놔. 오늘 내 일진 왜이리 사납냐? 지생원이란다. 보스급. 게다가 보기도 드문데다가 초보자들은 조심하라고 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미 내 앞에 있는데.
"하하. 너가 자생원……이니?"
-찍찍!
그렇댄다. 아~ 이런녀석을 어떻게 상대해야한단 말인가 그냥 화염주랑 뢰진주로 조져?……라고 말해도 녀석이 그걸 다 맞고 안죽으면
난 사망이다. 아이씨. 왜 내 앞엔 이런 놈들만 보이는건데? 설마 내 캐릭이 저주캐인건 아니겠지?
-찍! 찍! 찍!
또 맞댄다.
"후우~"
난 크게 심호읍을 한 뒤 지혜의 검을 뽑아들었다. 시간을 보니 바깥은 벌써 8시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거 빨리 끝내고 가야겠구만."
Part2
난 저주받았다 #3
주술사 길드를 나온 나는 새로 배운 마법 사용법을 계속 생각하며 쥐굴로 다시 돌아갔다.
낑낑
아씨! 이 굴은 도대체 왜 이따구로 만든거래? 들어가기 한번 더럽게 힘드네.
난 씨부렁 거리며 쥐굴 입구를 돌파하였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서 하는 말인데 TWR GM들은 도대체 무슨 마인드를 가지고 이딴 굴을
만든거지? 유저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건가
파아아앗
다시 한번 워프게이트를 타고 들어온 쥐에선 말로는 표현 못할 오묘한 냄새가 진동해왔다. 마법 사용법도 익혔겠다, 새롭게 마음도 다
잡았겠다. 난 쥐들을 박멸할 커다란 포부를 갖고 한걸음 힘차게 내딛었다.
첨벙!
"……."
뭐냐? 이 익숙한 물소리는?
난 시선을 아래로 내려 내 발을 보았다. 그러자 내 시야엔 나의 오른발이 물 웅덩이를 가격해 신발이 다 젖은 광경이 들어왔다. 게다가
그 더러운 물이 내 바지에까지 튀어 상당히 기분이 더러웠다. 그런데 이 기분은 조금전 쥐굴에 왔을때도 느낀거 같은데…….
어쨋든 간에 더러운 기분을 멀리 한 나는 다시 쥐들을 찾기 위해 앞으로 쭈욱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찍! 찍!
멀리서 쥐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대해 경계를 하기 위해 난 칼집에서 지혜의 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릉
맑은 소리와 함께 뽑힌 지혜의 검을 쥔 나는 쥐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벽에 걸려있는 횃불의 불빛으로 인하여 보이는 한 쥐
를 발견하였다. 그 쥐는 피부가 핏빛처럼 새빨갰으며 내가 처음에 잡았던 쥐보다는 몸집이 약간 작았다.
"다음 타겟은 네놈인가?"
난 씨익 한번 웃어준 다음 인정사정 볼것없이 빨간 쥐를향해 달려갔다.
"죽어라! 그리고 나의 경험치가 되어라!"
그 말과 함께 난 지혜의 검을 빠른 속도로 찔러넣었다.
푸욱-!
아싸! 느낌 좋고!
-찌이이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혜의 검은 빨간 쥐의 어깨 부분에 박혔다. 이 한방으로 쥐가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지혜의 검을 빠르
게 뽑은 뒤 다시 자세를 취하였다. 그런데 이상한게 저 빨간 쥐는 아무렇지도 않는 것 같았다. 처음에 '찌이이익!' 하고 울어댄 것 이외
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참을성이 있는 놈?"
……일리는 없고. 그럼 뭐지?
그순간 빨간 쥐는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쿵! 쿵! 쿵!
"으, 으아악! 저거 뭐야?"
빨간 쥐는 나를 덮칠 기세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이내 진짜로 나를 덮치고야 말았다.
"크윽……."
넘어질 때 녀석에게 부딪힌 데미지가 상당했다. 난 빨리 녀석을 내 위에서 떼어내기 위해 지혜의 검을 위로 치켜든 다음 그대로 찌르려
고 하였다. 그런데 빨간 쥐가 갑자기 내 어깨를 '덥석' 하고 물었다.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이빨이 내 어깨를 파고들었다.
"크윽!"
처음엔 조금 따가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내 몸에서 무언가가 빨리는 느낌이 들었다.
"으으으…… 이거 도, 도대체 뭐야?"
난 이상한 느낌을 뒤로한 채 체력 게이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현상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야 말았다.
"피, 피가 빨려?"
그랬다. 내 체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난 그제서야 내 과오를 질책하기 시작하였다. 너무 성급하게 덤비는게 아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 사이에도 내 피는 계속해서 빨리기 시작하였다. 그 더러운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나는 빠른 속도로 빨간
쥐. 아니, 흡혈쥐의 눈을 향해 지혜의 검을 찔러넣었다.
푸우욱-!
-찌이이익!
흡혈쥐는 내 어깨에서 입을 떼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하고 난 지혜의 검을 뽑은 다음 녀석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물
러났다.
띠링
[출혈 상태에 걸렸습니다. 일정 시간동안 체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젠장……."
난 떨어지고 있는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인벤토리에 모셔두었던 도토리를 계속해서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체력이 다시 보충되
는게 보였다. 그런데 이 도토리는언제 먹어도 더럽게 맛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불평을 할 때가 아니다. 어깨에선 아직도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눈 앞에 있는 흡혈쥐는 살아있었다.
-찍찍찍!
"뭐라고?"
니가 울어서 어쩌라는거냐? 내가 쥐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난 조금 전에 해두에게 배웠던 마법 사용법을 생각하며 지혜의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화염주."
파아아아앗-!
마법을 외우자 지혜의 검 검날이 붉은 빛을 띄기 시작하였다.
"오오오오! 신기하다!"
와~ 이거 진짜 신기하다. 내가 진짜 이런 짓거리도 할 수 있구나!
하지만 이런 즐거운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끝내야 했다. 흡혈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난 지혜의 검을 아래로 향하게 든 다
음 흡혈쥐를 바라보았다.
"뒈져라! 화염주!"
난 지혜의 검을 위로 빠르게 그어올렸다. 그러자 흡혈쥐의 아래에서 내 키만한 불기둥이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푸아아아앙-!
-찍찌이이이익!
화염주는 흡혈쥐를 뚫고 지나갔으며 전신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난 그런 불구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지혜의 검을 고
쳐쥐고는 눈 앞에서 불타고 있는 흡혈쥐를 향해 달려갔다.
"이 쥐새끼야, 죽어라!"
촤아아아악!
지혜의 검은 흡혈쥐의 목을 빠르게 베었고 흡혈쥐의 목 부위에서는 피가 튀었다. 그러다가 흡혈쥐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 자
리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쿠웅!
"하아……하아……."
너무 많이 움직였는지 체력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젠장. 죽는건가?"
게임상에서의 첫 죽음이라……. 뭐, 아파서 죽는 것보다는 나은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더럽다. 피가 빨려서 죽다니! 이렇게 죽는 것도 뭐
좋지만은 않다. 솔직히 말해서 누가 뒈지는걸 좋아하겠는가?
띠링~
그런데 내 귓가에선 여신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에엑?!"
무려 레벨이 3씩이나 올랐다. 그 극악의 경험치를 자랑하던 마전사가 쥐새끼 한마리 잡고 레벨을 3이나 올린 것이었다.
"하하……."
파아아앗-!
밝은 빛무리가 내 몸을 휘감으며 올라갔고 체력과 마력 모두 회복되었다. 또한 출혈 상태도 사라져서 더이상 피가 빨리는 일은 없었다.
"후후. 잘못된 선택 치곤 엄청난 보상인데?"
난 그렇게 말하며 방금전 레벨업으로 받은 15의 포인트를 어디다 투자할지 고민하였다.
"으음……. 마전사니까 체력, 마력, 지력, 힘, 민첩 모두 찍어야 하는데……에엑?"
그러고 보니 마전사는 뭐 하나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워낙에 어정쩡한 직업이다 보니까 다른 직업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치들을 골고루
올려야만 했다. 그래서 난 15의 포인트중 5포인트를 힘에, 4포인트를 지력에, 그리고 나머지 6포인트는 3포인트로 나누어 체력과 민첩
에 투자하였다. 아직까지는 마법을 난사할 능력이 되지 않았기에 마력은 그냥 레벨이 올라가면서 자연히 올라가는 양으로 만족해야 했
다.
"쥐새끼 한마리 잡는게 이렇게 어려워서야 쓰나……."
정말 저런 쥐새끼들 잡는데 소비한 체력이며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뭐, 흡혈쥐를 만난건 내가 재수없기 때문이고. 앞으로는 쥐들을 잡
는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켜야 겠다. 그래서 세운 목표가 바로 쥐새끼 한마리 잡는데 3분 이상 걸리지 않기. 이다. 현재 내가 쥐새끼 한
마리 잡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 대략 6분에서 10분. 이걸 3분으로 단축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뭐, 레벨이 오르면 자연스레
그 시간은 단축 되겠지만 말이다.
"……."
그런데 이제 고작 쥐 두마리 잡은걸로 평균 시간 내는것도 존나 웃기다. 게다가 일반 쥐도 아니고 흡혈쥐를 잡았는데 저런 계획을 잡는
것 또한 삽질하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미리 잡아두는게 좋다. 괜히 나중에 가서 잡을 필요는 없다. 내 레벨은 아직 13. 목표를 잡아도
좋은 레벨이다."
"후우~ 그럼 계속해서 잡아볼까?"
방금 전 마법으로 쥐를 잡아서 좋은 것도 있고 레벨이 3씩이나 올라서 들뜬 기분도 있었기에 그 기세를 몰아서 쥐들을 박멸하기로 마음
먹었다.
"흠…… 그런데 옷이 영 마음에 안드네."
그도 그럴것이 현재 내 옷은 처음 시작할 때 받은 초보자용 옷이었다. 연두색 천으로 만들어진 옷인데 실용성은 제로. 그저 신체의 중요
부위만 가리라고 준 옷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내 옷에는 더러운 물들이 상당히 많이 튀어서 짜증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옷이나 바꿀까?"
……라고 해도 돈이 없어서 못바꾸네? 하하하!
그렇게 열심히 동굴 구석에서 혼자 삽질을 하는 나였다.
"하아아압!"
촤아아아악-!
커다란 쥐는 비틀비틀거리며 이내 바닥에 쓰러졌고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시간 한번 더럽게 단축 안되네."
벌써 잡은 쥐들만 해도 열마리다. 그런데 아직까지 레벨이 올랐다는 소리는 듣지도 못했으며 시간 단축은 개뿔. 5분 아래로 내려가지를
않는다. 뭐, 아까보다는 쥐들을 많이 잡아서 그런지 패턴도 익혔고 또한 검을 다루는 법 또한 많이 익숙해졌다. 마법은 화염주나 뢰진주
를 두번 쓰면 마력이 완벽하게 제로가 되어 사라져 버리니 그렇게 기대할 것은 못됐다.
"쩝. 레벨이나 팍팍 오르면 좋은데."
하지만 마전사가 이런소리를 짓거리면 참 웃기다. 경험치 패널티를 두배나 받는 놈이 이런 소리를 해대다니……내가 말하고도 바보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마전사의 경험치가 극악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를 몸소 체험해 보니 알 것 같았다. 쥐들을
열 마리나 잡았는데 경험치는 고작 10퍼센트도 안올랐다. 보통 이 레벨정도면 벌써 20퍼센트는 올라야 하는데 10퍼센트도 오르지를 않
다니…….
그냥 아이디 삭제하고 다시 키워?
하지만 그건 또 귀찮지. 그런데 아직까지 마전사가 좋다 할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전사가 신수마법을 쓴다는 정도랄까? 어쨋든 간에
아직은 시작 단계이니 마전사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겠다.
이렇게 잡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에서 무언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이거 뭔가 불안한데……."
내 불안한 감은 100퍼센트 적중하였다.
-찍! 찍!
쥐다. 근데 이상하게 생긴 쥐이다. 잠깐, 저게 쥐야?
피부는 은색으로 덥혀있었으며 꼭 철판같았다. 게다가 몸집도 큰쥐와 맞먹는 것 같았다.
"음……너는 누구니?"
- …….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 내가 또라이군.
난 놈의 정보를 알아볼 방법이 없나 찾아보다가 떠오른 것이 한가지 있었다.
"그렇지. 그게 있었군. 도감."
그러자 내 시야 좌측에 두루마리 한장이 펼쳐지며 앞에 있는 녀석과 똑같이 생겨먹은 쥐 한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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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자생원
설명 : 쥐굴에서 서식하는 보스급 몬스터. 전신
이 단단한 은색 피부로 뒤덥혀 있어서 방
어력이 높으며 공격력 또한 강하다. 초보
자들은 조심해야할 몬스터중 하나이다.
쥐굴에서 보기 드문 쥐이다.
드롭 아이템
금전 1000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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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놔. 오늘 내 일진 왜이리 사납냐? 지생원이란다. 보스급. 게다가 보기도 드문데다가 초보자들은 조심하라고 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미 내 앞에 있는데.
"하하. 너가 자생원……이니?"
-찍찍!
그렇댄다. 아~ 이런녀석을 어떻게 상대해야한단 말인가 그냥 화염주랑 뢰진주로 조져?……라고 말해도 녀석이 그걸 다 맞고 안죽으면
난 사망이다. 아이씨. 왜 내 앞엔 이런 놈들만 보이는건데? 설마 내 캐릭이 저주캐인건 아니겠지?
-찍! 찍! 찍!
또 맞댄다.
"후우~"
난 크게 심호읍을 한 뒤 지혜의 검을 뽑아들었다. 시간을 보니 바깥은 벌써 8시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거 빨리 끝내고 가야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