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SS - Part2 난 저주받았다 #4
- 와탕
- 489
- 2
TW Second Season
Part2
난 저주받았다 #4
자생원은 역시 이 쥐굴의 터줏대감답게 하는 짓 부터가 다른 쥐들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우선 저 눈을 보라. 붉게 빛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저 눈. 참 재수없다. 그리고 얼마나 '찍찍' 대는지 입에다가 칼침을 박아서 다시는 소리를 못지르게 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 뿐
만이 아니다. 꼴에 보스라고 나를 쳐다보고 발로 땅을 쓰는데 니가 맷돼지냐? 하지만 놈이 자생원이건 맷돼지건 능력은 아마 거기서 거
기일 것이다. 내가 누군가? 레벨 10때 화려한 신의 컨트롤을 보여주면서 흡혈쥐를 조진 피스이다. 아마 저런 녀석은 그저 흡혈쥐를 잡은
시간에 몇 분 정도만 더 투자한다면 어떻게든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후후. 감히 TWR최강의 마전사를 꿈꾸는 나에게 덤비려고 하다니.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찍찍찍
여긴 굴이라 하늘이 없댄다. 뭐, 내 잘못이니 그냥 넘어가 주도록 하지. 어쨌건 간에 난 지혜의 검을 들고 자생원을 향해 달려갔다.
"하아아아앗!"
싸움에서 선빵은 매우 큰 효과를 가져다 준다. 옛말에도 '선빵은 싸움에서 60퍼센트를 먹고 들어간다.' 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예외도 있는법. 괜히 지 역량도 모르면서 선빵치려고 하다가 털리는 녀석들도 적지는 않다. 그게 내가 아니기를 바란다.
슈아아아앙-!
지혜의 검은 빠른 속도로 쇄도해갔고 자생원의 등을 강하게 내리쳤다.
카앙-!
"……?"
뭔가 소리가 이상한데? 분명 '푸욱' 이라던가 '촤아아악' 아니면 '서걱' 소리가 들려야하는거 아닌가? 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건
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는 지혜의 검 검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는 자생원의 피부를 베지 못한 채 그대로 있는 지혜의 검을
볼 수 있었다.
"……."
솔직히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그저 일반 쥐들보다 방어력이 조금 더 높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진짜 금속인 것
이냐? 이거 황당해서 말이 안나온다. 그럼 나보고 저녀석을 어떻게 잡으라는건데?
우선은 무기를 회수하는게 좋다고 생각한 나는 지혜의 검을 뗀 뒤 자생원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자생원은 나에게로 돌진해 오
더니 자신의 머리로 내 복부에 강력한 태클을 가하였다.
퍼어억-!
"크아악!"
난 자생원의 태클을 맞고 그대로 나자빠졌다. 체력 게이지를 보니 3분의 1 가량이 증발한 상태였다. 이건 뭐 어쩌라는건지…….
공격력, 방어력, 민첩성 모두 쥐굴에 존재하는 쥐들을 가볍게 상회한다. 게다가 저 피부는 나를 완전히 엿먹인다. 공격을 해도 맞지를 않
으니 그 내기 쉬운 검상 조차 나지 않았다. 녀석을 잡기 위해선 일반 쥐들을 잡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잡아야 한다.
마법으로 조져?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은 아닐 지라도 무리수에 가깝다. 현재 내 마력으로 쓸 수 있는 신수 마법은 총 두 번. 이 두번만 쓰
면 마력은 모조리 증발해 버린다. 그러니 이건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있는 사이 자생원은 다시 나를 공격하기 위해 낮은 자세를 취하였다. 난 다시 한번 공격을해 보기로 하고 지혜의
검을 들었다. 이번 공격 역시 무효가 된다면 지혜의 검으로 놈을 이길 확률은 희박하다.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마지막 실험을 하기 위해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하아아앗!"
슈아아아앙!
지혜의 검은 다시 한번 빠르게 자생원을 향해 쇄도해 갔다.
카앙-!
하지만 이번 공격도 실패. 한시라도 빨리 다른 작전을 생각해야만 한다. 안그러면 나는 죽.는.다.
"칫."
지금의 공격이 부질없다는 것을 느낀 나는 곧바로 지혜의 검을 떼어낸 뒤 자생원과 거리를 벌렸다.
-찍! 찍!
자생원도 짜증이 났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놈의 앞발에서 7센티미터 정도 길이의 발톱이 쑤욱 하고 나오는
게 아닌가?
"……."
저거 진짜 쥐 맞아?
그렇게 반문할 틈도 없이 자생원은 곧바로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내 앞에서 도약을 하더니 두 앞발을 강하게 내리그
었다.
슈아아아악!
"크윽!"
난 간신히 뒤로 물러나면서(사실 뒤로 넘어지면서) 놈의 공격을 피하였다. 저 자생원의 발톱이 얼마나 예리한지는 방금 전 공기를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저 공격에 맞는다면 백 퍼센트 사망이다. 내가 장담한다.
"제기랄. 어떻게 잡아야 한다는거야?"
초보자인 나로서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 솔직히 레벨 13때 보스급 몬스터를 만나는것도 졸라리 드물다고 한다. 그런데 난 그런 보스급
녀석을 이렇게 앞에 떡 하니 모셔두고 있다. 그래. 본 것 까지는 좋다. 왜 싸워야 하는데? 그냥 서로 사이좋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가면 안
되는건가?
……안되는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TWR은 금세 망하겠다.
어쨋든 간에 이제 나에게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옛날 전쟁에서도 엄청난 책략으로도 사용되었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있는 병법.
'36계 줄행랑'
그렇다. 나보다 강한을 만나면 꼭 지랄 옆차기를 해 가면서 목숨을 받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도망가면 끝이다. 이런 좋은 방법을 왜 지금
까지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 어쨌든 지금 생각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 것 같군.
난 그렇게 생각하자 마자 자생원을 보지도 않고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튀어!"
'튀어!' 라는 말과 함께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10초정도 달리자 난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찍! 찍!
"……."
쥐가 달려온다. 그것도 개처럼 뛰어온다.
"저, 저게 도대체 뭐야 저거 진짜 쥐 맞아? 젠자아앙~!"
자생원은 어느새 내 바로 뒤까지 쫓아왔고 나는 할수없이 급정거를 하면서 지혜의 검을 뒤로 휘둘렀다.
카앙-!
또 한번 들려오는 금속의 맑은 소리. 근데 내 정신은 전혀 맑지 않다. 시바. 이제 죽는건가?
"저 피부만 금속이 아니었어도 어떻게 해보는건데……."
잠깐. 금속? 그래, 바로 그거야!
순간 내 머릿속에는 기막힌 방법 하나가 떠 올랐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저 자생원은 필시 죽을 터.
"후후. 내가 왜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난 자생원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자생원은 내가 거리를 벌린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였
다. 하지만 그 공격을 그대로 맞을 내가 아니다. 왼쪽으로 몸을 피하며 녀석의 공격을 흘려넘긴 나는 뒤로 빠르게 물러난 뒤 지혜의 검에
손을 얹었다.
"뢰진주!"
파지지지직-! 파직!
그러자 지혜의 검 검신에서 스파크가 튀며 전기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이게 뢰진주를 외웠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가?"
검신은 약간 밝은 빛을 발산하였고 계속해서 스파크가 튀었다. 상당히 아름답다.
"이거나 먹어라!"
난 자생원을 향해 지혜의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규모가 작은 번개 한 줄기가 자생원을 강타하였다.
콰과아앙-!
-찌~ 찌이이이익!
뢰진주를 맞은 자생원의 몸에서는 스파크가 튀었으며 자생원은 고통스러운지 계속해서 바닥에 몸을 구르기 시작하였다. 안 죽는걸로 봐
서는 뢰진주를 한번 더 갈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뢰진주를 한번 더 갈기자 자생원은 미친듯이 발광하다가 결국 처참한 몰골로 죽어갔다.
여기서 문제. 자생원은 왜이렇게 빨리 죽었을까요?
……그냥 시간이 없어서 내가 말할련다. 난 금속의 성질중 '전도성' 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녀석을 잡았다. 금속은 다른 물질보다 전도성이
뛰어난 물체이다. 때문에 금속류는 전류가 잘 흐른다. 자생원은 그런 금속을 자신의 피부에 덮고 있었다. 뢰진주는 비록 가장 낮은 급의 신
수 마법이라 해도 번개이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전류가 흐른다. 때문에 이 뢰진주를 맞은 자생원은 별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죽은
것이다.
"하하……."
드디어 저 개같지도 않은 쥐 한마리를 잡았다. 걸린 시간은 무려 15분. 진짜 별에 별 삽질을 했다. 세상에 이렇게 잡기 힘든 쥐는 난생 처음
봤다. 아니, 그걸 떠나서 이따구로 큰 쥐들을 보는게 오늘이 처음이다. 뭐, 실제 사이즈의 쥐들을 풀어놓고 '잡아라!' 하면 못 잡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쥐들의 크기까지는 인정 하겠다. 그런데 뭔 놈의 쥐가 저렇데? 살다 살다 저렇게 나를 빡치게 하는 쥐는 처음봤다.
어쨌거나 잡았으니 기분은 좋군.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뭐냐?
뭐 레벨이 이렇게 오르는건데? 전혀 마전사란 직업에 대해 거부감을 못 느끼겠잖아!
난 내 귀가 이상한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분명히 '13' 이라고 쓰여져 있어야 할 곳에 '17'이라
는 숫자가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레벨업 하는게 이리도 쉬울 줄이야……. 그렇다면 도대체 저 자생원의 레벨은 몇이라는 말
인가? 족히 20은 넘겠지?
기쁜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새로 배울 수 있는 마법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법서를 펼쳤다. 그러자 그곳엔 보호 라는 마법이 있었다. 눈
에 보이는 것은 이것밖에 없어서 우선 '보호' 라는 마법을 배웠다.
----------------------------------------
이름 : 보호
설명 : 방어력을 높여주는 마법. 무장과 조합해서
사용할 시 보호만 사용할 때 보다 더 좋은
능력을 발휘한다.
----------------------------------------
"보호라……."
생각해보니 무장이라는 마법도 배운 것 같은데…….
"아 여기 있군."
----------------------------------------
이름 : 무장
설명 : 자신이나 타인의 갑옷 강도를 일시적으로
높여주는마법으로 전투시 상당히 유용한
마법이다. 주로 보호와 같이 사용된다.
----------------------------------------
설명만 읽어보아도 상당히 유용한 마법인 것 같다.
"어? 저게 뭐지?"
문득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철판 하나였다. 분명 그곳은 자생원이 죽은 자리였을텐데…….
"설마 드롭 아이템?"
난 우선 그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 철판을 주워들었다.
-----------------------------
이름 : ? ? ?
설명 : 이름을 알 수 없는 금속. 감정
을 받아야 한다.
-----------------------------
"……."
주워도 꼭 귀찮은 것만 주운다. 그래도 혹시나 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철판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우선 오늘 사냥은여기서 끝내야 겠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쥐굴을 빠져나온 뒤 대장간을 찾아갔다. 조금 전에 주운 철판을 감정받기 위해서이다. 금속에 관한 거라면 대장장이들
이 가장 잘 알 터.
"실례합니다."
깡! 까앙-!
대장간 안에서는 망치질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시죠?"
"저기, 이 금속을 좀 감정받고 싶어서 왔습니다만."
난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철판을 꺼내어 대장장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대장장이는 망치질을 하던 망치를 내려놓고 내가 있는 쪽
으로 다가와 철판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철판 전체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으음……. 아, 아니 이건!"
갑자기 대장장이는 철판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아악! 뭐, 뭡니까?"
하도 심심해서 귀를 파고 있던 나는 대장장이가 소리치는 바람에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찌르고 말았다. 정말 더럽게 아프다.
"이, 이 금속은 자생원의 피부와 같은 재질의 금속인 경철 이라고 하네."
"겨, 경철요?"
"그래. 무게는 매우 가벼우면서도 내구성 하난 끝내주지. 이 금속을 구하려면 자생원을 잡았을텐데. 모르는가?"
"아니요. 압니다."
너무 잘알아서 탈이지. 내가 그놈의 방어력 때문에 스팀돌 뻔 했다.
"이거 혹시 나한테 팔 생각 없나? 가격은 후하게 쳐줄터이니."
"얼마쯤이요?"
"음……. 적어도 만 이천전은 지불하도록 하겠네."
"마, 만 이천전요?"
초보자들이 벌 수 있는 돈 치고는 덜업게 많은 액수의 돈이였다. 그런데 이거 잘만 하면 좀 더 뜯어낼 수 있을거 같은데?
"안 팔겠습니다."
"뭐, 뭐라고?"
대장장이는 나의 예상 밖의 대답에 상당히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저씨께서 경철의 가치를 아신다면 그정도의 가격을 부르시면 안되죠. 그것은 이 경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자에게 이것을 팔기에는 좀 그렇군요."
난 대장장이의 손에서 경철을 빼앗아 든 뒤 그대로 대장간을 나오려고 하였다. 그때 뒤에서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내가 잘못 했네. 이 만전 줄테니 나에게 제발 팔게나."
씨익
나도 모르게 절로 입고리가 올라간다. 아싸~ 이만원 벌었다!
난 즉시 경철을 대장장이에게 팔아넘긴 뒤 옷가게를 향해 달려갔다. 그 이유인 즉 한시라도 빨리 이 걸레같은 옷을 벗고 싶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옷을 찾으시나요?"
"가볍고 방어력 높은 옷 없나요?"
"으음……. 잠시만요."
옷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은 차근 차근 옷들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갑옷 하나를 올려놓았다.
"경량 갑옷인데요 무게도 가볍고 방어력도 이 무게에 비해 꽤 높은편이에요. 뭐, 다른 갑옷들보다는 방어력이 많이 떨어지겠지만 말이죠."
그녀가 보여준 갑옷은 약간 세련되어 보이는 가죽 갑옷이었다. 내 마음에도 상당히 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만 들어서는 안된다. 바로…….
"이거 얼만가요?"
"만 이천전입니다."
"……."
저 여자 지금 뭐래는거냐? 만 이천전? 천 이백전도 아니고 만이천전 이란다. 방금 번 이만전이 무색할 정도로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이미 이
정도 금액은 지불할 각오로 이 옷가게에 들어왔다.(사실 오천전 안에서 해결보려고 했다. 지금 눈물날 지경이다)
"여, 여기……."
난 떨리는 손으로 돈 주머니를 그녀에게 건냈다.
"……."
"……."
"저, 저기요."
"네, 네?"
"이 손을 놓아야 제가 돈주머니를 가져가죠."
"……."
내 손은 계속해서 돈주머니를 붙잡고 떨어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난 결국 눈물을 머금고 무려 만 이천전이라는 거금을 지불하며서 이 경
량 갑옷을 구입하였다.
--------------------------------------
이름 : 경량갑옷
방어력 15
체력 20 증가
설명 : 가벼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가죽 갑옷.
무게감에 비해 방어력이 상당히 높다.
--------------------------------------
어쨌든 입고 보니 잘 어울리기는 하다. 뭐, 내가 옷걸이가 좀 되긴 하지만.
옷가게를 빠져나온 나는 무심결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
어, 어째서 시간이…….
현실 시간은 벌써 8시 40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사냥을 하느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던것이 방금 생각났다. 나는 곧바로 로그아웃
을 한 뒤 캡슐에서 빠져나왔다.
"……."
한 여성이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하하……."
멋쩍은 웃음으로 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하였지만 이분 앞에서는 무용지물.
"기선아, 엄마가 밥 먹는 시간은 몇시라고 했지?"
"이, 일곱시 입니다만……."
"그런데 지금은 몇시?"
"아, 아홉시 입니다만……."
"그럼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겠지?"
"어, 엄마, 제발 그것만은……."
"됐어. 너 오늘 저녁 굶어!"
"아, 안돼에에에~!"
결국 난 그날 저녁을 쫄쫄 굶고 말았다.
역시 나는……저주받았다.
Part2
난 저주받았다 #4
자생원은 역시 이 쥐굴의 터줏대감답게 하는 짓 부터가 다른 쥐들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우선 저 눈을 보라. 붉게 빛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저 눈. 참 재수없다. 그리고 얼마나 '찍찍' 대는지 입에다가 칼침을 박아서 다시는 소리를 못지르게 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 뿐
만이 아니다. 꼴에 보스라고 나를 쳐다보고 발로 땅을 쓰는데 니가 맷돼지냐? 하지만 놈이 자생원이건 맷돼지건 능력은 아마 거기서 거
기일 것이다. 내가 누군가? 레벨 10때 화려한 신의 컨트롤을 보여주면서 흡혈쥐를 조진 피스이다. 아마 저런 녀석은 그저 흡혈쥐를 잡은
시간에 몇 분 정도만 더 투자한다면 어떻게든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후후. 감히 TWR최강의 마전사를 꿈꾸는 나에게 덤비려고 하다니.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찍찍찍
여긴 굴이라 하늘이 없댄다. 뭐, 내 잘못이니 그냥 넘어가 주도록 하지. 어쨌건 간에 난 지혜의 검을 들고 자생원을 향해 달려갔다.
"하아아아앗!"
싸움에서 선빵은 매우 큰 효과를 가져다 준다. 옛말에도 '선빵은 싸움에서 60퍼센트를 먹고 들어간다.' 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예외도 있는법. 괜히 지 역량도 모르면서 선빵치려고 하다가 털리는 녀석들도 적지는 않다. 그게 내가 아니기를 바란다.
슈아아아앙-!
지혜의 검은 빠른 속도로 쇄도해갔고 자생원의 등을 강하게 내리쳤다.
카앙-!
"……?"
뭔가 소리가 이상한데? 분명 '푸욱' 이라던가 '촤아아악' 아니면 '서걱' 소리가 들려야하는거 아닌가? 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건
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는 지혜의 검 검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는 자생원의 피부를 베지 못한 채 그대로 있는 지혜의 검을
볼 수 있었다.
"……."
솔직히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그저 일반 쥐들보다 방어력이 조금 더 높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진짜 금속인 것
이냐? 이거 황당해서 말이 안나온다. 그럼 나보고 저녀석을 어떻게 잡으라는건데?
우선은 무기를 회수하는게 좋다고 생각한 나는 지혜의 검을 뗀 뒤 자생원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자생원은 나에게로 돌진해 오
더니 자신의 머리로 내 복부에 강력한 태클을 가하였다.
퍼어억-!
"크아악!"
난 자생원의 태클을 맞고 그대로 나자빠졌다. 체력 게이지를 보니 3분의 1 가량이 증발한 상태였다. 이건 뭐 어쩌라는건지…….
공격력, 방어력, 민첩성 모두 쥐굴에 존재하는 쥐들을 가볍게 상회한다. 게다가 저 피부는 나를 완전히 엿먹인다. 공격을 해도 맞지를 않
으니 그 내기 쉬운 검상 조차 나지 않았다. 녀석을 잡기 위해선 일반 쥐들을 잡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잡아야 한다.
마법으로 조져?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은 아닐 지라도 무리수에 가깝다. 현재 내 마력으로 쓸 수 있는 신수 마법은 총 두 번. 이 두번만 쓰
면 마력은 모조리 증발해 버린다. 그러니 이건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있는 사이 자생원은 다시 나를 공격하기 위해 낮은 자세를 취하였다. 난 다시 한번 공격을해 보기로 하고 지혜의
검을 들었다. 이번 공격 역시 무효가 된다면 지혜의 검으로 놈을 이길 확률은 희박하다.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마지막 실험을 하기 위해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하아아앗!"
슈아아아앙!
지혜의 검은 다시 한번 빠르게 자생원을 향해 쇄도해 갔다.
카앙-!
하지만 이번 공격도 실패. 한시라도 빨리 다른 작전을 생각해야만 한다. 안그러면 나는 죽.는.다.
"칫."
지금의 공격이 부질없다는 것을 느낀 나는 곧바로 지혜의 검을 떼어낸 뒤 자생원과 거리를 벌렸다.
-찍! 찍!
자생원도 짜증이 났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놈의 앞발에서 7센티미터 정도 길이의 발톱이 쑤욱 하고 나오는
게 아닌가?
"……."
저거 진짜 쥐 맞아?
그렇게 반문할 틈도 없이 자생원은 곧바로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내 앞에서 도약을 하더니 두 앞발을 강하게 내리그
었다.
슈아아아악!
"크윽!"
난 간신히 뒤로 물러나면서(사실 뒤로 넘어지면서) 놈의 공격을 피하였다. 저 자생원의 발톱이 얼마나 예리한지는 방금 전 공기를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저 공격에 맞는다면 백 퍼센트 사망이다. 내가 장담한다.
"제기랄. 어떻게 잡아야 한다는거야?"
초보자인 나로서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 솔직히 레벨 13때 보스급 몬스터를 만나는것도 졸라리 드물다고 한다. 그런데 난 그런 보스급
녀석을 이렇게 앞에 떡 하니 모셔두고 있다. 그래. 본 것 까지는 좋다. 왜 싸워야 하는데? 그냥 서로 사이좋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가면 안
되는건가?
……안되는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TWR은 금세 망하겠다.
어쨋든 간에 이제 나에게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옛날 전쟁에서도 엄청난 책략으로도 사용되었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있는 병법.
'36계 줄행랑'
그렇다. 나보다 강한을 만나면 꼭 지랄 옆차기를 해 가면서 목숨을 받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도망가면 끝이다. 이런 좋은 방법을 왜 지금
까지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 어쨌든 지금 생각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 것 같군.
난 그렇게 생각하자 마자 자생원을 보지도 않고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튀어!"
'튀어!' 라는 말과 함께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10초정도 달리자 난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찍! 찍!
"……."
쥐가 달려온다. 그것도 개처럼 뛰어온다.
"저, 저게 도대체 뭐야 저거 진짜 쥐 맞아? 젠자아앙~!"
자생원은 어느새 내 바로 뒤까지 쫓아왔고 나는 할수없이 급정거를 하면서 지혜의 검을 뒤로 휘둘렀다.
카앙-!
또 한번 들려오는 금속의 맑은 소리. 근데 내 정신은 전혀 맑지 않다. 시바. 이제 죽는건가?
"저 피부만 금속이 아니었어도 어떻게 해보는건데……."
잠깐. 금속? 그래, 바로 그거야!
순간 내 머릿속에는 기막힌 방법 하나가 떠 올랐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저 자생원은 필시 죽을 터.
"후후. 내가 왜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난 자생원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자생원은 내가 거리를 벌린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였
다. 하지만 그 공격을 그대로 맞을 내가 아니다. 왼쪽으로 몸을 피하며 녀석의 공격을 흘려넘긴 나는 뒤로 빠르게 물러난 뒤 지혜의 검에
손을 얹었다.
"뢰진주!"
파지지지직-! 파직!
그러자 지혜의 검 검신에서 스파크가 튀며 전기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이게 뢰진주를 외웠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가?"
검신은 약간 밝은 빛을 발산하였고 계속해서 스파크가 튀었다. 상당히 아름답다.
"이거나 먹어라!"
난 자생원을 향해 지혜의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규모가 작은 번개 한 줄기가 자생원을 강타하였다.
콰과아앙-!
-찌~ 찌이이이익!
뢰진주를 맞은 자생원의 몸에서는 스파크가 튀었으며 자생원은 고통스러운지 계속해서 바닥에 몸을 구르기 시작하였다. 안 죽는걸로 봐
서는 뢰진주를 한번 더 갈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뢰진주를 한번 더 갈기자 자생원은 미친듯이 발광하다가 결국 처참한 몰골로 죽어갔다.
여기서 문제. 자생원은 왜이렇게 빨리 죽었을까요?
……그냥 시간이 없어서 내가 말할련다. 난 금속의 성질중 '전도성' 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녀석을 잡았다. 금속은 다른 물질보다 전도성이
뛰어난 물체이다. 때문에 금속류는 전류가 잘 흐른다. 자생원은 그런 금속을 자신의 피부에 덮고 있었다. 뢰진주는 비록 가장 낮은 급의 신
수 마법이라 해도 번개이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전류가 흐른다. 때문에 이 뢰진주를 맞은 자생원은 별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죽은
것이다.
"하하……."
드디어 저 개같지도 않은 쥐 한마리를 잡았다. 걸린 시간은 무려 15분. 진짜 별에 별 삽질을 했다. 세상에 이렇게 잡기 힘든 쥐는 난생 처음
봤다. 아니, 그걸 떠나서 이따구로 큰 쥐들을 보는게 오늘이 처음이다. 뭐, 실제 사이즈의 쥐들을 풀어놓고 '잡아라!' 하면 못 잡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쥐들의 크기까지는 인정 하겠다. 그런데 뭔 놈의 쥐가 저렇데? 살다 살다 저렇게 나를 빡치게 하는 쥐는 처음봤다.
어쨌거나 잡았으니 기분은 좋군.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뭐냐?
뭐 레벨이 이렇게 오르는건데? 전혀 마전사란 직업에 대해 거부감을 못 느끼겠잖아!
난 내 귀가 이상한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분명히 '13' 이라고 쓰여져 있어야 할 곳에 '17'이라
는 숫자가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었다. 레벨업 하는게 이리도 쉬울 줄이야……. 그렇다면 도대체 저 자생원의 레벨은 몇이라는 말
인가? 족히 20은 넘겠지?
기쁜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새로 배울 수 있는 마법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법서를 펼쳤다. 그러자 그곳엔 보호 라는 마법이 있었다. 눈
에 보이는 것은 이것밖에 없어서 우선 '보호' 라는 마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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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보호
설명 : 방어력을 높여주는 마법. 무장과 조합해서
사용할 시 보호만 사용할 때 보다 더 좋은
능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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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라……."
생각해보니 무장이라는 마법도 배운 것 같은데…….
"아 여기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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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무장
설명 : 자신이나 타인의 갑옷 강도를 일시적으로
높여주는마법으로 전투시 상당히 유용한
마법이다. 주로 보호와 같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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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만 읽어보아도 상당히 유용한 마법인 것 같다.
"어? 저게 뭐지?"
문득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철판 하나였다. 분명 그곳은 자생원이 죽은 자리였을텐데…….
"설마 드롭 아이템?"
난 우선 그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 철판을 주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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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 ? ?
설명 : 이름을 알 수 없는 금속. 감정
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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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워도 꼭 귀찮은 것만 주운다. 그래도 혹시나 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철판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우선 오늘 사냥은여기서 끝내야 겠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쥐굴을 빠져나온 뒤 대장간을 찾아갔다. 조금 전에 주운 철판을 감정받기 위해서이다. 금속에 관한 거라면 대장장이들
이 가장 잘 알 터.
"실례합니다."
깡! 까앙-!
대장간 안에서는 망치질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시죠?"
"저기, 이 금속을 좀 감정받고 싶어서 왔습니다만."
난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철판을 꺼내어 대장장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대장장이는 망치질을 하던 망치를 내려놓고 내가 있는 쪽
으로 다가와 철판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철판 전체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으음……. 아, 아니 이건!"
갑자기 대장장이는 철판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아악! 뭐, 뭡니까?"
하도 심심해서 귀를 파고 있던 나는 대장장이가 소리치는 바람에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찌르고 말았다. 정말 더럽게 아프다.
"이, 이 금속은 자생원의 피부와 같은 재질의 금속인 경철 이라고 하네."
"겨, 경철요?"
"그래. 무게는 매우 가벼우면서도 내구성 하난 끝내주지. 이 금속을 구하려면 자생원을 잡았을텐데. 모르는가?"
"아니요. 압니다."
너무 잘알아서 탈이지. 내가 그놈의 방어력 때문에 스팀돌 뻔 했다.
"이거 혹시 나한테 팔 생각 없나? 가격은 후하게 쳐줄터이니."
"얼마쯤이요?"
"음……. 적어도 만 이천전은 지불하도록 하겠네."
"마, 만 이천전요?"
초보자들이 벌 수 있는 돈 치고는 덜업게 많은 액수의 돈이였다. 그런데 이거 잘만 하면 좀 더 뜯어낼 수 있을거 같은데?
"안 팔겠습니다."
"뭐, 뭐라고?"
대장장이는 나의 예상 밖의 대답에 상당히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저씨께서 경철의 가치를 아신다면 그정도의 가격을 부르시면 안되죠. 그것은 이 경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자에게 이것을 팔기에는 좀 그렇군요."
난 대장장이의 손에서 경철을 빼앗아 든 뒤 그대로 대장간을 나오려고 하였다. 그때 뒤에서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내가 잘못 했네. 이 만전 줄테니 나에게 제발 팔게나."
씨익
나도 모르게 절로 입고리가 올라간다. 아싸~ 이만원 벌었다!
난 즉시 경철을 대장장이에게 팔아넘긴 뒤 옷가게를 향해 달려갔다. 그 이유인 즉 한시라도 빨리 이 걸레같은 옷을 벗고 싶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옷을 찾으시나요?"
"가볍고 방어력 높은 옷 없나요?"
"으음……. 잠시만요."
옷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성은 차근 차근 옷들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갑옷 하나를 올려놓았다.
"경량 갑옷인데요 무게도 가볍고 방어력도 이 무게에 비해 꽤 높은편이에요. 뭐, 다른 갑옷들보다는 방어력이 많이 떨어지겠지만 말이죠."
그녀가 보여준 갑옷은 약간 세련되어 보이는 가죽 갑옷이었다. 내 마음에도 상당히 들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만 들어서는 안된다. 바로…….
"이거 얼만가요?"
"만 이천전입니다."
"……."
저 여자 지금 뭐래는거냐? 만 이천전? 천 이백전도 아니고 만이천전 이란다. 방금 번 이만전이 무색할 정도로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이미 이
정도 금액은 지불할 각오로 이 옷가게에 들어왔다.(사실 오천전 안에서 해결보려고 했다. 지금 눈물날 지경이다)
"여, 여기……."
난 떨리는 손으로 돈 주머니를 그녀에게 건냈다.
"……."
"……."
"저, 저기요."
"네, 네?"
"이 손을 놓아야 제가 돈주머니를 가져가죠."
"……."
내 손은 계속해서 돈주머니를 붙잡고 떨어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난 결국 눈물을 머금고 무려 만 이천전이라는 거금을 지불하며서 이 경
량 갑옷을 구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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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경량갑옷
방어력 15
체력 20 증가
설명 : 가벼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가죽 갑옷.
무게감에 비해 방어력이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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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입고 보니 잘 어울리기는 하다. 뭐, 내가 옷걸이가 좀 되긴 하지만.
옷가게를 빠져나온 나는 무심결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
어, 어째서 시간이…….
현실 시간은 벌써 8시 40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사냥을 하느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던것이 방금 생각났다. 나는 곧바로 로그아웃
을 한 뒤 캡슐에서 빠져나왔다.
"……."
한 여성이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하하……."
멋쩍은 웃음으로 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하였지만 이분 앞에서는 무용지물.
"기선아, 엄마가 밥 먹는 시간은 몇시라고 했지?"
"이, 일곱시 입니다만……."
"그런데 지금은 몇시?"
"아, 아홉시 입니다만……."
"그럼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겠지?"
"어, 엄마, 제발 그것만은……."
"됐어. 너 오늘 저녁 굶어!"
"아, 안돼에에에~!"
결국 난 그날 저녁을 쫄쫄 굶고 말았다.
역시 나는……저주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