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SS - Part3 파티사냥 #2
- 와탕
- 448
- 2
TW Second Season
Part3
파티사냥 #2
눈 앞에 펼쳐진 배경은 뱀굴의 지형과 별다른 점은 없었다. 하지만 주위에 울타리가 둥그렇게 쳐져 있었다. 난 울타리 쪽으로 천천
히 걸어가 손을 가져다 댔다.
터억
손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결계……인가?"
내가 들어온 입구를 보니 입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울타리가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여긴 어디야?"
그렇다. 도대체 이곳은 어디인가! 애시당초 뱀굴 안에 이상한 움막이 있는것 자체가 이상하다. 왜 움막이 있을까? 설마 이곳이 보스
가 있는 방일리는 없고.
"……."
보스? 설마 보스일라고. 보스방일리가 없다. 절대로. 그런데 이렇게 간절히 바라면 바랄수록 더욱 더 바라지 않는 것이 현실로 다가
온다. 현재 내 기분이 그렇다. 꼭 이곳이 보스방 일거라는 기분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였다. 이러면 안돼는데…….
우선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도 해볼겸 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한정되어 있는 공간일 것이다.
울타리가 쳐져있는 걸로 보아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 어렵게 해놓은 것 같다.
"뭐, 입구가 있으면 출구도 당연히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멀리서 솟아나는 빛이 보였고 그것이 워프게이트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저기 있군. 빨리 나가……지는 못하겠네."
워프 게이트 앞에는 이상하고 아스트랄하게 생긴 거대한 물체가 또아리를 튼 채 놓여있었다.
"저건 뭐야? 설마 보스겠어? 하하하……."
그래도 왠지 불안감이 내 몸을 휘감았기에 도감으로 저 물체의 정를 알아보기로 했다.
"도감."
---------------------------------------
이름 : 거대 아나콘다
설명 : 모든 뱀들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뱀. 일반
아나콘다의 크기는 대략 180cm에서 250
cm사이이며 강한 턱을 갖고 있어 사람 한
명은 통채로 삼킬 수 있다. 초보자들에겐
최악의 상대이다.
---------------------------------------
"……."
나 왜이러냐? 이거 완전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진 기분이다. 아니, 도대체 왜 나만 맨날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건데? 왜 나만 툭하면
보스들과 마주치는건데? 엉? 설명해봐. 설명해 보라고!
…….
누구한테 설명하란 말인가. 다 내 운명이거늘. 그걸 떠나서 도감에 보면 일반 아나콘다의 크기가 180cm에서 250cm랬는데 쟤 이름
은 '거대 아나콘다' 이다. 그냥 아나콘다도 아니고 거대 아나콘다. 지금 감겨있는 몸만 해도 5미터는 족히 넘어보인다. 또 몸의 너비
는 1미터 정도 되보인다. 그야말로 초특급 자이언트 구렁이 라고 불리울 만한 놈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이 아나콘다는
자고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찬스일지도 모른다. 그런 찬스를 날려버릴순 없지. 암 그렇고말고!
난 워프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조심조심 아나콘다에게 접근하였다. 근데 이거 정말 심장떨린다. 저 아나콘다가 깨어나면
난 그대로 GG다. 죽었다고 복창해도 좋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이 공간을 가득 매우는 것만 같다. 그만큼 현재 나는 최선을 다하여 조심스럽게 녀석을 향해 다가간다는 뜻이다.
이제 녀석과 나의 거리는 단 5미터도 되지 않는다.
쿵!쾅!쿵!쾅!
"아 심장떨려. 제발……. 하느님 이녀석이 깨어나지 않기를……."
스르륵
"응?"
그 순간 녀석이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에겐 아무런 피해가 오지 않았다. 빨리 이 엿같은 곳을 빠져나가야만 한다.
부웅-!
"어?"
그순간 아나콘다의 꼬리가 공중으로 높이 들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현재 내 상황을 단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었다.
뒤졌다.
아아! 이럴수가. 왜 하필 이 시점에서 깨어나고 지랄이냐. 아오! 난 왜이렇게 운이 없는거지?
슈아아아앙-!
아나콘다의 꼬리는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쇄도해왔고 난 즉시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지면이 박살나면서 바위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먼지가 자욱하게 깔렸다.
"……."
이건 뭐냐? 어떻게 되먹은 파워냔 말이다. 내가 저 아나콘다를 잡을 확륭은 대략 1퍼센트. 결국 저놈한테 뒤진다는 소리다. 가끔가다
가 "1퍼센트도 확률은 확률이다!" 라고 지랄 쌈싸먹는 소리를 하는 놈들이 있는데 뭐, 확률이 맞긴 하다. 그런데 그 1퍼센트로 뭐할건
데? 1퍼센트의 확률을 믿고 깝치는건 만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후……."
이렇게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진다. 그런데 내가 이길 확률을 1퍼센트로 잡은건 큰 욕심이었나? 0퍼센트로 하는것도 나쁘진 않을
텐데.
"……."
그러면 아예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군. 적어도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가져보자. 저녀석을 꼭 잡아야만 나가는건 아니지 않는가?
……라고 해도 놈이 입구를 막고있어서 나가지 못해겠다.
"칫. 어쩔수 없나."
난 생각을 정리하고 지혜의 검을 뽑아들었다. 우선 검으로 녀석을 공략하다가 정 안되면 신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저 아나콘다
의 체력이 얼마나 깎이는 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다.
-치이이이익!
뱀이 우는 소리가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몸집이 큰 만큼 소리도 컸다.
스르륵
녀석은 천천히 감겨있던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난 그 모습을 만히 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녀석은 감겨있던 자신의 몸을 모
두 풀고 나를 바라보며 긴 혀를 낼름거렸다.
"……."
지금 메롱하는거냐? 나하고 해보겠다는거냐? 앙?!
하지만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짜피 죽을 운명을 쿨하게 받아들이려고 이런 용기가 나는걸까?
슈아아아악!
아나콘다는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하였다. 말이야 기어온다고 했지 이건 무슨 자동차가 정면으로 달려오는 속도랑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젠장!"
콰르르르-!
난 또 한 번 몸을 날려 아나콘다의 공격을 피하였고 자세를 잡자 마자 지혜의 검 검날에 손을 가져다 댔다.
"뢰진주!"
파지지직!
전기 스파크가 지혜의 검 검신을 휘감았다.
"이걸로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구만."
난 잠깐 멈추어 서 있는 아나콘다를 향해 멀리서 지혜의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에서 한 줄기의 번개가 아나콘다를 강타하였다.
콰과아아앙-!
-키에에엑!
아나콘다는 고통스럽다는 듯 거대한 입을 벌리며 얼굴을 사방으로 흔들어 대기 시작하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나는 곧바로 아나콘
다를 향해 달려갔고 지혜의 검으로 아나콘다의 몸통을 찔러 넣었다.
푸욱-!
깊숙히 들어간 검날을 다시 뽑자 초록색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고작 이런 공격으로 이 아나콘다가
죽을 일은 없다. 날뛰었으면 날뛰었지 절대로 죽을 일은…….
콰아앙-!
"말 끝내기도 전에 확인시켜 주는군."
아나콘다는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미끄러져 오기 시작하였다.
"으, 으아악!"
퍼어억!
콰르르르르르
아나콘다는 머리로 내 복부를 받아들인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그 충격으로 밀려난 나는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하고야 말았다.
"쿨럭. 젠장……."
다행히 내장파열은 아닌 것 같았다. 내장파열이라도 일어났으면 난 즉사다.
"시바. 여기서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되는데……."
그러는 사이 녀석의 2차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다. 커다란 입을 벌린 채 이곳 저곳을 부수며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손 써볼 겨를이 없잖아!"
난 움직이면서 깎일 체력을 도토리로 보충하면서 녀석의공격을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엔 막다른 곳에 몰리고야 말았다.
"미, 미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꽤나 값진 경험이다. 이곳에서 죽는다 해도 여한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면 내가 아니다. 아 제기랄. 살
고싶다. 살고싶어서 미치겠다. 이딴 지렁이새끼한테 죽는다는건 내 인생의 수치이다. 난 절대로 죽을 수 없다. 난 이래뵈도 목숨을 아
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아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제발 아무나 누가 나좀 도와주세요. 난 벽에 똥칠할 때 까지 살고싶단 말입니
다!
-취이이익!
아나콘다는 혓바닥을 낼름낼름 거리더니 거대한 입을 쩌억 하고 벌렸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나는 먹힌다. 먹혀서 저놈의 뱃속에서
소화가 되어 놈의 똥이 된다.
"제, 젠자아아아앙~!"
-키에에에엑!
엉? 왜 비명소리가 하나 더 울리는 거지?
난 내 앞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는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사방으로 흔들어대는 아나콘다가 들어왔
다. 난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되었기에 재빠르게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후우. 살았네. 어라?"
내가 한숨을 내쉬고 앞을 보자 사람들이 보였다. 인원은 세명. 파티를 이룬 것 같은데 그중 한명은 아나콘다의 꼬리 부분에 칼을 꽂아
넣고 다른 한녀석은 양손에 단검을 쥐고 이곳저곳을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난 이곳에서 사람을 만난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그 유저들
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 여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블루 블랙의 세미롱 헤어에 키는 대략 165센티미터
정도였으며 몸매는 발군. 얼굴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윤곽만 봐선 꽤 미인축에 속하는 것 같다. 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쿠웅!
"으, 으아악!"
가까이 다가가려는 찰나에 무어가가 내 앞을 가로막아 섰다. 난 그것이 뭔지 보기 위해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하나, 둘, 셋, 넷……아홉. 꼬리가 아홉 개? 그럼 구, 구미호?"
아씨. 이번엔 또 구미호냐? 도대체 왜이러는거래? 잠깐, 그런데 왜 구미호가 이런 곳에 있는거지?
그때 구미호가 내 궁금중을 풀어주려고 하는 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누구냐.
"나? 나라면 뭐랄까……. 그래, 방금 전까지 저 뱀을 상대하고있던 사람이라고나 할까?"
- …….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여우가 말도 했던가?
-그럼 어째서 주인에게 접근하는거지?
"주인? 혹시 저 여자가네 주인?"
-그렇다만. 문제라도?
"아니, 문제 될 건 없지."
"무슨 일이야?"
그때 멀리서 구미호의 주인인 여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내쪽으로 올 때마다 어디선가 본 얼굴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구미호?"
-아, 이녀석이 주인님께 다가가려고 해서…….
"어? 넌 누구야?"
나를 향해 다가온 그 여자의 얼굴은 분명히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아니, 봤다. 이 얼굴, 너무나도 선명히 기억난다. 난 너무 놀라서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정민……이다."
"뭐?"
"아, 아니."
우리 학교의 간판을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역시 세상이 좁다는 말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이쁘다.
"그런데 왜 사람이 여기에……?"
"여기가 사냥터니까 사람이 있지."
"……."
그런건가?
"그런데 너야말로 왜 이런곳에?"
'얼떨결에 이쪽으로 휘말려서.'
……라고는 말 못하겠다. 아무리 그래도 명색에 남잔데 이런 엄청난 미인 앞에서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가.
"아나콘다좀 잡으려고 왔는데 조금 무리가 있었나봐. 하하하……."
"그래? 레벨이 몇인데?"
"아 그게……."
얘, 왜이렇게 끈질기데? 여기서 실제 레벨을 말하면 또라이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하지?
"내 레벨은……."
내가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 멀리서 아나콘다를 잡고 있던 녀석중 한놈이 이쪽을 향해 큰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야 켈라, 빨리좀 도와줘!"
"아, 알겠어. 구미호!"
그녀가 구미호를 부르자 구미호는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그녀 앞에 착지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구미호를 타고 아나콘다가 있는 쪽으
로 가버렸다.
"……."
뭐지? 이 이상 야릇한 기분은?
그런데 상황은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아나콘다도 그냥 아나콘다가 아닌 거대 아나콘다라서 그런지 왠민한 물리공격에
는 끄덕도 안하는 것 같았다.
"이거 도움은 안되지만 도와주러 가봐야 겠군."
난 지혜의 검을 고쳐쥐고 한번 내 목숨을 내 줄 뻔한 아나콘다를 향해 있는 힘껏……은 아니고 그냥 천천히 뛰어갔다.
Part3
파티사냥 #2
눈 앞에 펼쳐진 배경은 뱀굴의 지형과 별다른 점은 없었다. 하지만 주위에 울타리가 둥그렇게 쳐져 있었다. 난 울타리 쪽으로 천천
히 걸어가 손을 가져다 댔다.
터억
손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결계……인가?"
내가 들어온 입구를 보니 입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울타리가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여긴 어디야?"
그렇다. 도대체 이곳은 어디인가! 애시당초 뱀굴 안에 이상한 움막이 있는것 자체가 이상하다. 왜 움막이 있을까? 설마 이곳이 보스
가 있는 방일리는 없고.
"……."
보스? 설마 보스일라고. 보스방일리가 없다. 절대로. 그런데 이렇게 간절히 바라면 바랄수록 더욱 더 바라지 않는 것이 현실로 다가
온다. 현재 내 기분이 그렇다. 꼭 이곳이 보스방 일거라는 기분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였다. 이러면 안돼는데…….
우선 이곳이 어디인지 확인도 해볼겸 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한정되어 있는 공간일 것이다.
울타리가 쳐져있는 걸로 보아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 어렵게 해놓은 것 같다.
"뭐, 입구가 있으면 출구도 당연히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멀리서 솟아나는 빛이 보였고 그것이 워프게이트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저기 있군. 빨리 나가……지는 못하겠네."
워프 게이트 앞에는 이상하고 아스트랄하게 생긴 거대한 물체가 또아리를 튼 채 놓여있었다.
"저건 뭐야? 설마 보스겠어? 하하하……."
그래도 왠지 불안감이 내 몸을 휘감았기에 도감으로 저 물체의 정를 알아보기로 했다.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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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거대 아나콘다
설명 : 모든 뱀들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뱀. 일반
아나콘다의 크기는 대략 180cm에서 250
cm사이이며 강한 턱을 갖고 있어 사람 한
명은 통채로 삼킬 수 있다. 초보자들에겐
최악의 상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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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왜이러냐? 이거 완전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진 기분이다. 아니, 도대체 왜 나만 맨날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건데? 왜 나만 툭하면
보스들과 마주치는건데? 엉? 설명해봐. 설명해 보라고!
…….
누구한테 설명하란 말인가. 다 내 운명이거늘. 그걸 떠나서 도감에 보면 일반 아나콘다의 크기가 180cm에서 250cm랬는데 쟤 이름
은 '거대 아나콘다' 이다. 그냥 아나콘다도 아니고 거대 아나콘다. 지금 감겨있는 몸만 해도 5미터는 족히 넘어보인다. 또 몸의 너비
는 1미터 정도 되보인다. 그야말로 초특급 자이언트 구렁이 라고 불리울 만한 놈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이 아나콘다는
자고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찬스일지도 모른다. 그런 찬스를 날려버릴순 없지. 암 그렇고말고!
난 워프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조심조심 아나콘다에게 접근하였다. 근데 이거 정말 심장떨린다. 저 아나콘다가 깨어나면
난 그대로 GG다. 죽었다고 복창해도 좋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이 공간을 가득 매우는 것만 같다. 그만큼 현재 나는 최선을 다하여 조심스럽게 녀석을 향해 다가간다는 뜻이다.
이제 녀석과 나의 거리는 단 5미터도 되지 않는다.
쿵!쾅!쿵!쾅!
"아 심장떨려. 제발……. 하느님 이녀석이 깨어나지 않기를……."
스르륵
"응?"
그 순간 녀석이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에겐 아무런 피해가 오지 않았다. 빨리 이 엿같은 곳을 빠져나가야만 한다.
부웅-!
"어?"
그순간 아나콘다의 꼬리가 공중으로 높이 들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현재 내 상황을 단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었다.
뒤졌다.
아아! 이럴수가. 왜 하필 이 시점에서 깨어나고 지랄이냐. 아오! 난 왜이렇게 운이 없는거지?
슈아아아앙-!
아나콘다의 꼬리는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쇄도해왔고 난 즉시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지면이 박살나면서 바위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먼지가 자욱하게 깔렸다.
"……."
이건 뭐냐? 어떻게 되먹은 파워냔 말이다. 내가 저 아나콘다를 잡을 확륭은 대략 1퍼센트. 결국 저놈한테 뒤진다는 소리다. 가끔가다
가 "1퍼센트도 확률은 확률이다!" 라고 지랄 쌈싸먹는 소리를 하는 놈들이 있는데 뭐, 확률이 맞긴 하다. 그런데 그 1퍼센트로 뭐할건
데? 1퍼센트의 확률을 믿고 깝치는건 만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후……."
이렇게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진다. 그런데 내가 이길 확률을 1퍼센트로 잡은건 큰 욕심이었나? 0퍼센트로 하는것도 나쁘진 않을
텐데.
"……."
그러면 아예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군. 적어도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가져보자. 저녀석을 꼭 잡아야만 나가는건 아니지 않는가?
……라고 해도 놈이 입구를 막고있어서 나가지 못해겠다.
"칫. 어쩔수 없나."
난 생각을 정리하고 지혜의 검을 뽑아들었다. 우선 검으로 녀석을 공략하다가 정 안되면 신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저 아나콘다
의 체력이 얼마나 깎이는 지는 나도 장담할 수가 없다.
-치이이이익!
뱀이 우는 소리가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몸집이 큰 만큼 소리도 컸다.
스르륵
녀석은 천천히 감겨있던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난 그 모습을 만히 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녀석은 감겨있던 자신의 몸을 모
두 풀고 나를 바라보며 긴 혀를 낼름거렸다.
"……."
지금 메롱하는거냐? 나하고 해보겠다는거냐? 앙?!
하지만 이런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짜피 죽을 운명을 쿨하게 받아들이려고 이런 용기가 나는걸까?
슈아아아악!
아나콘다는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하였다. 말이야 기어온다고 했지 이건 무슨 자동차가 정면으로 달려오는 속도랑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젠장!"
콰르르르-!
난 또 한 번 몸을 날려 아나콘다의 공격을 피하였고 자세를 잡자 마자 지혜의 검 검날에 손을 가져다 댔다.
"뢰진주!"
파지지직!
전기 스파크가 지혜의 검 검신을 휘감았다.
"이걸로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구만."
난 잠깐 멈추어 서 있는 아나콘다를 향해 멀리서 지혜의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에서 한 줄기의 번개가 아나콘다를 강타하였다.
콰과아아앙-!
-키에에엑!
아나콘다는 고통스럽다는 듯 거대한 입을 벌리며 얼굴을 사방으로 흔들어 대기 시작하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나는 곧바로 아나콘
다를 향해 달려갔고 지혜의 검으로 아나콘다의 몸통을 찔러 넣었다.
푸욱-!
깊숙히 들어간 검날을 다시 뽑자 초록색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고작 이런 공격으로 이 아나콘다가
죽을 일은 없다. 날뛰었으면 날뛰었지 절대로 죽을 일은…….
콰아앙-!
"말 끝내기도 전에 확인시켜 주는군."
아나콘다는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미끄러져 오기 시작하였다.
"으, 으아악!"
퍼어억!
콰르르르르르
아나콘다는 머리로 내 복부를 받아들인 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그 충격으로 밀려난 나는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하고야 말았다.
"쿨럭. 젠장……."
다행히 내장파열은 아닌 것 같았다. 내장파열이라도 일어났으면 난 즉사다.
"시바. 여기서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되는데……."
그러는 사이 녀석의 2차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다. 커다란 입을 벌린 채 이곳 저곳을 부수며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손 써볼 겨를이 없잖아!"
난 움직이면서 깎일 체력을 도토리로 보충하면서 녀석의공격을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엔 막다른 곳에 몰리고야 말았다.
"미, 미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꽤나 값진 경험이다. 이곳에서 죽는다 해도 여한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면 내가 아니다. 아 제기랄. 살
고싶다. 살고싶어서 미치겠다. 이딴 지렁이새끼한테 죽는다는건 내 인생의 수치이다. 난 절대로 죽을 수 없다. 난 이래뵈도 목숨을 아
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아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제발 아무나 누가 나좀 도와주세요. 난 벽에 똥칠할 때 까지 살고싶단 말입니
다!
-취이이익!
아나콘다는 혓바닥을 낼름낼름 거리더니 거대한 입을 쩌억 하고 벌렸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나는 먹힌다. 먹혀서 저놈의 뱃속에서
소화가 되어 놈의 똥이 된다.
"제, 젠자아아아앙~!"
-키에에에엑!
엉? 왜 비명소리가 하나 더 울리는 거지?
난 내 앞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는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사방으로 흔들어대는 아나콘다가 들어왔
다. 난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되었기에 재빠르게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후우. 살았네. 어라?"
내가 한숨을 내쉬고 앞을 보자 사람들이 보였다. 인원은 세명. 파티를 이룬 것 같은데 그중 한명은 아나콘다의 꼬리 부분에 칼을 꽂아
넣고 다른 한녀석은 양손에 단검을 쥐고 이곳저곳을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난 이곳에서 사람을 만난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그 유저들
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 여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블루 블랙의 세미롱 헤어에 키는 대략 165센티미터
정도였으며 몸매는 발군. 얼굴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윤곽만 봐선 꽤 미인축에 속하는 것 같다. 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쿠웅!
"으, 으아악!"
가까이 다가가려는 찰나에 무어가가 내 앞을 가로막아 섰다. 난 그것이 뭔지 보기 위해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하나, 둘, 셋, 넷……아홉. 꼬리가 아홉 개? 그럼 구, 구미호?"
아씨. 이번엔 또 구미호냐? 도대체 왜이러는거래? 잠깐, 그런데 왜 구미호가 이런 곳에 있는거지?
그때 구미호가 내 궁금중을 풀어주려고 하는 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누구냐.
"나? 나라면 뭐랄까……. 그래, 방금 전까지 저 뱀을 상대하고있던 사람이라고나 할까?"
- …….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여우가 말도 했던가?
-그럼 어째서 주인에게 접근하는거지?
"주인? 혹시 저 여자가네 주인?"
-그렇다만. 문제라도?
"아니, 문제 될 건 없지."
"무슨 일이야?"
그때 멀리서 구미호의 주인인 여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내쪽으로 올 때마다 어디선가 본 얼굴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구미호?"
-아, 이녀석이 주인님께 다가가려고 해서…….
"어? 넌 누구야?"
나를 향해 다가온 그 여자의 얼굴은 분명히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아니, 봤다. 이 얼굴, 너무나도 선명히 기억난다. 난 너무 놀라서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정민……이다."
"뭐?"
"아, 아니."
우리 학교의 간판을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역시 세상이 좁다는 말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이쁘다.
"그런데 왜 사람이 여기에……?"
"여기가 사냥터니까 사람이 있지."
"……."
그런건가?
"그런데 너야말로 왜 이런곳에?"
'얼떨결에 이쪽으로 휘말려서.'
……라고는 말 못하겠다. 아무리 그래도 명색에 남잔데 이런 엄청난 미인 앞에서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가.
"아나콘다좀 잡으려고 왔는데 조금 무리가 있었나봐. 하하하……."
"그래? 레벨이 몇인데?"
"아 그게……."
얘, 왜이렇게 끈질기데? 여기서 실제 레벨을 말하면 또라이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하지?
"내 레벨은……."
내가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 멀리서 아나콘다를 잡고 있던 녀석중 한놈이 이쪽을 향해 큰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야 켈라, 빨리좀 도와줘!"
"아, 알겠어. 구미호!"
그녀가 구미호를 부르자 구미호는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그녀 앞에 착지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구미호를 타고 아나콘다가 있는 쪽으
로 가버렸다.
"……."
뭐지? 이 이상 야릇한 기분은?
그런데 상황은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아나콘다도 그냥 아나콘다가 아닌 거대 아나콘다라서 그런지 왠민한 물리공격에
는 끄덕도 안하는 것 같았다.
"이거 도움은 안되지만 도와주러 가봐야 겠군."
난 지혜의 검을 고쳐쥐고 한번 내 목숨을 내 줄 뻔한 아나콘다를 향해 있는 힘껏……은 아니고 그냥 천천히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