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SS - Part3 파티사냥 #3
- 와탕
-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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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Second Season
Part3
파티사냥 #3
그런데 아직도 이정민을 만났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평소에 학교에선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이며 얼굴도 몇번 마주치지 않았는
데 이렇게 쉽게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혹시 이건 하늘이 내게 주신 기회?
헉! 그렇다면 이 기회를 살려 멋진 모습으로 저 아나콘다를 잡는거야!
"흐흐……."
저놈들이 저 아나콘다를 다 잡아갈 즈음 슬쩍 끼어들어 나도 같이 놈을 잡는것이 내 계획이다. 아주 치졸하고도 용의주하며 스펙타클
하게 치밀한(?) 작전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
멀리서 보니 꽤나 고전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저 아나콘다가 그냥 평범한 아나콘다겠는가? 게다가 저 몸집을 봐라. 저게 어디
뱀인가?
전사로 보이는 녀석이 아나콘다의 후미를 공략하는 사이 도적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양손에 단검을 들고 빠른 속도로 아나콘다의 얼
굴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단검을 거꾸로 쥔 다음 아나콘다의 목 부분에다가 단검 두자루를 그대로 꽂아버렸다.
-키에에에엑!
아나콘다는 코통스러운지 커다란 몸부림을 쳐대기 시작하였고 단검을 찔러넣은 녀석은 단검을 회수한 뒤 아나콘다 근처에서 멀리 떨
어졌다.
기회다!
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아나콘다가 오늘내일 하는 상황을 그저 손빨고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걸 떠나서 저 아나콘다
는 원래 내가 잡고 있던 녀석이 아니었는가?(말하고도 챙피하다)
"하아아아압!"
지혜의 검을 치켜든 나는 아나콘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그로 인하여 아나콘다를 잡고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로
쏠렸다. 그래. 이 기세로 몰아붙여 저 아나콘다를 잡는거야!
난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내 발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
그러면서 내 몸은 앞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난 그 짧은 찰나에 이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
뭐냐? 이 안습적인 상황은. 넘어지면 개쪽이다.
우당 탕타당-!
난 그대로 앞으로 굴러 넘어졌고 이 공간은 한순간에 적막감으로 휩쌓였다. 그러다가 그 고요함을 깨는 소리가 곧이어 내 귓가를 두들
겼다.
"푸, 푸훗...푸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으아악 크하하!"
"푸하하하하하! 쟤 뭐하는거냐?"
"……."
세 사람은 나를 보고 배를 쥐어잡고 웃어대기 시작하였다. 내가 봐도 이 상황에서 안웃는게 더 이상하다. 아씨. 도대체 내 인생은 왜이
러냐?
난 재빠르게 바닥을 집고 일어서서 앞을 살짝 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는 구미호가 보였다. 그런데 구미호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간 것
같았다.
"……."
이젠 여우도 비웃냐?
하지만 뭐라고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하겠다. 내 실력을어필하긴 개뿔. 그저 호구인증이나 제대로 했다.
"거기 괜찮으시나요?"
"아, 뭐 그럭저럭."
"그럼 저리 가서 쉬고나 있으세요. 저희가 잡을테니."
"하지만 그 아나콘다는 내가 먼저 잡고 있었는데……."
"잡아먹히려고 하는 것도 잡는거에 포함되나?"
"……."
또 반박할 여지가 없다.
"뭐, 정 그렇게 경험치를 먹고 싶다면 우리 파티에 들어오시죠. 아마 경험치를 조금은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야, 리발. 왜 니 혼자 그런걸 정하는건데?"
"왜? 저분도 엄연히 저 아나콘다를 잡을 권리가 있어."
"하지만 우리 파티에 다른 놈이 들어오는건 좀……."
전사로 보이는 녀석은 나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파티 권유를 하는 음성이 들려왔고 나는 파티
에 가입하였다. 내가 파티에 가입하자 마자 리발이라는 도적유저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직업이 뭡니까? 전사?"
"음……전사가 맞아요."
괜히 마전사라고 했다가 욕먹을라. 천대받는 직업을 파티에 쉽게 껴줄리 만무하다. 그렇기에 난 앞으로 내 직업을 철저히 숨겨가며 플
레이를 하리라 다짐을 하였다.
아나콘다에게서 잠시 떨어진 우리는 공격태세를 취하고 짬을 내어 작전을 세웠다.
"우선 켈라누나는 구미호로 저 아나콘다의 시선을 끌어줘. 그런 다음 노아형이랑 이 전사랑……아, 그전에 아이디가 뭐죠?"
"피스."
"그럼 피스님은 노아형이랑 같이 아나콘다의 꼬리쪽을 공략해 주시죠. 그럼 제가 그때 녀석의 머리위로 빠르게 올라가 놈을 죽일테니.
이만하면 괜찮은 작전이죠?"
"뭐, 네 머리에서 나온거니 괜찮겠지."
노아라는 전사유저는 저 리발이라는 도적을 상당히 인정하는 눈치였다. 내가 봐도 저 리발이라는 녀석은 상당히 머리가 좋아보였다.
상당히 지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에 비해 노아라는 녀석은 날카로운 인상을 지녔다. 서로 이렇게나 대비되는데 잘 어울리는걸 보
면 신기하다.
-치이이익!
아나콘다는 커다란 입을 쩌억 벌리며 우리쪽을 바라보았다.
"이런.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네. 빨리 움직이도록 하지. 켈라누나, 부탁해."
"맏겨만 줘."
켈라는 손으로 무슨 수인을 맺더니 두 손바닥을 땅바닥에 가져다 댔다.
"구미호 소환!"
그러자 바닥에서 마법진이 생기더니 빛을 내뿜으면서 구미호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 지금 것만 봐도 켈라가 소환사라는게 확실하다.
-무슨 일인가?
구미호는 켈라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저기 저 아나콘다의 시선을 좀 끌어줘."
-알겠다.
구미호는 그렇게 대답하곤 아홉게의 긴 꼬리를 멋지게 휘날리며 아나콘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그런데 아까 구미호 나와있
지 않았던가? 역소환이라도 된 것인가? 어쨌든 간에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없다.
"그럼 어디 가볼까?"
나와 노아라는 전사는 구미호가 아나콘다의 시선을 끄는 사이 작전대로 놈의 꼬리를 향해 달려갔다. 난 허리춤에서 지혜의 검을 뽑아
든 뒤 아나콘다의 꼬리 부분을 세로로 베었다. 그러자 아나콘다는 고통스러운지 꼬리를 든 채로 이곳 저곳을 강타하기 시작하였다.
콰앙! 콰앙! 콰르르-!
"크윽 조금만 더 시간을 벌자."
노아라는 유저는 자신의 커다란 검을 들고 내가 베었던 부분을 다시 한번 강하게 내리그었다.
서걱-!
그러자 아나콘다의 꼬리는 거짓말처럼 말끔하게 잘려나갔다.
"좋아. 성공이다. 리발, 빨리 가라!"
"오케이!"
리발이라는 녀석은 두자루의 단검을 허리춤에서 뽑아든 뒤 아나콘다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이젠 구미호의 시선끌기가 통하
지 않는 상태에서 아나콘다가 얼마나 난동을 부리느냐에 따라 이 작전이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취이이이익!
콰아앙-!
아니나 다를까, 아나콘다는 꼬리가 잘린 고통때문에 몸을 심하게 비틀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리발은 용케 녀석의 머리 위로올라갔다.
그러곤 양손에 들려있던 단검 두자루를 아나콘다의 눈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가 뽑은 뒤 빠른 속도로 목 양 옆에다가 단검을 찔러넣었
다. 그러자 아나콘다는 거대한 몸을 일으켜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땅에 그대로 쳐 박았다.
쿠웅-!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아나콘다는 더이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아……하아……."
리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나콘다의 목에 박혀있던 단검을 뽑은 뒤 아나콘다의 정수리에 한번 박아넣은 뒤 내려왔다. 그러자 아나
콘다는 서서히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사라졌다.
"이녀석을 잡다니……후우~."
"리발, 너 엄청 멋졌어. 지금까지 봐온 플레이중 가장 최고였어."
켈라, 그러니까 이정민은 리발에게 연신 칭찬을 해 주었다. 그순간 파티원들 전부가 빛무리에 휩쌓이기 시작했다. 이건 필시 레벨업을
한 것이리라.
파아앗!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옷! 2업이나 했다. 이거 어지간 해선 힘든건데. 2업 하려면 이틀동안 연신 노가다를 뛰어야만 한다. 물론 현실 시간으로 말이다.
파티원들 모두가 레벨업을 한 모양이다.
"후후. 이제 조금만 더있으면 필살검무를 배울 수 있겠네."
"그러냐? 나도 2업만 하면 건곤대나이 배우는데."
"에휴. 난 적호 소환하려면 아직 멀었어."
필살검무, 건곤대나이, 적호……. 도대체 저 인간들은 레벨이 몇인걸까?
그때 내 고민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도 레벨업 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아뇨. 뭘."
예상대로 리발이라는 자였다. 잘 보면 나보다 키도 작고 어려보인다. 중3 정도? 그런데도 이런 플레이를 보여주는거 보면 상당한 실
력자임에 틀림없다.
"아, 저희 세 사람은 다 40대에요. 물론 저는 40대 후반이구요."
"40대라……."
내 관점에서 보면 무지 높은 레벨이지만 다른 직업들이 보기에 그저 중하급 유저에 불과하다.
"그쪽은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사실대로 레벨을 말해? 아니면 구라를 쳐?
"……37입니다."
"그렇군요. 직업은 전사라. 저희보단 늦게 시작하셨나 보네요."
"아 뭐, 그렇죠."
아마 내가 저 사람들보단 먼저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놈의 빌어먹을 패널티.
"그럼 저흰 볼일 다 봤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아, 네."
…….
그런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저 사람들을 꼭 보내서는 안 될것만 같다. 게다가 저기에는 이정민도 있지 않은가!
"저, 저기요!"
내가 그들을 부르자 세 사람은 나를 일제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쳐다보면 좀 부담스러운데…….
"저도 이 파티에 합류하면……안될까요?"
그러자 그들은 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서로 뭐라고 속닥속닥 거리더니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리발이 나에
게 말했다.
"뭐, 레벨도 괜찮고 그러니 합류해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켈라 누나의 적극적인 지지로 인하여 되었으니 켈라 누나에게 고맙다고 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웃겨서 들여보내주는거니 크게 신경쓰지마."
"……."
왠지 상당히 이상한 쪽으로 찍힌 것 같은데…….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레벨 47 도적, 리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중3이죠."
역시 내 예상대로 중3이었군.
"그리고, 여기 이 무뚝뚝한 사람은 노아형인데 레벨은 44에요. 특기는 말 안하기."
스르릉
그러자 노아는 리발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댔다.
"뭐, 보시다시피 이런 성격의 소유자죠. 고2이니 어린 제가 참을수 밖에……."
나보다 한살 나이가 많군. 연장자라는 느낌이 확 와닿았었다니까.
"마지막으로 여기 이 누나는 켈라 누난데 이쁘죠?"
당연하지. 우리학교 간판 미녀인데 내가 모를리가 없지.
"레벨은……."
"됐어. 내가 소개할거야. 전 레벨 45 소환사에요. 그리고 나이는 열 일곱. 이젠 그쪽이 소개를 해야하죠?"
"아, 네. 전 레벨 38 전사이구요 아이디는 피스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이는 열 일곱이구요."
"어? 그럼 나하고 동갑이네? 앞으로 말 편하게 놔."
켈라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럼 전 피스 형이라고 부를게요."
리발 역시 웃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그럼 노아님은……."
"난 그냥 형이라고 불러라. 그거면 됐다."
"아, 네."
저 사람은 뭔가 무시못할 포스가 흐른다.
우린 아나콘다가 있던 방에서 워프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피스형, 이제 뭐 하실거 있으세요?"
"나? 딱히 없는데."
"그럼 저희랑 자호굴 가요. 형 레벨 정도면 저희하고 비슷하게 사냥할 수 있으실 거에요."
"그, 그래?"
내 레벨을 10 넘게 뻥튀기 해서 말한게 이런 화를 불러올 줄이야…….
"그럼 이따 게임 시간으로 5시간 후에 평양성 서쪽에서 뵈요.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있고 해서요."
"그,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그러자 세 사람은 빛과 함께 뱀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거 큰일났는데……."
뭐, 큰일이긴 하지만 이정민과 파티를 이룬것만은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이 파티를 거절하겠는가? 난 그야말
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셈이나 다름없다. 이러고 보면 이 세상도 참 좁단말이야…….
어쨋든이렇게 해서 나의 첫 파티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작가말>
드디어 몇화 안남았네욤...
Part3
파티사냥 #3
그런데 아직도 이정민을 만났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평소에 학교에선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이며 얼굴도 몇번 마주치지 않았는
데 이렇게 쉽게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혹시 이건 하늘이 내게 주신 기회?
헉! 그렇다면 이 기회를 살려 멋진 모습으로 저 아나콘다를 잡는거야!
"흐흐……."
저놈들이 저 아나콘다를 다 잡아갈 즈음 슬쩍 끼어들어 나도 같이 놈을 잡는것이 내 계획이다. 아주 치졸하고도 용의주하며 스펙타클
하게 치밀한(?) 작전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
멀리서 보니 꽤나 고전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저 아나콘다가 그냥 평범한 아나콘다겠는가? 게다가 저 몸집을 봐라. 저게 어디
뱀인가?
전사로 보이는 녀석이 아나콘다의 후미를 공략하는 사이 도적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양손에 단검을 들고 빠른 속도로 아나콘다의 얼
굴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단검을 거꾸로 쥔 다음 아나콘다의 목 부분에다가 단검 두자루를 그대로 꽂아버렸다.
-키에에에엑!
아나콘다는 코통스러운지 커다란 몸부림을 쳐대기 시작하였고 단검을 찔러넣은 녀석은 단검을 회수한 뒤 아나콘다 근처에서 멀리 떨
어졌다.
기회다!
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아나콘다가 오늘내일 하는 상황을 그저 손빨고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걸 떠나서 저 아나콘다
는 원래 내가 잡고 있던 녀석이 아니었는가?(말하고도 챙피하다)
"하아아아압!"
지혜의 검을 치켜든 나는 아나콘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그로 인하여 아나콘다를 잡고 있던 세 사람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로
쏠렸다. 그래. 이 기세로 몰아붙여 저 아나콘다를 잡는거야!
난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내 발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
그러면서 내 몸은 앞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난 그 짧은 찰나에 이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
뭐냐? 이 안습적인 상황은. 넘어지면 개쪽이다.
우당 탕타당-!
난 그대로 앞으로 굴러 넘어졌고 이 공간은 한순간에 적막감으로 휩쌓였다. 그러다가 그 고요함을 깨는 소리가 곧이어 내 귓가를 두들
겼다.
"푸, 푸훗...푸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으아악 크하하!"
"푸하하하하하! 쟤 뭐하는거냐?"
"……."
세 사람은 나를 보고 배를 쥐어잡고 웃어대기 시작하였다. 내가 봐도 이 상황에서 안웃는게 더 이상하다. 아씨. 도대체 내 인생은 왜이
러냐?
난 재빠르게 바닥을 집고 일어서서 앞을 살짝 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는 구미호가 보였다. 그런데 구미호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간 것
같았다.
"……."
이젠 여우도 비웃냐?
하지만 뭐라고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하겠다. 내 실력을어필하긴 개뿔. 그저 호구인증이나 제대로 했다.
"거기 괜찮으시나요?"
"아, 뭐 그럭저럭."
"그럼 저리 가서 쉬고나 있으세요. 저희가 잡을테니."
"하지만 그 아나콘다는 내가 먼저 잡고 있었는데……."
"잡아먹히려고 하는 것도 잡는거에 포함되나?"
"……."
또 반박할 여지가 없다.
"뭐, 정 그렇게 경험치를 먹고 싶다면 우리 파티에 들어오시죠. 아마 경험치를 조금은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야, 리발. 왜 니 혼자 그런걸 정하는건데?"
"왜? 저분도 엄연히 저 아나콘다를 잡을 권리가 있어."
"하지만 우리 파티에 다른 놈이 들어오는건 좀……."
전사로 보이는 녀석은 나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파티 권유를 하는 음성이 들려왔고 나는 파티
에 가입하였다. 내가 파티에 가입하자 마자 리발이라는 도적유저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직업이 뭡니까? 전사?"
"음……전사가 맞아요."
괜히 마전사라고 했다가 욕먹을라. 천대받는 직업을 파티에 쉽게 껴줄리 만무하다. 그렇기에 난 앞으로 내 직업을 철저히 숨겨가며 플
레이를 하리라 다짐을 하였다.
아나콘다에게서 잠시 떨어진 우리는 공격태세를 취하고 짬을 내어 작전을 세웠다.
"우선 켈라누나는 구미호로 저 아나콘다의 시선을 끌어줘. 그런 다음 노아형이랑 이 전사랑……아, 그전에 아이디가 뭐죠?"
"피스."
"그럼 피스님은 노아형이랑 같이 아나콘다의 꼬리쪽을 공략해 주시죠. 그럼 제가 그때 녀석의 머리위로 빠르게 올라가 놈을 죽일테니.
이만하면 괜찮은 작전이죠?"
"뭐, 네 머리에서 나온거니 괜찮겠지."
노아라는 전사유저는 저 리발이라는 도적을 상당히 인정하는 눈치였다. 내가 봐도 저 리발이라는 녀석은 상당히 머리가 좋아보였다.
상당히 지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에 비해 노아라는 녀석은 날카로운 인상을 지녔다. 서로 이렇게나 대비되는데 잘 어울리는걸 보
면 신기하다.
-치이이익!
아나콘다는 커다란 입을 쩌억 벌리며 우리쪽을 바라보았다.
"이런.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네. 빨리 움직이도록 하지. 켈라누나, 부탁해."
"맏겨만 줘."
켈라는 손으로 무슨 수인을 맺더니 두 손바닥을 땅바닥에 가져다 댔다.
"구미호 소환!"
그러자 바닥에서 마법진이 생기더니 빛을 내뿜으면서 구미호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 지금 것만 봐도 켈라가 소환사라는게 확실하다.
-무슨 일인가?
구미호는 켈라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저기 저 아나콘다의 시선을 좀 끌어줘."
-알겠다.
구미호는 그렇게 대답하곤 아홉게의 긴 꼬리를 멋지게 휘날리며 아나콘다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그런데 아까 구미호 나와있
지 않았던가? 역소환이라도 된 것인가? 어쨌든 간에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없다.
"그럼 어디 가볼까?"
나와 노아라는 전사는 구미호가 아나콘다의 시선을 끄는 사이 작전대로 놈의 꼬리를 향해 달려갔다. 난 허리춤에서 지혜의 검을 뽑아
든 뒤 아나콘다의 꼬리 부분을 세로로 베었다. 그러자 아나콘다는 고통스러운지 꼬리를 든 채로 이곳 저곳을 강타하기 시작하였다.
콰앙! 콰앙! 콰르르-!
"크윽 조금만 더 시간을 벌자."
노아라는 유저는 자신의 커다란 검을 들고 내가 베었던 부분을 다시 한번 강하게 내리그었다.
서걱-!
그러자 아나콘다의 꼬리는 거짓말처럼 말끔하게 잘려나갔다.
"좋아. 성공이다. 리발, 빨리 가라!"
"오케이!"
리발이라는 녀석은 두자루의 단검을 허리춤에서 뽑아든 뒤 아나콘다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이젠 구미호의 시선끌기가 통하
지 않는 상태에서 아나콘다가 얼마나 난동을 부리느냐에 따라 이 작전이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취이이이익!
콰아앙-!
아니나 다를까, 아나콘다는 꼬리가 잘린 고통때문에 몸을 심하게 비틀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리발은 용케 녀석의 머리 위로올라갔다.
그러곤 양손에 들려있던 단검 두자루를 아나콘다의 눈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가 뽑은 뒤 빠른 속도로 목 양 옆에다가 단검을 찔러넣었
다. 그러자 아나콘다는 거대한 몸을 일으켜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땅에 그대로 쳐 박았다.
쿠웅-!
땅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아나콘다는 더이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아……하아……."
리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나콘다의 목에 박혀있던 단검을 뽑은 뒤 아나콘다의 정수리에 한번 박아넣은 뒤 내려왔다. 그러자 아나
콘다는 서서히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사라졌다.
"이녀석을 잡다니……후우~."
"리발, 너 엄청 멋졌어. 지금까지 봐온 플레이중 가장 최고였어."
켈라, 그러니까 이정민은 리발에게 연신 칭찬을 해 주었다. 그순간 파티원들 전부가 빛무리에 휩쌓이기 시작했다. 이건 필시 레벨업을
한 것이리라.
파아앗!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옷! 2업이나 했다. 이거 어지간 해선 힘든건데. 2업 하려면 이틀동안 연신 노가다를 뛰어야만 한다. 물론 현실 시간으로 말이다.
파티원들 모두가 레벨업을 한 모양이다.
"후후. 이제 조금만 더있으면 필살검무를 배울 수 있겠네."
"그러냐? 나도 2업만 하면 건곤대나이 배우는데."
"에휴. 난 적호 소환하려면 아직 멀었어."
필살검무, 건곤대나이, 적호……. 도대체 저 인간들은 레벨이 몇인걸까?
그때 내 고민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도 레벨업 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아뇨. 뭘."
예상대로 리발이라는 자였다. 잘 보면 나보다 키도 작고 어려보인다. 중3 정도? 그런데도 이런 플레이를 보여주는거 보면 상당한 실
력자임에 틀림없다.
"아, 저희 세 사람은 다 40대에요. 물론 저는 40대 후반이구요."
"40대라……."
내 관점에서 보면 무지 높은 레벨이지만 다른 직업들이 보기에 그저 중하급 유저에 불과하다.
"그쪽은 레벨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사실대로 레벨을 말해? 아니면 구라를 쳐?
"……37입니다."
"그렇군요. 직업은 전사라. 저희보단 늦게 시작하셨나 보네요."
"아 뭐, 그렇죠."
아마 내가 저 사람들보단 먼저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이놈의 빌어먹을 패널티.
"그럼 저흰 볼일 다 봤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아, 네."
…….
그런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저 사람들을 꼭 보내서는 안 될것만 같다. 게다가 저기에는 이정민도 있지 않은가!
"저, 저기요!"
내가 그들을 부르자 세 사람은 나를 일제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쳐다보면 좀 부담스러운데…….
"저도 이 파티에 합류하면……안될까요?"
그러자 그들은 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서로 뭐라고 속닥속닥 거리더니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리발이 나에
게 말했다.
"뭐, 레벨도 괜찮고 그러니 합류해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켈라 누나의 적극적인 지지로 인하여 되었으니 켈라 누나에게 고맙다고 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웃겨서 들여보내주는거니 크게 신경쓰지마."
"……."
왠지 상당히 이상한 쪽으로 찍힌 것 같은데…….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레벨 47 도적, 리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중3이죠."
역시 내 예상대로 중3이었군.
"그리고, 여기 이 무뚝뚝한 사람은 노아형인데 레벨은 44에요. 특기는 말 안하기."
스르릉
그러자 노아는 리발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댔다.
"뭐, 보시다시피 이런 성격의 소유자죠. 고2이니 어린 제가 참을수 밖에……."
나보다 한살 나이가 많군. 연장자라는 느낌이 확 와닿았었다니까.
"마지막으로 여기 이 누나는 켈라 누난데 이쁘죠?"
당연하지. 우리학교 간판 미녀인데 내가 모를리가 없지.
"레벨은……."
"됐어. 내가 소개할거야. 전 레벨 45 소환사에요. 그리고 나이는 열 일곱. 이젠 그쪽이 소개를 해야하죠?"
"아, 네. 전 레벨 38 전사이구요 아이디는 피스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이는 열 일곱이구요."
"어? 그럼 나하고 동갑이네? 앞으로 말 편하게 놔."
켈라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럼 전 피스 형이라고 부를게요."
리발 역시 웃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그럼 노아님은……."
"난 그냥 형이라고 불러라. 그거면 됐다."
"아, 네."
저 사람은 뭔가 무시못할 포스가 흐른다.
우린 아나콘다가 있던 방에서 워프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피스형, 이제 뭐 하실거 있으세요?"
"나? 딱히 없는데."
"그럼 저희랑 자호굴 가요. 형 레벨 정도면 저희하고 비슷하게 사냥할 수 있으실 거에요."
"그, 그래?"
내 레벨을 10 넘게 뻥튀기 해서 말한게 이런 화를 불러올 줄이야…….
"그럼 이따 게임 시간으로 5시간 후에 평양성 서쪽에서 뵈요.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있고 해서요."
"그,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그러자 세 사람은 빛과 함께 뱀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거 큰일났는데……."
뭐, 큰일이긴 하지만 이정민과 파티를 이룬것만은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가 이 파티를 거절하겠는가? 난 그야말
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셈이나 다름없다. 이러고 보면 이 세상도 참 좁단말이야…….
어쨋든이렇게 해서 나의 첫 파티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작가말>
드디어 몇화 안남았네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