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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1) – 시작이 아닌 시작

  • R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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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 팬드래곤 (Arthur Pendragon)……

그는 바위에 박힌 전설의 검 켈리버(Caliber)를 뽑음으로써 절대검의 주인이 되고 왕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용이 잡아간 아름다운 여인을 구출해내 자신의 왕비로 삼았다는 것 역시 전설의 일부다.

모두의 눈에 영웅으로 비친 아더는 용을 죽여 용맹함을 보인 후, 왕이 되는 기반을 쌓는다.

하지만 그들은 진실을 몰랐고 거부하기까지 했다.

“아더….아더 팬드래곤….당신이 나를....”


B.E.- (1) – 시작이 아닌 시작



“루아(Lua)-”


검은색으로 뒤덮은 듯 한 그가 나무 위를 사뿐히 스치고 지나가며 속삭였다. 또다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밤의 짙은 어둠을 갈랐다. 남자의 마음이 것 잡을 수 없이 긴박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벌써부터 끓어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남자가 도착한 장소엔 비명의 주인공은 벌써 목이 잘려 숨이 끊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 단순한 중년인듯한 인간 여자. 건드려서는 안 되는 숨겨진 두 종족 중 하나와 거래를 하려던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숲 바닥에서 어둠에 덮여진 한 형체….그리고 반대편엔 흰 옷의 또다른 형체가 쓰러져 있었다.

“아….”


남자가 검은 옷의 여자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긴 붉은 머리의 여자가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힘겹게 속삭였다.


“My Liege….(나의 주군이시여….)”


몸의 군데 군데에 난 상처는 너무 깊었고 급히 치료를 해도 가망이 없었다. 그저…그로선 이대로 보낼 수밖에 없다. 남자가 볼을 죽어가는 여자의 이마에 대고 몸을 좌우로 편안히 흔들었다. 그의 얼굴 표정은 터질 것 같은 내부와 다르게 조용히 씁쓰름했다.


검은 옷을 입은 루아가 한번 기침을 크게 했다. 그녀의 입에서 피가 주륵 흘러내렸고, 입술이 미소를 짓는 동시에 마지막 숨이 새어나왔다.

남자의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혼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등돌린 반대쪽의 흰 옷의 백안(白眼)에게는 또 다른 백안이 살포시 내려와 죽어가는 몸을 감싸주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눈물을 보이기가 싫어 얼굴을 어둠속에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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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높은 계열의 반백안(半白眼)과 백안(白眼)은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다. 오직 그들이 뿌리는 피의 주인은 자신보다 낮은 계열이며 정정당당한 결투만이 서로의 피를 보게 한다. 그래서 그들은 마주쳐도 서로의 눈만 응시했을 뿐 공격태세를 취하지 않았다.


“……”


“……”

둘의 정적이 서로의 정적을 더 불러냈다. 바람이 서로에게 등돌린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은 옷의 남자가 먼저 시신을 안아들고 일어서서 몸을 돌려 바라보는 백안을 자신의 색깔이 각각 다른 두 눈으로 차갑게 보았다. 검은 옷이 휙 하고 돌아서서 시신을 안은 채 숲으로 사라져버렸고, 백안 역시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다가 흰 시신을 들고 어둠속으로 스며들었다.

서로를 응시하고 사라진 반백안과 백안…..그들의 계급은 각각 “군주(Liege Lord)” 와 “팬드래곤 (Pendragon)” 이라고 불리었다. 각 부류의 우두머리에서 가장 가까운 두 계급.



하지만 그것이 서로를 해하지 않은 이유가 아니었다.


그들은 단순히 오래 전부터 서로를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


강한 손과 함께 어깨를 잡힌 내 몸이 '따뜻함'에서 '차가움'으로 끌려 나왔다. 내 싸늘해지는 몸이 차가운 돌바닥에 잠시 늘어져 있었고, 감겼던 내 눈이 슬며시 떠져왔다. 막이 덮혀있는 터라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지만, 빛과 어둠, 그리고 뿌연 형체들은 약간씩 보였다.

“크윽-”


내가 윗몸을 일으키며 입에서 미지근한 액체를 쏟아냈다. 가까이서 내 창백하고 마른 손가락의 오른손이 보였다. 춥다….내 몸이 너무 차갑게 식어간다…..다시 따스함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내가 호흡의 곤란을 일으키자 누군가 내 등을 세번 쳤고 물을 더 토해내게 만들며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내 몸 위에 마르고 부드러운 흰 천을 덮어주었다. 내가 떨리는 새파란 손으로 천을 꼭 잡고는 몸을 웅크리려고 했다. 하지만 나를 끌어낸듯한 젖은 손이 내 턱을 잡아 올렸고, 얼굴인듯한 흐릿하게 보이는 형체와 눈을 맞추게 하였다. 아직 초점도 안 맞는다. 하지만…..대신 뭔가 느껴진다…. 하얀 두 눈의 응시, 그것은 안보고도 느낄 수 있다.


“이런….”



철썩-

어이가 없다는 듯의 목소리. 그것의 말은 혼잣말이면서도, 부름의 말이다. 날 잡았던 사람이 내 볼을 세게 쳐서 날 쓰러지게 만들고 아직 축축한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아직 감각이 밋밋한 볼이 얼얼하다.


“데려가. 씨받이로나 쓰던가 실험용으로 써야겠다.”


후들거리는 다리가 계속 내 몸을 지탱하지 못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내 두 팔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들이 날 억지로 걷게 했다. 끌리는 것 반, 비틀거림 반으로 내가 그들이 원하는 장소로 계속 끌려갔고, 이내 희미한 쇠문이 열리며 어둠이 안으로 던져진 나를 집어삼켰다.

추천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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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레벨:1]민수사이더 2009.01.04. 19:25
재밌게 읽었다에요~ 다음회 빨리 나왓으면 좋겠어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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